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콘솔 개발사가 주류로 자리 잡은 외국과 달리 국내는 콘솔 개발사를 찾기 어려운 편이다. 국내는 콘솔 게임보다 PC 온라인 게임 위주로 시장이 커지면서 생긴 결과다. 이후 온라인 게임에서 모바일 게임으로 흘러가는 듯했지만, 모바일 게임 시장이 포화 상태에 접어들면서 다시금 PC, 그리고 좀처럼 시도하지 않았던 콘솔 게임으로 확장이 이뤄지고 있다.

이처럼 국내에서 콘솔 게임 개발 붐이 일어나기 전, 일찍부터 콘솔 게임 시장에 뛰어든 국내 개발사가 있다. 이름부터 독특한 '이기몹'이 그 주인공이다. 특이한 몬스터라는 의미를 가진 이기몹은 콘솔 개발 전문 스튜디오로서 '건그레이브 VR'을 시작으로 현재 출시 예정인 '건그레이브 고어' 외 2종의 신작 콘솔 게임을 개발하고 있다. 한때 일본에서 인기를 끌다가 사라졌던 건그레이브 IP를 일본 개발사가 아닌 국내 개발사가 되살려 주목을 받은 이기몹은 이제 조선시대 역사를 배경으로 한 검술 액션 게임과 독창적인 게임 시스템을 앞세운 신작 게임을 통해 글로벌 콘솔 시장에서의 입지 확장에 도전한다.

최근 사옥 이전과 함께 2022년 공개 채용을 시작한 이기몹. 곧 출시를 앞둔 '건그레이브 고어'와 신작 2종에 대한 소식, 그리고 2022년을 맞이한 이기몹의 포부를 들어보고자 인터뷰를 진행해봤다.

▲ 좌측부터 김봉찬 프로듀서, 김대훈 프로듀서


Q. 만나서 반갑다. 간단하게 담당 파트와 자기소개 부탁한다.

김민수 COO(이하 김민수) : 이기몹에서 전체적인 게임 부문을 담당한다. 지금 회사에서 COO를 맡고 있다.
김대훈 프로듀서(이하 김대훈) : 현재 건그레이브 고어의 개발 PD 업무를 보고 있다.
김봉찬 프로듀서(이하 김봉찬) : 이기몹에서 준비 중인 조선 검술 액션 게임의 총괄 PD를 맡고 있다.
성민철 리드 게임 디자이너(이하 성민철) : 건그레이브 고어 기획팀 팀장으로 일하고 있다.
바비 프로젝트 매니저(이하 바비) : 현재 이기몹에서 프로젝트 매니저를 맡고 있다.
이충호 시니어 게임 디자이너(이하 이충호) : 건그레이브 고어에서 NPC AI 리드를 담당하고 있다.


Q. 최근 많은 개발사에서 콘솔 개발 소식을 전하고 있다. 이기몹은 '건그레이브 VR'을 통해 일찍부터 콘솔 시장에 뛰어들었는데 현재의 흐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김민수 : 세계적으로 콘솔 시장은 계속 매력적이었었고 그 흐름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세계적으로 코로나 때문에 많은 프로젝트가 연기됐는데 그런 부분들이 오히려 저희 같은 도전자들한테 기회가 될 수 있는 시장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고 본다.

국내 같은 경우 확실히 예전과 비교하면 콘솔 게임 개발하는 회사들이 많아지면서 예전에는 외롭게 개발하는 느낌이었다면 요즘에는 개발 및 정보 교류도 많이 해서 여러모로 상황이 좋아지는 것 같다. 다른 팀의 프로젝트를 보면서 저희도 모티베이션 받게 되는 부분도 있다.


Q. 국내에서 콘솔 개발사로 활동하면서 특별히 힘들었던 점이 있는가.

김민수 : 우리나라는 PC 온라인 시대에서 모바일 시대로 진입했기 때문에 콘솔의 시대가 아예 없었다. 그러다 보니 투자자, 개발자, 콘솔 게임 시장 등 개발에 대해서 큰 관심을 두지 않았고 자본 시장에서 콘솔 게임에 대한 이해를 키우고 자금을 조달하는 부분이 어려웠다. 또한, 콘솔 게임 개발 경험이 있는 개발자와 아티스트를 찾기가 굉장히 어려웠다.

결국 자본이나 구성원이라는 부분이 게임 회사를 운영하는 데 있어서 굉장히 핵심적인 요소들인데 그 부분 자체가 어렵다 보니까 다른 모든 것들도 같이 어려웠던 때가 있었다. 물론 지금은 두 가지 문제들이 어느 정도 해결이 된 상태여서 예전보다는 더욱 강한 열정을 갖고 열심히 개발하고 있다.

▲ 곧 출시를 맞아 한창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는 건그레이브 고어팀


Q. 이기몹에서 콘솔 게임을 개발할 때 어떤 점을 가장 중요하게 보는지 궁금하다.

김민수 : 콘솔 게임에 한정 지어서 생각할 부분은 아니고 저희가 개발하고 있는 게임에서 유저들이 느끼길 기대하는 감정에 집중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어떤 게임에 대해서 유저들은 어떤 환상과 기대를 하고 있을 텐데 개발사 입장에서 이를 어떻게 극대화할 수 있는가에 대해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또한, 개발 효율성에 대해서도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 예를 들어 사람이 많아서 좋은 점도 있지만, 사람이 많아서 생기는 문제들도 분명 존재한다. 커뮤니케이션 코스트의 상승 등이 있는데 예전에 개발자가 한 200명 정도 되는 큰 팀에서 일했을 때 이미 결정된 한 가지 사항에 대해 모든 사람을 인식하게 하는 시간과 과정이 굉장히 힘들었다.

반대로 인원이 적으면 커뮤니케이션은 빠르고 편할지 몰라도 일손이 부족하다는 문제가 있다. 이런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금까지도 많이 노력하고 있고 현재는 개발 프로세스나 개발 환경에서 다양한 테스트를 해보면서 이기몹만의 프로세스나 환경을 구축했다고 생각한다.


Q. 지난 1월 2022년 공채를 통해 3종의 게임 개발 소식을 전했는데 각 게임의 개발 현황은 어떤가.

바비 : 현재 '건그레이브 고어'와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액션 게임인 프로젝트의 'TBD', 그리고 죽음에 대해서 유니크한 방식을 적용하는 멀티 플레이 슈팅 게임 프로젝트 'EOG'를 개발 중이다. '건그레이브 고어'는 마무리 단계에 있고 나머지 두 프로젝트는 개발 초기 단계로서 열심히 개발하고 있다.


Q. '건그레이브 VR'부터 출시 예정인 '건그레이브 고어'까지 과거의 일본 IP를 국내 개발사가 다시 되살려 개발한다는 시도에 많은 고난이 따랐을 것 같다. 관련해서 기억에 남는 개발 에피소드가 있다면 들려주길 바란다.

김민수 : 어려웠던 만큼 굉장히 많은 에피소드가 기억에 남는다. 몇 가지 떠올리자면 건그레이브를 시작할 때 IP 관계가 굉장히 복잡했다. 건그레이브를 아시는 분들은 알겠지만 애니메이션과 게임의 이야기도 다르고 참여한 일러스트레이터도 많아서 약간 흩어져 있다 보니 권리관계도 복잡하고 그랬다.

언제는 캐릭터 디자이너였던 나이토 야스히로를 게임 개발에 참가시키기 위해 만나러 갔었는데 당시 VR 개발 프로토 타입을 노트북에 넣고 오큘러스와 함께 커피숍에서 만난 적이 있다. 원래 계획은 VR 게임을 직접 보여주면서 설명하는 것이었는데 하필 노트북이 1분 단위로 계속 꺼지는 오류가 발생해서 결국 말과 함께 손동작으로 설명했었다. 주위 사람들은 어떤 상황인지 모르니 막 웃고 난리가 났었는데 나이토상이 창피함을 무릅쓴 용기와 열정에 감동했는지 같이 하겠다고 말해줘서 현재까지도 계속 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또 다른 에피소드로 '건그레이브 고어' 개발 당시 플래티넘 게임즈 회사에 가서 게임을 보여주고 의견을 주고받을 일이 생겼었다. 그때는 데스크탑에 게임 빌드를 담아서 가져갔는데 하필 이번에는 파워가 안 맞아서 안 켜지더라. 결국, 거기서도 손짓과 말로 설명하긴 했는데 결과적으로 미팅이 망해서 아쉬웠다. 이외에도 코에이 테크모에 갔을 땐 카와우치 시로 사장을 만나서 많은 사람을 소개받을 수 있었고 일본 IP를 한국의 콘솔 개발사가 만든다는 것에 대해 감동했다고 말하면서 환대를 해줬던 기억이 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했던 것들이 지금 와선 큰 자산이 된 것 같다. 앞서 얘기했던 것처럼 국내에는 콘솔 게임을 만드는 곳이 많이 없다 보니 교류가 쉽지 않은데 여러 경험을 통해 개발적인 부분에서 얘기할 수 있었고 좋은 네트워크를 쌓을 수 있었다.

▲ 개발에 영감을 위해서 건그레이브 고어 팀에는 관련 IP와 함께 총 모형을 볼 수 있고

▲ 프로젝트 TBD에는 조선 역사, 칼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Q. 글로벌 유명 아티스트의 개발 합류와 캐릭터 원작자인 나이토 야스히로 참전 등 국내보단 해외 협업 사례가 많았던 것 같다. 해외 개발자와의 협업에서 특별히 힘든 점은 없었는지.

김민수 : 미디어에서는 나카무라 이쿠미와의 협업만 소개됐었는데 예전부터 외국의 다양한 개발자와 협업을 했었다. 현재는 코로나의 영향으로 다른 나라에서도 재택 근무를 많이 하다 보니 리모트 워크에 이미 적응이 된 상태였다. 그래서 그런지 같이 일하면서 크게 어려웠던 점은 없었다.


Q. 건그레이브하면 무한 탄창과 스타일리쉬한 건액션이 떠오른다. 게임의 강점을 살리기 위해 어떤 고민을 했고 이를 게임 속에 어떤 방식으로 표현했는지 궁금하다.

김대훈 : IP가 가진 정체성이 있으므로 사실 그것을 많이 벗어난다는 것은 계승과 반대되는 의미로 볼 수 있다. 따라서 건그레이브는 기본적으로 슈팅 액션 게임이기 때문에 슈팅 액션에 대한 시스템을 구현하는 데 많은 고민을 했다. 기본적으로 갖고 있는 무한탄창과 오토 타겟팅, 주변의 사물이 파괴되는 형태를 최대한 많이 보여주려고 노력했다.

한편으론 전작에서 근접 액션이 조금 부족해서 아쉬움으로 남았는데 이를 보강하고자 근접 액션 콘텐츠를 추가해뒀다. 그리고 이번 신작 타이틀의 부제가 고어인 만큼 잔혹한 표현을 게임 내에서 보여주기 위한 고민을 했다.



Q. 화려한 슈팅 액션으로 눈길을 사로잡았는데 '건그레이브 고어'의 최적화는 문제없는가.

김대훈 : 개발하면서 화려함을 강조하다 보니 하드웨어의 퍼포먼스를 상해하는 효과를 많이 넣은 상태다. 현재는 이런 부분을 조금씩 줄여가면서 최적화를 계속 진행 중인 상황이다.


Q. 기본적으로 슈팅 게임은 진입 장벽이 있는 편인데 이에 대해 특별히 신경 쓴 부분이 있는지 궁금하다.

김대훈 : 원래 전작의 기조가 나이가 있는 분이나 술을 먹은 상태에서도 간단하게 즐길 수 있는 게임이라고 들었다. 이번 신작은 게임에서 조준하는데 피로도가 낮은 오토 타겟팅이 시스템으로 들어가 있다. 다만, 게임 내에서 플레이어를 압박하는 다양한 요소가 존재한다. 플레이어는 그레이브가 가진 스킬을 적재적소에 사용하면서 이를 극복해야 하고 원활한 기술 사용을 위해 조작 난이도를 낮추려고 키맵핑 등에서 많이 노력했다.


Q. 새로운 내용을 추가하고 싶어도 원작 이야기가 발목을 잡는 일도 있을 것 같다. 원작 세계관과 스토리를 계승해야 한다는 부담은 없었는지.

이충호 : 원작이 워낙 매력적인 세계관과 스토리를 갖고 있어서 사실 부담을 느끼기보단 정통 후속작을 개발한다는 즐거움이 컸다. 스토리 구성도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원작자와 주변의 도움을 받아서 스토리를 완성했고 기타 작업들 역시 큰 어려움 없이 진행할 수 있었다.


Q. '건그레이브 고어'는 출시 예정일보다 3년 정도 늦어졌는데 출시 연기에 구체적인 이유가 있는가.

바비 : 우선 자금적으로 어려운 시기도 있었고 그 탓에 적은 숫자의 개발자들로 작업을 진행해야 하는 일도 있었다. 거기다가 새로운 게임을 만들기 위해 전작의 장점은 살리고 단점은 보완하는 작업도 해야 했고 말로는 쉽게 할 수 있지만, 막상 진행하다 보면 다양한 이슈가 생기면서 전체적으로 지연되고 말았다.

▲ 전문 QA 인력을 배치해 게임의 오류 및 최적화를 잡는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한다


Q. 지난 3년 동안 '건그레이브 고어' 개발과 게임 플레이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궁금하다.

성민철 : 3년 동안 개발하면서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비주얼이나 캐릭터 게임 플레이의 변화다. 작년 TGS에서 '건그레이브 고어'의 영상을 공개한 적이 있는데 지금과 비교하면 비주얼에서 변화가 생겼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다. 또 다른 변화로 차세대 콘솔 버전을 제공한다는 데 있다. 유저들에게 멋지고 퀄리티 있는 게임을 보여주기 위해 많은 공을 들였고 게임 플레이에서 과격하고 파괴적이면서 잔인한 모습을 느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Q. 이전 작품에는 없던 '건그레이브 고어'만의 시스템 혹은 특별한 콘텐츠는 무엇인가.

김대훈 : 전작은 조금 단순하다는 평이 제법 있었다. 아무래도 슈팅 위주의 전투다 보니까 다른 것들이 드러나지 못했던 것 같다. '건그레이브 고어'는 전작과 달리 성장 시스템과 근접 공격 시스템이 추가됐다. 근접 공격은 성장 시스템을 통해 교체할 수 있도록 구현했다.

또한, 건그레이브에서 가장 강력한 스킬로 손꼽히는 데몰리션 샷도 성장하면서 더욱 풍부한 바리에이션을 주게 하였고 이전에는 없던 특별한 시그니처 스킬을 만들어서 유저가 특정 상황에 적 다수를 폭발적으로 공격할 수 있도록 했다.


Q. 오랫동안 개발한 게임이 곧 출시를 앞두고 있는데 현재의 소감은 어떤가.

김대훈 : 개인적으로 재미를 주기 위한 게임 개발 과정에 참여하고 있어서 일하는 데 만족감과 행복감을 느끼고 있다. 이 느낌이 잘 발현돼서 출시 후에 저희 게임을 접하게 될 플레이어가 만족감을 느낄 수 있도록 개발팀 모두 노력하고 있으니 조금만 더 기다려주길 바란다. 좋은 작품을 보여주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겠다.


Q. 신규 개발 소식을 알린 '프로젝트 TBD'는 구체적으로 어떤 게임인가.

김민수 : '프로젝트 TBD'는 저희가 오래전부터 생각하고 있던 게임이다. 경신 대기근이라고 한국 역사에서 굉장히 힘든 시기가 있었다. 그때 소빙하기로 인해 17세기에 범세계적으로 기상이변이 나타났고 조선 실록을 살펴보면 사람이 사람을 잡아먹었다고 한다. 가까운 중국과 일본 역시 비슷한 문헌이 보일 정도여서 이 시대를 배경으로 게임을 만들면 괜찮을 것 같다고 생각했고 김봉찬 PD와 함께 개발 중이다.

▲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개발을 시작한 프로젝트 TBD


Q. 조선의 검술을 살린 액션 게임으로 개발한 이유와 조선 검술만의 차별화 포인트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김봉찬 : 한국 역사를 보면 이름 난 무장들이 굉장히 많다. 척준경부터 김유신, 계백 장군 등 다양한데 정작 한국의 무술이 제대로 계승되어서 문헌이나 그런 걸로 남아있는 경우가 거의 없다. 이에 대해 몇 가지 이유가 있는데 일본, 중국은 지역에 기반을 둔 문파들이 남아서 자신들의 문화를 꾸준히 계승해오고 개발시켜왔다. 반면, 한국은 조선시대 때 중앙 집권화되면서 왕권을 강화하기 위한 일을 많이 했다. 그래서 오히려 지방 세력이 형성되거나 문파로서 발전되기에 어려웠다고 생각한다.

대신, 조선은 정조 시대 때 군사 무예를 정리하면서 무예도보통지를 만들었다. 이를 살펴보면 기록이 굉장히 자세하게 정리되어 있어서 이를 바탕으로 조선의 검술을 체계적으로 게임 내에 구현해보고자 했다. 조선 검술은 현실적인 전투 무술이다 보니 이를 게임 속에 녹여내면 현실적인 게임 검술 액션을 보여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Q. 현실적인 검술이라면 어떤 방식으로 게임 플레이가 진행되는 것인가.

김봉찬 : 무예도보통지를 바탕으로 한 현실적인 검술 액션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일반적인 액션 게임에서 배경은 스테이지 내의 환경적 요인으로 실제 전투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프로젝트 TBD'는 환경도 전략적 전투의 일부로 쓸 수 있다. 단순히 적이 나오고 이를 잡는다는 것이 아니라 적들의 형태와 패턴에 따라 플레이어가 전략적인 고민을 할 수 있도록 만들 계획이다.

▲ 현실적인 게임 플레이를 위해 모션 캡처 등이 사용된다고 한다


Q. 조선 시대와 역병, 그리고 좀비라는 키워드는 최근 인기리에 방영됐던 드라마 '킹덤'을 떠올리게 한다.

김봉찬 : 한국 IP가 세계적으로 흥행하고 있다. '프로젝트 TBD'가 킹덤과 연관은 없지만 소재와 콘셉트에서 비슷한 부분은 존재한다. 가령, 좀비라는 요소는 K-콘텐츠에서 메인 트렌드로 떠올랐다. 이런 것을 게임 플레이에서 트렌드적인 요소로 섞어서 만든다면 흥행에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다만, 이는 '킹덤' 뿐만 아니라 소재의 측면에서 접근했고 재미있는 요소를 다 합쳐서 만들면 어떻겠느냐는 생각으로 진행하게 됐다.


Q. 아무래도 국내 역사를 바탕으로 만드는 게임인 만큼 어느 정도 고증을 따를 필요가 있어 보인다. 역사 고증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고 또 어떤 식으로 살릴 예정인지 궁금하다.

김봉찬 : 조선은 기록의 문화를 가지고 있다 보니 많은 기록이 남아 있다. 현재 조선왕조실록을 보면서 공부 중이다. 그리고 역사적 고증을 더욱 살리고자 게임 개발에 필요한 자문을 주는 박사분들도 계신다. 무예도보통지를 연구하신 무예학 박사와 의상 관련해서 한복을 연구한 박사 등 자문받은 정보를 바탕으로 게임을 만들어가고 있다. 또한, 한국의 아름다운 문화유산들을 보여주기 위해서 취재를 계속 진행하고 있기도 하다. 취재를 통해서 좀 더 사실적이고 역사적인 부분들을 게임 내에 잘 녹여낼 수 있도록 만들 예정이다.

한편, 개발팀에선 매주 가서 검술을 수련하고 움직임을 배우기도 한다. 말로 듣는 것보다 직접 몸을 움직여봐야 알 수 있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모션 캡처를 써서 애니메이션을 만들 수도 있지만 그게 어떤 형태로 반영되는지를 개발자들도 이해하고 있어야 좀 더 좋은 게임 플레이를 만들어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을 해서 그렇다.

▲ 게임 개발을 위해 검술도 배운다고 한다


Q. 주인공이 한국 고유의 검술이 아닌 일본 검술을 익히기 위해 왜관에 잠입했다는 설정은 어떻게 만들어진 것인가.

김봉찬 : '프로젝트 TBD'의 주인공은 실존 인물로서 무예도보통지에 기록된 분이다. 숙종 시대에 조선은 활이 강하고 중국은 창이 강하고 임진왜란 이후의 검술은 일본이 강하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는 상태에서 국방력을 강화하자는 취지로 실제 무사를 왜관에 잠입시켜 일본의 검을 배웠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이러한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설정 콘셉트를 잡게 됐다.


Q. '프로젝트 TBD'를 최신 UE5 엔진으로 개발하면서 특별히 좋은 점이나 어려운 점은 없었는지 궁금하다.

김봉찬 : UE5 엔진에서 가장 크게 발전한 부분으로 나나이트하고 루맨을 꼽을 수 있다. 기존 제작 파이프라인에서는 화면의 퀄리티를 만들어내기 위해서 거쳐야 할 복잡함이 많았는데 최신 엔진을 통해 이런 부분을 덜어낼 수 있었다. 하이폴리곤을 그대로 사용해도 퍼포먼스상의 저하가 없는 부분과 한두 개의 광원만 가지고 현실적인 모습과 색감을 만들어낼 수 있는 등 좀 더 사실적이고 몰입할 수 있을 만한 게임 플레이 화면을 보여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다만, 아직 베타 버전이라 기존에는 됐는데 막혀 있는 부분이 있다. 이런 부분은 앞으로 엔진 업데이트를 해주면서 잘 풀어줄 것이라고 기대한다.

이외에도 에픽에서 개발한 메타휴먼 크리에이터를 활용해서 캐릭터를 만든다거나 모션 캡처를 적극 활용해 액션을 구현하는 등 다방면으로 파이프라인의 효율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기존에 진행하던 전통적인 방식에서 벗어나 개발하다 보니 이런저런 시도를 해가면서 재미있게 게임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Q. 미공개 '프로젝트 EOG'에 대해 장르나 특징 등 간단한 소개 부탁한다.

김민수 : 현재 이기몹에서 진행하는 프로젝트는 각각 무한탄창 베이스의 슈팅 게임, 조선시대 배경의 검술 액션 등 모두 유니크한 요소를 갖고 있다. 이처럼 게임을 개발할 때 중요하게 보는 것 중의 하나가 유니크함인데 '프로젝트 EOG' 같은 경우 기획 자체는 11년 전부터 시작해서 매년 게임에 살을 붙여 왔다. 처음 기획안을 봤을 때 이런 게임은 한 번도 본 적이 없다는 느낌을 받았었다. 아무래도 요즘에는 시장을 지배하는 게임 스타일이 정해져 있는 느낌인데 이를 어설프게 따라 하는 것보단 완전히 본 적 없는 것을 만들어보자고 생각해서 개발을 시작하게 됐다.

'프로젝트 EOG' 게임의 기본적인 틀은 슈팅으로 진행되지만 죽음에 대해 기존과는 다른 방식으로 해석해서 일반적인 슈팅 게임과 다른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방향으로 개발 중이다. 현재 프로토타입으로 진행 중이고 이 프로젝트 역시 UE5 엔진으로 만들고 있다.

▲ (가운데) 로버트 호바트 프로듀서가 11년 전부터 준비했다고 하는 프로젝트 EOG


Q. 국내에는 콘솔 개발사가 적다 보니 취업이나 채용에서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 같다. 이기몹에서는 어떤 방식으로 신규 인원을 채용하고 있나.

김민수 : 채용 사이트도 적극적으로 이용하고 있고 자사 홈페이지에 있는 리쿠르트 창구를 통해서도 진행하고 있다. 해외 개발자들은 소개를 받거나 혹은 SNS를 통해 연락해서 채용하고 있다. 여러 방면에서 인재를 모셔오기 위해 저희가 할 수 있는 것은 다 하고 있다고 보면 될 것 같다.


Q. 그렇다면 콘솔 개발자가 되는 데 필요한 역량이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김대훈 : '건그레이브 고어'가 콘솔 게임 개발의 첫 도전이었고 정말 많은 시행착오를 진행하면서 남들과 다른 새로운 걸 보여주려고 굉장히 많이 고민했다. 그렇다 보니까 스스로 많은 레퍼런스와 영감 그리고 아이디어 같은 것들이 많이 필요했다. 구현 과정에서 기존에 잘하는 분들이 많으므로 도움을 받으면서 같이 작업해야 하지만 사실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런 면에서 콘솔 게임 개발에 관심이 많다면 새로운 것에 대한 욕심이나 갈망, 갈증 이런 것을 기반으로 고민을 많이 해봤으면 좋겠고 다른 사람을 설득할 수 있도록 추상적인 생각을 다듬을 수 있는 스킬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포기하지 않는 인내심이 중요하다고 본다.

김봉찬 : 콘솔 개발자로 포커싱해서 필요한 역량이 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게임 개발자로서의 역량이 있으면 된다고 생각하는데 일반적인 멀티 플레이 게임과 다른 부분은 분명 존재한다. 멀티 플레이 게임은 밸런스나 서버 기술적인 요소를 신경 써야 하지만 콘솔 게임은 게임 플레이에 좀 더 집중해야 한다. 그래서 코어 게임 플레이와 콘텐츠의 연계를 생각해야 하고 특히, 코어 게임 플레이에 대한 부분을 집요하게 팔 줄 알아야 할 것 같다. 또한, 기존의 개발 파이프라인 작업 방식에서 벗어나 최신 기술 개발 트렌드에 적응할 수 있는 유연함과 오픈 마인드, 고정 관념에 얽매이지 말아야 콘솔 게임 개발을 더 잘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Q. 국산 콘솔 개발사로서 앞으로의 다짐 한 마디 부탁한다.

김민수 : 어릴 적부터 듣고 자란 유명한 게임 메이커 이름이 있는데 멀리서 동경만 해야 하는 이름이 아니라 같은 반열에 설 수 있는 회사가 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물론, 지금 당장은 어렵겠지만, 그들 역시 창업 초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었을 테고 오랜 시간 동안 도전하면서 지금과 같은 유명 회사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이기몹 역시 오랜 시간 동안 콘솔 게임을 개발하면서 어느 순간에는 한국의 콘솔 액션 게임을 만드는 회사하면 저희의 이름이 떠오를 수 있도록 열심히 나아가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