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딜 가나 어떤 조직이든, 실수가 잦고 본의 아니게 남들에게 피해를 주는 유형의 사람이 있다. 이런 유형 중 대부분은 '모두를 위해, 잘해보려고, 지난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서' 등의 이유가 뒤따르는 경우가 많다. 일부러 실수를 범하고, 남들에게 손해를 끼치려는 사람은 매우 드물다.

그래서 처음 우리가 느끼는 감정은 '이해'다. '아, 저 친구도 열심히 해보려다가 그런 거야. 본심은 그게 아닌데, 다음부터 안 그러겠지, 저렇게 사과하는데 내가 이해하고 배려해줘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한 약간의 조언이나 격려를 건넨다.

그럼에도 계속 같은 실수가 반복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제부터는 '의심'이 들기 시작한다. '과연 진짜 본인의 잘못이나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노력을 하기나 한걸까? 정말 우리의 고충을 헤아리고 있는 걸까?' 그리고 실수가 한 번이 두 번, 두 번이 세 번이 되고, 나아가 셀 수 없을 정도로 반복된다면 본심이나 의도, 노력의 정도는 나에게 별로 중요치 않다. 아무리 잘해보기 위해, 자신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 뼈를 깎는 노력을 해왔다고 해도 결과로 보여주지 못하면 그냥 하지 않은 것과 같이 보이게 된다. 더 이상 그 친구를 품고, 기다려줄 수 없다. 아니, 그러기가 싫어진다.

로스트아크는 시즌2를 기점으로 2021년 초부터 소위 '떡상'하기 시작했다. 로스트아크라는 게임 자체의 재미도 있었지만, 여러 외부 요인들도 잘 맞물린 결과였다. 지난 13일 스마일게이트알피지 감사보고서에 의하면 전년 대비 486.7% 상승한 4,898억 원, 영업이익은 4,419% 증가한 3,055억 원, 순이익은 2,638% 증가한 2,289억 원이다. 그야말로 역주행을 뛰어넘는 대성공이다.

작년을 자세히 돌이켜보면 군단장 레이드라는 간판 콘텐츠의 성공 효과도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뽑는 로스트아크의 가장 큰 장점은 유저와 개발진들의 '소통'에 있었다. 로스크아크 유저들에게 금강선 디렉터는 단순한 게임 디렉터가 아닌 친근한 동료 게이머로 인식되기도 했다.

그리고 지난 로아온 윈터 당시 2022년 로드맵을 공개하며 기대감이 증폭됐는데, 많은 유저들이 가장 관심 깊게 지켜본 대목은 '밸런스'였다. 로아온은 물론, 로아온 미니, 그리고 깜짝 라이브 방송 등, 밸런스에 대한 이야기는 끊이질 않았고, 올해는 단순한 수치 조정이 아닌 구조적인 문제, 유저들이 불편하게 생각하는 것들을 개선하는 지금까지와 다른 밸런스 패치를 위해 노력한다고 말했다.

유저들은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마침내 4월 중순, 테스트 서버를 통해 적용될 밸런스 패치 내용이 공개됐다. 물론 이번 밸런스 패치는 여러 단계 중 초석에 불과하지만, 그걸 감안해도 쉽게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이 다분했다. 7개월이나 기다린 유저들의 인내심도 한계점이 도달한 상황이었다.

여러 문제점이 있지만, 유저들이 느끼는 체감에 따라 더 이상 로스트아크 개발진은 '신뢰'를 주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유저들이 상당했다. 정말 해당 클래스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게 맞나 싶은 내용도 있고, 앞으로 방향성에 대한 개발진의 코멘트 역시 너무 부실했다. 당장 납득이 가지 않는 변화라도 추후 개선 방향에 대한 설명이 조금이라도 더 상세했으면 수긍할 수 있는 부분도 있을텐데, 이런 아쉬움으로 가득했다.

유저들이 처음부터 화가 난 게 아니다. 서문에 언급한 것처럼 처음에는 실수를 관용하고, 이해했다. 하지만, 패치 내용마다 이해할 수 없는 내용, 변화가 쌓이면서 그들의 진심 여부와 상관없이 '의심'의 단계까진 도달했다고 보인다.
물음표가 계속 늘어나는 과정 속에는 단순히 인력 부족 문제로 치부될 게 아니었다. 기본적인 로스크아크의 생리만 이해하고 있어도 발생되지 않을 문제들이 반복해서 나온다. 가령, 작년 사두룡격 패치 핫픽스나 이번 테스트 서버에서 '테스트'라는 목적에 맞지 않는 트라이포드 확률, 보석 가격 등, 찾아보면 한, 두 개가 아니다.

소통의 기본은 일방적인 게 아닌 쌍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나마 1주일 동안 테스트 서버를 거치며 유저들의 목소리가 어느 정도 전해져 본 서버에 적용된 밸런스 패치도 납득할 수준은 도달했다. 말 그대로 천만다행이다. 다만, 아직 끝난 문제가 아니기에 앞으로 있을 2차, 3차 밸런스 패치에 대한 대략적인 청사진은 늦지 않은 선에서 공개하고, 공지를 빙자한 일방적 소통이 아닌, 유저들과 쌍방향 소통이 더 활발하게 이뤄지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