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1 LoL 월드 챔피언십'에서 높은 적중률을 자랑했던 인벤의 파워랭킹이 돌아왔다. 오는 10일 개막하는 '2022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이하 MSI)'에 참가한 11개 팀의 순위를 매겼다. 이번에도 전현직 코치 및 선수, 해설 등 다양한 국내 관계자들에게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역시나 LCK 전승 우승에 빛나는 T1이 만장일치로 1위를 차지했다. 강력한 지역 리그인 LPL의 우승 팀 RNG가 그 뒤를 이었고, LEC의 G2 e스포츠와 LCS의 이블 지니어스가 3, 4위에 머물며 4대 리그의 자존심을 지켰다. 군소 지역 중에서는 PSG 탈론과 데토네이션 포커스미가 주목을 받았다.




1위 T1 (LCK)


2022 LCK 스프링을 지배한 T1이 1위에 올랐다. 이번 LCK 우승은 T1, 그리고 '페이커' 이상혁에게 굉장히 의미있는 순간이었다. 전무후무한 대기록인 전승 우승을 달성했을 뿐만 아니라 통산 10번째 LCK 우승이라는 새로운 역사를 썼다.

올 시즌 T1이 유독 강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어디 하나 뒤처지는 라인이 없다는 거다. '페이커'는 마치 세월을 이기는 장사도 있다는 듯 뛰어난 기량을 보여줬고, '케리아' 류민석은 타고난 재능에 경험을 더해 완전체 서폿으로 거듭났다. '오너' 문현준과 '구마유시' 이민형, '제우스' 최우제는 첫 풀타임 주전이라는 게 믿기지 않는 경기력이었다.

역대 MSI 최다 출전팀(5회)이자 최다 우승팀(RNG와 공동, 2회)인 T1. LCK에서 그러했듯 이번 MSI에서도 또 한 번 기록을 경신하며 LoL e스포츠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게 될까. 기대가 된다.


2위 RNG (LPL)


T1이 만장일치로 1위에 선정된 것처럼 투표에 참여한 모든 관계자가 RNG를 2위로 뽑았다. RNG는 LPL 플레이오프에서 정규 시즌 1위였던 탑 e스포츠를 두 번 잡고 우승을 차지하는 저력을 보여줬다.

T1에 '페이커'가 있다면, RNG에는 '샤오후'가 있었다. 지난해 탑으로 포지션을 바꿨던 '샤오후'는 팀에 '빈'이 합류하면서 다시 미드로 돌아왔는데, 잦은 포지션 변경에도 경기력에 흔들림은 없었다. 여전히 최상급 기량을 자랑하며 팀의 에이스로 활약했다.

이미 T1과의 라이벌 구도는 만들어졌다. T1과 마찬가지로 MSI 3회 우승을 노리고 있고, T1만이 가지고 있는 2연속 우승의 가능성도 열려 있다. 실력적으로도 가장 강력한 적수로 평가받는 RNG의 경기력이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3위 G2 e스포츠 (LEC)


정규 시즌 4위에서 우승까지. 반전 스토리를 완성한 G2 e스포츠가 3위를 차지했다.

사실 정규 시즌을 마쳤을 때, 아니 플레이오프 첫 경기에서 프나틱에게 1:3으로 패배했을 때까지만 하더라도 G2 e스포츠의 부활을 기대하는 시선은 없었다. 하지만, 바로 다음 경기부터 돌연 각성한 G2 e스포츠와 '캡스'는 결승전까지 단 한 세트도 내주지 않고 승리를 이어나가며 약 1년 반만에 LEC 정상에 우뚝 섰다.

그럼에도 2019 MSI에서 우승했을 당시보다 팀 체급이 아쉬운 건 사실이다. 특히, 신인 봇 듀오가 내로라하는 선수들이 모인 국제 무대에서 얼만큼의 경쟁력을 보여줄 수 있을 지가 관건.


4위 이블 지니어스 (LCS)


정규 시즌 4위가 우승까지(2). 파워랭킹 4위에 선정된 이블 지니어스도 G2 e스포츠만큼이나 흥미진진한 스프링 스플릿을 보냈다.

이블 지니어스의 정규 시즌 승률은 고작 5할로, 1~3위 팀 리퀴드-C9-100 씨브즈를 상대로는 전패를 기록하고 있었다. 당연히 이블 지니어스가 우승할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플레이오프 첫 경기를 패한 이후로 경기력이 급상승하더니 그 세 팀을 차례로 완파하고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4대 리그로 불리지만, 국제 대회 성적은 썩 좋지 않았던 LCS. 이번에는 그룹 스테이지에서부터 라이벌 LEC와 진검 승부를 펼치게 됐다. 과연 이블 지니어스는 LCS의 자존심을 살릴 수 있을까.


5위 PSG 탈론 (PCS)


국제 대회 단골 손님이자 4대 리그에게는 위협적인 변수가 되는 PSG 탈론이 5위다.

2022 시즌을 앞두고 '리버' 김동우-'메이플'을 떠나 보낸 PSG 탈론은 '주한' 이주한과 '베이' 박준병를 새롭게 영입했다. 스프링 정규 시즌 16승 2패, 그리고 우승. 결과표만 보면 굉장히 좋은 성과를 거둔 것처럼 보이지만, 불안함은 분명 있었다. 한국인 용병은 생각보다 존재감을 발휘하지 못했고, 승리 패턴도 한정적이었다.

작년 MSI는 PSG 탈론에게 매우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4강에 진출하며 역대 최고 성적을 거둔 바 있다. 다시 한 번 4대 리그의 한 자리를 빼앗아 오기 위해선 확실한 경기력 보강이 필요해 보인다.


6위 데토네이션 포커스미 (LJL)


럼블 스테이지 진출이 예상되는 6개 팀 중 마지막, 국내 전문가들의 선택을 받은 건 데토네이션 포커스미다.

2021년은 데토네이션 포커스미와 LJL에게 참 뜻깊은 한 해였다. MSI 그룹 스테이지서 C9를 잡고 담원 기아전에서 선전을 펼치는 등 활약하며 전세계에 자신을 각인시켰고, 월드 챔피언십에서는 C9을 제치고 플레이-인 그룹 1위로 본선에 직행하는 이변을 썼다. LJL 팀 최초의 본선 진출이었다.

그때와 같은 로스터는 아니지만, 데토네이션 포커스미의 도전은 이번에도 계속될 예정이다. 지난해 국제 대회 선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LJL을 풀4로 배정하는 라이엇 게임즈에게 '틀렸다'고 외칠 수 있는 경기력을 보여주었으면 하는 바다.


7위 이스탄불 와일드캣츠 (TCL)


7위부터는 아쉽게도 사실상 그룹 스테이지 탈락이 예상되는 팀이다.

이스탄불 와일드캣츠가 7위에 이름을 올렸다. 2021 시즌에 이어 올해도 연속으로 MSI 진출권을 손에 넣었다. 한국인 용병 덕에 국내 팬들에게도 친근한 터키 리그인데, 이스탄불 와일드캣츠는 몇 안되는 순혈 팀 중 하나다. 정규 시즌을 1위로 마감한 이스탄불 와일드캣츠는 플레이오프에서도 단 한 세트도 내주지 않으며 우승을 차지했다.

하지만, 지난해에도 그랬듯 문제는 체급이다. RNG와 PSG 탈론, 둘 중 하나는 뛰어넘어야 상위 라운드를 바라볼 수 있는데, 냉정히 말해 라인전 고비를 넘기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이스탄불 와일드캣츠의 입장에선 작년 매드 라이온즈전에서 만들어낸 이변을 또 한 번 연출할 수 있도록 힘을 내봐야 하겠다.


8위 사이공 버팔로 (VCS)


VCS가 꽤 강한 지역이라는 건 모두가 인정하는 사실이다. 하지만, VCS 전체가 아닌 감 e스포츠를 향한 평가였을까. 동남아시안 게임으로 인해 출전이 불가능해진 감 e스포츠 대신 MSI에 진출하게 된 사이공 버팔로는 6위권 안에 들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번 스프링에서 감 e스포츠와 사이공 버팔로의 차이는 꽤 컸다. 감 e스포츠가 전승을 달리는 사이 사이공 버팔로는 9승 5패에 그쳤다.

사이공 버팔로의 입장에선 자신과 VCS의 평가를 끌어올리기 위해서라도 이번 MSI에서 반드시 반전을 만들어내야 한다. 게다가 VCS에서는 굉장히 오랜만에 출전하는 국제 무대다. VCS는 코로나19의 여파로 2020 월드 챔피언십부터 모든 국제 대회를 불참해 왔다. 국제 대회에 목 말랐을 자국 팬들에게 달콤한 승리를 선사하고 싶을 것이다.


9위 팀 에이스 (LLA)


LLA의 로얄 로더, 팀 에이스가 9위다. 사실 LLA의 유력한 우승 후보는 정규 시즌서 13승 1패를 거둔 레인보우7이었다. 하지만, 플레이오프에서 무너진 레인보우7은 패자조 준결승에서 탈락했고, 팀 에이스가 우승의 기쁨을 맛봤다. 놀라운 사실은 팀 에이스가 올해 갓 승격한 데다가, 승격 직후 로스터 대격변을 거친 신생 팀이라는 거다.

눈길을 끄는 건 한국인 듀오 '론리' 한규준과 '오키드' 박정현이다. 2021 시즌 LCK 챌린저스에서 두각을 드러냈던 둘은 팀 에이스에 새 둥지를 틀었고, 착실하게 경험치를 쌓아간 끝에 이변을 만들어내며 예상보다 빨리 국제 무대를 밟게 됐다. 팀 에이스에게는 이번 MSI는 자국 리그에서는 하지 못할 값진 경험을 얻어가는 기회의 장이 될 것이다.


10위 레드 캐니즈 (CBLOL)


MSI에 도달하기까지 레드 캐니즈의 여정은 참 쉽지 않았다. 정규 시즌을 3위로 마친 레드 캐니즈는 플레이오프 첫 경기에서 1위 카붐 e스포츠에게 0:3 완패를 당하며 패자조로 떨어졌다. 하지만, 패자조에서 꾸역꾸역 승리하며 준결승까지 올라갔고, 카붐 e스포츠에 복수하며 결승 진출, 페인 게이밍을 3:2로 꺾고 우승했다.

그렇게 레드 캐니즈는 2021 월드 챔피언십에 이어 다시 한 번 국제 대회에 진출하게 됐다. 주전 로스터도 그때와 동일하다. 당시 레드 캐니즈는 플레이-인 그룹 스테이지에서 1승을 챙겼고, 플레이-인 녹아웃 스테이지서 피스를 상대로 2:3으로 패했다. 라인업으로 따지면 플레이-인보다 훨씬 어려운 MSI 그룹 스테이지이기에 이번에도 승리를 목표로 달려갈 것으로 보인다.


11위 오더 (LCO)


11팀 중 11위이지만, 주눅들 이유는 없다. 오더는 창단 첫 우승, 창단 첫 국제 대회 진출이라는 눈부신 성과를 이미 이뤄냈다. 정규 시즌 승률은 고작 11승 10패였지만, 패자조부터 시작한 플레이오프에서 단 한 세트도 내주지 않고 결승에 진출했다. 그리고, 정규 시즌 1위 치프스와의 결승에서 풀세트 접전 끝에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오더에게 MSI는, 다른 군소 지역 팀과 마찬가지로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한 경험치를 쌓는 데에 의미가 있다. 조추첨 운도 따라주지 않았던 것이, LEC-LCS와 함께 C조에 배정받았다. 메이저 지역 두 팀을 넘어서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 때문에 최대한 많은 것을 보여주고, 많은 것을 얻어가기는 기회가 되기를 바라본다.


사진 출처 : 각 팀 공식 SNS 및 라이엇 게임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