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라는 말이 본격적으로 주목을 받기 시작하고 하나둘 플랫폼이 선보이기 시작하면서부터 그 이름이 유독 많이 소환된 곳이 있습니다. 바로 더 샌드박스인데요. 앞으로 더 늘지 않을 16만 6천여 개의 랜드가 이미 민팅되고 팔려나가며 본격적으로 가상 세계로의 이주와 확장이 시야에 들어온 모습입니다.

사실 메타버스 세계에서 NFT화 되어 유통 가능한 유저 창작 콘텐츠와 이걸 가능하게 하는 블록체인 기술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그 콘텐츠가 거래되고, 또 활용할 수 있는 플랫폼은 절대 뒷순위로 미뤄둘 수 없이 중요하죠. 그래서 그 모습을 미리 만나 볼 수 있는 더 샌드박스 알파에 관한 관심이 큰 것일 테고요.

더 샌드박스는 지난 3일부터 시즌2로 더 많은 이용자를 만나기 시작했는데요. 알파 테스트에서는 더 샌드박스는 물론 일부 외부 제작자들이 만든 랜드를 체험하는 것도 가능하죠. 십 수만 개의 땅 중에서 열린 랜드는 정말 일부분이고 아직은 모든 기능이 가능한 것도 아니었지만, 그 가능성을 가늠해 볼 기회였습니다.



작지만 큰 랜드가 만드는 가상세계

더 샌드박스가 이번 알파를 통해 보여주고자 한 바는 명확합니다. 크리에이트 기능으로 체험할 수 있는 게임. 그리고 여러 유저가 함께 모일 수 있는 멀티플레이 공간.마지막으로 NFT 작품을 한데 모아서 볼 수 있는 전시 공간이죠. 이것들을 각각의 랜드 단위로 구분하고 있고요.

기본적으로 플레이어는 거대한 알파 로비에서 테스트를 시작하게 됩니다.

알파 로비는 일종의 멀티플레이 종합 공간으로 더 샌드박스를 통해 구현할 수 있는 다양한 지형을 작게 쪼개 소규모로 체험해 볼 수 있는 장소였습니다. 사막 지역과 얼어붙은 땅, 밀림 지역 등을 조금씩 확인할 수 있죠.

물론 이렇게 자연환경 기반의 장소만이 아니라 박물관이나 거대한 성, 유람선, 클럽 등 다양한 인공 구조물도 크리에이터의 역량에 따라 얼마든지 제작 가능하고요. 실제로 이번에 파트너로 미리 참여한 아타리나 워킹데드, 그리고 스눕독이나 데드마우스(deadmau5) 같은 셀러브리티들도 자신들만의 장소를 꾸며놓기도 했죠.


알파 로비에서 바로 이동할 수 있는 다른 랜드인 포탈 허브는 이름 그대로 다양한 포탈이 지역 내에 가득한 공간입니다. 이곳에 존재하는 포탈을 통해 여러 랜드로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죠.

사실 이번 알파에서 조금 불편했던 점은 아직 플랫폼 자체에서 처리하지 못하는 많은 부분이 웹을 통해 이루어진다는 점이었습니다. 기본적으로 H키 한 번 누르면 알파 로비로 바로 이동할 수 있지만, 원하는 랜드로 이동하는 기능이나 아타바 꾸미기, 전체 맵 보기 등은 창 전환 후 웹 페이지에서 이루어졌거든요.

물론 웹페이지를 통해 이루어지는 데 따른 장점도 있습니다. 굳이 플레이의 요소가 아니라 간단하게 랜드나 아바타, 마켓 등을 이용하려면 프로그램 켜지 않고 웹만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더 좋겠죠. 또 역시 아직은 알파 단계인 만큼, 플레이 가능한 앱 안에서 추후 모든 활동이 가능해지는 것도 예상해볼 수 있고요.

어쨌든 현재 단계에서 가려운 점을 이 포탈 허브가 긁어주는 거죠. 거대한 포탈 위에 어디로 가는지 이름도 쓰여있고 주변에서 홍보하는 NPC 캐릭터도 있어 들어가기 전부터 대충 분위기가 예상되기도 하고요. 실제 서비스에서도 이런 식으로 다른 랜드를 게임 안에서 자유롭게 오가는 포탈의 역할이 있지 않을까 생각해보기도 합니다.

▲ 현재는 일부의 랜드만 이용 가능한 상태

▲ 정식 버전에서는 이런 랜드가 무궁무진하게 펼쳐질 수 있죠


플랫포머부터 어드벤처까지, 가능성 열린 게임 랜드

시즌이 끝나는 31일까지 랜드는 순차적으로 열리는데 지금까지 열린 게임 랜드는 저마다 분위기가 다릅니다. 히든 빌리지는 밀림 속 마을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퀘스트를 해결하는 액션 어드벤처의 느낌이 강하고 뮤직 메이헴은 주어진 색의 발판을 시간 내에 밟고 떨어지지 않고 버티는 퍼즐형 게임입니다. 던전 오브 더미즈는 여러 레버를 당겨 문제를 풀어나가는 식의 플랫포머 액션이고요.

플레이 자체는 일반적인 월드 이동과 동일하게 3인칭에서 캐릭터를 움직이는 식이지만, 게임 장르에 따라 공격이 가능하기도 하고 인벤토리를 열고 획득한 장비를 착용하거나 상호 작용 가능 오브젝트도 달라지는 등 각각의 월드에 맞는 변주가 가능합니다.

물론 아직까지는 게임의 형태가 플랫포머와 러닝 중심으로 그려지고 있습니다. 끊김이나 매끄럽지 않은 조작이 간혹 발생하기에 원하는 이동이 제대로 되지 않고 떨어지는 경우도 잦았는데요. 공격 모션이나 방어 등도 사실 랜드 특징에 맞춘다기보다는 일단 기본적으로 주어진 것들로 활용하는 단계에 그친 수준이고요.

대신 이런 부분과 개선 과정은 비슷한 3D 월드 기반의 메타버스 플랫폼 게임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입니다. 그리고 대개 업데이트와 기능 다변화를 통해 이를 해결하고 있고요. 이번 알파는 일단 더 샌드박스가 준비한 요소들을 가지고 진행됐죠. 아마 랜드 구성을 만드는 크리에이트 기능을 더 다양하게 다루는 제작자의 등장과 기능 부분에서도 이런저런 요소를 다채롭게 더하는 업데이트를 통해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 액션이나

▲ 플랫포머

▲ 액션 어드벤처 등 다양한 장르로의 구성이 가능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게임적 요소는 게임 기반의 랜드가 아니어도 일부 포함되어 있습니다. 많은 세계가 복셀라이트라는 큐브 형태의 아이템을 먹는 기본 퀘스트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것들을 찾아다니며 랜드 이곳저곳을 탐험하게 만드는 거죠. 그리고 이 퀘스트를 통해 이번 알파 시즌2의 보상이 주어지게 됩니다. 일종의 배틀패스 개념이라고 생각하면 될 거 같아요.

특히 버섯을 찾아오라든가 열쇠로 문을 열라든가 하는 식의 랜드마다 다른 퀘스트들도 존재하는데요. 이런 작은 퀘스트를 수행하는 것도 모두 이번 알파2 시즌에서 클리어한 업적으로 취급됩니다. 분명 다른 랜드에서, 다른 방식의 게임을 플레이했는데 이게 플레이어 전체 업적으로 평가받는 거죠. 즐기는 방식 자체는 달라도 플레이어 개인에 초점이 맞춰져 모든 업적과 보상을 아우르는 게 더 샌드박스가 가상 월드에서 그리는 경험이 아닐까 생각해보고요.

▲ 랜드마다 존재하는 여러 퀘스트는 개인 업적으로 이어집니다


웹과 앱, 월드를 잇는 멀티플레이와 가상공간

게임은 멀티플레이 요소를 포함한 것도 있겠지만, 이번 알파에서는 대개 싱글 플레이 기반으로 선보였습니다. 멀티플레이 경험을 온전히 커뮤니티 중심에 맞춰 선보이고자 했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래서 액션 요소보다는 새로운 요소를 탐험하고 한 공간에 같이 있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고요.

대표적인 멀티플레이어 공간은 클럽 XYZ입니다. 선글라스 쓰고 입구를 지키는 고릴라들을 뒤로하고 클럽에 들어서면 네온사인 느낌의 화려한 문구와 형광빛 플레어가 번쩍이는 스테이지가 등장합니다. 이제는 클럽에서 몸을 흔들기엔 영 삭아버린 나이지만, 이곳에서만큼은 걱정 없이 음악에 몸을 맡길 수 있죠.

멀티 플레이 공간은 활용 방안이 꽤 많을 것으로 보입니다. 디지털 콘서트 같은 가상의 이벤트도 가능하고 아바타긴 하지만 유명인들을 눈앞에서 만날 수도 있죠. 또 장소의 제약이 사라지고 접촉으로 인한 안전 문제도 없으니 팬과 셀러브리티의 대화 같은 소통도 가능해질 테고요.


전시 공간도 기본 랜드인 알파 로비를 비롯해 꽤 여러 곳에 마련되어 있습니다. NFT 인스티튜트도 이런 전시 공간 중 하나인데요. 마치 박물관이나 미술관이 생각날 정도로 작품들이 쭉 전시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작품을 오픈씨 등을 통해 구매할 수 있는 사이트와 바로 연결되기도 하고요. 물론 NFT가 그림 같은 이미지에만 한정되는 것은 아니겠죠. 더 샌드박스 내에서 사용할 수 있는 무기나 장비, 탈것 같은 경우는 웹을 통해 더 샌드박스 마켓에 있는 에셋 페이지로 이동해 구매할 수 있고요.

단순히 작품이 나열되는 거라면 기존의 웹 기반 마켓에서도 충분히 가능하겠지만, NFT 인스티튜트에는 작품의 모델이 된 NPC가 작품 옆에 아바타로 존재합니다. 글로 간단한 작품 설명도 확인할 수 있다지만, 가상 월드에 구현된 모델과 만나는 건 또 다른 경험이 될 법합니다. 나아가 창작자, 혹은 NPC가 아니라 진짜 모델이 작품 과정을 이야기해줄 수도 있다는 것도 이런 가상 플랫폼의 장점이겠죠.

랜드 하나의 규모도 생각보다 넓은 편입니다. 아니 정확히는 깊다고 표현해야 할까요? 한쪽 끝에서 다른 쪽까지 달려가면 10여 초만에 다다를 수 있지만, 평지에서 위로, 혹은 아래로 깊이 구현하는 지역까지 생각하면 가용 공간은 눈에 보이는 것 이상입니다.


▲ 작품의 모델이 NPC로 등장하기도 하고

▲ 외부 마켓에서 NFT로 구매할 수도 있습니다


쌓고 올리고 움직이고, 간단하게 만드는 나만의 에셋

오픈씨를 통한 NFT외에도 더 샌드박스를 통한 마켓에서도 에셋 거래가 이루어집니다. 여기서는 실제 게임 안에서 연동되는 것들이 민팅되고 판매되고 있고요. 장비 같은 것들에는 능력치가 달려있고 거래는 샌드 코인으로 이루어지죠.
!민팅(minting): 대체불가능토큰(NFT)에서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디지털 콘텐츠에 대해 대체불가능한 고유 자산 정보를 부여해 가치를 매기는 작업을 말한다.

결국 마켓에서 거래되는 창작물의 꾸준한 추가가 있어야겠고 그걸 가능하게 하는 크리에이터도 중요하겠죠. 일단 샌드박스는 크리에이터 펀드를 만들어 창작자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모델 업로드도 일단은 펀드를 통한 아티스트 위주로 진행되고 있고요.

대신 이런 것들을 만들어볼 수 있는 도구는 미리 체험해볼 수 있습니다. 복스에딧은 이용자가 실제 모델도 만들 수 있고 스켈레톤을 기반으로 움직임을 조작할 수도 있죠. 내가 만든 캐릭터로 나만의 모션을 꾸밀 수 있는 거죠.

복스에딧 자체는 큐브 형태의 복셀을 하나하나 쌓아올려 만드는 식으로 비교적 어려움 없이 만들 수 있습니다. 디자인적 이해도가 있다면 보다 쉽게 만들 수 있겠지만, 블록 쌓아올리듯 만들어나가는 건 사실 비슷한 게임 해봤다면 그리 어렵지 않게 비슷한 모형을 만들 수 있을 겁니다. 월드에서 쓰이는 블록 하나를 디자인하는 기능도 포함되어 있고요. 애니메이터 기능도 키프레임으로 조금씩 움직임을 조작해 다룰 수 있어 전문적인 지식 없이 가능하고요.

별다른 제한 없이 자유롭게 창작하고, 또 그게 유통되는 게 플레이어들이 활동하고, 기업들이 이름을 알리는 가상의 세계라는 측면에서 중요할 텐데요. 그런 면에서 비교적 간단하고, 또 한 면을 빠르게 채우거나 색을 덧입히는 등 편의 기능이 포함된 창작 툴은 꽤 도움이 될 듯 보였습니다.





완성된 작품으로서의 게임을 기대하는 이라면 아마 더 샌드박스가 주는 경험이 그리 인상적이지 않을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단순히 만들어진 게임이 아니라 다양한 이용자가 함께 만들어가고 그곳에서 즐기는 공간으로서 이해한다면 조금은 다르게 다가오지 않을까 합니다.

결국 많은 창작자가 콘텐츠를 제공하고, 또 그걸 즐기는 이용자가 많아질수록 이 세계의 가치는 높아질 테고요. 실제로 그게 메타버스라는 이름을 달고 먼저 선보인 플랫폼들이 나아가는 방향이기도 했습니다.

알파 버전의 경우 더 샌드박스, 그리고 일부 창작자가 만들어 둔 랜드를 체험하는 방향으로 테스트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정식 버전과 함께 단순히 보고 움직이는 걸 넘어 그 세계를 만들어나가며 확장되는 모습을 즐기게 된다면 진짜 가상 세계에 한발 더 가까워진 모습을 즐길 수 있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