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기간 제작 의혹만 간간이 전해지던 사일런트 힐이 마침내 모습을 드러낼까? 연이어 이어지는 루머에 따르면 심지어 두 개 이상의 사일런트 힐 신작을 만날 수도 있다.

1. 갑자기 유출된 사일런트 힐 이미지

발단은 몬스터 헌터 라이즈의 RE 엔진에서의 구동과 바이오 하자드 빌리지의 어인 등장 등 그간 여러 일본 스튜디오의 개발 내용을 유출한 이력이 있는 Dusk Golem의 트위터였다.

그는 13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개발 중인 사일런트 힐의 이미지라며 일러스트와 스크린샷 등을 공유했다. 이미지에는 메모가 적힌 쪽지가 기괴하게 드러난 여성의 얼굴과 찢어진 종이들이 기괴하게 나붙은 섬뜩한 공간 등이 담겼다. 그는 이것이 2020년 개발 중이던 이미지라며 현재와는 다를 수 있지만, 핵심 인물로 보이는 아니타(Anita)와 마야(Maya), 그리고 SMS(문자메시지)를 키워드로 꼽았다.

또한, 이것이 현재 개발 중인 유일한 사일런트 힐이 아니라며 복수의 시리즈 신작 개발을 이야기했다.

▲ Dusk Golem이 공개한 유출 이미지 모음


2. 코나미의 저작권 침해 중단 요청, 높아진 신빙성

그럴듯한 이미지와 그간의 유출 이력에도 불구하고 해당 이미지의 사실 여부에 대한 커뮤니티의 의혹과 추측이 오갔다. 그런 가운데 해당 이미지가 저작권자의 요청으로 삭제되며 분위기가 급변했다.

Dusk Golem은 이미지 공개 이후 자신의 트위터 계정이 저작권 위반으로 임시 잠금 됐다며 해당 메시지를 공개했다. 그는 저작권 위반 요청을 보낸 회사가 코나미라고 밝혔다. 코나미는 사일런트 힐 시리즈의 개발사이자 IP 홀더기도 하다. 이러한 코나미의 저작권 침해 중단 요청에 유출 이미지와 Dusk Golem의 주장에 신빙성만 더해졌다.

▲ 저작권 침해를 이유로 계정이 잠금된 Dusk Golem. 그는 이를 요청한 저작권자가 코나미라고 주장했다


3. 코나미는 3개, 4개의 사일런트 힐 개발 중

이후 Dusk Golem은 ResetEra 등의 커뮤니티와 트위터 타래 글을 통해 사일런트 힐의 개발 소식이라는 글을 게시했다. 특히 관심 가는 부분은 개발 중인 타이틀의 숫자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현재 사일런트 힐은 3개와도 같은 4개의 타이틀(이를 Dusk Golem은 3.5개라고 표현하기도 함)을 개발하고 있다. Dusk Golem은 2018년만 해도 코나미는 2개의 사일런트 힐 게임을 개발하려고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프랜차이즈의 부활이라는 새로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현재는 3.5개의 타이틀을 만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 Dusk Golem이 공개한 유출 이미지

아울러 그는 이전보다 훨씬 많은 시간과 예산이 투입되고 있으며 사람들의 예상보다 많은 스튜디오 간 협업이 이루어지고 있다고도 전했다. 다만, 2021년 10월을 목표로 했던 게임 개발이 전 세계적 팬대믹 상황에 연기된 듯 보이며 이에 언제 게임이 출시될지 구체적으로는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한 팬의 스토리 유출 요구에 그는 트위터에 스포일러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해당 프로젝트의 일부가 커뮤니티를 흥분시킬 것이며 공포 요소에 대한 높은 수준도 언급했다. 이것은 스포일러 없이 플레이해야 하고 그럴 가치가 있기에 Dusk Golem은 해당 스토리는 유출하지 않을 것이라 밝혔다.

또한, 그는 트위터를 통해서 자신은 거짓말쟁이도, 악의적인 트롤러도 아니라며 해당 이미지가 100% 진실이라고 재차 주장했다.


4. 소니의 독점 서비스? 중간 다리는 블루버팀


14일 게임즈비트(벤처비트)의 기자 제프 그럽은 해당 이미지 유출 이후 PS5 독점 가능성을 묻는 유저의 질문에 그럴 가능성이 크다고 언급했다. 또한, 같은 날 자신의 유튜브 채널 영상 팟캐스트를 통해 코나미가 블루버팀 주도로 사일런트힐2를 리메이크 하고 있음을 들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제프 그럽은 일각에서는 다양한 소식통의 주장을 교차 검증 없이 전달해 신빙성이 낮다는 비판을 받기도 하지만, E3 취소 등 추후 사실로 드러나는 정보를 다수 전달한 바 있기도 하다.

핵심은 블루버팀이다. 지난 2021년 코나미는 블루버팀과 파트너쉽을 체결했다. 코나미는 당시 성명을 통해 블루버팀과 여러 기타 개발 파트너와 함께 기존 IP, 신규 IP 게임을 제작할 것이라고 전했다. 블루버팀은 레이어스 오브 피어를 시작으로 옵저버, 블레어 위치, 더 미디엄 등 다수의 공포 및 스릴러 게임을 제작한 개발사다. 이에 당연히 코나미가 블루버팀과 사일런트 힐을 개발할 것이라는 의혹이 넘쳤다.

그리고 14일 소니와 블루버팀이 라이선스 및 퍼블리싱 계약을 맺은 것이 화제가 됐다. 제프 그럽의 주장과 코나미, 소니의 계약을 이어보면 코나미가 블루버팀에 사일런트 힐 신작(사일런트 힐2의 리메이크)의 개발권을 넘겼고 소니와 PS5 독점 서비스를 하게 되는 셈이다.

▲ 레이어스 오브 피어, 블레어 위치, 더 미디엄 등 다수의 공포 게임을 개발한 블루버팀

다만, 소니와 블루버팀의 계약에서 포함된 새로운 유통 시스템 문구도 주목할 만하다. 소니는 앞서 PS Plus를 기존 서비스 형태에 Xbox 게임 패스와 유사한 구독형 서비스를 포함한 등급으로 세분화했다. 블루버팀의 게임들이 PS Plus 구매자를 위한 무료 게임 리스트에 오르는 데 따른 계약일 수 있다는 것이다.

가능성은 블루버팀의 신작이나 개발 중일 수 있는 사일런트 힐의 유통 계약, 혹은 PS Plus에 블루버팀의 신작 포함으로 압축해볼 수 있다.

한편, PS Plus로 확장을 꿈꾸는 소니(SIE)는 블리자드 액티비전까지 인수한 Xbox에 대항, AAA 게임과 역량 있는 인디 게임 유치를 목표로 하고 있다. 또한, 짐 라이언 CEO가 번지 인수 이후 직접 더 많은 게임사 인수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힌 후 스퀘어에닉스나 코나미가 인수 목표가 될 수 있다는 추측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Dusk Golem도 소니가 공개한 게임에 여전히 관여되어 있다고 주장했기에 블루버팀의 계약이 사일런트 힐과 관련됐을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있다.


5. 코나미 떠난 코지마, 다시 함께할까

복수의 사일런트 힐 개발사가 될 것으로 추측되는 곳에 이름을 올린 회사 중 하나는 코지마 프로덕션이다. 블루버팀이 코나미와 새로운 계약을 맺은 게 2021년. 즉 2020년 유출 이미지가 이론상으로 블루버팀의 작품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트위터 이미지 삭제 이후 Dusk Golem이 레딧에 이미지를 다시 올렸고 이때 새롭게 추가한 이미지에 있는 인물도 코지마 프로덕션의 이름이 나오는 이유가 됐다. 지난해 11월 코지마 히데오 감독이 트위터에 신규 프로젝트 연구를 알리며 공개한 인물과 신규 이미지의 인물이 유사하다는 의견이 나오면서다.


▲ 레딧에 추가로 유출된 이미지와 코지마 히데오가 새로운 실험을 이어가고 있다며 공개한 이미지

지난 2021년 10월, 히데오 감독이 프로젝트 이미지를 공개하기 약 한 달 전. 일본 비디오 게임을 전문으로 다루는 웹진 게마츠는 저명한 개발사가 사일런트 힐을 개발한다고 들었다 밝혔다. 특히 이름을 밝힐 수 없는 퍼블리셔 관계자의 말을 인용, 그 개발사가 코지마 프로덕션이라고 덧붙였다. 게마츠는 그가 소니 인터랙티브 엔터테인먼트로부터 개발 자금을 지원받고 있다 말했다고도 전했다.

코지마와 사일런트 힐의 관계도 눈여겨볼 만하다.

코나미는 자사의 또 다른 대표 프랜차이즈인 메탈 기어 솔리드 시리즈의 히데오 감독과 판의 미로, 헬보이, 퍼시픽 림의 감독으로 유명한 기예르모 델 토로가 주도하는 사일런트 힐 시리즈 신작, 사일런트 힐즈 개발을 진행했다.

사일런트 힐즈는 이 둘 외에도 공포 만화가 이토 준지가 개발에 참여했고 노먼 리더스가 직접 게임 모델로 출연할 예정이었다. 특히 2014년 공개된 플레이어블 티저, 일명 P.T.는 끊임없이 이어지는 복도를 배경으로 충격적인 공포 연출을 가미해 실제 게임과의 연관성과는 별개로 큰 호평을 받았다.

하지만 2015년 코나미가 히데오 감독이 있던 내부 개발 스튜디오 코지마 프로덕션을 해체했고 사일런트 힐즈의 개발도 취소됐다. 이후 히데오 감독은 코나미를 퇴사하고 코지마 프로덕션이라는 자체 개발사를 설립했고 이곳에서 데스 스트랜딩을 개발했다. 게임에는 사일런트 힐즈 개발에 참여하기로 했던 기예르모 델 토로, 노먼 리더스가 캐릭터 페이셜 캡쳐, 목소리 연기 등으로 게임에 등장하기도 했다.

▲ 많은 게임이 사일런트 힐즈의 개발 취소 이후 정신적 후속작을 자처하며 출시됐다

이에 일각에서는 히데오 감독이 미처 개발하지 못한 사일런트 힐즈에 대한 애정이 남아 새로운 사일런트 힐을 개발할 가능성을 루머가 떠오르기 시작하면서부터 꾸준히 제기했다. 하지만 반대로 코나미를 떠날 당시 심한 갈등을 겪었던 히데오 감독이 코나미와 함께 일하겠느냐는 비판 섞인 의견도 많다.

다만 앞서 게마츠가 언급한 대로 소니가 투자를 하고 이를 코지마 프로덕션이 주도해서 신작을 만드는 방식이라면 큰 갈등이 없으리라는 견해도 있다. 실제로 소니는 코지마 프로덕션 설립 당시 투자를 단행하기도 했다. 또한, 플레이스테이션 스튜디오인 게릴라 게임즈가 호라이즌 제로 던에 사용한 데시마 엔진을 코지마 프로덕션에 지원하기도 했다.

이에 데스 스트랜딩은 PC 버전 출시 전까지 플레이스테이션 기간 독점처럼 서비스됐고 디렉터스 컷 역시 플레이스테이션 진영에 먼저 출시됐다. 이처럼 소니와의 긍정적인 관계가 사일런트 힐의 신작 개발에 히데오 감독을 끌어들일 수 있다 생각해볼 수 있다.

다만, 블루버팀이 코나미와의 계약 발표 이전부터 유명 퍼블리셔와의 공포 IP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기에 공개된 작품이 블루버팀의 작품일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있다. 반대로 Dusk Golem이 게임과 소니의 관여가 이어지고 있다는 걸 투자의 의미로 받아들인다면 코지마 프로덕션의 사일런트 힐 신작 개발로도 생각해볼 수 있다.


6. 사일런트 힐, 대체 왜 그리 기대받나


마지막 작품 이후 어느덧 10년이 지나며 끝나버린 시리즈 취급을 받는 사일런트 힐이지만, 전성기에는 캡콤의 바이오 하자드와 함께 서바이벌 호러를 대표하는 시리즈로 큰 사랑을 받았다. 특히 좀비로 대표되는 바이오 하자드와 달리 오컬트를 품은 시나리오 중심의 호러는 기존 서바이벌 호러와는 다른 섬뜩함을 선사했다. 일본 게임이 강조하는 시나리오에 서양적인 디자인의 혼합으로 일본 외에서도 큰 인기를 끈 작품이기도 하다.

▲ 한국어화와 함께 국내에서도

하지만 시리즈 주역들의 퇴사와 특유의 장점들이 희석되며 비판이 커졌고 2015년 사일런트 힐즈의 취소 이후 오랜 기간 신작 출시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아울러 코나미가 주요 프랜차이즈 개발을 중단하고 아케이드, 파치슬로 게임에 집중하며 신작 출시는 더욱 요원해 보였다.

하지만 코나미가 주요 프렌차이즈의 부활을 준비하고 있다는 루머가 퍼지며 사일런트 힐도 다시 팬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또한 블루버팀이 코나미의 계약 발표 이전, 유명 퍼블리셔와의 공포 게임 IP를 활용한 신작을 개발하고 있다고 밝히며 사일런트 힐 신작에 대한 기대감도 커져 왔다.

사일런트 힐에 대한 개발 소식은 오랜 기간 루머로 남아있었다. 과연 이번 이미지 유출과 코나미의 저작권 침해 요청으로 다시 불붙은 사일런트 힐의 개발 루머가 앞서 게임 유출 이후 바로 게임 발표로 이어진 유비소프트의 '프로젝트Q'처럼 게임 공개로 이어질지 팬들에겐 기대되는 일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