1회차'는' 즐거운 액션 로그라이트


네오위즈가 직접 서비스하는 또 하나의 인디 게임이 스팀을 통해 출시됐다. 국내 인디 개발사인 '팀써니트'에서 개발한 2D 액션 게임 '블레이드 어썰트(Blade Assault)'가 그 주인공이다. 지난 6월 얼리억세스 형태로 공개되어 액션 로그라이크 게임을 즐기는 유저들 사이에선 이미 신고식을 마쳤으나, 정식 출시와 함께 신규 요소들을 대폭 추가하며 얼리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재미를 담은 새로운 게임이 됐다.

블레이드 어썰트는 SF 컨셉의 2D 액션 플랫포머 로그라이트로, 보는 맛을 더해주는 화려한 픽셀 아트와 전투 상황에 맞춰 전략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전투 시스템 및 조작감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게임을 대표하는 키워드 하나하나를 살펴보면 매력적인 요소들이 다분하나, 로그라이트 장르의 게임을 자주 플레이해온 유저들에게 있어선 다소 심심하게 느껴지는 조합이 아닐 수 없다. 같은 네오위즈 퍼블리싱 작품으로만 한정해도 '스컬'이라는 쟁쟁한 로그라이트가 이미 존재하고, SF 컨셉 역시 '메탈유닛'이 먼저 보여줬기 때문이다. 카테고리를 전체 인디 게임으로 넓혀서 보면, 블레이드 어썰트가 간만에 등장한 국산 인디 신작임에도 얼마나 주목받기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는지 바로 알 수 있다.

하지만 게임은 실제로 플레이해봐야 그 진가를 알 수 있는 법이다. 카테고리 구분으로는 다 드러나지 않은 블레이드 어썰트의 진짜 매력은 무엇인지, 정식 출시 시점에서도 다소 아쉽게 느껴지는 요소로는 무엇이 있는지 직접 플레이하며 확인해보았다.

게임명 : 블레이드 어썰트
장르명 : 액션
출시일 : 2022.01.18.
개발사 : 팀써니트(TeamSuneat)
서비스 : 네오위즈
플랫폼 : PC



골라서 먹는 재미가 있는 로그라이트


원조 로그라이크 장르와 달리, 로그라이트(Rogue-lite) 장르에서 '반복 플레이'는 게임의 알파이자 오메가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중요한 요소다. 로그라이트에선 죽음을 기점으로 모든 것이 초기화되는 것이 아닌, 일정량의 경험치가 축적되어 남기 때문이다. 컨트롤이 익숙하지 않은 초반엔 마냥 어렵게 느껴지는 적이나 구간, 보스도 반복 플레이를 통해 쌓은 미세한 능력치를 계속 더하다 보면, 결국엔 어떻게든 공략할 수 있게 된다.

게임의 핵심 구조가 이렇다 보니 플레이어로 하게끔 반복 플레이를 이어갈 수 있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가 되곤 하는데, 블레이드 어썰트에서는 세 명의 각기 다른 특성을 가진 주인공, 그리고 5종 이상의 고유 무기로 다양성을 부여하려 했다. 어떤 캐릭터, 무기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전투 방식이 크게 달라지므로, 매번 다른 방식으로 성장을 꾀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실제로 블레이드 어썰트에서 선택할 수 있는 무기와 캐릭터들은 각기 다른 인상과 경험을 제공했다. 전기 톱과 도끼, 총을 사용할 수 있는 주인공 '킬'로 어떤 공략법이 가장 유용할지 먼저 살펴보고, 그 다음에 인게임 재화를 모아 해금할 수 있는 검사 '달시'와 닌자 '제니'를 선택해 킬을 플레이할 때와는 또 다른 재미의 전투를 맛볼 수 있었다. 단순히 무기와 캐릭터 종류를 바꾸는 것만으로도 수차례 이상 반복 플레이가 보장되는 셈이다.

단순한 캐릭터와 무기 구분 외에도, 게임 내에서 선택할 수 있는 세 가지 속성 코어와 무기 개조는 게임 플레이의 폭을 더욱 다채롭게 만들었다. 어떤 속성 무기와 무기 개조에 집중했는지에 따라 전투의 양상이 크게 바뀌고, 그 성능이 아쉬웠다면 자연스레 '다음번에는 다른 코어와 무기 조합을 선택해봐야지'라고 생각하게 된다. 매번 다른 트리를 밟으며 하나하나 검증해보는 방식으로 게임을 즐겨보니, 어느새 플레이 시간 5시간이 훌쩍 지난 것을 깨닫게 될 정도로, '블레이드 어썰트'엔 골라서 먹는 재미 하나는 확실히 존재했다.

▲ 캐릭터에 따라 차별화된 전투 경험이 가능하다


보는 재미가 있는 액션 플랫포머


제아무리 '반복 플레이'를 위한 여러 장치를 성심성의껏 마련했다고 하더라도, 게임 자체가 플레이어의 눈길을 사로잡을 정도로 매력적이지 않다면, 결국 모든 준비 역시 허사가 되어버릴 수 있다. 매일 같이 경쟁작들이 쏟아져 나오는 냉혹한 인디 게임 시장에선 공들여 구축한 시스템적 특징들 외에도 스토리나 BGM, 또는 플레이어를 사로잡을 수 있는 인상적인 캐릭터나 독보적인 비주얼을 갖춰야 살아남을 수 있다. 여기서 블레이드 어썰트는 정교한 픽셀 아트와 몰이 사냥의 재미를 만끽할 수 있는 시원시원한 액션 연출로 승부를 걸었다.

블레이드 어썰트의 비주얼은 합격점을 주기에 부족함이 없다. 선택한 캐릭터, 사용하는 무기, 그리고 무기의 개조 루트에 따라 공격 이펙트가 크게 달라지고, 불과 전기 얼음으로 나뉘는 세 가지 속성에 따른 피해 연출은 수많은 적들과 오브젝트로 가득 찬 화면 속에서도 확연히 구분될 정도다. 또한, 7개의 각기 다른 분위기의 챕터와 각 챕터별 몬스터 디자인 역시 '색칠놀이' 없이 다양하게 구성됐다. 실제로 몇 시간 연속으로 게임 플레이를 계속 이어가도 쉽게 질리지 않을 정도로, 블레이드 어썰트의 시각적 만족도는 높은 편이다.

▲ 폐병원과 공장, 지하도, 달리는 기차 등 다양한 배경이 등장한다

언더시티 저항군이 되어 에스페란자의 군대와 맞서게 된다는 게임의 스토리와 스토리 속에 등장하는 여러 NPC, 그리고 플레이어블 캐릭터와 NPC의 관계성 표현은 게임의 깊이와 '보는 재미'를 더해준다.

게임 속에는 9명 이상의 서로 다른 NPC가 등장하고, 이들은 플레이어가 선택한 캐릭터에 맞게 서로 다른 반응을 보여준다. 출력되는 대사가 조금씩 달라지는 정도에 그치지만 이야기에 몰입을 돕고, 자칫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는 스토리 파트에 활기를 불어넣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또한, 각기 다른 캐릭터를 활용해 한번쯤 엔딩까지 진행해보게끔, 플레이어의 흥미를 유발하는 장치가 되어주기도 한다.

▲ NPC와의 관계성은 잠겨 있는 콘텐츠를 해금하는 '호감도' 시스템과도 연결된다



목표는 보스 타도! 2회차는 '글쎄'


로그라이트 장르에서 필수라고 볼 수 있는 '반복 플레이' 구조를 만들기 위해 다양한 캐릭터와 무기로 다양성을 부여하고, 이를 자연스럽게 유도하기 위한 스토리와 액션 연출로 '보는 맛'까지 더했으나, 블레이드 어썰트에는 다소 부족하게 느껴지는 부분이 여전히 남아있다. 후반부로 갈수록 급격하게 상승하는 몬스터 체력과 다소 부당하게까지 느껴지는 비행 몬스터의 배치, 그리고 시작부터 끝까지 이어지는 같은 패턴의 전투 탓에 한번 플레이할 때 느끼게 되는 피로감이 상당하다는 점이다.

처음에는 새로운 캐릭터를 보는 맛, 새로운 무기를 시험해보는 맛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플레이하게 되지만, 이러한 요소들을 어느 정도 소모한 후에는 '엔딩 보기'가 게임 플레이의 주된 목표가 되기 마련이다. 반복 플레이가 필수가 되는 로그라이트 특성상 기본적으로 난이도가 높은 편이므로, 안정적으로 게임을 클리어하기 위해 강력하다고 판단한 빌드를 반복해서 선택하게 되는 시점이 온다. 블레이드 어썰트의 경우 초반부터 사용할 캐릭터와 무기, 그리고 게임 플레이 내내 성장 빌드를 밟아갈 핵심 장비 코어까지 확정적으로 선택하고 시작하기 때문에, 이러한 양상은 더욱 두드러진다.

게임 진행 방식이 획일화되는 것을 막고 무작위성을 더해주기 위해 각 스테이지마다 '속성 코어'와 '아이템 기어'를 선택하며 진행할 수 있게끔 구성했지만, 이부분도 온전히 작용하지 못하고 있는 모양새다. 5챕터 이후의 후반부로 가면 일반 잡몹과 보스 몬스터들의 체력이 급격히 늘어나기 때문에, 클리어를 위해선 '대미지 뻥튀기' 특성만 계속 선택해야한다. 자연스레 비주류 스킬이나 보조 무기를 활용해볼 기회는 줄어들고, 갈수록 비슷한 느낌의 전투를 계속 반복하게 된다.

▲ 한 시간 반 가량의 플레이 끝에 맞이한 '익숙한 천장', 무력감이 장난이 아니다

처음엔 신선하지만 반복할수록 새로울 것 없는 챕터 구성,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적들의 체력 탓에 길어지는 전투 시간, 극한의 효율을 추구하게 되는 탓에 갈수록 비슷해지는 전투 패턴까지 여러 피로 요소가 겹치면서, 블레이드 어썰트는 2회차를 바라보기 어려운 게임이 됐다.

1회차를 클리어하면 '뉴 게임+' 개념의 하드코어 콘텐츠인 어썰트 레벨이 해금되지만, 엘리트 몬스터와 보스 몬스터 공격력 상승 등 작은 변화만 있을 뿐 콘텐츠의 차이는 찾아보기 어렵기에, 현재로선 "굳이 2회차를?"이라는 의구심이 먼저 떠오르게 되는 상황이다.




정식 출시 후에 추가될 업데이트 콘텐츠와 유저 피드백을 반영한 빠른 패치는 '블레이드 어썰트'에 대한 기대감을 더해주고 있다. 정식 출시 후 하루 만에 진행된 패치 1.01에서는 많은 유저들이 아쉬운 점으로 꼽았던 '챕터5 이후에 등장하는 몬스터 체력'에 대한 내용이 반영되기도 했다. 국내 개발사의 작품이므로, 피드백을 전달하기도 비교적 수월한 편이다.

추후에는 신규 플레이어블 캐릭터인 '제트'와 '마리'가 추가되고, 현재 하나의 무기만 사용할 수 있는 제니와 달시도 주인공 '킬'처럼 추가 무기를 사용할 수 있게 되며, 각 챕터별 신규 보스, 코어, 기어, '드론 시스템'까지 다양한 콘텐츠가 더해질 예정이다.

아직 완성되지 않은 게임을 너무 서둘러 출시한 것은 아닌가 싶을 정도로 몇 가지 아쉬운 부분이 남아있지만, '블레이드 어썰트'는 픽셀 아트와 플랫포머 액션, 그리고 로그라이트 방식의 게임 플레이를 좋아하는 국내 유저들에게 있어 더없이 좋은 선택지 중 하나가 될 것으로 보인다. 기본이 되는 조작은 불필요한 스트레스를 받을 일 없이 시원시원하고, 2만 원이 채 되지 않는 저렴한 가격에, 단순히 1회차 클리어만 진행한다고 하더라도 약 5시간에 달하는 볼륨을 보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추후 플레이어들에게 약속한 추가 콘텐츠들을 하루빨리 추가해, '1회차만 즐거운 로그라이트'가 아닌, 탄탄한 완성도를 갖춘 명작으로 기억될 수 있기를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