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2년 처음 등장한 핑크빛 찹쌀떡 같은 커비. 그리고 매 시리즈 똑같이 귀여운 모습만큼 이 정도로 변화가 없을 수 있네 싶을 정도로 비슷한 게임 플레이를 유지했습니다. 핀볼이니 대전 액션이니 외전이야 있었죠. 하지만 점프하고, 빨아들여 먹는 기본적인 플레이는 1편에 이미 완성에 가까웠고 빨아들인 적의 기술을 복사하는 카피 능력은 이듬해 출시된 후속작 꿈의 샘 이야기에서 등장했습니다.

본가 시리즈만큼은 1993년 패미컴 시절의 '별의 커비 꿈의 샘 이야기' 이후 줄곧 똑같은 시스템을 유지하고 있는 셈이죠. 하지만 그런 플레이가 매 시리즈 팬들의 사랑을 받았으니 잘 만든 IP, 게임의 개성이 얼마나 중요한 지 새삼 깨달을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커비를 아는 게임팬이라면 이번 3D로의 월드 변화는 꽤 이색적이고 새로운 시도로 느껴졌을 겁니다. 여기에 새롭게 추가된 여러 신규 능력도 게임을 보다 다채롭게 체험할 수 있도록 만들었고요.

그런데 막상 게임은 새로운 형태의 게임 플레이 속에서 기존의 것들을 느끼게 합니다. 단순히 낡은 것을 그대로 가져왔다는 말이 아니라 팬들이 그간 느껴왔던 플레이 감각을 거의 그대로 느낄 수 있도록 말이죠. 사실 여기에는 게임에 대한 전제적인 디자인 고민도 있고, 또 그걸 구현하기 위한 개발진의 고민도 담겼죠.

시리즈 30주년. 별의 커비 디스커버리가 어떻게 새로운 3D 월드를 구현했고, 또 그 속에서 이질감 없는 플레이를 만들어냈는지 여기에 집중해서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게임명: 별의 커비 디스커버리
장르명: 액션
출시일: 2022. 3. 25.
개발사: HAL 연구소
서비스: 닌텐도
플랫폼: 닌텐도 스위치

관련 링크: '별의 커비 디스커버리' 오픈크리틱 페이지


3D, 가장 큰 변화와 정통성

시리즈에 가장 큰 변화를 가져온 건 역시 3D 채택입니다. 3D로의 변화는 납작한 평면 커비를 입체적이고 말랑거리는 3D 캐릭터로 바꾼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지죠. 사이드뷰로 이루어지는 액션도 커비를 기준으로 전후좌우 위아래 모든 방향을 둘러 새로 고민해야 하고 플랫폼 액션도 새로 정비해야 했죠.

하지만 게임에서 가장 크게 다가오는 건 이렇게 바뀐 형태의 맵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있습니다. 기존에는 그저 '앞으로 나아간다'라는 선택지가 메인이었다면 이번에는 맵 곳곳을 '탐색'하게 만들었습니다. 보통 3D화, 혹은 플레이어게 다채로운 플레이 가능성을 손에 쥐여준 게임은 이걸 탐색이 아니라 탐험으로 표현하죠. 그리고 이걸 강조한 건 적어도 이번 커비 디스커버리에서는 탐색이라는 말이 더 정확한 표현이기 때문입니다.

커비 디스커버리는 철저하게 선형적 플레이, 즉 일자 진행을 그리고 있습니다. 3D 구현으로 맵 위에서 전 방향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지만, 어쨌든 하나의 스테이지는 시작과 끝이 정해져 있고 그 스테이지를 클리어해야 다음 스테이지로 나아갈 수 있죠. 그래서 하나의 맵 안에서 이루어지는 갈림길 선택이나 숨겨진 요소 찾기도 어디까지나 끝으로 가는 데 있는 변수 정도일 뿐입니다.

▲ 스테이지 하나하나 선택하고

▲ 3D로 바뀌어도 기본적으로는 플랫포머 액션인 건 똑같습니다

이러한 플레이는 사실 이번 작품 전체에 드러나는 기조인 '새로우면서도, 기존의 커비 시리즈처럼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게임'에 어울리는 타협점입니다. 그간 작품에서도 숨겨진 통로의 존재나 구덩이 등을 구현했고 플레이어가 가진 능력을 통해 그곳에 갈 길을 뚫어내도록 했습니다. 하지만 핵심은 어디까지나 다양한 카피 능력과 점프 등을 통한 액션 그 자체에 있었죠.

반면 이번에는 숨겨진 요소들이 더욱 많아지고, 또 일부는 꽤 고심하거나 특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해결해나갈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불을 활용하는 카피 능력으로 어두운 동굴 안 랜턴을 모두 켠다거나 주어진 시간 내에 주변 적을 물리치면서 나아가기, 아무런 능력 없이 클리어, 공격당하지 않기, 그리고 맵 안에 작게 반짝이는 부분에 도달하기 등 꽤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죠.

또 숨겨진 요소는 스테이지별로 전혀 다른 것들로 구성되어있어 대개 스테이지 첫 도전에서는 어떻게 깨야 할지 직접 달성하기 전까지 알 수 없습니다. 대신 맵 클리어하면 깨지 못한 비밀 요소를 하나씩 알려주죠. 하나의 스테이지도 여러번 플레이 하고 눈썰미 있게 주변도 살펴야 하죠. 몇몇은 그냥 얻기 영 쉽지 않고요.

▲ 완료 못한 과제는 클리어 시 하나씩 뭔지 알려줍니다

▲ 미리 안 알려주면 적당한 눈썰미로는 그냥 넘기기 쉬운 요소가 많습니다

이러한 요소들은 하나하나가 여러 가지 파훼법으로 플레이어의 창의적 해결을 유도하는 건 아닙니다. 능력을 적재적소에 활용하고 정확한 위치 조작과 액션 컨트롤이 있어야 클리어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스테이지 안에서의 탐험적인 개념보다는 답을 찾아내는 액션 퍼즐이자 탐색 요소에 더 가까운 거죠. 그렇기에 그냥 스테이지 클리어만 원한다면 더 깊은 고민 없이 2D 플레이와 유사하게 곧장 나아가면 되죠.

그런데 정확한 능력 활용은 일반적인 스테이지 클리어에서도 필요합니다. 그럼 많은 카피 능력의 적절한 활용이 필요하고 단순한 게 아니지 않으냐 말하지 않을까 싶은데요. 클리어에 꼭 필요한 카피 능력은 지금 보유하고 있지 않다면, 그 능력 가진 적이 등장하고 특별한 능력은 따로 강조해서 보여주기도 합니다. 클리어 자체에는 어려울 게 없다는 말이 쭉 이어지는 셈이죠. 그냥 깰 때는 얕은 시냇물인 줄 알았는데 바닥까지 다 훑으니 가슴 정도까지는 잠기는 물이었던 거죠.

이러한 플레이 변화는 2D와 달리 한 번에 담아낼 수 있는 화면 안의 정보가 많아졌고 그에 따라 스테이지의 맵 규모도 커지며 넓어진 지역을 보다 다양하게 활용한 방식이라고 보면 됩니다. 또, 기존의 특색을 유지한 채 이루어지는 3차원 액션은 구현 난이도는 높고 액션의 시각적 명확성은 더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렇게 압축된 플레이 요소를 탐색 요소로 대체했다고 볼 수도 있고요.

▲ 깨는 데 꼭 필요한 능력, 혹은 능력 가진 적은 계속 리젠되니 걱정 끝



누구나, 쉽게, 그래도 단순하지는 않게

3D에서의 탐색 요소는 '클리어는 쉽게, 그러면서도 완전한 클리어까지는 어렵게'라는 이번 작품의 큰 특징을 상징하는 설정입니다. 실제로도 단순히 맵 안에서의 숨겨진 요소만이 아니라 액션 조작이나 부수적인 미니 게임에도 이러한 단순 클리어와 완벽함의 간극이 존재합니다.

커비 디스커버리의 전투 자체는 굉장히 쉬운 편입니다. 어려운 게임이 잘 만들고, 재미있는 것이라는 시선에는 무조건 동의하기 어렵지만, 어쨌든 이번 게임은 전투 자체로 불타오르는 도전 욕구가 생기지는 않는 수준이죠. 이건 일반적인 맵 클리어뿐만 아니라 보스전도 비슷합니다. 비교적 자주 주어지는 회복 아이템 덕에 죽을 일도 적고, 몇 번씩은 트라이하는 게 당연한 요즘 시대에 실수하지 않으면 보스전도 초중반까지는 첫 도전에 클리할 수 있죠. 보스 패턴도 슬라이딩, 공기를 머금고 오래 활강할 수 있는 점프 정도만 유연하게 쓸 수 있으면 됩니다. 클리어 시간도 그다지 길지 않고요.


대신 스토리의 큰 줄기가 마무리되는 첫 엔딩을 본 이후. 기존의 스테이지를 활용해 더 높은 난이도로 디자인된 외딴 섬 등은 더 도전적인 콘텐츠를 즐길 수 있도록 만들어졌습니다. 보스 역시 여러 방식의 공격을 섞어서 활용하거나 패턴도 다양해지죠.

능력 강화에 필요한 레어 스톤을 획득할 수 있는 트레져 로드도 비슷합니다. 정해진 특정 능력을 활용해 이루어지는 짧은 스테이지인 트레져 로드는 넉넉한 제한 시간에 클리어 자체는 어렵지 않은 편입니다. 여기서 얻는 레어 스톤이 능력 강화에 쓰이는 만큼 클리어가 필요한 콘텐츠기도 하고요. 그런데 이걸 추가 코인 주는 목표 클리어 타임까지 고려하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목표로 주어지는 시간이 정말 너무나 빡빡해 일부 스테이지는 자칫 스위치 던져버리지는 않을까 싶기도 있고요. 정확한 조작과 시간 줄일 동선까지 생각해야 하는데 막상 보상은 심심한 편입니다.

개발진은 클리어, 혹은 게임 진행에 필요한 것들은 최대한 쉽고 확실하게 가져갈 수 있도록 했습니다. 그러면서도 게임을 보다 깊이 있게 즐기고 싶은 경우에는 그에 따라 더 많은 것을 플레이하고 탐색할 수 있도록 한 거죠. 쉬운게 마냥 단점이 아니라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또 이용 연령대가 다양한 커비의 유저층을 고려한 요소라고 볼법한 거죠.

▲ 1초만 빨랐어도... 이럴 때가 많긴 한데 게임이 강요하지는 않습니다. 안 해도 충분해요

여기에 약간의 조작은 가능하지만, 기본적으로는 고정적인 카메라 시점도 칭찬해줄 만합니다. 보통 나아가는 방향에 시야를 주로 담아낸 고정된 시야는 모든 방향에서 적이 다가올 수 있는 게임에서는 능동적인 대처를 하기 어렵게 만듭니다. 그래서 대개 오른쪽 스틱을 통한 조작을 가능하게 만들고 이런 상황에 대처하지 못하는 걸 유저 탓으로 돌리는 식이었죠. 물론 호러 게임이나 의도적으로 카메라 시점을 제한하는 디자인을 고수한 게임도 있긴 하지만요.

어쨌든 커비 디스커버리에서는 고정 화면을 꽤 유려하게 사용합니다. 화면을 최대한 멀리서 잡아 주인공인 커비가 카메라 중심에 가깝게 잡히도록 했죠. 좁은 공간이나 화면이 전환되는 구간에서는 유저가 불편하지 않을 정도로 재빠르게 카메라를 옮기죠. 이것도 플레이어가 조작해야 할 요소를 하나 덜어낸 셈이고요.


▲ 상황에 따라 알아서 잡아주는 카메라는 불편함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 수준입니다



새 시대에 맞는 능력의 재구성

플레이 방식에 따라 보다 진한 맛을 느낄 수 있는 구성. 그리고 그 깊이를 내는 데 힘을 더하는 건 다양한 카피 능력과 새로운 머금기입니다.

3D로의 변화는 앞서 액션 구현의 어려움을 가져온다고 설명했는데요. 단순히 평면에서의 네 방향이 아니라 커비를 기준으로 구 형태로 모든 부분을 함께 고려해야 하죠. 당연히 2D기에 구현이 가능했던 일부 능력은 삭제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여기에 조합 능력도 없어 기본적인 카피 능력의 다양성은 줄어들었죠.

하지만 새롭게 능력의 진화 요소가 생기며 같은 능력 형태의 틀 안에서 다양성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총을 쏘는 레인저는 양손에 총을 든 노블 레인저, 그리고 보다 강력한 공격을 가하는 스페이스 레인저로 진화시킬 수 있습니다. 물론 처음부터 진화되는 건 아니고 스테이지 안에서 설계도를 얻어야 하죠. 일부는 자연스럽게 얻기도 하고, 첫 엔딩이 진화 안 했다고 못 깰 수준도 아니긴 하지만, 확실히 플레이는 편해지죠.

▲ 같은 카피 능력도 강화가 가능하고

▲ 피해량, 활용도 등도 당연히 높아집니다

능력의 진화는 3D에서 구현할 수 있는 기본적인 형태는 유지하면서 강력하거나 새로운 디자인으로 플레이에 다양성을 더하는 식이죠. 엔딩 이후 만나는 강력한 보스 상대에도 플레이어에게 대처할 방안을 주는 셈이고요.

카피 능력이 전투에 효과를 낸다면 새로운 특수 능력인 머금기는 맵마다 특정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키로서 작용합니다. 회복 아이템 정도를 빼면 별도의 아이템이 없는 게임에 다양성을 조금 더 더해냈달까요? 머금기는 말 그대로 삼키지 못할 정도의 큰 물건을 커비가 입에 머금고만 있어 형태는 유지한 채 그 능력을 발휘하는 식인데요. 삼각 콘을 머금으면 뾰족한 부분으로 금이 간 바닥을 부숴버릴 수 있고 전구를 머금으면 어두운 동굴을 비출 수도 있죠. 트레일러부터 화제가 됐던 자동차 머금기도 있고요.

이들 머금기 능력은 맵 위에 존재하는 대상이 있을 때만 가능하고 활용 가능한 지역이 지나면 가지고 갈 수는 없도록 스테이지가 디자인됐습니다. 사다리는 있지만, 점프로 넘어갈 수는 없어 뱉어내고 갈 수밖에 없는 식으로요. 이건 머금기가 가진 능력 활용 용도와 비슷합니다. 몇몇은 전투에도 쓸 수 있지만, 대개는 그 지역에 한정된 기믹, 퍼즐 풀이, 길찾기 등을 위해 쓰이거든요.

그래서 기본적으로 카피 능력을 지닌 채로 머금기가 가능하고 뱉어도 기존 카피 능력은 그대로 사용할 있는 등 사실상 용도를 구분하고 있는 셈이죠. 기본 카피 능력도 퍼즐이나 숨겨진 요소를 풀어내는데 쓰이기도 하지만 교통정리는 확실히 한 셈입니다.

머금기의 경우 그 형태에 커비가 바뀐다는 큰 개념탓에 꽤 기괴한 연출이 이루어지지는 않을까 걱정되기도 했는데요. 일단 삼킨 그대로가 아니라 눈이나 몸의 위치가 적당히 변경되는 편입니다. 덕분에 기괴함보다는 커비의 귀여움을 그나마 잘 살릴 수 있는 수준이고요.

▲ 카피와는 다른 방식으로 활용되는 능력인 머금기

▲ 디자인도 기괴함까지는 가지 않고 적당히 귀여움을 살린 편입니다



클래식한 커비의 핵심을 유지하면서 게임 전체에 다양한 도전 요소를 담아낸 플레이 특징에 집중했지만, 납치된 웨이들 디를 구조해 확장하는 마을이나 여러 미니게임도 스테이지 형식의 게임 플레이 부담감을 환기해주기 적당한 재미를 주죠. 여러 스테이지 디자인에서 예상할 수 있듯, 인간들이 살았던 세계와 먼 미래, 그리고 다른 무언가의 존재 등은 3DS 시절 스토리 비중을 크게 늘렸던 로보보 플래닛을 떠올리게도 하고요.

보통 시리즈의 3D화는 월드의 확장이나 게임 형태의 변화 등을 가져오는 좋은 전환점이 됐습니다. 그건 그간의 닌텐도도 비슷했고요. 대신 기존 게임의 정통성을 이어가게 만들어내기가 쉽지는 않았죠. 하지만 커비는 3D를 단순히 장르의 변환이 아니라 기존의 것들을 유지한 채 어떻게 다양한 요소를 담아내고, 더 많은 게이머가 즐길 수 있을지 고민하는 방향으로 사용했죠.

어린 자녀든 조카든, 사주고 함께 2인 플레이 해도 좋고, 진득하게 앉아 주말 하루를 투자해 10시간 안쪽으로 첫 엔딩까지 달려도 좋고, 귀여운 커비 움직이는 것 보는 것도 좋은, 커비 디스커버리는 그런 게임입니다. 또 그 모든 걸 깔아두고 만들어진 것도 맞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