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할 때 최고인? 함께 할 때만 최고인?


슈퍼 패미컴 시절까지의 닌텐도는 강력한 자체 IP와 탄탄한 서드파티, 그리고 훌륭한 그래픽 성능으로 동세대 플랫폼보다 우위를 가졌습니다. 하지만 높은 개발 난이도에 서드 파티가 힘을 잃으며 닌텐도64부터는 소니 등에 주도권을 내준 모양새였죠.

그런 닌텐도가 개발 방향성 튼 Wii는 기존 콘솔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보다 대중적이며 일반 친화적인 이미지는 휴대용 기기인 닌텐도 DS의 영향을 받았고, 닌텐도가 다시 한 번 게임 왕국으로 일어서는 데 큰 역할을 했죠. 그리고 Wii 스포츠는 닌텐도 Wii를 대표하는 게임을 딱 하나만 꼽으라면 그 이름이 입에서 절로 나올 정도로 Wii를 상징하는 게임입니다. 또 닌텐도의 새 방향성에 확신을 심어준 게임이기도 했고요

북미 지역에서 Wii에 기본 번들로 포함된 Wii 스포츠는 8,000만 장 이상이 팔리며 일종의 문화 현상으로 번졌고 게임을 플레이하지 않는 일반 대중까지 그 시장을 넓혔죠. 오늘날 모바일 게임이 그렇듯 게임 비 소비층을 품었던 겁니다. 그래서 마리오니 젤다니 하며 닌텐도의 여러 대표 IP가 꾸준히 후속작, 리메이크 목록에 오르는 동안에도 Wii 스포츠의 신작을 기다리는 팬도 많았고요. 우리나라에서도 한창 연예인 광고가 전파를 타 Wii로 콘솔 처음 접한 게이머도 많았죠.

닌텐도 스위치 스포츠(이하 스위치 스포츠)는 그런 팬들의 기대에 Wii 시절보다 더 강력하고, 쓰기는 쉬워진 조이콘을 무기로 돌아왔습니다. 반대로 모션 컨트롤이 보다 대중적으로 쓰이기 시작한 시대에 과거의 것을 계승한 게임이 충분한 가치를 줄 수 있을지에 대한 궁금증도 출시일까지 덩달아 커졌습니다.


게임명: 닌텐도 스위치 스포츠
장르명: 스포츠 / 파티게임
출시일: 2022. 4. 29.
리뷰판: 1.1.0
개발사: 닌텐도
서비스: 닌텐도
플랫폼: NSW
플레이: NSW

관련 링크: '닌텐도 스위치 스포츠' 오픈크리틱 페이지


센서바? 모션 플러스? 닌텐도 스위치와 친구만 있으면 OK

일단 조이콘의 장점부터 꼽고 가볼까 합니다. 뭐 쏠림 이슈니 장난감 같은 만듦새니 말이 많긴 하지만, 조이콘은 기능 자체로는 꽤 다재다능한 면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전후좌우에 틸트 같은 움직임을 완벽히 잡아내는 모션 센서는 조이콘 움직임 자체로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을 정도죠. 대충 움직이는 형태는 거의 다 잡아낸다고 보시면 됩니다. 닌텐도 스위치에서 한쪽씩 뽑아 손안에 쏙 감기는 그립감은 일반적인 게임보다는 이런 모션 컨트롤을 활용하는 쪽에 더 특화되어 있고요.

여기에 별도의 센서바가 있어야 제대로 된 모션 컨트롤이 가능했던 Wii나 별도의 카메라가 필요한 키넥트, PS 무브와 달리 조이콘 하나만 있으면 모든 게 인식되죠. 허공에 휘두르는 태고의 달인이나 한 쪽 손에 들고 춤추면 인식되는 저스트댄스처럼 그 활용도 꽤 여러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고요.

▲ 조이콘 있는 스위치만 있으면 된다는 건 정말 너무나 편리한 것(수정)

한층, 아니 정확히는 몇 단계 업그레이드된 모션 컨트롤을 통해 스위치 스포츠 속 움직임은 플레이어의 동작에 따라 더 유연하게 작동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건 게임 안에서 그저 라켓 휘두르고, 팔 젓는 데에서 끝나는 단순한 조작을 보다 숙련된 기술의 영역으로 일부 끌어올렸고요.

예를 들어 축구에서 조이콘을 위로 들어 올리면 공을 높이, 아래로 때리듯 내리면 바닥에 깔리는 슛이나 패스를 정면으로 합니다. 그런데 여기에 오른쪽, 왼쪽이라는 방향을 더하면 공을 높게, 혹은 낮게 오른쪽이나 왼쪽으로 날릴 수 있죠.

그럼 이제 팔을 비틀 시간입니다. 볼링은 숙련된다면 팔을 앞뒤로 저어도 되지만, 공을 들고 있는 동안에는 ZR 버튼을 누르고 조이콘은 볼을 안듯 가슴에 올렸다 뒤에서 앞으로 크게 휘저어야 더 정확히 인식되죠. 그리고 볼은 놓는 순간 ZR 버튼에 올린 손가락도 떼게 되는데 이때 손을 비틀면 자연스럽게 볼에 스핀을 넣게 됩니다. 볼링 좀 쳐보신 분들은 이 스핀을 넣는 커브 볼이 얼마나 중요한지 아실 겁니다.

그리고 이런 조작은 별도의 센서바도, 위모콘에 붙일 모션 플러스 없이도 가능하죠. 조이콘이 방향에 큰 영향을 받지 않다 보니 이러한 조작들이 어느 꼭 TV를 향할 필요도 없고, 또 검술처럼 미리 방향을 재조정하기도 하니 확실히 조작의 다양성에 플레이 장소의 자유도도 높아졌다 할 수 있습니다.



'즐겁거나, 아쉽거나' 다른 종목 다른 재미

스위치 스포츠라는 타이틀 안에서 보상을 얻어가는 과정까지 모두 공유하고 있지만, 게임에 포함된 6개의 게임 자체는 각각의 종목이 모두 별개의 콘텐츠라고 부를 정도로 다른 경험을 주고 있죠. 그래서 여러 스포츠를 따로 설명하는 것도 필요할 듯합니다.

- 배구

배구는 스위치 스포츠 게임 중 가장 적응하기 어려운 게임 중 하나입니다. 2대 2로 진행되는 배구는 서브부터 리시브, 토스, 점프 후 스파이크, 블로킹까지 랠리가 이루어지며 이 많은 동작이 쉴 새 없이 이루어지거든요. 거기다 동작 자체도 스파이크는 아래로 내리꽂고 리시브는 손을 모아 받아 올리고, 토스는 머리 위로 손을 올려 공을 밀어내는 등 일관적인 행동을 한다기보다는 상황에 맞게 몸을 움직여야 하죠.

몸을 움직이는 다양한 동작으로 상대를 제합하는 데에는 정확한 타이밍이라는 요소도 중요합니다. 토스, 스파이크에 정확한 타이밍을 맞춘다면 보다 강력한 공격이 꽂히는 식이죠. 리시브는 정확한 타이밍을 맞추지 못한다면 공을 이상한 곳으로 날려 보내 실점으로 곧바로 이어지고요. 또 리시브와 토스 순서가 랠리마다 매번 바뀌어 할 게 더 많아지기도 하고요.

확실히 상황에 맞는 움직임이라는 게 다른 종목보다 다채롭다 보니 기계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느낌은 적어 적응할수록 진짜 배구를 하고 있다는 느낌을 내고 있습니다. 실제 배구와 비교한다면 한없이 간단한 조작이겠지만요. 그리고 다른 게임보다 팀의 합이 중요한 게임이라 팀원의 좋은 플레이, 혹은 실수에 승패가 갈리는 구간도 많아 극적인 플레이도 많이 나옵니다.

▲ 수행할 액션도 꽤 많고 타이밍을 익히는 것도 중요합니다

- 배트민턴

1대 1 경기만 있는 배드민턴은 게임으로 자주 보였던 테니스와는 비슷하면서도 플레이 결이 좀 다른 종목입니다. 셔틀콕 특성상 강한 스매싱으로도 세게 꽂히는 공격이 어려워 적당한 실력끼리 붙으면 랠리가 유독 길어지기도 하죠.

자칫 느슨해질 수 있는 게임 플레이를 다잡는 건 타이밍인데요. 공을 높이 올렸다 떨어트리는 느낌의 드롭샷은 그 낙폭에 따라 가속도가 지나치게 늦게 붙을 때가 있습니다. 스매싱과 리시브가 이어지는 가운데 드롭으로 플레이 속도를 늦추고 또 올리며 심리전이 이어지는 거죠. 조작은 쉬우면서도, 플레이어가 능동적으로 플레이 우위를 가져오도록 한다는 긍정적인 플레이를 구현했습니다.

▲ 긴 랠리도 자주 나오고 검술과 함께 몸도 많이 쓰게 됩니다

- 볼링

볼링은 테니스와 마찬가지로 Wii 스포츠부터 기본 종목으로 자리 잡은 게임입니다. Wii 스포츠, Wii 스포츠 리조트에도 포함됐다는 데서 볼 수 있듯 모션 컨트롤러를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는 게임이라는 뜻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전작들과 달리 이번에는 한 번씩 돌아가는 방식이 아니라 화면 분할로 동시에 플레이할 수도 있어 게임 속도는 높아졌습니다. 또 온라인 플레이에서는 16명이 동시에 진행을 하고 라운드마다 일정 순위에 드는 플레이어만 계속 게임을 플레이하는 식으로 타 게임보다 대회라는 느낌을 살린 것도 눈에 들어오고요.

여기에 이번에도 컨트롤러를 적당히 꺾어 스핀을 주는 컨트롤은 건재한데요. 대신 이게 전작들보다 더 민감하게 반응해 온라인에서는 한두 명 정도 스핀볼을 레일 밖으로 빠트리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겁니다.

장애물이 추가되는 모드도 있는데 사실 볼링은 그냥 점수내기만 해도 충분한 재미를 주는 종목이라 할 수 있습니다.
▲ 스핀 '적당히'가 중요한 볼링

- 축구

축구는 첫 공개 당시부터 닌텐도가 꽤 신경 쓴 종목으로 허벅지에 조이콘을 고정하는 레그 스트랩으로 슈팅 대결을 할 수도 있습니다. 다만, 다른 종목이 스포츠 원형을 그대로 유지했다면 축구는 사실 축구 그 자체보다는 커다란 볼을 몸으로 밀쳐 플레이하는 로켓 리그에 가까운 모습입니다.

공을 그저 몸으로 밀쳐내는 것 외에 슛이나 패스가 있다고는 하지만, 로켓 리그의 자동차처럼 속도가 빠른 것도 아니고, 또 볼 유지도 어려워 뭔가를 한다는 느낌보다는 그저 공을 따라 필드 위를 뛰어다니는 데 그치죠. 게임 플레이에는 무려 8명이나 필요하니 친구들과 같이 즐기기도 어렵고, 온라인에서 마땅한 재미를 찾기 어려운 게임이 되어버렸습니다.

▲ 달리기가 중심인 로켓리그 정도... 사실 여러 종목 중에서 가장 실망스러운 편

- 검술

배드민턴이 타이밍에 의한 플레이의 주도성을 가진다면 검술은 조이콘을 휘두르는 액션과 그 심리전으로 승리를 가져올 수 있는 종목입니다. 맞댄 칼을 어떻게 휘두르고, 또 그걸 올바른 방향으로 막아내는 데에는 나름의 심리전이 필요하고, 그게 다른 요소 없이 플레이어의 실력과 눈치로 결정되어 몰입도도 높고요.

게임 방식 자체는 상대 공격을 막고 나는 때리는, 다른 종목보다 간단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래서 별다른 설명 없이 친구나 가족과 즐기기 가장 좋은 종목이기도 하죠. 또, 검이라기보다는 몽둥이 같은 무기를 들고 공격을 성공해 상대를 밀어내고, 그 끝에는 물에 빠진다는 설정도 적당히 과장된 스포츠라는 게임 분위기에도 어울리고요.

▲ 무승부 상태에서 좁아지는 경기장, 물에 빠트리는 걸 보면 적당히 닌텐도 게임스럽다는 느낌

- 테니스

단식이 배드민턴이라면 복식은 테니스입니다. 혼자 조작할 때는 복식 선수 둘을 모두 다루고 멀티 플레이에서는 각각 한 선수씩 총 4명의 플레이어가 경기에 참여하는데 이쪽은 배드민턴처럼 능동적으로 타이밍을 가지고 노는 식은 아닙니다.

대신, 플레이어의 라켓 속도에 따라 공의 방향을 결정하는 식으로 변화를 주죠. 흔히 야구의 밀어치기, 당겨치기처럼 공을 얼마나 느리게, 혹은 빠르게 쳐내는지에 따라서요. 배드민턴과 비슷한 라켓운동인 만큼 차별점이 있어야 플레이하겠지만, 결국은 잘 때리는 데 집중하는 식입니다. 다른 의미로는 단순하다는 건데 이건 친구들 불러 즐길 때는 장점이기도 합니다. 테니스 자체는 게임에 많았고, 또 즐기기도 쉬운 편이니까요.

▲ 게임으로 워낙 많이 만날 수 있는 테니스기에 적응 시간 필요 없이 경기에 나설 수 있습니다



함께 해야 재밌는, 그래서 더 필요한 새로운 무언가

종목마다 기대 이상의 재미를 준 것도 있고 아쉬운 점도 있었습니다. 친구와 즐길 때 재밌는 게임인 건 분명하고, 실제로 리뷰를 위한 플레이 과정에서도 혼자 즐길 때보다는 가족, 친구와 함께했을 때가 더 재밌었습니다. 그런 부분을 채워주는 게 온라인 플레이고요.

Wii 시절과 달리 온라인 플레이는 더 확대됐고 사용하기 편리한 조이콘의 존재로 플레이 자체의 편의성은 높아졌습니다. 모르는 플레이어와 팀을 짜거나 상대해서 이기는 데에 따른 재미를 찾으려면 찾을 수야 있죠. 하지만 그럴 동기가 쉽게 부여되지는 않는 구성이 아쉬울 따름입니다.

아직까지는 랭크 비슷한 프로 모드와 경기 하나 돌리고 그에 따라 얻는 보상 포인트를 채워 커스터마이징 가능한 아이템을 하나씩 얻는 게 전부입니다. Wii 스포츠, Wii 스포츠 리조트와 비교하면 온라인 플레이라는 것 하나만으로 게임의 가치가 커졌다고 할 수도 있죠. 하지만 모션 컨트롤은 이제 다른 기종에서도 가능하고 온라인 플레이는 너무나 당연한 게 됐죠. 리얼한 몰입감은 사실 가끔 오큘러스 퀘스트 켤 때 하는 VR 탁구 게임을 더 높게 쳐줄 만하고요. 결국, 편리함, 그리고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가벼움이 스위치 스포츠의 최대 장점이 되는 모양새입니다.

▲ 컴퓨터와 할 파고들기는 적고, 온라인 플레이는 아직 깊이가 없고

그렇다고 이게 게임도 하면서 운동도 하는, 피트니스 류의 게임은 또 아닙니다. 조이콘을 이용해 복싱 다이어트를 하거나 예전 위핏이 했던 운동 보조 효과, 링피트의 화끈한 운동 같은 것과는 목적부터 다르니까요. 또 마리오 골프나 테니스처럼 개별 종목이라면 닌텐도가 만든, 보다 깊이 있는 싱글플레이 요소가 있는 게임들도 있고요.

물론, 이건 혼자 즐길 때의 아쉬움입니다. 가족과, 친구와 즐길 때는 이것만큼 쉽게 꺼내고, 즐기고, 떠들기 좋을 수 없습니다. 아무리 데이터 너머 상대에게 이모티콘을 날린다고 해도 득점하고 바로 옆에 있는 동생을 현실로 놀려가며 플레이하는 것만큼 통쾌하지는 않았거든요.

또, 출시 초기 포함된 게임의 구성이 달라지지 않았던 전작들과 달리 이번에는 업데이트를 통한 종목 추가도 예고되어 있습니다. 이미 골프의 추가가 확정됐고, 축구의 레그 스트랩 플레이도 업데이트를 통해 추가된 내용이거든요. 파티 게임으로서의 본분에만 충실한 스위치 스포츠에 온라인 플레이의 다양성, 새로운 종목 추가, 그리고 아쉬운 플레이의 개선 등 더 많은 부분을 기대할 수 있는 것도 그래서고요. 여기에 6개의 종목이 전혀 다른 게임이라고 보는 게 맞아 사람마다 각 종목에 대한 평가가 달라지기도 하죠.

닌텐도로 친구, 가족이 함께 즐길 파티 게임을 생각한다면 최고의 게임이 될 테고, 온라인 플레이를 통해 몸을 움직여 즐기는 건 색다른 즐거움이 될 겁니다. 물론 아무리 멀티플레이와 함께한다고 해도 그 색다른 즐거움이 혼자서는 오래가지 않은 게 지금의 닌텐도 스위치 스포츠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