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롬 소프트웨어의 신작 '엘든 링(Elden Ring)'이 스팀 동시 접속자 수 1위, 누적 판매량 1,200만 장 등의 기록을 달성하며 명실상부 2022년 최고 인기 게임으로 자리매김했다. 망자들의 축제라 불릴 만큼 위협적인 난이도의 게임들을 선보이는 프롬답게 엘든 링 역시 상당한 난이도를 자랑하지만 다양한 전투 기술, 마법, 영체 등의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하며 높은 진입 장벽을 완화시켰고 소울라이크 장르를 처음 접하는 게이머들에게도 좋은 첫인상을 남겼다.

하지만 엘든 링의 시작이 그리 순탄치만은 않았다. 게임성 자체만 놓고 보면 호평 일색이었으나 PC 버전에서의 최적화 문제로 많은 유저들이 불만을 표했고, 출시 직후 스팀 평점은 '복합적'을 기록하며 혹평을 받았다. 스팀에 표기된 권장 사양은 물론이고 그 이상 등급의 하드웨어에서도 프레임 드롭, 스터터링 현상이 끊이지 않았으며 심지어는 게임이 실행조차 되지 않는다는 유저들도 대다수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지속적인 패치가 진행되며 현재는 위와 같은 현상들이 상당수 개선됐다. 현재는 약 27만 건의 사용자 평가 중 88%의 긍정적 평가를 받아 '매우 긍정적'을 유지하고 있으며 최적화 관련된 내용이 대부분이던 유저 평가 항목은 게임 내 콘텐츠에 대한 긍정적인 내용들로 줄을 이었다. 이제는 권장 사양에 표기된 하드웨어 정도만 갖춰져도 FHD 해상도에서는 무난하게 즐길 수 있을 정도다.

▲ 이제 스팀 평가는 최적화 관련이 아닌 콘텐츠 관련 내용과 극찬이 대부분이다.
(출처 : 엘든 링 스팀 평가 페이지)


"그렇다면 4K 해상도는 어떨까?"

RTX 30 시리즈의 강력한 성능을 바탕으로 이제 4K 해상도 게이밍은 일반 게이머들도 약간의 비용 투자만 한다면 쉽게 접할 수 있는 영역이 됐다. 더불어 업스케일링 기술인 NVIDIA DLSS(Deep Learning Super Sampling)를 지원하는 게임들이 점점 늘어나며 보급형 RTX 그래픽카드로도 그럴싸한 고 해상도 게이밍 환경을 구축할 수 있다.

다만 엘든 링은 업스케일링 기술을 지원하지 않기 때문에 쾌적한 4K 게이밍을 위해서라면 꽤나 높은 등급의 그래픽카드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추후 엘든 링이 DLSS를 지원하게 된다면 이야기가 달라지겠지만 프롬 소프트웨어의 역대 게임들이 업스케일링 기술을 지원한 기록이 전무하고 반다이남코의 공식 자료를 살펴보아도 추후 RT(Raytracing) 지원에 관한 내용은 찾아볼 수 있으나 업스케일링 관련 내용은 아직까지 찾아볼 수 없었다.

서론이 길었다. 그래서 지금 당장 엘든 링을 4K 해상도로 쾌적하게 즐기려면 최소 어느 정도 성능의 PC가 필요할지 궁금했다. 일반 게이머 기준 퍼포먼스 등급으로 분류할 수 있는 RTX 3070 Ti 정도면 적당하지 않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RTX 3070 Ti는 현재로서 엘든 링을 4K로 즐길 수 있는 마지노선임과 동시에 최적의 GPU가 아닐까 싶다. 그 이상 등급의 제품을 사용한다 해도 극적인 프레임의 향상을 느끼기 어렵고 특정 지역 외에는 안정적으로 최대 프레임을 뽑아낸다. 나 역시 위와 같은 사양의 PC에서 엘든 링을 4K 해상도로 플레이했고 엔딩까지 불편함 없이 쾌적한 환경에서 게임을 즐길 수 있었다.





테스트 환경


◈ 테스트 PC 사양 정리
CPU인텔 12세대 i7-12700K
쿨러PROLIMATECH ARTISTS 3r
메인보드GIGABYTE B660M DS3H D4
VGAMSI 지포스 RTX 3070 Ti 슈프림 X D6X 8GB 트라이프로져2S
RAM삼성전자 DDR4 8GB PC4-21300 *2
저장장치 WD BLACK SN750 M.2 NVMe (500GB)
케이스투렉스 DOMA-PRO PCI 오픈형 케이스
▲ 테스트는 'MSI 지포스 RTX 3070 Ti 슈프림 X D6X 8GB 트라이프로져2S' 그래픽카드로 진행했다.

테스트에는 순정 상태의 '인텔 i7-12700K' CPU와 'MSI 지포스 RTX 3070 Ti 슈프림 X D6X 8GB 트라이프로져2S(이하 MSI RTX 3070 Ti 슈프림 X)' 그래픽카드가 사용됐다.

MSI RTX 3070 Ti 슈프림 X 그래픽카드는 MSI의 3070 Ti 라인업 중 최상위 등급 제품이다. 3개의 톡스 4.0팬, 슈프림 백플레이트를 탑재해 뛰어난 발열 해소 능력을 보여주며 1,860MHz의 높은 부스트 클럭을 자랑하는 것이 특징이다.

모니터는 MSI 옵틱스 MAG321CURV 커브드 게이밍 4K HDR RGB 제품이 사용됐다.

▲ 높음과 최고 옵션의 차이는 크지 않다 (중간, 높음, 최고 순)
(클릭시 확대됩니다)

해상도는 4K, 그래픽 옵션은 높음으로 설정했다. 중간 옵션과 높음 옵션은 육안으로 느껴질 만큼 확실한 그래픽 품질의 차이가 존재하지만 높음과 최고 옵션의 차이는 미비하다. 높음 옵션에서도 틈새의 땅의 신비로운 풍경과 풍부한 식생, 자연스러운 명암 효과 등을 충분히 만끽할 수 있으니 걱정하지 말자.





■ 최적화 이후의 림그레이브는 어떨까?

▲ 복수의 시간이다

▲ 산림청 직원이 왜 나무를 부수는거야

▲ 프레임 드롭이 조금 있긴 하지만 스터터링 현상은 없었다

▲ 〈O〉



게임 시작과 거의 동시에 만나볼 수 있는 림그레이브 지역이다. 필드 보스인 '트리가드'가 수문장 역할을 하고 있으며 프레임 드롭 현상이 특히 심한 지역으로 유명하다. 유저들은 게임에 익숙해지기도 전에 꽤 높은 난이도의 보스와 마주하고, 거기에 프레임 드롭, 스터터링(랙) 현상의 협공을 받게 된다. 게임 시작부터 이러한 문제들이 야기되다 보니 출시 직후 많은 유저들이 불만을 표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 다시 게임을 즐겨보니 상당수의 문제들이 해결되었다. 트리가드와의 장시간 접전 속에서도 스터터링 현상은 일어나지 않았다. 다만 림그레이브라는 필드 자체가 워낙에 광활하고 수많은 식생들이 존재하는 터라 다른 지역에 비해 비교적 낮은 평균 50FPS 후반대로 측정됐다. 예민한 유저라면 60미만으로 떨어지는 프레임 수치가 신경이 쓰이지 않을 수 없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만족스럽다. RTX 3090으로도 소화가 어려웠던 4K 해상도에서 RTX 3070 Ti로도 무리 없이 플레이가 가능했다.





■ 케일리드는 여전히 평화롭습니다

▲ 케일리드 탐험 중 마주친 인파

▲ 안아줘요

▲ 팬들의 사랑에 부응하는 아름다운 모습


게임 초중반부에 진입하게 되는 케일리드 지역은 아주 쾌적한 플레이가 가능했다. 프레임이 60미만으로 떨어지는 현상이 거의 없었다. 필드 자체의 크기는 넓지만 림그레이브나 알터 고원 등의 지역과는 다르게 부패에 잠식된 황무지라는 설정이기 때문에 오브젝트의 형태가 단순하고 그 수가 현저히 적다는 점이 한몫했지 않을까 싶다.

메인 보스가 등장하는 공간 역시 오브젝트가 거의 없다시피 한 장소이기 때문에 쾌적한 플레이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 림그레이브 다음가는 랙 유발 지역 '알터 고원'

▲ 알터 고원 필드는 개체 수가 많아 약간의 프레임 드롭 현상이 발생한다

▲ 산림청 직원이 무려 두 명

▲ 그래서 무기를 두 개 들고 왔지

▲ T


알터 고원 역시 림그레이브와 마찬가지로 수많은 오브젝트들이 존재한다. 때문에 필드를 탐험하는 과정에 특정 지역에서는 55FPS 정도로 약간의 프레임 드롭 현상이 발생한다. 하지만 알터 고원 내 필드 보스와의 전투 과정에서는 프레임 드롭 없이 60FPS가 유지되며 쾌적한 플레이가 가능했다.

알터 고원도 케일리드와 마찬가지로 메인 보스가 위치한 공간으로 이동할수록 오브젝트의 수가 현저히 줄어들기 때문에 이후 진입하는 지역에서도 부드러운 게임 플레이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 랙 = 죽음, 메인 보스전은 쾌적할까?

▲ 마음이 꺾일 것 같다...

▲ 보스전은 컷씬, 진입 직후 등 특정 상황을 제외하곤 60FPS를 유지했다

▲ 화려한 기술들의 향연에도 안정적인 프레임

▲ 폭발 패턴에서 프레임이 잠시 주춤하지만 바로 복구된다

▲ 보스전이 끝나도 평균 60FPS를 유지하는 안정적인 모습

▲ T


보스전을 위한 공간이 따로 마련돼있는 메인 보스들과의 전투는 60FPS 고정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아주 쾌적한 게임 플레이가 가능했다. 보기만 해도 마음이 꺾일 것 같은 말레니아의 물새 난격이나 분신 공격 등의 화려한 기술들의 향연 속에서도 60FPS를 굳건히 유지하는 모습이다.

다만 예외적으로 엘데의 짐승과의 전투 중 몇몇 패턴에서 프레임 드롭 현상이 조금씩 나타났다. 보스 특성상 거대한 폭발과 함께 수많은 파티클들을 생성해 내기 때문에 잠깐씩 50프레임 초반대로 떨어지는 모습을 보여준다. 다만 프레임 드롭의 시작은 폭발의 피격 판정이 지난 이후고 눈 깜짝할 새 다시 60프레임으로 복구되기 때문에 전투에 영향을 미치진 않았다.

랙때문에 못피했다고? 아닐걸....








■ RTX 3070 Ti는 4K 해상도를 충분히 소화해냈다

▲ 4K로 다시 만나본 보스들은 더욱 웅장했다

출시 직후, 엘든 링을 4K 해상도로 쾌적하게 즐긴다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나 역시 4K 모니터를 사용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출시 직전에는 조금이라도 쾌적한 환경에서 게임을 즐기기 위해 FHD 해상도로 설정해 플레이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최적화 이후 많은 부분이 개선되었으며 가장 문제가 되었던 스터터링 현상은 테스트 중 한 번도 발생하지 않았다.

그래픽카드에 부담도 없었다. 레드 데드 리뎀션2나 호라이즌 제로 던 같은 AAA 급 게임을 PC로 구동하면 항상 그래픽카드가 동서남북으로 울부짖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엘든 링은 의외로 그래픽카드의 부하가 심하지 않았으며 온도 역시 60도 내외로 유지되는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심지어는 메인 보스전 중 가끔 그래픽카드의 제로팬 기능이 활성화될 정도였다. 테스트에 사용된 MSI RTX 3070 Ti 슈프림 X 그래픽카드의 쿨링 성능도 한몫하지 않았나 싶다.

이제 그래픽카드의 가격도 점차 안정화가 될 전망이니 엘든 링을 4K 해상도로 즐겨보고 싶은 유저라면 i7 + RTX 3070 Ti의 조합을 적극 추천한다. 물론 극도로 예민한 게이머라면 60FPS도 답답하게 느껴질 수 있으나 애초에 60FPS가 최대인 게임이니 만큼 금세 적응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많은 유저들이 틈새의 땅의 웅장함을 4K로 경험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