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출시되어 지금까지 북미, 유럽 지역에서 서비스를 이어오고 있는 MMORPG '길드워2'가 올해로 서비스 10주년을 맞이합니다. 길드워 시리즈는 엔씨소프트의 자회사 아레나넷에서 개발하고 서비스하고 있는 MMORPG이지만, 한국어가 지원되지 않아 국내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은 작품이기도 합니다.

국내에서는 비교적 그 인지도가 떨어지는 것이 사실입니다만, 북미 유럽 지역에서는 길드워2는 메타크리틱 90점을 기록하는 등 만듦새가 뛰어난 MMORPG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10년이 넘도록 서비스를 이어올 수 있었다는 것 또한 게임의 기본이 탄탄하다는 방증이 될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지난 2월 28일에는, 정말 오랜만에 새로운 확장팩이 출시됐습니다. 2015년에 등장했던 '가시의 심장(Heart of thorns)', 2017년에 출시된 '불의 길(Path of Fire)' 이후 5년 만에 등장한 새 확장팩이죠. 특히, 이번 확장팩의 무대는 동양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미지의 대륙 '칸타'인데, 포스터만 봐도 우리나라의 전통 의상인 갓을 쓴 무사가 등장해 '도대체 어떤 확장팩일까?' 하는 궁금증을 자아냅니다.

그동안 한 번도 길드워2를 해보지 않았는데, 출시 후 10년 만에 세 번째 확장팩이 나온 지금 게임을 즐기는 것이 가능할까요? 신규 확장팩의 이모저모는 물론 갓 쓴 무사의 정체를 알아보기 위해 처음으로 길드워2를 플레이해봤습니다.

게임명: 길드워2: 엔드 오브 드래곤즈
장르명: MMORPG
출시일: 2022.2.28.
개발사: 아레나넷
서비스: 아레나넷
플랫폼: PC


동방 느낌 물씬, 옥빛 찬란한 대륙 '칸타'

▲ 웅장한 옥빛 건축물이 반기는 도시 '뉴 카이넹 시티'

여느 MMORPG 주인공과 같이, 길드워2의 주인공 또한 새로운 대륙에서 새 모험을 펼치게 되는데요, 아까도 잠시 이야기했듯 이번 확장팩 '엔드 오브 드래곤즈'의 주 무대는 칸타(Cantha)라고 불리는 미지의 대륙입니다.

다만 칸타 대륙은 이번 확장팩에서 처음 등장한 지역은 아닙니다. 지난 2006년 출시된 전작 '길드워'의 두 번째 챕터, '깨어진 동맹'에서 처음 공개됐죠. 이번 작품의 칸타 대륙은 당시로부터 200년이 지난 모습이기에 많은 변화가 이뤄졌습니다.

그중 한 가지 예가 바로 스토리를 진행하다 보면 도달할 수 있는 거대한 도시, '뉴 카이넹 시티'입니다. 전작에서는 '카이넹 시티'와는 다른, 말하자면 신도시인 셈이죠. 200년 전, 그러니까 '깨어진 동맹' 시절 발생한 사건으로 구 카이넹 시티는 파괴된 이후 건설되었으며, 뉴 카이넹 시티 북쪽에 위치한 카이넹 폐허를 통해 옛 카이넹의 잔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 '길드워: 깨어진 동맹'의 카이넹 시티의 모습

뉴 카이넹 시티를 포함해서, 플레이어는 총 네 곳의 오픈월드 지역을 탐험할 수 있습니다. 그중에서 칸타 대륙에서 가장 처음 발을 딛게 되는 곳은 '싱제아 섬'으로, 많은 사원과 벚꽃이 흐드러진 동양 특유의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습니다. 여러 가지 동양 건축 양식이 조화를 이루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한국 게이머라면 칸타 대륙에 오자마자 건축물이 상당히 낯이 익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눈으로 보이는 부분뿐 아니라, 들리는 배경음까지도 신경을 쓴 부분이 보였습니다. 국악에 익숙한 것은 아니지만, 들어보면 바로 느껴지는 특유의 분위기가 있죠. 실제로 개발사인 아레나넷은 '엔드 오브 드래곤즈'의 OST를 제작하며 가야금, 거문고, 아쟁, 해금과 같은 우리나라의 전통 악기를 대거 사용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 대륙에 오자마자 갓 쓴 무사를 만나게 되고...

▲ 다시 봐도 낯익은 지붕의 모습



10년 만에 '낚시'가 등장한 MMORPG가 있다?


지금 머릿속에서 MMORPG를 떠올렸을 때 당장 생각나는 게임들이 무엇인가요? 모르긴 몰라도, 여러분이 생각하신 대부분의 MMORPG에는 다들 낚시 콘텐츠가 있을 겁니다. 그만큼 낚시는 MMORPG의 생활 콘텐츠라고 하면 빼놓을 수 없을 만큼 보편적인 요소이기도 하죠.

하지만 신기하게도, '길드워2'는 이번 확장팩에서야 낚시 콘텐츠가 추가됐습니다. 섬과 섬을 자유롭게 오갈 때 사용되는 신규 탈것인 '스키프'라는 이름의 배와 함께 말이죠. MMORPG를 즐기다 보면 게임마다 낚시에 진심인 플레이어들을 만날 수 있는데, 조만간 길드워2에서도 이러한 플레이어들을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 밖에도 '엔드 오브 드래곤즈'에서는 새로운 스토리라인 퀘스트를 포함해 스트라이크 팀 미션, 신규 탈것, 새로운 전문화 특성 등이 대거 업데이트됐습니다. 그중에서도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요소는 바로 '제이드 봇(Jade Bot)'이었는데, 맵 각지에 있는 제이드 테크 기술을 활용할 수 있게 해주는 작고 귀여운 꼬마 로봇입니다. 제이드봇은 메인 스토리를 진행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획득할 수 있으며, 게임을 진행하며 얻는 포인트를 활용해 전투 보조, 기술 강화, 이동속도 상승 등 필요한 방향으로 업그레이드를 해줄 수 있습니다.

▲ 엔드 오브 드래곤즈에서 새롭게 추가된 낚시와 탈것 '스키프'

▲ 의외로 귀여워서 놀란 제이드 봇

새로운 탈것으로는 위에서 언급한 '스키프'와 함께, 2인승 전투용 탈것인 '시즈 터틀'이 추가됐습니다.

스키프는 최대 다섯 명의 유저와 함께 동승할 수 있는 선박으로, 수로나 호수 위를 지날 때 유용하게 활용이 가능합니다. 또한, 물 위에 배를 정박시켜 두고 낚시를 즐길 수 있어 함께 플레이하는 친구가 있다면 조용히 휴식을 취할 때도 유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여럿이 함께 같은 배 위에서 낚시를 할 경우 효율이 상승하는 버프를 얻을 수도 있습니다.

'시즈 터틀'은 특정한 미션을 클리어하는 것으로 획득할 수 있는 2인승 전투용 탈것입니다. 한 명은 탈것을 조종하고, 다른 한 명은 거북이 등 위에 달린 대포를 활용해 전투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크게 사용되지 않지만, 시즈 터틀이 필요한 그룹 미션에서는 핵심적인 역할을 하게 됩니다.

▲ 갓만 나오냐고요? 상투도 있습니다

▲ 새롭게 추가된 2인승 탈것 '시즈 터틀', 이름 그대로 박격포를 쏘는 거북이입니다


스팀으로 출시되는 '길드워2', 지금 시작해도 될까요?



이처럼 새롭게 추가된 콘텐츠들이 신선함을 불어넣었기 때문일까요? 아레나넷은 최근 블로그를 통해 '엔드 오브 드래곤즈'가 같은 기간 대비 이전 확장팩인 '불의 길'보다 더 많이 판매되는 성과를 이뤘다고 전했습니다.

그밖에 새로운 소식도 공유했는데, 길드워2를 올해 안에 스팀 플랫폼으로 출시하는 것이 최우선적인 과제라는 것이었죠. 스팀을 통해서도 즐길 수 있게 된다면, 현재 아레나넷을 통해서 서비스하는 것보다 많은 수의 신규 이용자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분명, 새로운 콘텐츠가 막 추가되기 시작한 지금이 서비스를 10년동안 이어오고 있는 MMORPG를 새롭게 시작해 볼 좋은 기회이기는 합니다. '엔드 오브 드래곤즈' 확장팩을 구매할 경우 캐릭터의 레벨을 80으로 만들어 주는 소위 '점핑' 아이템도 함께 제공해 주니 말이죠. 하지만, 캐릭터의 레벨을 점핑하는 것만으로는 길드워2의 새로운 콘텐츠를 즐기는 것은 조금 힘들어 보입니다.

▲ 이전 확장팩을 안 사도 되긴 하는데... 대신 탈것이 없다면?

국내 서비스중인 '파이널 판타지14'와 잠시 비교해 보면, 파이널 판타지14는 이전 확장팩을 모두 클리어하거나 모험록을 통해 건너뛰지 않으면 다음 확장팩을 즐길 수 없는 구조입니다. 하지만, 길드워2는 그렇지 않습니다. '엔드 오브 드래곤' 확장팩만 사도 캐릭터의 레벨을 80으로 점핑시키기만 하면 즉시 새로운 확장팩부터 모험을 시작할 수 있죠.

하지만, '원활히' 게임을 하기 위해서는 이전 확장팩의 경험이 꼭 필요하다는 것을 게임을 하면서 점차 깨닫게 됩니다. 또 이 게임에서는 소위 '만렙'이라 부르는 80레벨도 크게 중요하지 않다는 것도 포함해서요.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80레벨 이후 오르게 되는 '마스터리 랭크'였던 것입니다.

마스터리 랭크는 길드워에서 그저 숫자에 불과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오를 수록 각종 콘텐츠에 영구적인 혜택을 주는데, 가장 체감되는 것이 바로 탈것과 탈것들의 성능에 대한 것입니다. 즉, 처음부터 메인 스토리를 잘 따라가며 순서대로 확장팩을 플레이해 차곡차곡 마스터리를 랭크를 높이지 않고 바로 엔드 오브 드래곤즈를 플레이하게 되면 아무런 탈것 없이 드넓은 칸타 대륙을 뛰어다닐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죠.

그렇기 때문에, 이번에 새로 길드워2를 즐겨보고 싶으신 분들이 있다면 '엔드 오브 드래곤' 확장팩을 진행하기 전에 이전 확장팩들을 먼저 플레이해보는 것을 권장합니다.


몰입도 있는 RPG를 좋아한다면 추천, 하지만...


그렇게 울며 겨자먹기(?)로 이전 확장팩 까지 모두 구입해 플레이한 길드워2의 메인 스토리의 첫인상은 마치 싱글플레이 RPG를 하는 것 같은 몰입감을 제공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무심코 지나가는 npc들에게까지 음성 더빙이 적용되어 있었고, MMORPG 장르에서는 이례적으로 플레이어가 조종하는 주인공도 음성을 가지고 대사를 하며 주변 인물들과 상호작용합니다.

독특한 육성 시스템 또한 취향에 맞는다면 재밌게 즐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처음 캐릭터를 만들 때 직업을 선택하고, 육성해 나가면서 엘리트 전문화를 통해 자신만의 전투 스타일을 만들어 나갈 수 있는 것은 길드워2가 가진 특징 중 하나입니다. 게다가 장비할 수 있는 무기 별로 스킬이 다르게 구성되어 대검 든 네크로맨서같은 색다른 재미를 찾아볼 수도 있습니다.

물론, 길드워2가 가진 모든 매력은 한국어를 지원하지 않는 시점에서 크게 감소합니다. 상투 튼 무사가 나오고, 국악기를 활용한 배경 음악은 들리는데, 정작 게임은 모조리 영어로 되어있으니 어딘지 어색한 느낌을 지우기 힘듭니다. 그래서인지 칸타 대륙도 약간 경복궁보다는 LA 한인 타운에 가깝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즘들어 게임 불감증에 시달리고 있는 게이머라면, 영어로 게임을 플레이하는 데 특별한 거부감이 없다면, 또 취향이 맞는다면, 길드워2는 한동안 시간을 보내기에 아깝지 않은 게임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매월 결제할 필요도 없고, 또 마음이 맞는다면 지금도 게임을 즐기고 있는 한국인 커뮤니티와 함께 플레이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