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LCK 스프링 결승은 '체급'이 높은 T1과 젠지 e스포츠의 대결이다. 두 팀은 이번 스토브 리그 시작부터 강팀으로 거론됐고, 당연하다는 듯이 자신들의 가치를 증명하며 결승전에 올라왔다.

그런데 두 팀이 이번 스프링에서 보여준 강함의 색깔은 이전 강호들과 조금 달랐다. 많은 팀들이 T1-젠지를 상대로 한 세트를 따내거나 초-중반 흐름을 주도하는 양상이 나오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두 팀은 불리한 양상마저 극복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후반 체급'과 뒷심이 남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체급'이 높다는 말이 예전부터 초반 라인전과 밀접한 관계가 있었다면, 2022년은 뒷심이 얼마나 강한지에 따라 갈리고 있다. 2015년 롤드컵에서 2차 포탑이 4강전에서 처음으로 밀렸던 SKT T1, 라인전만으로 결승 상대를 압도한 2018 롤드컵의 주인공 iG 등과 결이 달랐다.

이런 변화가 일어나게 된 이유는 바로 현상금 시스템 때문이다. 2022년에 포탑과 오브젝트까지 새롭게 현상금이 붙으면서 뒷심으로 불리한 양상을 극복할 수 있게 됐다. 그런 면에서 후반 기대치가 높은 챔피언을 잘 다루는 T1과 젠지가 다른 팀보다 앞서 갔다고 볼 수 있겠다.




이는 지난 담원 기아와 젠지전에서 가장 잘 드러났다. 담원 기아가 1만 골드 이상 격차를 확실히 벌렸음에도 게임이 뒤집히는 양상을 확인할 수 있었다. '쵸비' 정지훈이 사이드 라인의 포탑을 밀어내면서 글로벌 골드 추격을 시작했고, '룰러' 박재혁이 가장 잘 성장한 '캐니언' 김건부의 니달리를 끊어주면서 분위기가 묘하게 흘러갔다. 마지막 5세트에서 일방적으로 데스를 내준 수만 보면, 담원 기아의 실책이 더 적었다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현상금 시스템 하에 후반 킬이 앞선 여러번의 킬보다 더 크게 다가오면서 승부는 뒤집히고 말았다.

두 팀의 뒷심은 챔피언 활약만 들어도 알 수 있다. 담원 기아를 상대로 '쵸비' 정지훈은 코르키를 꺼냈다. 코르키는 프레딧 브리온이 담원 기아와 PO 1R 대결에서 꺼냈다가 말린 카드였다. 그럼에도 '쵸비'는 남다른 코르키의 성장세로 1:2 전투마저 승리하는 슈퍼플레이를 펼쳤다. 불리하거나 팽팽한 양상 속에서도 후반 기대치가 높은 챔피언을 키워낼 줄 알았다. 성장할 시간을 팀적인 운영을 통해 벌면서 해당 픽의 가치는 더 높아지게 된다.

'룰러'의 자야 역시 막판에 놀라운 집중력을 선보이며 픽의 가치를 끌어올렸다. 상대 담원 기아가 직스-제이스-니달리로 포킹을 넘어선 포격을 가하는 상황에서도 '룰러'는 침착했다. 후반 한타부터 해당 스킬을 모두 피하고 딜을 넣는 장면을 볼 수 있었다. 말로만 가능한 '입롤'과 같은 상황이 나온 것이다. 논타겟 스킬을 쓰는 직스와 같은 '비원딜'의 가치는 그런 자야의 움직임 때문에 더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T1 역시 많은 선수들이 뒷심을 발휘하는 능력치를 갖고 있다. 대표적인 챔피언이 바로 '제우스' 최우제의 제이스다. 11승 4패라는 성적으로 선픽으로도 정말 많이 뽑은 픽이다. 라인전 단계에서 상대의 집중 견제에 말리기도 했으나, 후반에 이를 극복하며 값어치를 확실히 해준 픽이다. 잘 큰 제이스는 사이드 운영과 한타전 포킹에 모두 능한데, T1 제이스는 두 역할 모두 소화해냈다.

후반으로 넘어가는데 중추 역할은 '케리아' 류민석이 해낸 경우가 많았다. 상대 역시 프로게이머지만, '케리아'의 플레이를 예측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나왔다. '케리아'는 탐 켄치와 같은 픽으로 아군을 극적으로 살려 전세를 역전하거나, 의외의 타이밍에 이니시에이팅을 시도해 성과를 올렸다. 해당 플레이가 나오면서 상대 팀의 분위기가 꺾이곤 했다. 팀원들이 게임 내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그 과정을 만들어가는 선수가 '케리아'다.

이렇게 두 팀은 결승전까지 올라왔다. 라인전 체급도 강하다고 평가받지만, 무엇보다 후반 뒷심이 중요하다는 점을 증명하면서 말이다. 뒷심을 발휘하는 과정은 T1이 더 매끄러웠기에 스프링 전승이라는 놀라운 결과까지 낼 수 있었다. 젠지 역시 이번 PO에서 담원 기아전 경험을 통해 한층 더 단단해졌을 것이다. 이번 결승전은 끝까지 갔을 때, 누가 더 묵직한 '후반전 체급'을 선보일지 궁금한 대결이라고 할 수 있다.

■ 2022 LCK 스프링 스플릿 플레이오프 결승 일정

결승 T1 vs 젠지 e스포츠 - 4월 2일(토) 오후 4시 30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