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LCK 스프링 스플릿 정규 시즌, 젠지와 T1이 벌인 두 번의 대결에서 젠지의 봇 라인은 전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1R에선 '리헨즈' 손시우의 자가 격리로, 2R에선 '룰러' 박재혁의 코로나 확진으로 인해 챌린저스 선수들이 대신 출전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대망의 우승 팀을 가릴 결승에서 LCK 최고의 봇 듀오를 가릴 '구마유시-케리아'와 '룰러-리헨즈'의 진검 승부가 펼쳐진다.

"최고의 선수가 있을 곳은 T1"이라고 밝혔던 '구마유시' 이민형은 본인이 T1 봇 라이너의 자격이 충분하다는 것을 증명했다. 정규 시즌 초반 봇 라인을 중심으로 한 메타가 지배적일 때 그는 이즈리얼-진-아펠리오스-징크스 등 다양한 챔피언으로 POG 포인트를 쓸어 담았다. 후반에는 물오른 상체와 '케리아' 류민석의 맹활약에 존재감이 조금 옅어졌지만, 그렇다고 기량이 떨어진 것은 결코 아니었다. 어떤 챔피언을 잡든, 어느 상황이 주어지든, '구마유시'는 경기를 지배할 수 있는 폭발력을 가지고 있다.

'룰러'는 올 시즌 역대급으로 높은 저점을 선보였다. 전성기의 폼을 되찾은 듯한 그는 LCK에서 활약 중인 모든 선수 중 가장 적은 기복을 보이고 있다. 작년까지만 해도 상대의 노림수에 치명적인 데스를 내주는 경우가 종종 있었으나 이번 시즌에는 그런 모습도 거의 사라졌다. 올해 단 한 번도 흔들리지 않았던 '룰러'이기에 결승에서 선보일 경기력에도 많은 기대를 걸어볼 수 있다.


'케리아' 류민석에 대해서는 많은 말이 필요할까. 2022 LCK 스프링 스플릿 올-프로 팀의 유일한 만장일치 퍼스트 팀 선수이자 정규 시즌 MVP까지 석권한, LCK 관계자 모두가 인정한 현 시점 '1황' 서포터다. 메인 오더를 통한 경기 조율은 물론 압도적인 피지컬을 통해 스스로 캐리하는 경우가 많은데, 800점에 달하는 정규 시즌 POG 포인트가 이를 대변한다.

LCK 내에서 가장 독특한 플레이 스타일을 지닌 서포터라고 평가받는 '리헨즈'는 마침내 본인의 자리를 찾았다. 지난 2년간 한화생명e스포츠, 아프리카 프릭스에서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던 그는 높은 체급의 팀원들을 만나 다시금 기량을 만개하고 있다. 기존의 톡톡 튀는 변수 창출은 줄어들었지만, 전보다 안정적이고 단단한 플레이를 선보이며 팀원들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번 봇 대결에서 가장 많은 관심을 모으는 건 양 팀의 밴픽에 대한 생각이다. 먼저 현시점 OP로 꼽히는 제리와 케이틀린부터 흥미롭다. 제리는 레드 진영의 팀이 밴 할 확률이 100%에 가깝지만, 케이틀린의 경우엔 이야기가 다르다. 진영에 상관없이 지금까지 T1은 케이틀린 밴을 거의 하지 않은 반면 젠지는 적극적으로 밴 했다. 만약 결승 밴 1페이즈에서 케이틀린이 잘린다면 그것을 선택한 쪽은 젠지일 것이고, 그렇다면 T1이 밴픽에서 보다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겠다.

정규 시즌 후반부부터 떠오르기 시작한 자야의 행방도 묘연하다. 두 선수 모두 자야로 충분히 재미를 봤는데, '룰러' 자야의 임팩트가 훨씬 컸다. 여기에 '룰러'는 지난 플레이오프 2R에서 이즈리얼로도 출중한 기량을 뽐내기도 했다. 다만 무난한 픽으로 꼽히는 징크스는 '구마유시'의 손을 들어줄 수밖에 없다. '케리아'가 조종하는 노틸러스, 쓰레쉬, 탐 켄치 등과 함께 했을 때 파괴력이 급상승하기 때문이다.

서포터 챔피언 밴픽에선 T1이 압도적으로 유리하다. '리헨즈'가 레오나-유미-카르마를 제외한 챔피언으로는 제대로 맛을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T1이 밴에서 카르마만 잘라도 '룰러'의 이즈리얼을 꺼내기 껄끄러워진다. 또한 '케리아'의 경우엔 밴으로 막을 수 있는 선수가 아니지만, 최근 경기들을 고려했을 때 그에게 노틸러스를 쥐여 주는 것만큼은 피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관전 포인트는 '케리아'와 '리헨즈'의 수 싸움이다. '케리아'는 지금까지 어느 팀을 만나든 운영 면에서 상대 서포터를 압도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순간적인 라인 스왑이나 반 박자 빠른 로밍-합류로 팀에게 이득을 안기는 경우가 잦았다. 만약 '리헨즈'가 '케리아'의 템포를 감당하지 못한다면 다른 라인까지 밀릴 수 있기에 그에 대응할 철저한 준비를 마쳐야 할 것이다.

한편 '구마유시'와 '룰러'의 캐리력 대결은 막상막하로 보인다. 두 선수 모두 안정감과 폭발력을 겸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순수 2:2 라인전은 무난하게 흘러갈 가능성이 높지만 변수로 인해 한 쪽이 킬을 챙긴다면 균형이 빠르게 무너질 수 있다. 또 '구마유시'가 정규 시즌에서 케이틀린을 기용했을 때 라인전을 강하게 가져가다가 많은 데스를 기록한 적이 있다. 당시엔 팀원들의 도움을 받아 빠르게 복구하고 제 몫을 해내며 승리했지만, 젠지를 상대로 같은 그림이 그려진다면 다른 결과가 나올 수도 있겠다.

어느 쪽이든 승리한 봇 듀오는 나란히 LCK 첫 우승을 기록하게 된다. 이와 별개로 '구마유시-케리아'는 본인들이 왜 2022 LCK 스프링 올-프로 팀의 퍼스트 봇 듀오인지를 증명하게 될 것이고, '룰러-리헨즈'는 베테랑들의 경험치가 왜 중요한지를 알려주고 클래스는 영원하다는 것을 증명하게 될 것이다.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스토리가 쌓인 2022 LCK 스프링 스플릿 결승, 보여줄 것이 많은 봇 듀오들의 첫 진검 승부는 과연 어떠한 결말을 맞이할까.


■ 2022 LCK 스프링 스플릿 플레이오프 결승 일정

결승 T1 vs 젠지 e스포츠 - 4월 2일(토) 오후 4시 30분

자료 제공 : L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