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넥슨게임즈 양주영 시나리오 디렉터

  • 주제: 미소녀 게임 히로인이 어째서 복면을 쓰고 은행을 터는 거죠? 블루 아카이브 시나리오 포스트모템
  • 강연자 : 양주영 - 넥슨게임즈 / NEXON GAMES
  • 발표분야 : 게임기획 / 커리어 / 시나리오
  • 권장 대상 : 시나리오라이터, 컨텐츠 기획자
  • 난이도 : 사전지식 불필요 : 관련 전공이나 경력이 전혀 없더라도 이해할 수 있는 내용


  • [강연 주제] 시나리오 라이터의 관점에서 게임 IP를 제로에서부터 만들고, 시장에 오픈해서 안착시키기까지의 개발 과정을 공유합니다. 33개월의 개발 기간과, 12개월의 라이브 서비스를 진행하며 얻은 성취와 실패담을 공유합니다.

    넥슨 게임즈의 서브컬쳐 게임, '블루 아카이브'는 국내 출시 초창기에 "몰?루", "털!자" 등 밈으로 유저들에게 널리 알려진 바 있었다. 일부 밈은 원작 캐릭터를 활용한 이모티콘 작가의 센스가 돋보인 부분도 있지만, 몇몇 밈은 일본에 선출시했을 때 이를 먼저 접한 유저들이 엉뚱하고 참신하면서도 때로는 왕도적인 스토리에 미리 반응한 부분도 있었다. 특히 "은행을 털자" 등은 일본에서도 널리 화자가 된 대사이기도 했다.

    일본에서 선행 서비스할 초기에 서버 연장 점검 등 불안정했던 적도 있지만, 오늘날 블루 아카이브는 일본과 국내 서브컬쳐계에서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하고 있다. 수도 없이 많은 게임들이 명멸하는 서브컬쳐계에서 신생 IP가 살아남을 수 있게 한 그 시나리오를 만들어낼 수 있던 원동력은 무엇일까? 넥슨 게임즈의 양주영 시나리오 디렉터는 그의 경력 전반과 블루 아카이브 개발 기간 동안의 이야기를 통해 이를 풀어갔다.

    ※ 본 강연에는 일부 스포일러가 포함되어있습니다




    ■ 대공포 맞아도 하루 쉬면 낫는 블루 아카이브의 세계관, 어떻게 설정했나?


    양주영 시나리오 디렉터는 '블루 아카이브'가 서브컬쳐 캐릭터 수집형 게임이자, 유저가 연방수사동아리 '샬레'의 선생이 되어 학생들과 함께 학원도시 키보토스의 여러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출시 초기 학원, 청춘, 이야기 RPG 세 개의 축으로 소개가 이어졌는데, 그 중 양주영 시나리오 디렉터가 중요하게 보았던 포인트는 '이야기 RPG'라는 부분이었다. 그가 시나리오 라이터였기 때문도 있지만, 이야기가 게임의 구성 요소 중 하나로 확고히 자리잡아야 한다는 것이 프로젝트 단계에서부터 개발진이 설정한 목표였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시나리오 디렉터로서 그가 해왔던 일은 무엇일까? 우선 양주영 시나리오 디렉터는 MX 스튜디오에서 정의한 시나리오 디렉터의 역할과 그 규칙에 대해 설명했다. MX 스튜디오 내에서 시나리오 디렉터는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게임의 중요 부분을 논의하고 결정하며, 이 과정에서 EPD, PD, 디렉터, AD와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게임의 비전을 시나리오 부분에서 제시하는 직책이다. 즉 시나리오 전개 방향성부터 게임 내 학원, 동아리, 캐릭터 방향성, 전투 배경과 보스, 세계관 설정에 콘텐츠 기획과 미래 비전까지 게임 내 전반적인 비전을 고민하고 있으며, 이는 블루 아카이브가 시나리오 드리븐 형태이기 때문에 가능한 구조라고 덧붙였다.

    ▲ 블루 아카이브 개발팀에서 시나리오 디렉터는 시나리오 기반으로 게임의 중요 부분을 논의하는 직책이다

    역할 소개 후 그는 블루 아카이브의 세계관이 정립된 과정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처음 김용하 PD가 프로젝트를 세팅할 때는 대략적인 키워드와 개요만 나온 상황이었다. 일본에 팔 수 있는 게임, 미소녀들이 엄폐하는 총싸움 게임, 교복과 미소녀 이 세 가지 포인트가 나온 뒤에 김인 아트 디렉터, 양주영 시나리오 디렉터가 그에 맞춰 세계관을 구축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아트에서는 밝고 청량하고, 한 번에 알아볼 수 있는 세계관을 만들자는 방향으로 작업을 진행했으며, 양주영 디렉터는 그 키워드에 개그, 학원물, 청춘이라는 코드를 집중했다.

    이렇게 세계관을 세팅하는 과정에서 개발진은 게임의 방향성을 정리하기 시작했고, 교복/총기/미소녀 그리고 밝고 청량한 비주얼이라는 내적 방향성과 일본 서브컬쳐 시장에 선출시하는 뽑기 형태의 게임이라는 외적 방향성이 정립됐다. 아울러 다른 서브컬쳐 게임과 경쟁해야 한다는 숙제도 있었다.


    ▲ 일본에 팔릴 총기를 든 교복 미소녀들의 서브컬쳐 게임을 만들어야 한다는 과제에 따라 설계가 진행됐다

    이에 양주영 디렉터는 대략적으로 나온 내적 방향성을 점점 다듬어가는 과정을 거쳤다. 교복/총기/미소녀라는 조합은 총기를 든 미소녀 학생이 모여있는 학원도시라는, 기존에 어느 정도 답이 정해진 구도를 채택할 수밖에 없었다. 밝고 청량한 비주얼을 채택한 만큼, 잔인하고 심각한 이야기가 아닌 개그풍을 핵심으로 만들기로 결정했다.

    일본에 선출시를 해야 했던 만큼, 일본 시장에 친숙한 문화와 구성을 추구해야만 했다. 그래서 모든 캐릭터의 이름은 일본식 이름으로 지었으며, 일본 문화를 베이스로 했다고 덧붙였다. 또한 '뽑기' BM을 채택한 만큼, 시나리오에서도 이 BM을 어떻게 유의미하게 작용할 수 있을지 고민도 필요했다. 캐릭터가 유저들에게 유의미한 상품이자, 이 게임에 등장하는 캐릭터 그리고 세계관, 적마저도 유저의 사랑을 받을 수 있는 구조가 되어야만 시나리오가 BM에 유의미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여기에 다른 서브컬쳐 게임과도 경쟁해야 하는 입장이었던 만큼, 다른 게임과 차별화되는 유니크한 세계 및 차별화 포인트를 구축하는 것도 중요했다. 양주영 디렉터는 그 중 차별화된 포인트를 구축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시나리오를 설계해나갔다. 세계관 비주얼을 김인 AD가 주도적으로 구성했고, 그러면서 헤일로, 교복, 총기, 종족 등 키워드가 정리가 된 상태였다. 그 중 양주영 디렉터는 교복, 총기, 헤일로 세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잡고 세계관 및 시나리오 설계를 이어나갔다.

    ▲ 키워드가 정해졌으니, 이에 맞춰서 세계관을 설정해나가야 했다

    그렇게 해서 나온 블루 아카이브의 초기 세계관은 실제 총을 사용하는 거대 학원 도시, 모든 학생이 헤일로를 가진 세계관 이 두 축만 완성된 상태였다.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여긴 양주영 디렉터는 어떻게 임팩트를 더 줄 수 있을까 고민하던 중 '낯설게 하기'라는 기법에 주목했다. 이는 극작가 브레히트가 주창한 개념으로, 익숙한 것을 관습에서 벗어나 다르게 만드는 방식이다.

    원래는 관습화된 감정을 경계하고자 주창한 것이었으나, 양주영 디렉터는 여기서 익숙한 것을 낯설게 만든다는 부분만 따와서 개조했다. 즉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것이지만, 그것이 낯설게 느껴지게끔 하는 것에 집중한 것이었다.

    흔히 '클리셰'라고 하는 것들을 조합, 새롭고 낯선 느낌이 들게 하는 이런 방식은 신선함은 줄 수 있긴 하지만 논리적으로 말이 안 되는 경우가 많아 그간 국내에서 잘 사용하지 않았던 기법이었다. 그렇지만 성공하면, 독자적인 세계관을 구축하기에 좋은 기법이기도 했다. 양주영 디렉터는 그 예시로 여고생이 탱크를 타고 전차도를 겨루는 '걸즈앤판처', 문명이 파괴되고 인류 사회가 원시 부족 사회로 회귀했지만 기계동물들이 출몰하는 세계관인 '호라이즌 제로 던' 등을 들었다.

    블루 아카이브에서도 이렇게 낯설게 하는 기법들이 곳곳에 등장한다. 예를 들어 소총탄을 맞고도 기절로 끝난다던가, 바닷가를 갈 때는 탱크를 타고 가야한다던가, 캐비넷 안에 총을 보관하고 자판기에서 총알을 파는 등등. 일상적으로 보면 비상식적이고 논리적으로 맞지 않지만, 그것이 성립되는 세계관이 구축된 것이다.

    ▲ 원래는 극작법에 쓰이는 용어지만

    ▲ 대중문화에도 그런 사례들이 종종 보이곤 한다

    ▲ 그러니 전차를 타고 바다를 가도 이상하지 않다(?)

    이렇게 낯설게 하기 기법을 적용한 결과, 블루 아카이브는 단편적인 씬만으로도 유저의 흥미와 관심을 부여할 수 있었다. 또한 의문을 풀기 위해 해당 세계관을 지속적으로 탐색하고자 하는 동기도 생겼으며, 다른 게임에서 시도하지 않은 요소들인 만큼 차별화된 포인트와 세계관을 정립하는 것도 가능했다.

    물론 일반적인 내적 논리나 레퍼런스를 바탕으로 하지 않는 만큼, 이를 유저에게 이해시키거나 설명하고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에 상당한 비용을 들여야 하는 단점도 있었다. 어떻게 대륙급 학원도시가 구성될 수 있는지, 또 데카그라마톤이나 신이 되려고 하는 기계는 무엇인지 등등, 어떤 요소 하나하나에 유저들이 의문을 갖기 시작하면 이를 해소해주기 위한 가이드나 세부 설정이 필요해지기 때문이다.


    ▲ 생각해보니 캐릭터마다 헤일로가 다 다르면...복면을 쓴 의미가?

    아울러 이러한 의도적 불균형 때문에 핍진성이 부족해질 여지도 있었다. 은행강도 장면으로 치면, 헤일로로 캐릭터가 누구인지 알 수 있는데 복면을 쓰는 의미가 있을까 같은 질문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이렇듯 기존에 없던 무언가를 만드는 행위는 필연적으로 의문이 따르게 되고, 그 의문을 충분히 해소하지 않으면 몰입감이나 핍진성이 떨어지는 위험이 뒤따른다.

    이런 리스크를 정리하고 줄여나가기에 앞서 양주영 디렉터는 블루 아카이브가 어떤 이야기로 구성되어있나, 그 전체적인 부분을 짚어나갔다. 학생들이 거대 학원 도시에서 총도 쏘고 탱크도 타고 헬기도 타면서 학원끼리 전쟁도 벌이는 이야기에, SF와 종교적 그리고 판타지적 소재들을 난립시킨 가운데 이를 옴니버스식으로 풀어나간 것이 '블루 아카이브'의 스토리 전개다. 즉 세계관뿐만 아니라, 이야기 구성 자체도 자칫하면 엉키거나 비논리적이라는 생각이 들 여지가 컸다. 더군다나 이 모든 작업을 양주영 디렉터 혼자하는 것이 아닌 만큼, 리스크는 더욱 컸다.

    ▲ 더군다나 여러 소재도 난립하고, 옴니버스식 전개라 자칫하면 중구난방이 될 위험도 있었다

    따라서 이 모든 소재를 정리해줄 기준점을 정할 필요가 있었다. 이에 양주영 디렉터는 "이 이야기는 학원물이며, 모든 캐릭터들은 학생이다"는 기준점을 제시했다. 아울러 '메타포'라는 기법도 언급, 학원물에 맞춰서 이야기를 구성해나간 방식에 대해서도 소개해나갔다. 앞서 예시를 들었던 '걸즈앤판처'는 여고생들이 전차를 타고 싸운다는 내용만 들으면 전쟁물이나 밀리터리 정치극을 떠올리지만, 실제로는 '전차도'라는 가상의 스포츠를 소재로 한 일종의 학원 스포츠물이다.

    이렇듯 양주영 디렉터와 개발진은 소재 자체를 은유나 상징으로 만들어서 '핵심'에 도달할 수 있다면, 진실함을 어필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다른 게임처럼 논리적인 개연성을 확보하기보다는, 그 과장되고 비약적인 소재를 살리되 그 안에 담고 있는 주제나 미학적 심도를 통해 그 소재들이 은유와 비유로 동작하게끔 한 것에 집중했다. 결국 학생들이 총도 쏘고 탱크도 타곤 하지만, '학원물' 즉 학교에서 벌어지는 학생들의 우정, 고민, 갈등이라는 초점을 놓치지 않음으로써 일관적인 질서와 흐름을 유저들에게 전달했던 것이다.

    ▲ 어디까지나 '학원물'이라는 틀 안에서 자리잡도록 기준을 정했다

    이러한 흐름에 더해 게임 속의 '선생'과 유저가 일체화되는 감각에도 주목했다. 이는 과거 미연시에서 쓰였던 기법으로, 이야기의 몰입감을 향상시키고 구성을 통일시키는 효과도 있을 뿐만 아니라 캐릭터와의 애정, 연애 감정을 극대화시킬 수 있다는 효과가 있었다. 이를 위해 선생의 외형이나 성별을 묘사하지 않았으며, 모든 대사는 선택지로 구성하고 중요 시나리오는 선생의 1인칭 시점으로 진행했다.

    한편으로는 블루 아카이브가 '게임'인 만큼, 게임 속 선생과 유저를 일치시키는 것뿐만 아니라 게임 플레이 화면이나 결제의 맥락도 게임 안에 포함하는 등 게임에서만 가능한 요소들을 구축하고자 했다. 그가 이런 선택을 한 이유는 간단했다. 유저들 사이에서 게임에 결제하는 것에 대해 안좋은 감각도 있었고, 오타쿠라고 해도 캐릭터에 돈을 쓰는 행위에 대해 자조적을 넘어 비관적인 인식이 돌기도 했다. 그 역시도 한 명의 유저이자 오타쿠인 만큼, 이런 요소를 통해 캐릭터를 향한 유저의 애정이 하찮지 않다는 점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고백했다.


    ▲ 작중 선생을 유저와 일치, 몰입하는 경험을 제공하고자 했다



    ■ 어디로 튈지 모르는 캐릭터들이 모인 블루 아카이브, 그 가닥을 잡아간 방법

    ▲ 전작 큐라레의 경험에서 좋았던 점과 보완할 점을 골라 블루 아카이브의 스토리를 설계해나갔다

    세계관 및 사전 세팅에 대한 설명 이후, 양주영 디렉터는 블루 아카이브의 '스토리'에 대해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진행했다. 전작 '큐라레'가 서비스 종료된 이후, 그는 그때 경험했던 것을 헛되이 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에 좋은 점은 살리고 부족한 점은 보완하자는 식으로 접근했다.

    그래서 큐라레에서 보여줬던 모바일 플랫폼의 특징에 맞춘 전략적 선택은 살리는 방향으로 갔다. 대신 게임 전체를 관통하는 주인공은 빼고, 유저가 감정 이입할 아바타인 선생을 더해 몰입감을 높였다. 또한 선형적인 이야기 구조가 아닌 옴니버스식으로 전개해 각 이야기마다 주인공이 될 캐릭터를 다르게 내세울 수 있도록 하고, 각각 완결성을 가질 수 있도록 했다. 한편으로는 그 이야기 속 캐릭터들이 모여, 같이 활약할 수 있는 거대한 세계관과 이야기를 꾸릴 수 있는 요소도 설계하면서 연관성을 높였다.

    ▲ 그래서 방법론은 따오되


    ▲ 큐라레에서 아쉬웠던 구성은 변화를 주었다

    옴니버스 구성을 선택한 또다른 이유로는 여러 작업자들에게 명확한 경계선을 제시, 책임감과 완결성을 갖고 진행할 수 있게 할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또한 선형 구조에 비해 하나하나의 임팩트가 있어 지구력이 높다는 장점도 있고, 병렬 구조로 되어있어 인력을 유동적으로 구성할 수 있다는 것도 컸다. 반면 따로따로 병렬적으로 동작하고 어느 하나의 이야기에 집중되지 않다보니, 인력 및 시나리오 퀄리티 관리 코스트가 많이 든다는 단점도 있었다.

    블루 아카이브의 캐릭터는 명확하게 기호화된 캐릭터성을 바탕으로, 인상에 남을 어떤 유니크한 개성을 더한다는 이론을 바탕으로 했다. 이러한 대전제를 바탕으로 캐릭터 제작의 핵심은 아트팀이 맡되, 방향과 포지션을 짜고 설정을 더해주는 식으로 협업하면서 캐릭터를 완성해나갔다.

    양주영 디렉터는 이 과정을 몇몇 캐릭터를 예시로 들었다. 일례로 츠루기는 처음 설정부터 의도적으로 망가뜨린 캐릭터였다. 그러면서도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도록 다양한 면모를 넣고자 했으며, 특히 메모리얼 로비를 통해서 캐릭터가 완성되게끔 설계를 이어나갔다. 하루나는 키보토스의 악당, 매력적인 악당은 어떤 캐릭터여야 할까 고민한 결과물이었다. 여기에 그런 악당조차도 유저들이 애정을 표하면서 뽑게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하는 고민도 반영됐다. 하나코는 유저의 기대를 몇 번이고 배신하는 캐릭터를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고심한 케이스였다.


    ▲ 김용하 PD와 양주영 SD의 지론, 그리고 AD팀의 협업을 거쳐서


    ▲ 유저들의 인상에 남을 캐릭터들을 구축해나갔다



    ■ 스토리 중심 게임으로 확고히 자리잡은 블루 아카이브, 앞으로의 과제는?


    이런 재료들이 준비됐다면, 과연 어떤 식으로 이야기를 빚어나가고 게임에 접목시켜야할까 하는 문제가 남는다. 양주영 디렉터는 롤모델 중 하나로 '페이트/그랜드 오더'를 꼽았다. 시나리오가 중심이 되고, 매출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는 가장 유명한 사례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페이트/그랜드 오더는 다른 전례가 없는 유일무이한 사례고, 일본 시장에 먹힐 시나리오를 우리나라 개발자가 만들어야 한다는 허들도 있었다.

    이 장벽을 설득하고 증명해서 넘는다는 퀘스트를 스스로 부여한 양주영 디렉터는 지속적으로 PPT를 들고 스튜디오의 다른 인원들에게 발표를 이어나갔다. 다행히 AD가 시나리오에 대해 전폭적으로 지지해줬고, 이를 바탕으로 시나리오의 시놉시스뿐만 아니라 방향성, 비전, 앞으로의 전개까지 다양한 PPT를 제작해 사내에 공유했다. 뿐만 아니라 PPT를 발표할 때마다 영상으로 녹화해서 추후 스튜디오에 합류한 사람도 공유하기 쉽게끔 했으며, 다른 팀원에게도 시나리오 작업 전에는 매번 PPT 발표를 하도록 해서 비전 제시와 설득에 대한 가치를 공유해나갔다.

    ▲ 페그오 같이 시나리오 중심의 게임을 원했지만, 여러 현실적인 문제가 겹쳤다


    ▲ 그래서 지속적으로 PPT를 만들어 공유하고 발표하면서 팀원들에게 비전을 어필해왔다

    블루 아카이브 시나리오팀은 현재 시나리오 라이팅을 담당하는 1파트와 연출, 구현, 데이터 작업 기획을 도맡는 2파트로 나뉘어 있다. 양주영 디렉터가 기본적으로 라이터의 자율과 재량을 존중하되, 세계관과 설정 그리고 캐릭터에 일치하는 내용인지, 상업적이고 대중적인지 등 기준에 따라 체크하는 식으로 시나리오 집필이 전개되고 있다.

    ▲ 시나리오팀은 시나리오 라이터와 연출팀을 나눠서 각자가 맡은 파트에 최우선으로 집중하게끔 구성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거쳐서 지금도 추가되고 있는 블루 아카이브의 스토리는 현재 여러 서브컬쳐 유저들에게 호응을 얻고 있다. 최초에 시나리오가 경영진이나 투자자에게 중요한 요소로 고려되는 환경을 만들겠다는 목표나, 상업적으로 성취감을 이루고 의미 있는 이야기를 만드는 조직을 만들겠다는 목표는 어느 정도 달성한 셈이었다.

    그러나 시나리오 라이터가 존중받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 여러 가지 일을 하다보니, 정작 자신이 시나리오를 쓸 상황이 오지 않았다는 딜레마도 있었다. 어느 정도 정리가 된 이후에는 다른 업무는 팀원에게 맡기고 자신이 시나리오에 좀 더 집중할 수 있었지만, 주말에도 출근해서 시나리오를 쓰게 되는 상황도 있었다. 이러한 딜레마 속에서 아직 그는 블루 아카이브의 여정이 끝나지 않았으며, 해야 할 바를 성취하기 위해 아직도 고민 중이라며 자신의 고민이 시나리오 라이터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 시나리오의 중요성을 어필하려고 하면 시나리오 라이터 일에 집중하기 힘들고

    ▲ 시나리오에 집중하자니 업무가 과중되는 딜레마, 그 속에서 좋은 시나리오를 제공하고자 노력 중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