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는 MMORPG에 밀렸지만, 한 때 모바일 RPG하면 수집형이라는 공식이 떠오를 정도로 수집형 RPG가 시장의 헤게모니를 장악했던 때가 있다. 지금도 모바일 MMORPG와 더불어 모바일 RPG의 양대 산맥을 이루고 있지만, 그러기 위해서 그간 수집형 RPG에는 다양한 실험들이 이어져왔다.

일반적으로 수집형 RPG하면 실시간 혹은 턴제 전투 방식으로 육성과 강화를 반복하고 난 뒤에 손가락 까딱하지 않고 스테이지를 쭉 일괄적으로 미는 구도가 다수였으나, 다른 장르의 장점을 흡수하거나 혹은 아예 불필요한 부분을 생략하는 등 점차 세분화되기 시작했다. 그 중 하나가 수집형 RPG에 디펜스를 더하는 방식이었다. 적에 맞춰 여러 종류의 타워를 세우고 업그레이드해서 다수의 적을 막아내는 재미가 있는 디펜스 게임은 수집형 RPG에서 보여주지 못한 대량의 유닛을 상대로 싸우는 구도를 보여줄 수 있었으며, 어느 한 OP 유닛이 압도적인 힘으로 해결해버리는 구도 대신 각 유닛의 배치와 연계로 클리어하는 전략적인 재미도 있었다.

'킹스레이드'의 개발사 베스파도 이러한 디펜스의 장점에 주목, 이를 수집형 RPG에 더한 신작 '타임 디펜더스'를 2021년 8월 24일 일본에서 먼저 출시했다. 일반적인 모바일 디펜스 전략 RPG보다 기존의 수집형 RPG에 조금 더 가깝게 설계해 차별화를 꾀했으며, 일본 출시 후 8개월 가량 업데이트와 개선을 거쳐 지난 4월 20일 국내 및 글로벌에도 출시됐다.

게임명 : 타임 디펜더스(Time Defenders)
장르명 : 전략 디펜스 RPG
출시일 : 2022.4.20.
개발사 : 베스파
서비스 : 베스파
플랫폼 : 모바일



타임 디펜더스는 명일방주 이전, 천년전쟁 아이기스 등 수집형 RPG에 타워디펜스를 결합한 게임 중 초창기 유형에 가까운 게임이다. 배치 가능한 유닛의 수보다 칸이 많긴 하지만 어쨌든 정해진 칸에만 캐릭터를 배치할 수 있으며, 공격 방향을 따로 정하지 않고 공격 반경 내에 있는 적들을 공격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그간 국내에는 출시되지 않거나 혹은 게임 외적인 이슈로 서비스 종료된 게임들이 있다보니 잊힌 방식이지만, 서브컬쳐 게임을 깊게 접하거나 소식을 전한 유저들이면 크게 낯설지 않은 방식이다.

옛날부터 이어진 스타일인 만큼 유저들에게 친숙하기도 하지만, 그것만 있어서는 유저들에게 임팩트를 주기 어렵다. 그래서 이후 디펜스 게임들은 각자 다른 특징들을 불어넣었다. 베스파는 이러한 문제를 전작인 킹스레이드식 실시간 전투 기반 수집형 RPG에서 해결책을 찾았다.

통상 디펜스 게임, 특히 현재 모바일 수집형 디펜스 RPG의 모티브가 된 타워 디펜스류는 극히 일부의 유닛을 제외하고는 캐릭터가 움직이지 않고 자리를 지키도록 설계되어있다. 점차 가면 갈수록 기믹이 발전해 특수한 타입의 적들이 대량으로 쏟아지는 것뿐만 아니라 맵 곳곳이 웨이브에 따라 부서지거나 새로운 경로가 뚫리는 등 다양한 변화가 있지만, 한 번 게임이 진행되고 있는 맵이 바뀌는 경우는 거의 없다. 아울러 캐릭터들이 적극적으로 적을 막으러 자리를 이탈하는 일도 생각하기 힘들다.


타임 디펜더스는 그런 고정관념을 깬 설계를 곳곳에서 보여주면서 특유의 전략성을 구축했다. 여타 모바일 전략 디펜스 RPG처럼 클래스마다 다른 역할을 맡는 것이나, 이들을 적절하게 배치하는 것이 승부의 핵심인 건 동일하다. 아울러 클래스의 구성도 디펜스 RPG를 해본 유저라면 금방 적응할 수 있을 정도다. 그렇지만 유닛의 운신의 폭이 여타 디펜스 게임에 비해서 넓다는 점이 다르다.

통상 모바일 전략 디펜스 RPG에서는 능력치는 조금 낮지만 저코스트에 코스트를 벌어오는 선봉 직업군을 먼저 배치하고, 이는 타임 디펜더스도 '어설트'라는 클래스로 존재한다. 어설트를 먼저 둔 뒤에 코스트를 벌고 그 뒤에 다른 클래스를 배치해 적을 본격적으로 막는 구도는 이제는 거의 모든 전략 디펜스 RPG의 공식이고, 그 공식에서 타임 디펜더스도 완전히 벗어나진 않았다. 그렇지만 적을 미리 발견해서 저지하러 나아가는 '어설트 모드'를 도입해 유연함을 더했다.

▲ 기존의 디펜스라면 앞에 있는 유닛 근처로 지원을 갈 수 없지만

▲ 어설트 클래스는 '어설트 모드'로 범위 내에 이동하면서 적극적인 지원이 가능하다

어설트 클래스 외에 다른 클래스는 그런 모드는 없지만, 일부 다른 클래스 유닛들도 지정된 자리로 이동하면서 발동하는 스킬을 보유하고 있어 인접해있지만 사거리가 닿지 않은 전장에 개입이 가능하다. 일례로 스토리를 어느 정도 진행하다보면 지급되는 '브리간티아'는 지정된 위치로 도약, 주변에 있는 아군에게 보호막을 씌워주면서 일순 무적 상태로 만드는 스킬을 보유하고 있다. 이를 활용해 원래는 유닛이 배치되지 않아 뚫릴 경로에 브리간티아가 가서 잠시 막아주거나, 혹은 힐 범위가 닿지 않아 적의 공격에 계속 무방비하게 당하고 있는 아군 딜러를 세이브하는 전략적인 플레이가 가능하다.

▲ 보스에게 한 대 맞고 퇴각하기 직전, 비상!

▲ 아↘아↗는 아니고...어쨌거나 절체절명의 순간에 브리간티아의 지원으로 한 턴은 벌었다

단순히 수집형 RPG의 관점에서 생각하면 유닛이 몇 발 더 앞에 나간 것뿐이지만, 턴제 RPG나 디펜스 RPG에 심취한 유저라면 그 한 칸의 변수를 이해할 것이다. 딜을 조금이라도 더 넣느냐 못 넣느냐, 혹은 블록이 하나 더 붙느냐 마느냐에 따라서 완막이냐 아니냐가 갈리는 게임이기 때문이다. 원래대로면 옆칸에서 멀뚱멀뚱 서있어야 할 유닛이 옆에 와서 지원하면서 한 번 더 저지선을 보강하는 것만으로도 코스트 및 유닛 배치 수가 상당히 절약되고, 이를 다른 곳에 활용해서 더 효율적으로 막아낼 수 있지 않던가. 혹은 이러한 스킬을 활용해서 극한까지 효율을 내도록 더 빡빡한 기믹을 세울 수 있는 근거가 되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그렇게 아낀 코스트로 유닛의 체력을 회복시켜주고 15초 동안 공격력을 높여주는 '초월' 스킬을 활용, 일촉즉발의 상황을 넘기는 묘미도 있었다. 또한 디펜스에 익숙하지 않은 유저들이 일반적으로 칸의 배치가 더 제한된 초기형 전략 디펜스 RPG에서 힐러의 배치 간격을 잘 몰라 유닛이 퇴각하도록 지켜볼 수밖에 없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전력 누수를 막으면서 실수를 커버하는 플레이도 가능했다.

▲ 힐이 안 닿는 범위에 잘못 배치했지만 초월의 자힐로 버티고 딜 간다

물론 압도적인 성장으로 찍어누르는 방법이 있지만, 디펜스 RPG의 묘미는 다소 성장이 부족한 상태에서도 유닛들의 효율적인 배치와 연계로 버티면서 클리어하는 맛 아니던가. 디펜스를 선택한 만큼 전작처럼 실시간으로 유닛을 이동시키지는 못하지만, 이동기가 있는 스킬을 타 디펜스에 비해 적극적으로 부여하면서 특유의 전략성을 살려냈다.

이러한 유연함은 단순히 캐릭터가 정해진 맵에서만 움직이는 것에 그치지 않았다. 웨이브에 따라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수집형 RPG의 스타일을 더해 변수를 창출해냈다.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맵의 지형지물에 따라서 배치가 일부 바뀌고 적의 진입경로도 바뀌는 등, 그 변수의 폭은 생각보다 컸다. 통상의 디펜스에서는 유닛이 이동할 여지가 거의 없기 때문에 배치가 드라마틱하게 바뀌는 기믹은 지양하기 마련이지만, 타임 디펜더스는 여러 유닛들이 이동하면서 꽤나 넓은 범위를 커버할 수 있기 때문에 통상의 디펜스 게임에서 보기 힘든 기믹을 적극 채택할 수 있었다. 그래서 어느 정도 플레이하다보면 갑작스레 변하는 스테이지 구도에 당황할 순 있지만, 이를 전략으로 극복해나가는 재미는 확실했다.

▲ 흔히 뉴비 절단기로 불렸던 5-10, 이 스테이지는 '진짜'다

그렇게 전략적인 배치와 기믹 이해도로 극복하는 것이 기본인 만큼, 디펜스류 게임을 속칭 '능지 게임', 즉 머리를 써서 플레이해야 하는 게임으로 부르지 않던가. 디펜스 게임은 맵을 읽고 전략을 구상하면서 유닛을 배치하는 맛이 있긴 하지만, 잘 키운 OP 캐릭터 하나가 적을 쓸어담는 카타르시스를 느끼기엔 다소 부족하다. 특히나 맵을 계속 모니터링하면서 적의 동향을 살피고 그에 맞게 대응하는 것이 최우선이라 시야가 가려질 수 있는 화려한 스킬들은 지양하다보니 보는 맛도 떨어지는 문제가 있다.

디펜스의 이러한 고질적인 문제는 수집형 RPG를 가미하면서 완화되긴 했지만, 궁극적으로 해결되지는 않았다. 캐릭터를 수집하고 키우는 재미를 더하긴 했지만, '디펜스'라는 중핵은 바뀌지 않았기 때문이다. 타워가 캐릭터로 바뀌었다고 보면 될까. 물론 캐릭터를 도입한 만큼 그들이 살아가는 세계관과 그들의 이야기를 담아내면서 무생물인 타워가 주지 못하는 스토리텔링의 재미를 주긴 하지만, 게임플레이는 타워디펜스 유형이 기반이니 그 틀에서 완벽히 벗어날 수 없었다.

▲ 시공 에너지를 노리는 세력 때문에 세계가 멸망할 위기에 처하고, 이를 저지하는 과정을 디펜스로 풀어냈다

반면에 타임 디펜더스는 좀 더 유연하게 대응한 만큼, 디펜스보다는 기존의 수집형 RPG쪽으로 무게추가 다소 기울어진 모습을 보였다. 보통 모바일 전략 디펜스 RPG는 레벨 업이나 한계돌파, 각성은 있어도 장비가 따로 없지만, 타임 디펜더스는 통상의 수집형 RPG처럼 레벨 업이나 한계돌파 같은 건 물론이요 캐릭터들이 장비를 착용해서 스펙을 좀 더 보강하는 방식이다.

물론 장비를 착용했다고 해서 디펜스의 태생적 특성상 어느 한 유닛이 적들을 도륙내는 플레이는 불가능하긴 하다. 아울러 스펙이 조금 보강되어서 세 대 때려서 죽을 적을 두 번 때려서 킬하는 것만으로도 초보들이 도전하기 어려운 극한의 스테이지도 때에 따라서는 클리어할 만한 전장으로 바뀌곤 하니, 조율하기에 따라서 이는 해볼 만한 시도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타임 디펜더스의 장비 체계는, 가면 갈수록 일말의 불안감이 남는 형태였다. 고유 옵션도 다양한 데다가, 있고 없고의 차이가 날 수밖에 없는 옵션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낮은 티어에서는 크게 수치가 높지 않아서 한두 번의 실수를 메워주는 정도라지만, 티어가 올라갈수록 수치가 높아지는 데다가 그 장비를 파밍할 때쯤이면 캐릭터 레벨도 그만큼 높아져있으니 체감상 차이가 더 클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모수가 더 커진 상태에서 %도 더 높아지면, 그만큼 증가량이 커지는 것 아니던가.



▲ 캐릭터 육성뿐만 아니라, 장비 세팅 및 강화도 타임 디펜더스의 주요 포인트다

일반 수집형 RPG였다면 크게 문제가 될 사항은 아니었다. 물론 밸런스나 여러 문제가 있겠지만, 어쨌거나 캐릭터 스펙업을 위해서 장비 반복파밍을 하는 것이 루틴으로 자리잡은 게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디펜스, 특히 모바일 전략 디펜스 RPG가 모티브로 삼은 타워디펜스류는 조금 다르다. 게임 내에서 타워를 업그레이드하고 여러 가지 아이템을 얻어서 사용하기도 하지만, 장비를 반복 파밍해서 미리 갖춘다는 개념이 희박하다. 그러다보니 통상적인 디펜스 RPG를 기대했던 유저에겐 다소 이질적으로 느껴질 수밖에 없다.

초반에 약간 게임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할 때 이를 보충하는 정도로는 무난하기는 했다. 그렇지만 통상 장비를 파밍하는 게임들은 언제나 후반에 스펙이 한참 널뛰기한 그 다음이 문제가 되지 않던가. 그래서 아직 국내에서는 그런 사태를 겪을 정도로 플레이 진도가 나가진 않았음에도 일부 유저들이 전작에서 겪었던 장비 관련 문제가 다시 불거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는 것일지라.

특히나 장비가 단순히 파밍하고 끝나는 게 아니라, 장비를 강화하고 옵션을 부여하는 요소까지 초반에 이미 열린 상태이기 때문에 그런 불안감이 더더욱 엄습할 수밖에 없다. 뿐만 아니라 후반으로 가면 갈수록 맵의 구조는 단순해진 반면 적의 특수 패턴에 생존할 수 있을 정도로 캐릭터 육성이 필요해지다보니 느낌만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 일본 서버 초기 버전이 아닌, 일정치 이상 파밍하면 확정으로 SSR급 장비로 교환할 수 있는 버전이다

물론 타워디펜스가 아닌, 전략 디펜스 'RPG'는 성장 요소를 기본적으로 깔고 들어가는 게임이라서 타 경쟁작들도 아예 하나도 육성이 안 된 캐릭터만으로 전맵을 클리어하는 건 이론상 불가능하다. 한 대 맞고 고속도로가 뚫려버리는 상황에서 적을 저지하라는 건 말도 안 되는 소리 아닌가.

모 게임에서는 레벨 디자인을 검증할 때 3성 유닛만 써서 클리어해본다고 하지만, 그걸 1레벨짜리로 클리어한다는 말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타임 디펜더스는 레벨, 스킬 레벨, 각성 및 한계돌파에만 그치지 않고 장비 티어와 옵션 그리고 장비 강화라는 요소가 더해지면서 스펙 성장치의 폭이 타 디펜스류 대비 클 수밖에 없다. 그리고 스테이지 난이도가 그에 맞춰져서 짜여있는 만큼, 캐릭터 육성뿐만 아니라 장비 파밍에 대한 유저 스트레스가 필연적으로 붙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만일 타임 디펜더스가 단순히 수집형 RPG였다면 유저들이 캐릭터를 육성하는 과정에서 필히 겪는 성장통 정도로 보겠지만, 접근하는 관점이 다른 만큼 이에 관해서는 조심스럽게 이야기할 수밖에 없다. 초반에 디펜스가 익숙하지 않을 때는 장비의 도움으로 클리어하는 맛이 있겠지만, 가면 갈수록 장비를 착용했을 때의 스펙까지 어느 정도 고려해서 스테이지가 설계된 터라 전략전술뿐만 아니라 장비까지 갖춰야 한다는 부담감이 작용하니 말이다.





베스파의 현 상황이 그리 좋지 못한 만큼, 타임 디펜더스에 대한 유저들의 시선은 그리 곱지만은 않다. 일본에 먼저 출시된 이후, 뚜렷한 성과를 보이지 못하고 국내에 출시한 터라 의심의 눈초리로 보게 되는 걸지도 모르겠다. 스토리를 진행하는 동안 이시다 아키라, 사토 리나, 사이토 치와 같은 인기 성우의 풀보이스 더빙을 듣다보면 개인적으로 아쉬움도 느껴진다.

일본 출시 후 구글 인기 순위 1위까지는 찍었던 타임 디펜더스였지만, 잠깐 찍먹했을 때의 첫 인상은 다소 애매했다. 킹스레이드의 노하우를 접목한 특유의 캐릭터 모델링은 무난하고 유명 성우들의 연기를 풀보이스로 들을 수 있는 건 좋았으나, 유저들의 호응을 얻었던 킹스레이드의 스토리 노하우는 완벽히 접목하진 못한 느낌이었다. 캐릭터들의 디자인은 괜찮지만 그 하나하나의 개성이 살아나기 위한 빌드업은 미진했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서브컬쳐' 게임에서 기대할 법한 요소가 좀 부족했다고 할까.


결정적으로 지금보다 장비 관련 이슈가 심했던 것이 발목을 잡았고, 최근 리뉴얼 되기 전에는 특유의 전략성도 다소 미진했다. 배치 칸을 가리는 캐릭터 일러스트나, 캐릭터의 상황을 보기 어려운 가시성 문제 같은 다소 자잘하게 보여도 디펜스 게임에선 상당히 불편하게 느껴지는 부분도 선뜻 손이 안 가게 하는 이유 중 하나였다.

콘텐츠 자체는 수집형 RPG의 기본 틀과 크게 다르지 않은데, 거기에 SLG까지 더하면서 설계가 복잡해졌음에도 이에 대한 설명이 뒷받침되지 않은 것도 문제였다. '디펜스'를 선택한 이유 자체는 시공 에너지를 노리는 적으로부터 세상을 지킨다는 스토리 전개와 디펜스에서만 할 수 있는 누군가를 지키는 연출, 그리고 다수의 적을 소수의 대원으로 막아내는 구도로 이해시키기엔 충분했다. 이를 3D만으로 할 수 있는 다양한 구도에서 조명한 것도 나쁘진 않았지만, 일부 스킬 이펙트나 몇몇 스테이지의 구도는 전황을 보기 불편해서 좀 미숙하다는 느낌도 있었다.

▲ 3D의 장점을 살린 연출로 스토리 스테이지를 밋밋하지 않게 조명한 건 좋지만

▲ 화면이 고정되어있다보니 저 아래로 새는 적을 저격해서 스킬 날리긴 힘들다


▲ 물자를 생산하고 건물을 증축해서 활용하는 법은 튜토리얼이 거의 없어 방치해둘 여지가 있다

그 뒤로 국내와 글로벌에 선보이기까지 8개월 동안 갈고 닦은 '타임 디펜더스'는 우려와 달리 적어도 초반 첫 발은 무난히 디디고도 남을 정도로 개선된 모습을 보였다. 과도한 BM으로 지적받은 장비 뽑기는 삭제됐으며 옵션을 평준화해서 격차를 줄였다. 어설트 클래스 리뉴얼로 앞서 말한 타임 디펜더스만의 유연한 전략성이 기틀을 갖추기 시작했다. 물론 이러한 개선점은 지금 당장 체감하기엔 이르다. 앞서 언급했지만 장비 관련 문제는 아직 성장 중인 초반에는 크게 두드러지지 않고, 나중에 흔히 말하는 졸업템 파밍할 때 문제가 생기지 않던가. 그 파밍도 스킵뿐만 아니라 파견으로 게임을 계속 켜두지 않고도 바로 진행할 수 있게 하는 등 여러 가지 보완을 거쳤다.

장비 관련 문제를 개선하는 한편, 별도의 사이트를 사용하지 않고도 다른 유저가 플레이한 영상을 바로 볼 수 있는 리플레이 기능 등 초반에 디펜스에 익숙하지 않을 유저들을 위한 준비도 갖췄다. 실제로 통곡의 벽, 뉴비절단기라 불리는 5-10 같은 스테이지는 타임 디펜더스만의 특징을 잘 이해하지 못하면 어지간히 스펙이 높지 않은 한 3성 클리어가 어려워서 이탈할 여지가 있으니, 이를 방지하기 위한 좋은 수단이라 하겠다. 그 외에도 시즌마다 독특한 기믹과 제약 조건으로 다양하게 플레이할 수 있는 '균열'도 국내에 바로 나왔으니, 유저가 단순히 성장을 위한 파밍만 하는 게 아니라 게임 이해도와 전략을 시험해보며 즐기는 콘텐츠도 마련된 셈이다.

▲ 일본 서버에서 2월부터 선보인 '균열', 국내에서는 바로 하드 모드 1-1을 클리어하면 접할 수 있다

돌이켜보면 전작 킹스레이드도 시작은 다소 미진했으나 역주행을 거듭했었던 만큼, 타임 디펜더스도 그러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물론 현재 개발사의 사정이 좋은 상태는 아니니, 앞으로 어떤 발전이 있을지 기대하기 어려울 순 있겠다. 그럼에도 여러 구간에서 다른 게임에서 대체하기 어려운 독특한 '재미'가 느껴졌던 점은 고무적이다.

이를 앞으로 캐치하고 발전시켜나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지만, 적어도 좀 스테이지를 밀다보면 그 잠재력을 한 번 빵, 원없이 터뜨려보기를 기다릴 만한 매력은 있다. 다른 디펜스 게임을 하고 있다고 해도, 또다른 느낌으로 즐기기엔 충분하다고 할까. 개선하고 추가한 시스템에 대한 소개가 미진하거나, 곳곳에 고전적인 스펙 중심의 수집형 RPG에 경도됐던 흔적이 남아있긴 하다. 그래도 이를 좀 더 다듬어서 타임 디펜더스만의 전략성으로 만들만한 저력은 보였으니, 일본에서의 시행착오는 털어내고 점차 익어갈 타임 디펜더스의 미래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