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쉽게 할 수 없었기 때문일까요. 지금도 가끔 오락실에 가면 꼭 하는 게임이 있습니다.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게임. 바로 건슈팅 게임입니다. 적에게 총을 조준해서 쏜다. 직관적인 시스템만큼이나 확실한 재미를 보장하죠. 방아쇠를 누를 때의 묵직한 블로우백(반동)부터 타격감까지. 다른 아케이드 게임기로는 절대 느낄 수 없는 그런 감각을 불러일으킵니다.

물론, 몇 판 하다 보면 금세 동전이 바닥이 날 정도로 오락실 게임 중에서는 다소 비싼 편이죠. 아마, 저만 그렇게 생각하는 게 아닐 겁니다. 그리고 그런 게이머라면 다들 이런 생각을 한 번쯤은 해봤을지도 모르겠네요. 집에서 원 없이 즐기고 싶다고. 저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래서 어린 시절 용돈을 모아서 PS2용 건콘과 건슈팅 게임을 샀습니다.


덕분에 원 없이 즐겼지만, 어딘지 오락실에서의 그 느낌이 나지 않았습니다. 무한 컨티뉴인걸 떠나서 오락실 건콘의 블로우백이나 묵직한 느낌을 구현하지 못했으니까요. 그럼에도 건슈팅 게임은 마음 한구석에서는 추억의 게임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PS2와 당시 타이틀은 커가면서 처분했지만, 건콘만은 지금도 서랍 속에 고이 모셔뒀을 정도로 말이죠.

오락실에서의 맛을 제대로 살리진 못했지만, 이후로도 건슈팅 게임들은 간간이 가정용 콘솔로도 출시됐습니다. 단순명쾌하다는 점, 그리고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는 점 덕분이었겠죠. 하지만 이러한 흐름이 이어지진 않았습니다. 어디까지나 간혹 출시되는 정도에 불과했죠. 그것도 Wii 이후로는 이렇다 할 신작이 나오지도 않았고요.

그러던 중 출시한 '더 하우스 오브 더 데드 리메이크'입니다. 건슈팅 게임으로 유명한 시리즈의 리메이크. 저도 모르게 관심이 갔습니다. 과연 26년 만에 아케이드에서 닌텐도 스위치로 부활한 '더 하우스 오브 더 데드 리메이크'는 오랜 팬들의 기대를 충족시킬 수 있을까요.

게임명: 더 하우스 오브 더 데드 리메이크
장르명: 건슈팅
출시일: 2022. 4. 7.
개발사: MEGAPIXEL SUDIO SA
서비스: Forever Entertainment SA
플랫폼: 닌텐도 스위치

관련 링크: '더 하우스 오브 더 데드 리메이크' 오픈크리틱 페이지




보통 리메이크라고 하면 원작의 설정을 가져오되 최신 트렌드에 맞게 새롭게 만든 걸 말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더 하우스 오브 더 데드 리메이크'는 그래픽 리메이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원작에 충실한 리메이크라는 의미죠. 건슈팅 게임의 기본적인 게임 시스템을 닌텐도 스위치로 충실히 재현했을 뿐 아니라 원작의 여러 분기까지 거의 완벽하게 살렸습니다. 원작에서 카타르시스를 불러일으키는 고어한 연출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나름 일신한 그래픽으로 충실하게 구현했죠. 첫인상만 놓고 본다면 건슈팅 게임으로서 원작에 더없이 충실한 게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게임 플레이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건슈팅 게임답게 '더 하우스 오브 더 데드 리메이크'의 게임 플레이는 어찌 보면 단순하기 짝이 없습니다. 몰려드는 좀비들을 상대로 최대한 효과적으로 죽이는 게 전부죠. 물론, 그게 나쁘단 건 아닙니다. 사실상 건슈팅 게임의 알파이자 오메가인 셈이니 이 단순한 플레이를 얼마나 잘 살렸느냐가 바로 건슈팅 게임의 핵심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오히려 단순하니만큼, 잘 살리기 어려울 수도 있고요.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더 하우스 오브 더 데드 리메이크'는 얼핏 준수하게 보입니다. 좀비를 잡는 쾌감과 원작의 특징인 다양한 분기도 잘 살렸기 때문이죠.

▲ 조준하고 쏜다. 단순명쾌하지만, 그만큼 건슈팅 게임으로서 확실한 재미를 보장합니다

▲ NPC를 구하는 것으로 분기가 갈리지는, 원작의 요소 역시 충실히 재현했죠

다만, 이건 어디까지나 첫인상의 얘기입니다. '더 하우스 오브 더 데드 리메이크'는 하면 할수록 여러 아쉬움이 느껴지는 타이틀입니다. 앞서 게임의 기본적인 틀은 원작을 최대한 충실하게 구현했다고 했지만, 그보다 앞서 가장 중요한 조작 방식에서 아쉬움이 느껴집니다.

건슈팅 게임의 기본적인 조작법이라고 하면 적외선 센서를 이용한 방식을 들 수 있습니다. 가장 확실하면서도 단순한 조작 방식이라고 할 수 있죠. 아케이드 게임기만의 얘기가 아닙니다. PS2와 Wii 등 가정용 콘솔에서도 건슈팅 게임이라고 하면 거의 무조건이라고 할 정도로 적외선 센서 방식을 써왔죠. 이것만큼 건슈팅 게임에 어울리는 방식이 또 없었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그렇기에 다소 걱정이 된 것도 사실입니다. 닌텐도 스위치는 기본적으로 적외선 센서를 이용하는 방식이 아니었으니까요. 그렇기에 '더 하우스 오브 더 데드 리메이크'는 적외선 센서를 대신해 다른 조작 방식을 들고 왔습니다. 스틱을 이용해 조준하고 사격하는 전통적인 컨트롤러 조작 방식과 자이로를 이용한 모션 인식 방식 두 가지를 말이죠. 문제는 이 두 방식 모두 건슈팅 게임 특유의 '손맛'을 살리기엔 여러모로 아쉬움이 있다는 점입니다.

첫 번째 방식인 컨트롤러 조작 방식은 굳이 말할 것도 없을 겁니다. 스틱을 통해 조준하는 방식으로 정교하게 조준할 수는 있지만, 건슈팅 게임을 하기에는 여러모로 답답하죠. 손맛이 별로인 건 말할 것도 없습니다.

결국, 제대로 기분을 내기 위해서라도 자이로 조작을 주로 하게 되는데 이마저도 여러모로 어색합니다. 전통적인 방식이랄 수 있는 적외선 조준 방식의 경우 건콘의 총구와 게임의 포인트가 일치했습니다. 덕분에 손맛이 제대로 느껴졌죠. 빠르게 조작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나름 정교했습니다.

▲ 보스를 잡으려면 약점을 공략해야 하는데 제대로 조준하기 힘든 편입니다

컨트롤러 방식이 아닌 자이로 방식을 한 이유 역시 여기에 있습니다. 그 손맛을 느끼고 싶었기 때문이죠. 하지만 아쉽게도 여러모로 추억의 건슈팅만 못했습니다. 모션 인식을 통해 포인트가 이동하는 방식이기에 얼핏 적외선 조준 방식처럼 느껴지기도 했으나, 하다 보면 조이콘이 가리키는 방향과 포인트가 어긋나 제대로 즐기기 어려웠기 때문이죠. L3, R3 버튼을 누르면 조준점을 초기화시킬 수도 있지만, 여러모로 처음에 원했던 그 느낌은 아니었습니다.

이런 조작에 대한 어색함 외에도 문제는 또 있습니다. 앞서 손맛이라고 한 부분입니다. 게임에서의 타격감, 손맛이라고 하는 건 여러 요소가 맞물려서 작용합니다. 피격 연출, 이펙트, 사운드, 그리고 컨트롤러를 이용할 경우에는 진동이나 블로우백이 그것이죠. 이를 고려한다면 '더 하우스 오브 더 데드 리메이크'의 타격감은 원작만 못한 느낌입니다. 건콘이 주는 그런 느낌을 제외하더라도 이펙트나 사운드 등이 원작보다 여러모로 줄어들었기 때문이죠. 좋게 말하면 정제되었다고 할 수도 있지만, 건슈팅이 주는 화끈한 맛을 좋아하는 게이머들이 보기엔 초라하다고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아쉬운 점들을 여럿 늘어놓았지만, 그렇다고 '더 하우스 오브 더 데드 리메이크'가 마냥 나쁜 게임이란 건 아닙니다. 장점도 있죠. 가장 큰 장점은 역시 집에서 가벼운 마음으로 즐기기 좋다는 점입니다. 오락실 건슈팅 게임만 못하지만, 돈 걱정 없이 마음껏 즐길 수 있습니다.

파티 게임 측면에서 친구나 가족과 함께 즐기기 좋다는 점도 있고요. 스토리 모드를 클리어했다면 호드 모드로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도 있습니다. 기본적으로는 스토리 모드와 같지만 훨씬 더 많은 좀비가 등장하고 무기 역시 라이플부터 그레네이드 런처 등으로 다양해 스토리 모드와는 또 다른 재미를 안겨줍니다.

다만, 객관적으로 보면 아쉬운 건 어쩔 수 없어 보입니다. 무엇보다 조작감과 손맛, 건슈팅 게임이라고 하면 절대 놓쳐선 안 될 이 두 가지가 부족하니 말이죠. 그래픽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당연히 원작보단 낫지만 최신 게임이라고 보기엔 닌텐도 스위치라는 걸 감안해도 아쉬움이 남습니다. 그럼에도 오랜만에 건슈팅 게임을 즐기고 싶다면, 그리고 주변에 함께할 친구나 가족이 있다면 '더 하우스 오브 더 데드 리메이크'는 나쁘지 않은 선택이 될 거 같습니다. 무엇보다 오락실에 가지 않고도 건슈팅 게임을 즐길 수 있으니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