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이리저리 몸을 움직인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코로나 시국이 끝없이 이어지고 있는 지금 시기엔 그나마 의무적으로 수행하던 기본적인 움직임조차 점점 줄어들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의도했든 아니든, 날이 갈수록 점점 게을러지던 요즘이었죠.

그러던 중, TV에서 중계되는 '베이징 2022 올림픽' 스노보드 경기 영상을 보게 됐습니다. 다양한 나라의 선수들이 빠른 속도로 경사를 미끄러져 내려오며 높은 난이도의 기술을 연속으로 쏟아내는 모습을 보고는, '실제로도 저런 움직임이 가능하구나'라며 연신 감탄을 금치 못했죠.

선수들의 기량에 솔직하게 감탄하는 것도 잠시, 저 역시 어떤 경로로든 보드를 접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됐습니다. 당연히 TV 속의 선수들만큼은 안될지라도, 그들의 눈에 비치는 세상이 어떤 모습일지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해보고 싶다는 감상이었죠.

물론 아무런 사전 지식도 없으면서 바로 보드를 사러 나가자는 생각으로 이어지지는 않았습니다. 입춘을 지나 봄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지금 시기에 동계 스포츠인 스노보드를 타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니, 관심은 자연스레 지금 시작하더라도 1년 내내 즐길 수 있을 스노보드의 친척, 스케이트보드로 쏠렸습니다. 스케이트보드 하니 또 바로 연상되더라고요. 집에서도 누구나 스케이트보드의 재미를 만끽할 수 있도록 설계된 게임, '올리올리 월드'가 말이죠.


올리올리 월드는 막연하게 생각하던 스케이트보드에 대한 열정에 불을 붙여주는, 불쏘시개 같은 게임입니다. 게임을 시작하면 스케이트보드 문외한이라도 기본부터 차근차근 하나씩 배우며 스케이트보드에 애정을 키워갈 수 있게끔 설계되어 있죠.

지난 7년의 세월 동안 오직 스케이트보드 게임만 개발해온 개발사 roll7은 이번 작품에서 '뉴비 유입'이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칼을 아주 단단히 갈아온 모양새입니다. 전작에서 수많은 스케이트보드 뉴비들에게 절망감을 안겨주었던 랜딩의 난이도를 대폭 낮추고, 일단 보드에 발을 얹어둘 수 있는 수준이라면 누구나 상쾌한 보드라이딩을 만끽할 수 있게끔 했거든요. 실제로 게임 내에 마련된 다섯 개 월드의 각기 다른 코스를 달리는 동안, 스트레스를 받을 일 없이 코스의 여러 기믹을 체험해볼 수 있었습니다. 전작이었으면 꿈도 꾸지 못했을 쾌적한 게임 플레이가 가능해진 셈이죠.

물론 마냥 난이도를 낮춰 초보자들을 위한 게임이 된 것은 아닙니다. 게임 내에 존재하는 수십 개에 달하는 코스에는 저마다 높은 스코어를 획득하기 위한 '숨겨진 요소'가 있고, 이러한 히든 루트를 개척하고, 주행 중에 아름다운 트릭을 섞어 넣는 것으로 더 큰 보상을 획득할 수 있도록 설계됐거든요. 초보자들의 편안한 보딩을 위해 삭제된 줄로 알았던 '랜딩'은 추가 점수를 얻을 수 있는 숙련자용 조작 요소 중 하나가 됐고요. 결국, 일부러 몸을 비비 꼬지 않아도 게임 전체를 쭉 맛보는 것이 가능하지만, 조작이 익숙해진다면 선택에 따라 더 화려하고, 빠르고, 긴장감 넘치는 보드 라이딩을 함께 즐길 수 있게 됩니다.


아쉽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습니다. 초보자를 위한 세심한 배려 차원에서 스토리 비중을 늘리고, 다양한 NPC를 더해 게임 속 '레드랜디아'를 여행한다는 느낌을 강화했다고 하지만, 이는 전작처럼 오직 스케이트보드 라이딩에 전념하고 싶은 유저들에겐 귀찮고 번거로운 요소라고 할 수 있습니다.

보드 조작과 섬세한 트릭 구현에는 더 없이 진심이었으나 그 외의 비주얼적인 면에선 가볍고 부담 없는 게임이었던 전작에 비해 이번 신작은 다소 무겁고, 신경이 쓰일 수 있을 정도의 로딩이 있는 게임이 된 편입니다. 물론 스토리와 비주얼의 일신으로 게임에 대한 접근성과 몰입도가 높아진 것 역시 사실입니다. 자신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비중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부분이라고 보면 됩니다.


스케이트보드를 좋아하는 이들에게 있어, 그리고 스케이트보드를 좋아하고 싶은 이들에게 있어 '올리올리 월드'는 더 없을 정도로 좋은 첫 번째 교보재가 되어줄 것으로 보입니다. 현실에서는 마음 놓고 보드를 타볼 만한 공간도 없고, 처음엔 기본기인 '올리' 한번 구사하기도 쉽지 않지만, 게임에선 TV 속 국가대표 선수들 부럽지 않을 정도로 다양하고, 화려한 묘기들을 펼쳐볼 수도 있거든요.

처음엔 마음을 비우고 푸시 오프 하는 것부터, 그리고 자잘한 부가 목표들은 잊고 오직 '골인' 지점까지 도착하는 것만 생각하고 게임을 플레이해보시기 바랍니다. 처음엔 게임패드를 잡고 시작했지만, 나중엔 진짜 스케이트보드를 잡고 밖으로 나가고 싶어지게 되거든요. 이 정도면 점점 처지고 기운이 빠지기만 하는 요즘 같은 시국에 딱 알맞은, 그야말로 게이머들을 위한 맞춤 심리 치료제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