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봄의 LoL 최강 지역을 가리는 축제, 2022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이하 MSI)이 10일 개막한다. 2022 MSI는 작년과 마찬가지로 그룹 스테이지-럼블 스테이지-토너먼트 스테이지로 펼쳐지며, 29일 부산 벡스코에서의 결승을 끝으로 막을 내린다.

한편, LCL의 불참으로 2022 MSI에선 4대 메이저 리그(LCK, LPL, LEC, LCS) 팀들을 비롯한 총 11개 지역의 팀이 대결을 벌인다. PSG 탈론-데토네이션 포커스미 등 익숙한 이름의 팀과 새롭게 떠오른 각지의 맹주들이 총출동하는 가운데, 2022 시즌의 다크호스로 떠오를 군소 지역 팀은 과연 어디가 될까.


PSG 탈론
2021 MSI의 다크호스, 올해는 과연


PCS '1황', PSG 탈론이 어김없이 2022 MSI 진출에 성공했다. 2021 MSI에서 우수한 경기력을 보였던 PSG 탈론은 럼블 스테이지서 매드 라이온즈와 C9을 제치고 3위에 오르는 쾌거를 달성한 바 있다. 올해는 더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을 PSG 탈론이지만, 2022 PCS 스프링 스플릿에서의 경기력을 바탕으로 했을 땐 왠지 모를 불안감이 감돈다.

2021 MSI에서 PSG 탈론의 선전을 이끈 건 명실공히 '리버' 김동우였다. 2020년 1월 탈론 e스포츠(현 PSG 탈론)에 입단한 '리버'는 기존 선수들과의 탄탄한 호흡을 자랑한 것은 물론 당시 메타 정글 챔피언이었던 우디르-럼블-모르가나를 모두 수준급으로 다루며 PSG 탈론의 4강행을 견인했다. '메이플'의 경우 라인전에서 큰 약점을 보였지만 2013년부터 선수 생활을 시작한 베테랑답게 때때로 노련한 모습을 선보이며 팀의 승리에 일조했다.

그리고 2022 시즌을 앞둔 스토브 리그에서 PSG 탈론은 '리버-메이플'을 잡지 못했다. 두 선수의 빈자리를 채운 건 농심 레드포스 챌린저스에서 호흡을 맞췄던 '주한' 이주한과 '베이' 박준병이었다. 하지만 리빌딩의 효과에는 큰 의문이 남았다. 이번 스프링 스플릿에서 PSG 탈론의 주요 승리 플랜은 '유니파이드'의 딜링과 '카이윙'의 플레이 메이킹이었으며, 두 한국인 용병은 체급 외의 부분에서 뚜렷한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물론 정규 시즌에서 16승 2패로 순항한 PSG 탈론이 PCS 최강의 팀이라는 사실에는 틀림이 없다. 그러나 승자조 결승에서 패배한 후 두 번의 풀세트 접전을 벌인 플레이오프를 되돌아봤을 때, 작년 PSG 탈론의 기량에 비해 아쉬움이 남는 건 사실이다. 코치진까지 새롭게 꾸린 PSG 탈론이 2022 MSI에서는 어떠한 경기력을 보일지 귀추가 주목된다.


데토네이션 포커스미
업-옆-다운그레이드? 까봐야 알 결과


어차피 우승은 데토네이션 포커스미(이하 DFM)라고 했던가. 어느덧 13번째 LJL 우승을 차지한 DFM이 2년 연속 MSI 진출에 성공했다. 또한 2021 롤드컵에서 LJL 최초 그룹 스테이지 진출이라는 쾌거를 거둔 그들이기에, 2022 MSI에서도 새 역사를 쓰는 것을 기대해볼 수 있겠다.

2021 LJL 서머 스플릿부터 '스틸' 문건영이 로컬 자격을 획득하며 DFM은 총 3명의 한국인 선수를 기용할 수 있게 됐다. 이에 '아리아-갱'이 서머 스플릿과 롤드컵에서 나란히 활약했는데, 2022 시즌에는 '야하롱' 이찬주와 '하프' 이지융이 DFM의 용병으로 발탁됐다.

그리고 현재 DFM의 경기력은 많은 팬의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2022 LJL 스프링 스플릿 정규 시즌 1위와 플레이오프 우승을 차지하긴 했지만, '작년보다 강해졌는가?'라는 질문에는 명확하게 답할 수 없는 상황이다. '야하롱'은 LCK에서 오랜 기간 활동한 베테랑이고 '하프'는 준수한 기량을 유지하고 있으나 그들의 기량이 LJL이 아닌 국제 무대에서 어디까지 통할지는 미지수다.

와중 DFM에게 있어 긍정적인 소식은 조 편성이 매우 유리하게 진행됐다는 점이다. DFM은 T1-사이공 버팔로-팀 에이스와 함께 A조에 배정됐는데, B조나 C조에 비해 2위로 생존할 확률이 꽤나 높은 편이다. 그룹 스테이지부터 폼을 한껏 끌어올려 럼블 스테이지에서도 순항을 이어간다면 보다 좋은 결과를 만들 수 있겠다.


사이공 버팔로
오랜만에 맛볼 VCS식 매운 맛


베트남의 코로나 방역 정책으로 인해 한동안 국제 무대에서 볼 수 없었던 VCS가 드디어 전 세계 LoL팬들 앞에 나선다. 다만 2022 VCS 스프링 스플릿 우승 팀이자 VCS 최강 팀 감 e스포츠는 동남아시안 게임 일정으로 인해 출전이 불발되었으며, 그들을 대신해 준우승 팀 사이공 버팔로가 2022 MSI 무대를 밟는다.

사이공 버팔로의 경우 국내 팬들에게 완전히 생소한 이름은 아니다. 사이공 버팔로의 예전 이름은 퐁 부 버팔로로, 2018 롤드컵과 2019 MSI에 진출했던 팀이기 때문이다. 당시 진성 탑 라이너로서의 본분을 선보인 '제로스'를 비롯해 각 선수가 준수한 경기력을 뽐내며 팬들에게 강렬한 눈도장을 찍은 바 있다. 그러나 지금은 모든 라인의 주전 로스터가 바뀌었으며, 스프링 스플릿 전승 우승을 달성한 감 e스포츠에 비해선 경기력이 조금 떨어지는 편이다.

다만 익히 알려진 바와 같이 VCS는 전 지역 리그 중 가장 적극적인 운영과 화끈한 교전이 난무하는 리그다. 와중에서도 사이공 버팔로는 2022 VCS 스프링 스플릿서 평균 경기 시간 28분 24초, 게임 당 평균 18.7킬 및 15.6데스를 기록할 정도로 호전적인 팀이다. 이에 결과와는 별개로 사이공 버팔로의 경기는 꽤나 흥미진진한 양상으로 펼쳐지겠다.


이스탄불 와일드캣츠
또 왔습니다, 작년 로스터 그대로


다수의 한국인 용빙이 활약 중인 TCL에서 2021 시즌 로스터를 유지한 이스탄불 와일드캣츠가 또다시 순혈 팀의 저력을 뽐냈다. 2022 TCL 윈터 스플릿 정규 시즌서 1위(14승 4패)를 기록한 이스탄불 와일드캣츠는 플레이오프서 팀 오로라와 갈라타사라이 e스포츠를 세트 스코어 3:0으로 완파, 2021 MSI에 이어 2022 MSI 진출까지 해냈다.

이스탄불 와일드캣츠의 장점이자 단점은 뚜렷한 캐리 라인이 없다는 것이다. 먼저 2020 시즌부터 한솥밥을 먹은 상체 3인방의 호흡이 상당히 좋다. 정통 메이지를 잘 다루는 '세린'이 미드 라인을 잠구고 '페렛'의 플레이 메이킹을 돕는다. 여기에 국밥 챔피언의 맛을 제대로 살리는 '스타스크린'이 든든하게 팀을 보조한다. 또한 봇에는 베테랑 중의 베테랑 봇 라이너 '홀리피닉스'가 있는데, 기복과는 별개로 아직 날카로운 칼날을 유지하고 있어 종종 폭발적인 화력을 뽐낸다.

문제는 월드 클래스 선수들에 비해 전반적인 체급 자체가 낮다는 점이다. 가장 안정감 있는 '세린'조차 2021 MSI 당시 라인전에서 밀리며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고, 당연히 '스타스크린-페렛'의 발도 꽁꽁 묶였다. 봇 듀오가 그나마 분전했지만 승리까진 역부족이었다. 이에 작년 이후로 체급이 어느 정도 보완됐는지를 지켜보는 것이 이스탄불 와일드캣츠 경기의 가장 큰 관전 포인트가 되겠다.


레드 캐니즈
2021 롤드컵 기적의 팀, MSI까지 왔네


2021 롤드컵 진출이 걸렸던 2021 CBLOL 스플릿2 플레이오프, 레드 캐니즈는 아카데미에서 활동하던 '그레비사르'를 갑작스럽게 콜업해 미드 라인에 세웠다. 그리고 '그레비사르'는 플라멩구 e스포츠-보랙스 리버티-헨스가 e스포츠와 벌인 세 번의 다전제를 모조리 승리로 이끌었고, 레드 캐니즈는 창단 이래 첫 롤드컵 진출을 해냈다.

그리고 그들은 올해도 기적을 만들었다. 2022 CBLOL 스플릿1 정규 시즌 3위(11승 7패)를 기록한 레드 캐니즈는 플레이오프 승자조 1R에서 카붐 e스포츠에게 0:3으로 완패하며 패자조로 내려갔다. 우승까지 필요한 경기는 작년보다 많은 네 번의 다전제였지만, 다시 각성한 '그레비사르'와 레드 캐니즈에게 큰 문제는 아니었다. 플레이오프 패자조에서 경기력이 한껏 올라온 레드 캐니즈는 기어코 4개 팀을 모두 꺾으며 2022 MSI의 CBLOL 대표가 됐다.

레드 캐니즈의 단점은 리그 내에서도 약한 편에 속하는 라인전 능력이다. 팀 순위는 상위권이지만 모든 라이너의 각종 지표는 중하위권을 맴돈다. 이를 보완하는 것이 기복이 가장 적은 에이스 정글러 '이지스'의 플레이 메이킹이다. '이지스'는 데스를 최소화하는 안정적인 운영을 지향하면서도 팀 내에서 가장 높은 킬 관여율을 기록했다. 이외 '구이고'의 높은 브루저 챔피언 숙련도와 '타이탄'의 후반 폭발력 등이 레드 캐니즈의 무기다.

모든 것을 떠나 이번 MSI에선 미드 라이너 기용 전략이 중요하겠다. 기복이 매우 크지만 고점도 높은 '그레비사르'를 내보내 대박을 노릴 것이냐, 그에 비해 그나마 기복이 적은 '어벤저'를 내보내 운영으로 승부할 것이냐, 선택은 레드 캐니즈의 몫이다.


팀 에이스
승격 직후 우승, 국제 무대 첫 도전


멕시코 리그(DDH) 참가 팀이었던 팀 에이스는 작년 7월 '애드-템트'를 전격 영입해 2022 LLA 오프닝 시즌 승격에 성공했다. 이후 스토브 리그 동안 선수 전원을 교체하는 강수를 던졌는데, 이것이 제대로 통했다. 엑스텐 e스포츠, 레인보우7에서 뛰던 '디미트리-얼론드-스트레이트'와 함께 LLA에 도전장을 던진 두 한국인 용병 '론리-오키드'를 영입한 팀 에이스는 2022 LLA 오프닝 시즌에서 단번에 우승을 차지하며 남미의 신성으로 급부상했다.

팀 에이스가 선전한 이유로 '론리' 한규준과 '오키드' 박정현의 맹활약을 빼놓고 얘기할 수 없다. 2021 시즌 각각 젠지-kt 롤스터의 챌린저스 팀에서 활약했던 두 선수는 새로운 무대의 주전으로 출전하며 기량이 만개했다. '론리' 한규준은 '애드' 강건모, '소환' 김준영과 함께 현지 탑 라이너들을 상대로 우위를 점하며 팀을 굳건히 지탱했다. 빠른 성장 이후의 폭발적인 캐리력을 선보인 '오키드'는 2022 LLA 오프닝 정규 시즌에서 무려 80.6%의 킬 관여율을 기록하며 팀 에이스의 첫 번째 옵션이 됐다.

미드 라이너 '얼론드'는 레인보우7 소속이었던 2020 시즌 롤드컵 진출 경험이 있다. 당시에는 큰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2022 LLA 오프닝 시즌에선 한층 성장한 기량을 뽐냈다. 정글러 '디미트리'의 경우 초중반 전장을 지휘하며 '오키드'의 후반 캐리로 경기를 넘기는 교두보 역할을 톡톡히 수행하는데, 결승 1세트와 3세트에선 본인의 손으로 승리를 일궈내며 가치를 증명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LLA는 약체 지역 중 하나이며, T1-DFM-사이공 버팔로가 있는 그룹 스테이지 A조에서 희생양이 될 가능성이 높다. 만약 경기가 뜻대로 풀리지 않더라도 무기력하고 허무하게 무너지기보다 무언가 배워갈 수 있는 의미 있는 적극성을 보여주길 기대해 본다.


오더
'유럽잼-북미잼' 사이에 끼었네


만년 중위권에 머물렀던 오더가 창단 이래 첫 우승과 함께 2022 MSI에 진출했다. 오더는 2021 시즌 종료 후 탑-미드-서포터를 교체하는 리빌딩을 진행했는데, 2022 LCO 스플릿1 정규 시즌에선 4위(11승 10패)를 기록하며 그다지 재미를 보지 못했다. 그러나 패자조에서 시작한 플레이오프에서 다이어 울브즈-피스-펜타넷.GG를 모조리 3:0으로 잡아낸 후 칩스 e스포츠 클럽과의 결승을 3:2 승리로 마무리하며 우승 팀이 됐다.

현재 로스터에서 그나마 이름이 알려진 선수는 2018 롤드컵과 2021 MSI에 진출했던 '바이오팬서'다. 라인전에는 큰 강점이 없지만 중반부터 특유의 존재감을 발휘할 줄 아는 선수로 결승에서도 어김없이 맹활약했다. 다른 선수들의 캐리력은 큰 차이가 없는데, '퓨마-코퍼럴' 봇 듀오의 라인전이 리그 내에선 꽤나 강한 편이며 '키세'도 종종 슈퍼 플레이로 직접 승리를 만든다.

팀 및 개인 기량과 별개로 안타까운 점은 오더가 이블 지니어스, G2 e스포츠와 함께 그룹 스테이지 C조에 배정됐다는 사실이다. C조 팀들은 각각 여덟 경기를 치르는데, 오더가 두 팀 중 한 팀보다 많은 승리를 기록해 럼블 스테이지에 진출할 확률은 거의 없다.

사진 출처 : 각 팀 및 LoL e스포츠 공식 트위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