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리자드가 블리즈컨 2019에서 '오버워치2'의 개발 소식을 발표한 후 꽤 오랜 시간이 흘렀습니다. 당시 분위기는 꽤 빠른 시일 내에 출시될 것만 같았는데요. 하지만 잇따른 출시 연기와 디테일한 개발 소식이 전해지지 않으면서 개발 여부에 의혹이 들 때쯤 지난 3월, 블리자드는 '오버워치2'의 PvP 베타 테스트를 진행한다고 밝히며, 참여자 모집을 시작했습니다.

발표에 따르면 '오버워치2'는 본래 PvE와 PvP가 함께 어우러져 개발 중이었으나 예상보다 길어지는 개발 일정에 우선 PvE 작업을 하는 동안 PvP 콘텐츠를 체험할 수 있도록 이를 분리하는 출시 전략을 세웠습니다. '오버워치2' 개발 때문에 사실상 콘텐츠 업데이트가 멈춰버린 '오버워치1'을 언제까지 내버려둘 수 없다는 것이죠.

본격적인 '오버워치2'의 PvP 베타 테스트는 4월 26일부터 시작될 예정입니다. 이에 블리자드는 사전에 매체 및 소수의 크리에이터를 대상으로 비공개 알파 테스트를 진행했는데요. 본격적인 베타 테스트에 앞서 달라지는 PvP 시스템과 게임 플레이의 느낌은 어떤지 체험 소감을 전해볼까 합니다.


먼저, 이번 비공개 알파 테스트는 초기 테스트 빌드로 본격적인 시작을 알리는 첫걸음이라 볼 수 있습니다. 아직 바뀐 부분보다 바뀔 부분이 더 많기 때문이죠. 따라서 이번 비공개 알파 테스트만 갖고 전체적인 틀을 파악하기보단 어떤 식으로 바뀔 것인지 흐름을 보는 데 집중했습니다.

세부적으로 하나씩 살펴보면 PvP 시스템에서 다양한 변화가 느껴졌습니다. PvP 베타 테스트는 5v5 전투 인원 변경, 핑 시스템, 신규 모드 밀기 및 4개의 신규 전장 추가, 신규 영웅 '소전' 등장과 기존 영웅 개편이 적용될 예정이며, 이 모든 내용을 알파 테스트에서도 겪어볼 수 있었습니다.

우선, 기존 6v6 에서 5v5 로 인원수가 조정되어 돌격1, 공격2, 지원2 조합으로 바뀌었는데요. 화력이 집중되면 아무리 돌격 역할군이라고 해도 순식간에 죽을 수 있는데 이를 보조해줄 또 다른 돌격 영웅이 없으니 교전이 굉장히 빨라졌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 음성 채팅을 못하는 상황에서도 핑을 사용해 쉽고 빠른 의사소통이 가능해졌습니다

또한, 조합에 따라 다르겠지만, 기존에 라인하르트나 자리야 등 탄탄한 방어막을 통해 아군을 지원하는 영웅보단 윈스턴, 디바, 로드호그처럼 적진에 침투해서 훼방을 놓거나 한 명을 빠르게 끊을 수 있는 영웅의 입지가 늘어난 느낌이었습니다. 여러모로 6v6에서는 느낄 수 없는 긴박감이 더해져 생각보다 괜찮은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한 명만 죽어도 전세가 확 기울어질 수 있다 보니 이전보다 교전이 어려워진 느낌입니다. 서로의 손발을 더 잘 맞출 필요가 생겼죠. 핑 시스템의 등장은 기존 음성 채팅에서 부족하게 느껴지는 시각 정보를 충족해줘 이전보다 더욱 빠르고 쉽고 정확한 의사 전달을 가능하게 했습니다. 적 발견, 이쪽으로 간다, 후퇴 등 총 8가지의 상태를 시각 정보인 핑으로 표시해주니 생각보다 편리하게 다가왔습니다.

신규 영웅과 기존 영웅 개편에 관해서도 이야기해보겠습니다. 2020년 에코가 출시된 이후 약 2년 만에 새롭게 등장한 '소전'은 공격 역할군의 영웅으로 솔저: 76과 비슷하면서도 살짝 다른 느낌을 줬습니다.


'소전'은 레일건을 주무기로 사용하며, 기본적으로 연발 사격을 가합니다. 추가로 총을 발사할 때마다 에너지가 쌓이는데 이를 모아 강력한 위력의 한 발을 발사할 수도 있죠. 스킬은 단거리를 빠르게 이동하고 높게 점프할 수 있는 파워 슬라이딩과 착탄 지점에서 일정 반경 내의 적을 느리게 하고 지속 피해를 입히는 분열 사격을 갖추고 있습니다.

궁극기는 일정 시간 동안 레일건에 과부하를 줘 적을 관통하는 공격을 발사할 수 있습니다. 한 발의 위력이 높고 관통 효과까지 갖춰 좁은 통로에 뭉쳐서 들어오거나 보호막을 믿고 돌격하는 적들에게 탁월한 효과를 보여줬습니다.

직접 체험해본 '소전'은 슬라이딩을 통한 빠른 기동성과 순간 화력이 강한 기술을 적재적소에 사용해 적들의 진영을 붕괴시키는데 특화된 느낌이었습니다. 다만, 겐지나 트레이서처럼 적진 깊숙이 들어가서 훼방을 두기엔 파워 슬라이딩의 쿨타임이 길고 이동 거리가 다소 짧았는데요. 따라서 돌격 영웅의 뒤를 따라가며, 적을 견제하다가 기회가 왔을 때 순간적으로 피해를 누적시키는 플레이 위주로 운영을 했을 때 가장 효과가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기존 영웅의 개편은 '오리사', '둠피스트', '바스티온', 솜브라' 총 4개의 영웅에게 적용됐습니다. 이중에서 가장 충격적인 변화는 아무래도 '둠피스트'가 아닐까 합니다.

공격 역할군으로 무시무시한 활약을 선보였던 '둠피스트'가 이제는 돌격 역할군으로서 새 삶을 시작했습니다. 역할군이 바뀌면서 체력이 증가하고 스킬에도 약간의 변화가 찾아왔는데요. 라이징 어퍼컷과 지진 강타가 하나의 스킬로 통합되고 대신 파워 블록이라는 신규 스킬이 추가됐습니다. 파워 블록은 일정 시간 동안 90%의 피해를 막는 방어 기술로 일정 공격을 막아내면 건틀릿의 에너지가 충전되고 다음 기술에 추가 효과가 발생합니다.

테스트 도중 정말 잘하는 '둠피스트' 유저를 만났는데 혼자 때리고 막고 방방 뛰어다니니 이전보다 더욱 디스거스팅한 기분이 들더군요. 그나마 다행인 점은 공격력 너프를 당해 이전처럼 혼자 적진을 휩쓸고 다니는 막강한 위력을 선보이진 못했습니다. 공격 역할군 시절의 '둠피스트'가 양 떼 사이를 휘젓는 늑대였다면 이제는 훈련받은 양치기 개가 된 느낌이었습니다. 혼자 다 죽이진 못하지만 튼튼한 몸으로 훼방을 놓고 아군이 편하게 공격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준달까요.

▲ 돌격 역할군으로 새롭게 탄생한 '둠피스트'

또한, 앞서 언급했듯 앞으로 돌격 역할군은 1자리뿐이라 '둠피스트'를 선택하면 팀 전체의 생존력이 부족해질 수 있습니다. 보호막으로 아군을 지켜주는 기술이 없으니 아군을 지켜주는 탱커보단 역할군 그대로 돌격조의 느낌이 강했습니다. 아마 이 부분은 추후 다양한 조합을 통해 색다른 메타가 생길 것으로 보입니다.

'둠피스트'를 제외한 나머지 3개의 영웅은 스킬만 달라졌으며, 특히 '오리사'와 '바스티온'은 다른 영웅으로 봐도 될 정도로 크게 달라졌습니다.

기존에 '오리사'는 답답한 기동성과 빈약한 공격 능력. 제한적인 방벽으로 평가가 좋지 못했는데요. 새롭게 바뀐 '오리사'는 높아진 체력과 방어 강화를 제외한 나머지 기술 3개가 삭제되고 신규 기술로 채워져 기동성과 공격 능력에서 엄청난 상향이 이뤄졌습니다.

먼저, 주무기는 적과 가까울수록 피해량이 증가하며, 발사 시 탄약을 소모하지 않지만 열에너지가 쌓여 과부하가 걸리면 3초 가량 총을 발사할 수 없게 바뀌었습니다. 열에너지는 총을 쏘지 않으면 점차 감소합니다.

신규 스킬은 에너지 창을 던져 타격 대상을 밀쳐내고 벽에 부딪히면 추가 피해를 주고 창을 회전시키면서 전방에 투사체를 없애고 돌진해 경로 내에 있는 적을 밀쳐낼 수 있습니다. 궁극기는 근처 적을 '오리사' 앞으로 끌고 온 뒤 본인에게 피해 감소 및 군중제어기 면역 버프를 제공하는 꽤 강력한 기술로 바뀌었습니다.

실제로 해보면 예전에 그 답답했던 '오리사'가 맞나 싶을 정도로 엄청난 성능을 보여줬습니다. 특히, 진영 파괴 성능은 거의 적토마 탄 여포 수준이었는데요. 적들이 적당히 모여 있다 싶으면 냅다 돌진해서 궁극기만 써도 1인분은 충분히 하고 남았습니다. 다만, 예전처럼 아군을 서포터해주는 능력이 사라졌기 때문에 팀의 생존에 기여하는 역할을 기대할 순 없었습니다. 기존 '오리사'의 역할을 맘에 들어 했다면 아마 적응하는데 시간이 좀 걸리지 않을까 싶네요.


'바스티온'은 어떤 의미에서 진정한 시즈 탱크로 거듭났습니다. 가장 큰 변화는 경계 모드일 때 움직일 수 있다는 점입니다. 비록 이동 속도가 소폭 감소하고 쿨타임이 생겼지만 움직이면서 적들을 갈아버릴 수 있게 된 것이죠. 수색 모드에선 연발 속도가 감소하는 대신 사거리와 집탄율이 늘어나는 변화가 생겼고 수리 스킬이 삭제된 대신 벽면을 튕겨 바닥에 설치할 수 있는 지뢰 설치 스킬이 추가됐습니다. 대망의 궁극기는 일정 시간 동안 맵 전역에 3발의 포탄을 발사하는 박격포 모드입니다. 사용하면 시점이 탑뷰로 바뀌면서 원하는 위치에 포탄을 낙하시킬 수 있는데요. 생각보다 범위가 넓지만, 포탄 낙하 시간이 다소 걸리기 때문에 난전이 아니라면 쉽게 맞추기 어려웠습니다.

이 역시 과거의 '바스티온'과 비교해보면 훨씬 유동적인 플레이가 가능했습니다. 기존 '바스티온'은 강력한 성능의 경계 모드를 사용하면 움직일 수 없다는 제약이 생겨 카운터를 치기 좋은 영웅이었습니다. 수색 모드는 집탄율과 사거리가 부족하니 쓰기 어려웠죠.

기존 단점은 줄이고 장점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개편이 이뤄졌기 때문에 유저들의 만족도가 꽤 높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경계 모드의 상시 유지가 불가능해지면서 수색 모드를 활용한 전투를 펼쳐야 하고 지뢰 스킬을 적절히 사용하니 확실히 예전보다는 스타일리쉬해졌다는 느낌을 받았거든요. 안정성은 이전보다 부족하지만 훨씬 공격적이고 변수 창출이 가능해져 숙련자용 영웅으로 탈바꿈했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솜브라'는 기존 스킬에 새로운 부가 능력을 부여해 공격 능력을 대폭 끌어올렸습니다. 해킹의 재사용 시간 감소와 함께 해킹한 대상은 마치 '위도우메이커'의 궁극기처럼 벽을 뚫고 실루엣을 볼 수 있는 상태가 되며, 이는 아군에게도 적용됩니다. 또한, 해킹한 대상에 한해 '솜브라'의 피해량이 50% 증가하게 되죠. 이밖에 은신 중 해킹을 해도 은신이 풀리지 않고 궁극기가 더는 보호막을 해제하지 않지만 대신 적 현재 체력의 40%에 해당하는 피해를 줍니다.

전체적으로 '솜브라'의 공격 능력을 강화시켜 암살자로써의 입지를 부각시켰죠. 실제로 해보니 예전보다 훨씬 안정적으로 영웅을 플레이할 수 있었는데요. 킬 캐치 능력도 좋아졌고 한타가 벌어졌을 때의 존재감도 이전보다 커진 느낌이었습니다. 다만, 당하는 상대 처지에선 해킹을 당하는 순간 거의 순식간에 죽어버렸기 때문에 추후 밸런스 조정이 이뤄지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새롭게 추가되는 맵과 밀기 모드도 체험해볼 수 있었습니다. 밀기 모드는 추후 오버워치 리그에서 사용될 만큼 주요 콘텐츠 중 하나인데요. 모드에 대해 간단히 설명하자면 맵에는 한 대의 로봇이 존재하고 대칭으로 설계된 맵의 좌우 끝에는 각 팀의 도착 지점이 존재합니다. 게임에서 승리하기 위해선 로봇을 점령해 본인 팀의 화물을 도착 지점까지 운반해야 하며, 로봇을 뺏기 위해 계속해서 싸움이 벌어지게 됩니다.

쉽게 생각하면 한 대의 화물을 서로의 도착 지점에 먼저 넣으면 끝납니다. 그래서 그런지 점령전과 화물 모드의 장점을 합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는데요. 로봇을 중심으로 계속해서 싸움이 벌어지니 난전이 되는 경우가 많았고 기동성과 생존력 등이 좋은 영웅이 활약하기 좋았습니다. 맵 곳곳에는 체크 포인트가 있으며, 이에 따라 스폰 지점도 달라지고 지름길도 배치되어 있어 중간에 매복해서 따로 오는 적을 덮치거나 혹은 역으로 뒤를 잡아 제압하는 등 다양한 전략과 변수가 등장해 생각보다 괜찮았습니다.

▲ 점령과 화물 모드의 장점을 합친 느낌의 밀기 모드

비공개 알파 테스트를 종합해보면 전체적으로 만족스러운 변화였습니다. 게임 플레이를 아예 확 바꿔버릴 정도의 파격적인 변화보단 예전부터 바뀌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부분과 정체된 게임 플레이를 시원하게 뚫어줬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5v5로 게임의 템포가 빨라진 덕분에 초창기의 분위기를 조금이지만 다시 느껴볼 수 있었고 신규 영웅 추가 및 기존 영웅의 개편으로 같은 조합이라도 다른 플레이 경험을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2년 전에 출시한 '에코' 이후 약 2년 만에 바뀌었다고 봐도 무방하니 감회가 새롭더군요.

블리자드는 이번 PvP 베타 테스트를 기점으로 '오버워치2'의 지속적인 소식 전달과 PvP 콘텐츠의 더욱 잦은 업데이트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약속했습니다. 올해 개최 예정인 오버워치 리그 2022 시즌은 '오버워치2'로 진행한다고 밝히기도 했죠. 오버워치 IP를 사랑하는 많은 게이머를 위해서라도 앞으로 꾸준한 콘텐츠 발표와 빠른 개발이 이뤄지길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