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CK를 대표하는 두 미드 라이너가 스프링 시즌 우승컵을 두고 경기를 치른다. LCK 퍼스트 미드 라이너 '페이커' 이상혁과 지표가 인증하는 미드 라인 최상위 포식자 '쵸비' 정지훈의 대결이다. 두 선수는 모두 팀 내 POG 순위 1위를 차지하며 절정의 기량을 보여주는 상황, 덕분에 미드는 이번 결승전 경기에서 승패를 가르는 가장 중요한 라인이 될 거로 보인다. 이번 결승전에서 이 둘의 대결은 어떤 양상일까?

결승전 앞서 진행된 미디어데이 인터뷰에서 미드 라인 양상을 그려볼 만한 단초가 제공됐다. 다전제에서 여러 번 맞붙은 '페이커'와 '쵸비'에 대해 서로를 어떻게 생각하지 궁금하다는 질문이 있었다. 이에 '페이커'는 '쵸비'에 대해 "라인전 단계에서 CS 잘 챙기는 게 굉장한 강점이다. 하지만 그 부분은 대회에서 상대법을 생각해놔서 잘 대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눈에 띄는 부분은 '페이커'가 언급한 '쵸비 상대법'이다. 라인전 지표로는 따라올 미드 라이너가 없는 '쵸비'에 대해 '페이커'는 상대법이 있다고 했지만, 구체적으로 설명하진 않았다. 때문에 상대법이 무엇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그렇다면 '페이커'가 이야기 하는 '쵸비 상대법'은 어떻게 알아낼 수 있을까? 혹시, 상대법 중 하나일 거라고 생각할만한 근거를 '쵸비'의 답변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쵸비'는 '페이커'에 대해 "미드 라인전이 굉장히 탄탄하고 정글러와의 호흡이 장점이다"라고 평가했다. 주목할 점은 '정글과의 호흡'이다. '페이커'는 과거 대결에서 정글러와의 호흡이 뛰어나다는 인식을 '쵸비'에게 남겼다. T1 정글러가 어떤 방식으로든 '페이커'와 '쵸비'의 라인전에 개입했다는 걸 유추할 수 있다.

두 선수는 지금까지 총 다섯 번의 다전제 경기를 치렀다. 이 경기들 중 '페이커'가 정글러의 갱킹을 이용해 라인전 단계에서 '쵸비'를 잡아낸 경우는 총 다섯 번이었다. 주로 라인을 밀고 빠르게 귀환하는 방법으로 CS 차이를 벌리는 '쵸비'의 스타일은 자연스럽게 포지션이 앞으로 쏠리게 되고 갱킹에 노출되는 편이다. '페이커'는 '쵸비'의 그런 스타일을 이용해 정글러와 함께 득점했고, 이 킬들은 대부분 '쵸비'가 속한 팀에게 치명적으로 작용했다. 또한, T1의 정글러가 귀환 타이밍이 꼬인 '페이커'를 위해 라인을 잡아주는 장면도 여러 번 찾아볼 수 있었다.

정글러의 개입이 쉽지 않다면, 라인전의 우위는 '쵸비'에게 있다. 지난 다섯 번의 다전제에서 '쵸비'는 '페이커'를 상대로 세 번의 솔로킬을 기록했다. 반면, '페이커'는 '쵸비'를 상대로 솔로킬이 없었다. 또한, '쵸비'는 라인전에서 갱킹을 당한 경우를 제외하면, '페이커'를 상대로 대부분 비슷하거나 더 많은 CS를 챙겼다.

▲ 사진제공: 라이엇 게임즈

또 한 가지 살펴볼 기록은 다섯 번의 다전제 결과이다. '쵸비'는 '페이커'와 다섯 번의 다전제를 치렀지만, 한 번도 승리하지 못했다. T1 정글러와 '페이커'의 협공을 당하지 않고, 라인전 단계에서 우위를 점하더라도 이를 승리로 연결하지는 못했다는 의미이다. 이런 결과는 '페이커'가 라인전에서 밀리더라도 후반 영향력은 '쵸비'보다 뛰어나다는 점을 보여주는 근거 중 하나이다.

위 세 가지를 가지고 이번 결승전에서 미드 라인의 양상을 그려보면, '쵸비'는 '페이커'를 상대로 라인전에서 약 우세를 점할 수 있을 거로 보인다. 그러나 '쵸비'가 후반 영향력의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 라인전을 강하게 가져간다면, T1 정글러의 갱킹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T1 정글러의 갱킹을 의식해서 '페이커'와의 라인전을 강하게 가져가지 않을 경우, 후반 영향력에서 '페이커'에게 밀리게 된다. 이것이 현재 '쵸비'가 '페이커'를 상대로 가진 딜레마이다.

'쵸비'가 빠진 딜레마에서 벗어날 방법은 있다. '쵸비'가 '페이커' 만큼의 후반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면, 굳이 초반 라인전 단계에서 힘을 주지 않아도 된다. 그리고 그게 불가능한 건 아니다. 라이엇 게임즈가 제공하는 지표에 따르면, '쵸비'는 지난해와 비교해 15분 이후 평균 CS 및 골드 획득량은 줄어든 반면, 15분 이후 피해량은 12,648에서 15,082로 18%가량 증가했다. 지난 담원 기아와의 다전제 경기에서도 승리한 세 세트에 단독 POG를 받으며 나아진 후반 캐리력을 인증했다.

'페이커'는 지금까지 다전제에서 '쵸비'의 인간 상성으로 군림해왔다. 또한, 올해 '쵸비'는 대부분의 지표에서 미드 라이너 중 최상위를 찍었음에도 정규 리그 전승을 기록한 '페이커' 때문에 '최고의 미드 라이너' 칭호를 받지 못했다. '쵸비'가 '페이커'의 그늘에서 벗어나 보여준 지표만큼 인정받을 길은 하나뿐이다. 이번 LCK 스프링 스플릿 결승전에서 우승하는 것. '페이커'를 향한 '쵸비'의 여섯 번째 도전은 2022 LCK 스프링 스플릿 결승전을 흥미롭게 만드는 또 하나의 이야깃거리가 될 전망이다.


■ 2022 LCK 스프링 스플릿 플레이오프 결승 일정

결승 T1 vs 젠지 e스포츠 - 4월 2일(토) 오후 4시 30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