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좀 적응된 것 같은데?"


12월 말부터 호기심에 시작한 던전앤파이터. 어느덧 두 달이 넘어가는 시간 동안 하루도 거르지 않고 꾸준히 하는 부지런한 게이머로 자리 잡고 있었다. 매일 내가 어떤 플레이를 하고, 캐릭터에 어떤 세팅을 해야 하며 어떤 능력치가 어떻게 적용해야 하는지 등에 대해서 세세한 상담까지는 못해도 스스로는 해결할 수 있는 지식을 갖춘 느낌이다.

그동안 해 온 게임들의 생태계와 던전앤파이터의 생태계는 많이 달랐다. 사실 그 생태계에 적응하는 시간이 두 달 가까이 걸린 게 더 큰 것 같다. 나는 당연하지 않게 생각했던 일들이 당연하고, 당연하다고 생각한 일들을 신기하게 봐야 하는 일은 생각보다 하나의 인간에게 큰 고난이더라.

그래서 이제 내가 느낀 던파의 생태계나 경험들을 좀 공유해 보려고 각을 잡고 기획 2편을 준비했었는데... 문제가 생겼다. 실제로 준비하고 있던 원고가 무색해질 당황스러운 사건. 어느 정도 예상은 했었지만 너무 큰 사안이고 결국 지나간 일을 이야기하는 건 큰 의미가 없었기에 다 갈아엎었다. 그렇다, 지난 기사도 마찬가지였지만 이 기사도 이미 몇 차례 갈아엎는 대공사를 통해 방향을 전면 수정해야만 했다. 그런 눈물 없이도 들을 수 있는 사연이 있는 글이다.

그것은 바로 "퍼스트" 서버였다.

▲ 이미 '오늘의 던파'에도 수차례 퍼스트 서버 내용이 나올 정도로 게임 내 이슈다.




'퍼스트 서버'가 열렸다?

원래 대규모 업데이트에 앞서서 게임사에서 미리 테스트를 진행하는 건 별로 낯선 일이 아니다. 이에 따른 반향으로 미리 정보가 풀리는 등의 부작용은 있지만, 반대로 개발과 테스트 과정에서 미처 확인하지 못한 사안들에 대해서 게임사가 새롭게 발견할 수 있는 가능성도 적지 않다.

던전앤파이터의 퍼스트 서버 역시 이와 마찬가지다. 그런데 유저들은 이 퍼스트 서버에 대해서 긍정적인 부분이 절반 정도, 그리고 부정적인 여론도 이에 못지않은 절반 정도의 지분이 있었다. 먼저 나와서 콘텐츠를 소모해버린 사람들이 향후 본 서버에서 파티를 모을 때 생기는 문제라던가? 뭐 사실 그런 건 다른 글로벌/한국 서버로 나뉜 게임에서 경험해 봐서 그러려니 했다. 당연히 따라오는 현상이고 싫은 소리도 나올 수 있지.

그럼에도 이번 던전앤파이터의 변화는 단기간에 받아들일 정도로 크지 않았다. 퍼스트 서버를 싫어하는 주변 지인들의 말로는 "어차피 유튜버들이 다 정리해 주고, 그거만 잘 받아먹어도 된다"라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물론 선구자적으로 연구해서 좋은 결과를 공유해 주는 지식인들의 노력도 인정받아야 한다.

그렇지만 나는 그런 성격이 아니다. 손해 보더라도 직접 경험하는 걸 우선시하고, 똥 같은 세팅이라도 직접 맛봐야 왜 똥이구나 하고 아는 그런 답답한 고집이 있다. 그 와중에 금빛같이 좋은 것들을 발견하기도 하고. 그러니까 결국 뭐다? 던파를 시작한 지 두 달이 채 안 된 뉴비지만 용감하게 '퍼스트 서버'로 새 업데이트를 미리 경험해 보기로 했다.

▲ 이렇게 옮기면되는데...

▲ 막눌렀더니 참사가 나서 정리를 좀 해야되더라ㅋㅋ;;

그렇게 접속한 퍼스트 서버는 의외로 예전에 풍문으로 들었던 환경과는 좀 달랐다. 어? 예전에는 이거 1부터 만렙까지 다 올려야 했다고 들었는데...? 그래서 시간 엄청 든다고 사람들이 뭐라고 하고 막, 그랬는데 이제는 본 서버 캐릭터를 복사해서 플레이할 수 있구나!

그렇게 접속해 보니 바로 새로운 스토리와 레벨업을 경험할 수 있었다. 사실상 첫날은 이렇게 새로운 스토리를 보고 최대 레벨을 올리는데 집중할 수밖에 없긴 하다. 그런데 새로운 던전과 스토리가 좀 심상치 않다. 아마 이 부분은 모든 유저들이 비슷한 목소리를 내지 않을까 싶을 정도?

▲ 많은 컷신과 연출, 그리고 스토리의 전개 자체는 평가가 좋을 것으로 보인다.

이전 기사에서 다루지 못했지만, 던전앤파이터의 스토리 자체는 매우 흥미롭게 지켜볼 부분이 적지 않다. 던전앤파이터는 십 년 동안 두 번이나 아라드가 대격변을 겪으며 스토리의 흐름도 크게 바뀌었다. 여기서 '멀티 버스'의 개념이 도입된다. 그리고 이를 통해 새로운 차원을 넘나들면서 풀어나가는 이야기의 중심은 연단된 칼날인 모험가(플레이어)와, 사도가 자리 잡는다.

이러한 이야기의 큰 흐름을 레벨업 과정에서 겪게 되는데, 초반~중반까지라고 할 수 있는 안톤 레이드 시절 구간까지는 큰 문제가 없다. 본격적으로는 사도 루크의 이야기부터 어긋나기 시작한다. 갑자기 어제 한창 힐더의 계획이 어쩌고 하던 루크 할아범의 이야기는 제대로 마무리가 안되고 끝나버리면서, 갑자기 정의의 반반치킨의 사건이 등장한다. 그렇게 사도 이시스-프레이의 이야기도 잘못하면 중간부터 스킵이 되어버려서 혼선이 있었다.

몇 차례 보강을 해서 많이 매끄러워지긴 했지만, 여전히 100레벨 기준으로 너무 많은 이야기들이 풀려버리면서 플레이어가 흐름을 놓치게 된다. 이야기의 집중과 집약이 다소 아쉬운 부분이 있다고 할까? 이는 아마 과거 최고 레벨로 분류된 부분의 이야기들이, 최대 레벨의 확장과 함께 정리되지 않은 부분이 있는 탓이다. 그리고 90레벨 이후부터는 스토리를 전부 진행해도 이야기가 끊기는 문제도 있었다.

▲ 지금도 시로코 돌다 보면 어질어질하다. 이제 바뀌나...?

▲ 뭐 그나마 아쉬운 건 이 두 집단의 대립 비중이 초반만 있었다는 점...? 그래도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렇지만 퍼스트 서버에서는 이러한 구간별 스토리를 어느 정도 정리했다. 특히나 100레벨부터 110레벨까지는 딱히 다른 추가적인 경험치 획득 없이도, 시나리오만으로도 매끄럽게 110레벨에 도달한다. 오히려 조금 일찍 도달해서 이야기가 남는 현상도 있지만, 차라리 넘치는 게 없는 것보단 낫다.

다소 어색하게 마무리됐던 프레이-이시스 레이드 스토리 구간도 정규 과정으로 편입되면서 레벨업 구간에 빈 부분이 채워졌고, 시나리오상 정말 중요한 자리를 차지했던 '천계전기'가 다시 한번 다듬어졌다. 그저 "황제 폐하의 선물이다"로 어이없게 마무리된 이야기들이 좀 더 매끄럽고 납득할 수 있는 형태로 바뀌면서 큰 스토리의 흐름은 더 매끄러워졌다. 이를 통해 다소 쉽게 넘어갈 수 있던, 훌륭한 BGM들을 초보 유저들도 적재적소에서 경험할 수 있는 건 참 좋은 것 같다. 던전앤파이터가 음악 하나는 기가막히게 잘 만들어서, 꼭 들어보라고 권해주고 싶을 정도니까.

특히나 100레벨부터 110레벨 구간의 스토리 소재와 연출은 던전앤파이터를 좋아하는 유저들이라면 매우 만족스럽게 지켜볼만한 여정들로 다뤄졌다. 이는 공개된 시점부터 충분히 호평을 받을 수 있는 부분이라고 본다. 맵 구성 또한 기존과는 다른 컨셉이 되었고, 흐름 자체는 큰 생략 없이 필요한 정보를 필요한 상황에서 명확하게 전달하는 깔끔함도 있었다.

▲ 무~화과 메~두~사~ 해피↗ 해피↗ 에헤~ 해피~ 딸기~
솔직히 각 시나리오, 던전, 보스 BGM은 정말 잘 만들었다.



장비와 액션의 변화, 이거 너무 복잡한거 아니야?

▲ 이런 이벤트도 하는걸 보니 확실히 테스트 정보가 필요하긴 했던 것 같다.

110레벨로 확장되면서 아이템 파밍 구조에도 큰 변화가 생겼다. 일반적으로 시나리오를 탐험하면서 난이도에 따라 플레이어에게 적절한 장비가 떨어진다. 필자가 천천히 레벨업을 했음에도 110레벨에 도달할 때쯤 운 좋게 먹은 자무기를 포함해 총 에픽은 11종 정도를 획득할 수 있었다. 난이도 '킹' 기준이다.

새로운 에픽 장비들은 기존 에픽 장비들과 달리 약간은, 기존의 '신화'와 같은 개념으로 자리 잡혀있다. 대신 각각의 옵션이 성장할 수 있고 최종적으로는 '커스텀 에픽'으로 자신이 옵션을 골라서 할 수 있는 느낌이랄까. 분명 자신만의 세팅을 만들고 이를 시험해 보면서 체크하는 재미는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수반되는 문제점도 존재한다. 특정 아이템들의 경우 어떠한 '컨셉'들이 자리 잡고 있다. 예를 들어 피격 시 HP 대신 MP가 소모된다거나, 특수한 상태 이상을 몬스터에게 걸고 이 상태에서는 대미지가 증폭된다거나 하는 느낌? 그런데 이 컨셉이 문제다. 110레벨제 장비들은 100레벨 에픽 장비들과 달리 '세트' 효과가 없다.

▲ 생각보다 에픽이 잘 나오긴 하는데...

"야, 근데 이거 세트 효과는 없는데... 사실상 A 장비의 위험성을 B가 감소시키고 C가 효과를 증폭하면 이게...."
"그렇지. 말이 세트 효과는 없는데 세트로 맞춰야 하는 강제성이 생기겠지? 특정 효과를 극대화하는 컨셉 자체를 갖고 있는데, 다른 어정쩡한 걸 섞으면 효율이 떨어지니까. 세트 효과 없는 건 맞긴해."

사실상 세트템이 강요되는 느낌이 적지 않다. 이런 효과에서 자유로운 장비들도 있겠지만 실제로는 이 효과들을 어느 정도 타협 봐야 한다. 던파 매거진에서도 나온 것처럼, 당연히 장비끼리의 시너지가 있는데 이게 지나칠 정도로 과한 느낌. 자유로운 세팅보다는 이미 어떤 아이템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어느 정도 먹어야 하는, 결국 세트 없는 세트템이 됐다. 답정너 같은 느낌?

필자의 여넨마스터로 생각을 해보니, 기본 감전 효과가 있는 스킬들을 활용하여 명속성과 감전을 사용한 세팅의 각을 보자니 몇 가지 해답이 이미 나와있을 정도? 머리 어깨 장비로 감전 유도와 감전 지속을 늘리고, 본인 대미지를 감전 대미지로 전환하는 팔찌를 차고 이를 증폭할 수단이 되는 목걸이를 착용하면서 감전과 명속성 공격에 대해서 집중하는 식이다. 뭐 이런 식으로 플레이어가 직접 장비 옵션을 보고, 이를 파밍 하면서 세팅을 맞춰나가게 되어있다.

▲뭐 이런 장비들로 '감전'을 극대화 한다거나...? 근데 평타 오지게 쳐야되서 귀찮았다.

실제로 이 아이템 옵션들을 둘러보면서, 이걸 셋 다 착용하면 얼마나 괜찮고 또 보조해 줄 장비를 뭘 쓸까 하는 고민을 계속하다 보니 어느새 새벽이더라. 사실 세팅하고 실험하는 걸 좋아하는 개인 성향도 있었겠지만 가능성이 보이는 세팅에 대해서는 탐구하기 좋은 환경이다. 그만큼 새로운 에픽 장비들은 분명히 기존과는 다른 메타를 불러올 것은 보였다. 누가 봐도 이건 '교복'으로 삼아야 할 정도로 좋은 옵션들도 있기도 했다.

재미는 분명히 있는데 이 장비들도 결국 '성장'이 기반이 되어야 한다. 성장을 하지 못할 경우 확보되는 명성치가 낮아 상위 던전으로 이동할 수 없고, 결국 수차례 반복적인 파밍이 이뤄져야 하는 구조는 크게 바뀌지 않았다. 그나마 일일, 주간 미션 등으로 조금 완화한 부분이 있다는 정도...? 뭐, 이건 사실 던전앤파이터라는 게임의 특성 그 자체다 보니 지나칠 정도로 피곤하지 않으면 좋은 평가를 얻을 수 있겠다 싶다. 같은 몬스터만 수십, 수백 번 썰어도 매번 다른 드라마가 나오는 몬스터헌터처럼 던전이 충분한 재미와 틈틈히 득템/파밍의 재미까지 제공한다면 가능성이 있는 이야기다.

사실 이런 것보다 제일 큰 걱정은 옵션이 지나칠 정도로 복잡하게 서술되어 있는 부분이 있다는 점과 마치 컨셉을 충실히 지키려다가 컨셉에 매몰된 아이템들이 있다는 점이다. 그만큼 툴팁이 매우 복잡해져서 한 눈에 옵션의 효과가 바로 와닿지 않는다. 사실상 에픽 아이템 하나하나가 복잡한 옵션을 가진 신화 아이템급이 되다 보니... 복잡도가 지나칠 정도로 올라간 듯한 느낌이다. 이를 어떻게 유저들이 받아들일지 모르겠다. 설상가상으로 특수한 효과를 주는 '결전 무기'도 스스로 옵션을 맞추는 커스텀 무기 보다는 '정해진 탈리스만 무기'와 같은 컨셉이 더 와닿고, 밸런스에 큰 논쟁이 있어 개발진의 고민은 더 깊게 이어질 것 같다.


액션성 개편도 실제 플레이에서 바로 느껴지는 부분이 있어서 기존 던파와는 감각이 달랐다. 던전앤파이터 특성상 한 번 맞기 시작하면 누울 때까지 그냥 손놓고 맞아야 하는 어이없는 상황이 간혹 있었는데, '백스탭'의 개편으로 일종의 낙법이자 탈출이 가능해진 점은 정말 좋았다.

그러나 무력화와 상태 이상 개편, 그리고 무적의 삭제에 대해서는 말이 많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몬스터들의 전반적인 피격 상태가 변화하고 캐릭터들의 생존성을 좀 더 중시하게 되는 느낌이 있었는데, 이는 패턴을 하나하나 피해 가면서 짤짤이로 딜을 하라는 의미가 강하게 와닿는다.

▲ 이거 자체는 진짜 좋았다. 낙법 생긴 기분.

넨마스터처럼 그나마 공격이 간결한 캐릭터라면 괜찮겠는데, 보스가 빨빨빨빨 돌아다니는 경우 사거리나 채널링 유무 등에 의해서 체감 경험이 크게 달라진다. 이는 다른 '액션'을 추구하는 게임에서도 많이 등장하던 문제이기도 하고 이미 던파도 겪고 있는 문제이긴 하다. 이를 위해 홀딩과 상태이상, 무력화 등을 추가한 것 같은데…이게 되나?

그동안 던전앤파이터는 상당히 높은 수준의 장비로 시원시원하게 적을 격파하는 성향이 있었다. 약간 부풀려 말하면 몬스터의 '패턴'을 보면 딜러들한테 뭐라고 하면 된다고 하는 우스갯소리도 들은 기억이 있다. 하지만 테스트 서버에서 보여준 액션의 방향성은 이와는 크게 달라서 반발도 적지 않을 것 같다.

던파가 긴 시간 동안 달려오며 자신도 모르게 잃어왔던, 혹은 잊고 있던 액션성은 없는지 많은 고민이 있었는데요. 결국 던파의 액션은 정답이 정해져 있는 전투를 벗어나 플레이어 스스로가 전투 양상을 선택할 수 있는 점, 그리고 이를 주도적으로 이끌어 나가는 것에 핵심이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 '액션성 강화 내용을 소개합니다' 中

개발팀의 해답은 결국 주도적으로 플레이어들이 전투 상황에 따라서 액션을 선택하는 방향으로 가는 걸 명시해뒀다. 이는 결국 보고, 피하고, 잘 때리고, 가끔은 무적으로 패턴도 무시하면서 딜링 능력을 극대화하는 액션 방향에 가깝다. 이를 보강하기 위해 몬스터들의 방어 관통 공격 등을 삭제하고, 방어력이 유의미하게 사용될 수 있는 개편안도 내놓았다. 그렇지만 이게 의미 있게 다가오려면 이러한 플레이가 오랜 시간 정형화되어 있어야 한다. 그럼에도 생각보다 피곤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단점도 남기도 하고.

그러나 안타깝게도 던파가 그동안 흘러온 방향은 시원시원한 대미지를 보여주고 격파하는, 흔히 '찍어 누른다'라고 표현하는 과감하고 폭발적인 딜링과 액션에 있었다는 점을 부정할 수 없다. 결국 이 변화는, 많은 유저들이 경험하면서 평가를 내려야 한다. 새로운 액션의 공식에서 '불합리함'과 '답답함'이 느껴진다면 당연히 혹평 받을 수밖에. 그렇기에 스킬의 개편이나 몬스터의 패턴, 장비의 세팅이나 스킬 세팅이 매우 중요해지고 캐릭터의 밸런스도 몬스터와 던전에 따라 크게 들쭉날쭉할 수 있는 단기간에 평가할 사항이 아니다.

▲ 이렇게 와장창 다 터트리는 게임 환경이 있었는데 과연...?



이게 '테스트 서버'가 맞아...?

▲ '테스트'라는 목적이 명확히 명시 되어있긴한데, 이게 맞나...?

"야, 근데 던파 퍼섭 원래 이러냐?"

이건 진짜 많이 불편했다. 주변 던파 지인들의 경험에 의하면 퍼스트 서버는 현재 많은 개선을 이뤄서 예전보다는 훨씬 나은 거라고 한다. 그런데도 정말 부족하다. 이게 정말로 서비스 10년 차를 넘어가는 게임의 유저 테스트라고는 믿기 어려운, 테스트에 의도가 정말로 있긴 한 건가 싶을 정도로 허술한 구석이 많다.

"야, 이거 장비를 제대로 써보려면 재질 변환을 해야 하는데 재질 변환 재료도 안 주고, 기존 장비에서 계승하려고 해도 새김의 돌을 안 주잖아. 새김의 돌도 하루 지나고서 사람들 만렙 찍을 때쯤에 부랴부랴 넣었잖아"
"넌 퍼섭이 얼마나 많은 발전을 이룩했는지 모르네. 야, 처음에는 1부터 맨땅에 헤딩했어야 했어."

세상에나, 이전에도 들었지만 좀 당황스럽긴 하다. 업데이트 규모와 일정을 고려해도 생각보다 너무 퍼스트 서버가 늦게 열린 감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전 확장 때도 그랬다고 한다. 이게 맞는 것인가? 정말로 '테스트'를 위한 퍼스트 서버인지 의문이 든다.

▲ 퍼섭 오픈 3월 2일, 새김의 돌 추가는 3월 3일. 미리 준비를 하지 못했다는 뜻인데...?

"실제로 던파 오래 한 사람들은 퍼스트 서버를 테스트 서버로 취급하는 사람 별로 없다. 오즈마 때도 카운터 패턴 사람들이 테스트에서 진짜 엄청 혹평했는데 결국 본 서버에 그대로 나왔어. 나중에 바꾸긴 했는데 이미 테스트에서 피드백이 엄청 강하게 들어갔는데도 안 바꿨단 말이지. 근데 무엇보다도 콘텐츠 출시 1~2주 전에 맛보식으로만 내고 바로 라이브에 들어오는 게 문제지. 기껏해야 수치 조정이지 구조적 결함을 패치한 적은 없는 것 같다."

"1~2주 전에 열어놓는 거면 아무래도 일정상 구조 자체를 바꾸는 건 힘들 수 있어서 이해는 하지. 근데 내가 말하고자 하는 건 그게 아니야. 이거 에픽얻는 건 그렇다 치는데 제대로 써먹지도 못하는 건 문제 있는 거 아냐? 에픽 엄청 많이 추가되는데, 결국 그 본격적인 성능 테스트를 본섭에서 한다는 거잖아."

"레소도 필요하지 않냐? 그럼 클론 캐릭 만들어서 기갱뺑이 하시던가 ㅋㅋ 근데 재질 변환은 좀 그렇네ㅋㅋ"

▲ 에픽 선택 상자길래 아이올라이트 구해서 싱글/스쿼드 돌았더니 카운트도 안된다...버근가?
혹시나 해서 일부러 골드로 안하고 아이올라이트로 구했는데...?

그렇다. 막상 테스트라고 해놓고 몸뚱아리만 던져주고 나머지는 플레이어 스스로 다 알아서 해야 한다. 수백 가지의 에픽 아이템이 추가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플레이어는 재질 변환을 위해서 광부가 되어야 하며 아이템을 얻는 것도 본 서버의 방식 그대로다. 이렇게 해서 플레이어들이 얼마나 빠르게 아이템을 얻고 파밍 하는지 가늠해 볼 수 있는 부분도 있겠지만, 이를 살펴보기에는 테스트 기간이 지나칠 정도로 짧다.

해당 기간에 콘텐츠의 진행 불가 사항이나 그 외 자잘한 버그들은 유저들이 신고하여 수정할 수 있다. 몬스터들이 무적 상황이 되는 부분의 경험이 좋지 않아 바꾼다던가 하는 몇 가지나 액션성 강화를 위한 여러 가지 변화점들이나 전투 수치의 변경점들도 나름의 데이터를 쌓을 수 있다고 본다. 혹은 향후 방향에 대해서도 예상할 수 있는 어느 정도의 데이터가 나올 듯싶다.

그렇지만 2022년 가장 풍성한 던파를 만들겠다는 본격적인 발걸음인 이번 대형 업데이트의 테스트 기간은 지나칠 정도로 짧으며, 굉장히 스트레스가 높다는 점을 부정할 수 없다. 사실 스트레스가 부족하다기보다는 테스트 환경을 미흡하게 준비했다라는 말이 더 어울린다. 다양한 데이터를 얻기 위한 의도보다는 단순히 "미리 나올 거 맛이라도 봐라"라는, 테스트보다는 이벤트의 느낌이 강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차라리 정해진 스펙과 정해진 캐릭터, 세팅을 제공해 개발팀이 가장 우려한 부분과 권장하는 세팅, 그리고 콘텐츠의 경험 자체를 집중적으로 조명하는 방식이 나아보일 정도.

▲ 캐릭터 외에 모든걸 다 직접 구해야 한다. 재질 변환은 3월 7일까지 완화도 없다...

새로운 에픽 아이템의 경우, 파밍에서 끝이 아니라 성장하는 과정이 상당히 고되다. 이를 통해서 명성치를 올려야 다음 단계의 던전에 입장이 가능해서 이 파밍과 순환 구조 자체는 잘 짜여 있는 거라고 볼 수 있다. 그렇지만 구조가 매우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므로 테스트가 힘들다. 설상가상으로 성장에는 에픽 소울(힘의 정수)이 들어가는데, 이는 테스트 서버에서 드랍 에픽 아이템을 해체해 소울을 얻어야 한다.

또한 캐릭터마다 사용하는 방어구의 재질이 다른데, 재질 변환의 재료도 따로 제공하지 않아 직접 다 캐야 된다. 피로도 156 기준으로 30개도 캐기 힘든 노가다를 부위별로 80개씩 해야 하는 상황. 인챈트리스, 크루세이더와 같은 버퍼들은 특히나 더 힘들 것 같아 보인다. 이미 버퍼를 키웠던 지인 한 명은 퍼스트 서버에서 GG를 외치고 본서버에서 아이올라이트만 캐고 있더라. 이러한 에픽 장비들을 일일이 파밍 해야 하다 보니 정말 '밥 먹고 던파만 해라' 수준이 아닌 이상 의미 있는 데이터를 뽑기가 힘들 정도로 보인다. 혹시 이거 스트레스트 테스트인가? 아마 고과금의 산물 전사들 정도나 좀 무난하게 퍼스트 서버에서 대부분의 콘텐츠를 실험해볼 수 있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새로운 미션 시스템에 의한 파밍, 속성 내성에 대한 변화와 무력화 게이지 및 상태이상, 안전 강화 및 증폭 시스템의 재화 소모, 새 던전들의 기믹 및 액션성 강화에 따른 플레이 경험 등 단순하게 보면 안되는 요소들이 적지 않게 산재되어 있다. 그 정도로 이번 업데이트 자체는 매우 큰, '대형 업데이트'다. 이런 대형 업데이트를 이런 환경에서 테스트를 해본다는 건…결국 실질적인 데이터와 업데이트 이후 양상에 대한 예측을 '본 서버 업데이트 이후 마련해보겠다'는 의미로 밖에 와닿지 않는다. 혹은 내부에 정말 어마무시한 데이터들이 쌓여있거나?

물론 미리 테스트 서버에서 모든 걸 다 경험해 보면 오히려 본 서버에서 해야 할 것들이 "이미 해 본 일"이 되어 버리는 단점이 생기긴 하기에 볼륨 조절을 잘 해야 하는 건 이해한다. 그렇지만 현재의 퍼스트 서버의 환경 자체는 이게 16년 차 게임의 테스트가 맞나 싶을 정도로 당황스럽다. 이러한 불만을 토로하니 반박할 수 없는 말이 돌아왔다.

"말했잖아, '유저 반응 테스트 서버'라고. 아무도 너한테 퍼스트 서버 하라고 강요하지 않았어. 네가 선택한 퍼스트 서버다, 악으로 깡으로 버티라."


걱정이 앞서지만 '별일 아니었네'가 되기를


물론 앞서 이야기한 내용들이 현재 던전앤파이터가 바뀔 미래라고 100% 단정지을 순 없다. 주간 미션이나 일일 미션, 그리고 추가적인 파밍 루트의 선별화도 어느 정도 영향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새롭게(부활한) 도입된 속성 저항이나 액션성의 강화, 주간 던전의 변화(숙제의 변화)는 기존 던전앤파이터 플레이나 성장 구조 및 플레이 경험에 있어서 좀 더 다른 의미를 부여해줄 수 있다고 본다.

그게 재미있게 할 게 많은 풍성한 던파인지, 피곤하게 할 것과 배울 것만 많은 피곤한 던파인지는 결국 플레이어들이 판단할 일이다. 일반, 히어로즈, 상급 던전의 공략과 진행의 특수 기믹들은 분명 처음에는 신선하게 다가오겠지만 결국 반복적으로 플레이해야 하기에 나중에는 매우 피곤하게 다가온다고 해석될 가능성도 적지 않기에 걱정되는 면도 좀 있었다.

▲ 드롭 테이블을 보면 지역별로 그래도 어느정도 저격이 되게 해두긴 한 것 같다.
지옥파티 파밍이 던전 파밍으로 변경되면서 생긴 변화.

결국 이러한 변화들은 '오랜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하는 문제이기에 단순히 퍼스트 서버의 2주 정도로만 판가름하기는 무리다. 오랜 세월을 지켜보고 시험적인 조절도 많이 필요하기에 윤명진 디렉터도 초창기 밸런스를 유심히 지켜본다는 메시지를 남겼을 것이다.

그럼에도 유저들의 불안과 토론은 점점 꽤 뜨거운 양상이 되는 모습이 불안불안하다. 그나마 스토리랑 OST가 정말 좋아서 어떻게 좋은 긍정적 평가는 하나 확보했긴 했을 텐데 다른 건 짧은 시간 내로 평가할 게 아니라... 그런 고민을 하고 있자니 이탈 한번 없이 열심히 던파를 하던 쉰내기가 하소연을 해 왔다.

"야, 근데 얘네 던전앤파이터 모바일 나오잖아. 근데 테스트 서버야 맨날 그랬으니 그렇다 쳐. 유저들 의견이 무시무시하게 쏟아지는데, 별 반응이 없는 건 너무 한 거 아니냐? 너 기자잖아, 들은 거 없음? 이런 시점에 뭐 취재라던가 사전예약, 광고같은 거 하지 않어? 그게 다 던파 모바일로 간건가...?"

"들은 게 있어도 알려주면 절대 안 돼. 내가 언제 힌트라도 준 거 봤냐? 그거랑 같은 거고... 근데 진짜 없다. 아마 공홈 소통이 끝인가 본데? 뭐 다른 영상도 안 나오잖아? 원래 이런 대형 업데이트면 CF도 하고 광고도 때리고 그러는데 그게 다 모바일로 가있어. 솔직히 나도 PC 던파는 지금 상황이면 불안하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긴 한 것 같다. 이건 다 떠나서 감성적인 영역이라서..."

"아니, 지금 둘 다 메인 디렉터면서 던파 PC랑 신작 던파 모바일이 일정이 서로 비슷하니 유저들이 무슨 생각을 하겠냐고... 영상에서 한말도 있고. 지금 출시랑 대규모 업데이트 앞둬서 바쁜 건 알겠는데 너무 없는 거 아니야?"

▲ 신규 스토리는 그래도 기대 이상으로 잘 나온 것 같은데, 스토리는 일회성이 강한 콘텐츠.
결국 평가는 본섭 업데이트와 밸런스 조절, 운영에 달려있다.

뭐, 너무 암울하게 생각하지 말자. 어찌 됐든 최고 레벨 확장으로 인한 커다란 변화는 후일 평가를 하게 될 요소들이고, 어찌 됐던 던전앤파이터에 새로운 흐름을 가져올 것으로 보이는 큰 업데이트라고 느꼈으니까. 그리고 디렉터도 유저들의 우려가 ‘별일 아니었네’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한다고 했으니 말이다. 그만큼 초반 밸런스를 집중적으로 본다고 했기도 하고. 이미 테스트 서버는 엎질러진 물이라 돌이킬 수 없겠지만 적어도 본 서버에서는 테스트 서버에서 우려했던 유저들의 걱정이 별일 아닐 정도로 좋은 개선과 경험을 제공해주면 좋겠다.

그래도 기왕이면 지금보다는 조금 더 소통에 신경을 써줬으면 하는 생각은 든다. 던전앤파이터를 십 년 넘게 한 유저들도, 지금 막 새로 진입해서 애정을 갖게 된 유저들도 기대와 불안 모두를 갖고 있는 시점이니까. 일단 여기서, 결국 새로운 변화에 또 다른 적응을 해야 하니 '아라드 적응기'는 잠시 멈춰야 할 것 같다. 뭐 어느 정도 적응을 끝냈으니 적응기보다는 이제 탐험기가 더 어울리지 않을까?

전체적인 현 생태계에 대한 내용은 전편에서 끝내기도 했고 이제 큰 변화가 올 것이라 그냥 다 리셋이다. 걱정도 있긴 하지만 나는 그래도 3월 17일에 있을 변화에 좀 더 기대를 걸고 있다. 던전앤파이터가 다시 한번 전성기 시절의 인기를 구가하는 게임으로 부활하고, 금상첨화로 모바일 던전앤파이터도 잘 정착하면 두 플랫폼 유저들 모두에게 정말로 2022년은 던전앤파이터의 '풍성한 한 해'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그만큼 이번 업데이트와 향후 대응, 운영에도 잘 신경써주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