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신함보다 깊은 맛에 집중한 후속작


2013년에 출시된 로그 레거시는 선대의 유산을 후계자가 물려받으면서 점차 강력해진다는 설정에 로그라이트, 메트로배니아를 절묘하게 결합해 많은 사랑을 받았었습니다. 메타크리틱 85점에 그해 게임쇼에서 각종 수상을 기록하며, 꽤 좋은 평가를 받기도 했죠.

'로그 레거시 2'는 전작의 후속작으로 약 2년간의 얼리 엑세스를 마치고 지난 29일 정식 버전으로 찾아왔습니다. 전작을 통해 이미 팬덤이 형성된 시리즈다 보니 출시 첫날부터 스팀 최고 판매 제품 2위에 올랐으며, 현재 4,900개가 넘는 매우 긍정적 스팀 평가를 받는 데 성공했죠.

얼리 엑세스 초창기 때 즐겼던 입장에서 그간의 변화가 보여 색다른 감회가 느껴졌는데요. 특히, 1.0.0 버전과 함께 공개된 한국어의 번역 퀄리티가 예상보다 뛰어나 게임에 더욱 몰입해서 플레이할 수 있었습니다.


게임명: 로그 레거시 2(Rogue Legacy 2)
장르명: 로그라이트, 메트로배니아
출시일: 2022.04.29
리뷰판: 1.0.0
개발사: Cellar Door Games
서비스: Cellar Door Games
플랫폼: PC, Xbox
플레이: PC

관련 링크: '로그 레거시 2' 오픈크리틱 페이지



단점을 찾아보기 힘들어진 계보 시스템

로그 레거시 2는 2013년에 출시된 전작과 비교했을 때 플레이 방식 자체가 다이나믹하게 달라진 게임은 아닙니다. 전작과 비슷한 진행 방식을 토대로 아쉬웠던 점을 보완하고 장점을 더해 전체적인 볼륨을 키우는 데 집중했죠.

결과적으로 로그 레거시 2는 전작에서 호평받았던 시스템을 유지하면서 더욱 재미있게 만드는 데 성공했습니다. 전작을 해봤던 분이라면 분명 익숙한 방식의 게임인데 어딘가 고급스럽게 업그레이드되었다는 느낌을 바로 알 수 있을 정도로 말이죠. 갓 담가 새콤한 맛만 나던 김치가 세월이 흘러 알맞게 딱 익으면서 깊은 맛을 내는 것 같달까요. 맛은 깊어지고 즐길 거리는 다양해졌습니다.

▲ 부동산 투자 최고

이 게임은 선대 캐릭터가 사망할 경우 가문의 후계자가 뒤를 잇는다는 독특한 설정을 갖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1대가 탐험 중 죽으면 2대가 남은 유산으로 영지를 발전시키고 예전보다 더 나은 환경에서 탐험을 이어갈 수 있죠. 선대의 죽음은 단순한 죽음이 아닌 훗날 더 강력한 후계자 탄생의 밑거름이 되는 셈입니다.

또한, 후계자마다 랜덤으로 0~2개의 유전 특성을 얻게 되는데 전투에 도움을 주는 특성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방해를 하는 특성도 있어 어떤 것을 선택했느냐에 따라 조금씩 게임 플레이의 결과가 달라지기도 합니다.

로그 레거시만의 차별화를 느낄 수 있는 계보 시스템은 전작에서도 호평받았었는데요. 다만, 영지를 발전시켜 얻을 수 있는 강화 요소가 캐릭터 능력치 상승 위주에 비슷한 종류가 많았고 유전 특성은 처음에는 재밌으나 결국 중후반에 가면 페널티 없는 좋은 특성만 골라 플레이하기 때문에 귀찮게 느껴진다는 아쉬운 점이 있었습니다.

▲ 공부 잘하는 야만인 마셜 경의 탄생

반면, 후속작은 기존의 단점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완성도 높은 계보 시스템을 선보였습니다. 영지 발전에 따른 능력치 상승이 세부적으로 나뉘어 초반부터 원하는 방향으로 캐릭터를 육성할 수 있었으며, 업그레이드의 종류와 개수가 다양해져 모든 특성을 찍을 때까지 꽤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했습니다.

또한, 전작에서 일반과 상위 등급으로 나뉘었던 직업 해금 방식은 상위 등급을 삭제하고 15개로 직업 종류를 늘려 초반부터 다양한 직업을 플레이할 수 있었습니다. 직업 종류도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궁수, 마법사부터 총잡이, 발키리와 요리사, 음유시인 등 특색있는 직업 위주로 추가됐으며, 직업마다 무기와 공격 방식이 달라 다채로운 전투가 가능했죠.

▲ 페널티 이렇게 붙기도 참 힘든데... 어쨌든 골드 보너스는 달달합니다

후계자에게 랜덤으로 생성되는 특성 또한 기존보다 종류가 훨씬 다양해졌고 페널티가 무조건 손해만 보는 구조에서 탈피했습니다. 가령, 책벌레라는 특성은 체력이 30%나 감소하지만, 마법 피해와 MP 한도를 50%나 올려주는 엄청난 혜택을 줍니다. 이외에도 체력을 볼 수 없는 무통각증, 무적 시간이 사라지는 통각 과민증 등 능력치 상승 없이 페널티만 존재하는 특성도 있는데 이러면 골드를 추가로 획득할 수 있는 혜택이 추가되는 방식입니다.

따라서 본인이 충분한 실력이 있고 어느 정도 캐릭터 성장을 이뤘다면 일부러 페널티가 부여되는 특성을 골라 추가적인 이득을 취하는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전략이 가능했습니다. 이렇듯 변화한 계보 시스템은 게임의 초반부터 후반까지 육성과 전투 플레이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으며, 대를 거듭할수록 발전하는 영지와 강해지는 캐릭터를 통해 성취감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완성도 높아진 메트로배니아 진행 방식

로그 레거시 2는 로그라이트와 더불어 메트로배니아 장르에 속하는 게임입니다. 앞서 언급한 계보 시스템이 로그라이트와 관련된 장치라면 탐험과 육성 등의 레벨 디자인은 메트로배니아 방식을 따르고 있기 때문이죠.

전작 역시 메트로배니아 게임으로서 완성도는 높은 편이었습니다. 고전 오락실 게임이 떠오르는 그래픽으로 꽤 괜찮은 영상미를 감상할 수도 있었죠. 다만, 오브젝트와 배경의 가짓수가 적어 반복해서 플레이 하면 맵의 형태가 단조롭게 느껴지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후속작은 이러한 아쉬움이 개선되어 정통 메트로배니아 게임과 비교해도 꿀리지 않은 볼륨과 재미를 보여줬습니다. 특히, 로그라이크의 특징인 랜덤하게 생성되는 맵과 메트로배니아식 탐험을 합친 유니크한 진행 방식 덕분에 회차를 반복해도 쉽게 지루해지지 않는데요. 이는 계보 시스템과 더불어 다른 게임과 차별화되는 이 게임만의 가장 큰 장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 맵만 봐도 메트로배니아 느낌이 물씬 풍겨온다

좀 더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플레이어가 왕국에 입성할 때마다 맵의 구조는 랜덤하게 바뀌지만, 일반적인 로그라이트 게임처럼 등장하는 지역의 순서가 A-B-C-D 순으로 고정되진 않습니다. 전체 지도에서 본다면 거대한 맵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플레이어는 자유롭게 맵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면서 탐험의 재미를 만끽할 수 있죠.

로그 레거시 2는 첫 번째 스타트 지역인 아가르타 성채를 비롯해 설산 배경의 케르겔렌 고원, 마법사들이 살 법한 스티지안 학술원 등 다양한 지역이 존재하며, 지역마다 배경은 물론이고 등장하는 몬스터도 조금씩 달라지기 때문에 전작과 비교하면 탐험하는 맛은 굉장히 쏠쏠했습니다. 새로운 곳에 진입했다는 체감이 팍 느껴진달까요.

각 지역마다 위험도가 다르므로 착실히 캐릭터를 육성하지 않으면 초반에도 탐험 자체가 어려운 편입니다. 특히, 반복 플레이가 중점인 만큼 전체적으로 몬스터의 수준이 꽤 높게 책정되어 있는데요. 첫 지역부터 수월하게 돌아다니려면 적어도 40레벨에 장비도 가죽 갑옷 정도는 갖춰야 했습니다.

▲ 다양한 패턴과 강력한 공격력을 갖춘 보스들

지역을 대표하는 보스 몬스터 역시 존재합니다. 다만, 일반적인 로그라이트 게임과 달리 보스 몬스터를 죽이지 않고도 다음 지역으로 갈 수가 있고 만약 보스 몬스터를 죽였다면 이후에는 계속 죽은 상태로 등장했는데요. 이는 로그 레거시 2의 맵 디자인이 로그라이크보다 메트로배니아 방식을 따르고 있는 확실한 증거라 볼 수 있습니다. 참고로 보스 몬스터를 다시 등장시키기 위해선 엔딩을 보고 회차를 넘어가야 했습니다.

물론, 아무 제한 없이 모든 맵을 탐험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지역마다 탐험에 필요한 '가보'라는 특수한 장비가 존재하며, 이는 후속작에서 새롭게 추가된 시스템 중 하나입니다. 가보란, 쉽게 말해 더 많은 액션을 할 수 있게 해주는 장비인데요. 게임 속에는 공중에서 대시를 할 수 있게 해주는 아난케의 숄과 더블 점프를 할 수 있는 아이테르의 날개 등 다양한 가보가 존재합니다. '가보'는 캐릭터가 사망해도 사라지지 않고 영구적으로 남기 때문에 한 번 얻어두면 탐험에 큰 도움이 됩니다.

가보는 탐험에 굉장히 중요한 장비라 얻기 위해선 아주 특별한 시련을 통과해야 하는데요. 얻는 순간 게임의 밸런스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얻기까지의 과정은 꽤 험난한 편이었습니다. 참고로 시련은 길가다 발견되는 것이 아니라 특정 힌트를 얻어 장소를 추측해야 하거나 혹은 교묘한 장소에 숨겨진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따라서 탐험을 게을리하지 말고 구석구석 꼼꼼하게 살피는 자세가 필요하죠.

▲ 플랫포머 게임에서 더블 점프는 항상 옳습니다

이는 전작의 마구잡이식 탐험과 달리 탐험에 목적의식을 더해주는 아주 큰 역할을 담당합니다. 지역을 탐험하기 위해선 가보가 필요하고 해당 가보를 얻으려면 힌트를 얻어야 하니 억지로 유도하지 않더라도 유저 스스로 자연스럽게 탐험을 주도하게 되는 것이죠. 가보를 얻는 시련은 해당 가보를 활용해서 진행하는 일종의 튜토리얼 개념이라 획득까지의 전체적인 구성도 꽤 만족스러웠습니다.

한편, 메트로배니아와 로그라이트를 섞으면서 필연적으로 불편함이 발생할 수 있는데 이를 생각보다 매끄럽게 풀어냈습니다. 불편함에 예를 들자면 플레이어는 중후반 지역에서 활동할 정도의 스펙을 갖췄지만, 만약 죽으면 처음 지역에서 무조건 시작하는 것 등이 있겠죠. 이는 게임 중반쯤 만나는 피자 배달부를 통해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 아이 러브 피자 걸

게임 내에는 텔레포트가 존재하며, 피자 배달부는 포탈을 고정하는 편의 기능을 제공해주는데요. 포탈을 고정할 경우 죽어서 세계가 리셋되어도 스타트 지점에 있는 포탈을 통해 다른 지역으로 빠르게 넘어갈 수 있습니다. 포탈을 고정하기 위해선 꽤 많은 골드가 필요하지만 투자한 만큼의 값어치는 충분하다고 생각될 만큼 굉장히 편리했습니다.

만약, 메트로배니아 스타일로만 게임을 즐기고 싶다면 전작에도 등장했던 건축가 NPC를 통해 세계를 잠글 수 있습니다. 이렇게 잠긴 세계는 캐릭터가 죽어서 다시 시작해도 맵의 구조가 달라지지 않습니다. 단, 죽었을 때 획득한 전체 골드의 일정 부분을 건축가가 가져가기 때문에 될 수 있으면 맵 하나를 반복해서 클리어하고 싶을 때만 제한적으로 쓰는 것이 좋습니다.





총평하자면 로그 레거시 2는 메트로배니아 게이머와 로그라이트 게이머 둘 다 만족할 수 있는 정말 잘 만든 수작이라고 생각합니다. 전작보다 훨씬 발전한 그래픽과 풍부해진 게임의 볼륨은 생각보다 더 재미있는 게임 플레이를 선사해줬습니다.

앞서 언급했듯 직업마다 공격 방식도 달라지고 다양한 무기가 추가되면서 전투 자체가 굉장히 재미있어지기도 했습니다. 부드러운 조작감과 이펙트 등을 통해 꽤 수준 높은 타격감을 구현해냈죠.

다만, 전체적인 진행 방식은 전작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에 다이나믹한 변화를 원했거나 혹은 전작을 재미없게 즐긴 분이라면 다소 취향이 갈릴 것으로 보입니다. 만약, 어려운 난이도 때문에 재미있어도 못하겠다 싶었던 분이라면 다행히 본작에서 새로 추가된 나만의 룰을 사용해 세부적인 설정을 바꿀 수 있는데요. 적 체력과 공격력 등을 조절한다면 컨트롤이 미숙해도 충분히 즐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오랫동안 즐길 만한 로그라이트 혹은 메트로배니아 장르의 게임을 찾고 있다면 로그 레거시 2를 추천해 드립니다. 처음에는 매콤한 맛과 익숙하지 않은 계보 시스템에 헷갈릴 수도 있지만, 적응만 한다면 이만한 재미를 쉽게 느끼지 못할 것입니다.

▲ 아이 러브 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