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L은 팀 게임이다'는 뻔하고 익숙한 말이다. 그런데 이 말을 극한으로 실천할 수 있는 팀은 프로팀에서도 드물다. 2022 LCK 스프링에서 T1은 해당 명제 그 자체와 같은 모습을 보여줬다. 스프링 전승 우승이라는 결과는 괜히 나온 결과가 아니었다.

개인 기량만 본다면, 항상 완벽하다고 볼 수 없다. 하지만 팀원의 실수마저도 팀 플레이로 극복하면서 모든 경기 결과를 승리로 마무리할 수 있었다. 이상적인 2022 T1의 기량은 어떻게 맞물렸기에 이런 결과를 낼 수 있었을까.


다섯 명이 '하나의 눈'으로 보는 팀


많은 팀들이 새로운 선수들로 팀을 구성할 때, T1은 올해 작년에 활동했던 팀원들을 그대로 유지하는데 주력했다. 함께 LCK 결승-롤드컵 무대에서 뛰고, 좌절도 경험해보면서 더 단단한 팀이 되는 과정을 거쳤다.

그래서인지 다른 LCK팀보다 팀합 면에서 앞서 갔다. 팀 플레이에 약점이 크게 드러나지 않았던 팀이 T1을 만나면 작은 합의 차이가 크게 벌어졌다. 그러면서 상대 팀의 기량이 T1전에서 떨어진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오브젝트 한타나 운영 단계에서 상대가 한 명이라도 다른 생각으로 임했을 때, T1과 달리 엉성한 플레이가 나오곤 했다.

스프링 결승전 1세트의 첫 협곡의 전령 전투만 보더라도 알 수 있었다. 협곡의 전령을 끝까지 버스트할 것인가, 한타로 전환하면 누구를 먼저 노릴 것인지 말이다. 먼저 전령을 친 젠지가 선택을 내리지 못할 때, T1은 전령을 포기하고 앞라인 챔피언부터 차례로 공략하며 밀고 들어가는 움직임을 선보였다. 바론 버스트 과정에서도 비슷한 양상 연이어 나오면서 경기는 T1의 우승으로 기울 수밖에 없었다.


4강 3세트에선 수적으로 불리한 상황마저 극복하는 T1의 집중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오너' 문현준의 리 신과 '제우스' 최우제의 케넨이 먼저 잘린 상황. 드래곤은 물론, 추가 피해시 바론까지 내줄 수 있기에 평범한 팀이라면, 일단 후퇴했을 것이다.

하지만 T1은 단 하나의 실현 가능한 플레이를 생각하고 있었다. 킬을 올리면 날 뛸 수 있는 '페이커-구마유시'의 벡스-징크스가 살아있다는 점. 그렇기에 선제 공격으로 우선 한 명만 끊어낸다면, 3:5전투에서 색다른 구도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 '케리아' 류민석의 노틸러스가 '테디' 박진성의 자야를 정확히 낚아챘고, 이에 '페이커-구마유시'가 미리 호응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재정비에 들어가는 짧은 시간 속에서도 한 지점을 바라보는 콜을 공유했기에 가능했다.

사이드 운영 단계에서도 팀 플레이 격차는 벌어졌다. PO 2R 젠지-DK전은 '쵸비' 정지훈의 사이드 플레이가 역전의 발판이 된 경우가 많았다. 글로벌 골드에서 크게 밀리더라도 꾸준히 성장한 '쵸비'가 사이드를 밀어내면서 현상금을 확보하면 어느덧 격차가 좁혀졌다. '쵸비'는 홀로 1:2전투마저 거뜬히 소화해낼 정도로 사이드 운영에 있어서 막강한 힘을 자랑했다.

▲ 젠지 노림수 흘린 뒤, 홀로 남은 '쵸비' 공략하는 T1

T1은 그런 '쵸비'의 힘을 영리하게 빼놓을 줄 알았다. T1 '페이커' 이상혁의 라이즈는 결승전 1세트에서 특별한 슈퍼 캐리를 선보이진 않았다. 대신 안정적으로 상대가 자신을 노릴 타이밍에 뒤로 빠져있거나 상대 공격을 흘리는 역할을 했다. 위 장면은 오른의 궁극기를 활용한 암살 시도를 흘려내는 모습이다. 여기서 T1은 단순히 '라이즈가 죽지 않았다'는 신호에서 멈추지 않았다. 봇 라인에 인원을 투자했다는 사실을 파악한 순간, 홀로 남겨진 '쵸비'의 빅토르를 세 명이 달려드는 선택을 바로 내렸다. 다른 라인과 팀원들의 상황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그리고 이를 어떻게 활용할지 잘 알고 있었다.

LCK에 개인 기량면에서 최고치를 자랑하는 선수들은 다른 팀에 많다. POG 1위 DK '캐니언' 김건부, 젠지의 '쵸비' 등은 왠만한 팀을 넘어설 만한 개인 캐리력을 자랑하며 4강-결승까지 올 수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개인 기량이 뛰어나더라도 하나의 시선을 공유하는 팀 플레이를 이길 수 없었다. 결국 팀이 한 지점을 바라보고 있는 T1이 우승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넌 이미 죽어있다"


단순히 순간적인 콜이 좋다고 모든 일이 일사천리로 진행될 수 없는 법. T1은 설계에도 능한 팀이다. 자신들에게 유리한 양상을 어떻게 만들어갈지 확실한 목표 하에 움직일 줄 알았다.

게임의 진행 순서상으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오너'의 갱킹이다. 탑 다이브 플레이가 다른 팀보다 수월하게 진행되는 장면을 자주 볼 수 있었다. 미리 탑을 공략하겠다고 선언했을 때, '제우스'가 상대 체력을 깎거나 생존기를 빼놓는 딜 교환을 해놓는다. 이는 4강 KDF전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기인' 김기인의 아칼리는 이전에도 1:3 다이브를 연이어 흘린 까다로운 픽이었다. 그럼에도 T1은 PO에서 해당 아칼리를 깔끔하게 잡아내곤 했다. '제우스'의 케넨이 강한 초반 압박으로 황혼의 장막(W)을 빼자, '오너'의 리 신이 바로 다이브를 시도하는 장면이 이어졌다. 어느 타이밍에 압박하고 바로 호응할지 칼같이 계산했기에 '생존왕'처럼 보였던 '기인'마저 무너뜨릴 수 있었다.

'케리아-구마유시'는 협곡의 좌표를 공유하고 있는 듯한 플레이를 선보였다. 아래 이미지는 결승전 2세트에서 '케리아'가 8킬을 기록하며 현상금 500원을 들고 있는 '도란' 최현준의 아칼리에게 교전을 거는 장면이다. 아군의 거리가 먼 상황에서도 서포터가 홀로 교전을 여는 장면이 의아하게 느껴졌다. 아칼리라는 챔피언이 생존기까지 있기에 움직임을 예측하기 쉽지 않았다. 그런데 아칼리가 이동기를 쓰고, 노틸러스가 당기는 곳까지 정확하게 예측해 '구마유시' 이민형의 징크스가 초강력 초토화 로켓을 맞췄다. 어느 지점에서 아칼리-노틸러스의 교전이 멈추는지까지 예상한, 이를 알고 있다는 듯이 성공한 '케리아-구마유시'였다.

▲ '구마유시' 초강력 초토화 유도탄?

▲ 미리 불(점화) 붙여 놓고 공략 지점 설정, '케리아'

비슷한 장면은 결승전 3세트에서 또다시 이어졌다. 미드 공성 과정에서 '케리아'는 당당하게 포탑 앞으로 걸어가 '쵸비' 정지훈의 르블랑에게 점화를 건다. 해당 플레이만 보면 서포터가 솔로 킬을 낼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기에 점화를 낭비한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다시 한번 '구마유시'가 징크스의 궁극기로 타격해 결국 르블랑을 끊어내는 성과를 낸다. 마치 거기에 서 있을 것을 예측이라도 한 듯이 '케리아'가 미리 딜 교환을 한 것이다. T1 입장에서 보면, 앞으로 협곡의 전령으로 공성을 시도할 것이기에 '압박해보자'는 정도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날카롭게 킬로 완성하면서 스노우 볼을 더 빠르게 굴릴 수 있었다.

이렇듯 T1은 게임 내에서 뚜렷한 목표를 미리 설정하고, 이를 실현하는 팀이다. 개개인의 슈퍼플레이 효과가 배가 되는 설계로 더 많은 이득을 취할 수 있었다. 상대 역시 예측하지 못한 영역의 설계와 플레이가 나오면서 경기는 T1 쪽으로 기울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LCK 전승 우승이라는 대기록을 세울 수 있었다.

한동안 2022 LCK 스프링에서 다른 팀의 기량이 떨어지면서 T1이 상대적 우위를 점했다는 의견도 있었다. 그렇지만 이제 MSI라는 국제 무대에서 본 기량을 보여줄 수 있게 됐다. 세계 무대를 정복하는 순간, 더는 비교 대상이 없기에 '절대적'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하나 된 T1의 기량이 세계 무대에서 어느 정도 수준까지 도달할 수 있을까. MSI가 T1의 절대적인 기량을 보여줄 수 있는 무대가 됐으면 한다.

과거 SKT T1이라는 팀의 명성은 세계 무대에서 거둔 성적으로 완성할 수 있었다. MSI-롤드컵을 모두 석권했고, 롤드컵 3회 우승이라는 점이 명성을 드높이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그리고 2022년 T1이 다시 MSI부터 과거 SKT T1의 영광을 이어갈 기회를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