닌텐도와 마리오라고 항상 최고인 건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가장 성공한 게임 IP 중 하나인 마리오는 그간 수많은 장르와 시리즈로 출시되어 왔습니다. 시작은 2D 플랫포머였지만, 오늘날 마리오는 어느 하나의 장르로 규정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해졌죠. 마리오 갤럭시 시리즈와 마리오 오디세이와 같은 3D 액션부터 레이싱 장르의 마리오 카트, 스포츠에서는 마리오 골프나 테니스 등 하나하나 샐 수가 없을 정도입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파티 게임으로서 충실한, 함께하면 재미가 배가 되는 마리오 파티까지. RTS나 FPS와 같은 특정 장르를 제외하면 어지간한 장르로는 거의 다 나왔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이 모든 마리오 시리즈가 항상 승승장구했던 건 아닙니다. 마리오가 가진 위상에도 불구하고 그다지 알려지지 않은 게임도 있습니다. 마리오와 격투X축구의 만남이라는 독특한 조합을 내세운 스트라이커즈 시리즈가 대표적입니다. 2005년 게임큐브로 출시된 '슈퍼 마리오 스트라이커즈'는 당시 161만 장이 넘게 팔리는 등 준수한 시작을 알렸습니다. 그로부터 2년 후 출시한 후속작 '마리오 파워 사커' 역시 177만 장으로 전작을 뛰어넘는 성적을 기록하면서 여전한 인기를 자랑했을 정도였죠. 하지만 이러한 성적에도 불구하고 이후 스트라이커즈 시리즈의 명맥이 끊어지면서 게이머들의 기억에서도 잊히게 됩니다.

그랬던 스트라이커즈 시리즈가 15년이 지나 부활했습니다. 2022년 6월 10일 '마리오 스트라이커즈 배틀 리그(이하 마리오 배틀 리그)'로 돌아온 거였죠. 출시 전부터 격투와 축구의 결합이라는 독특한 콘셉트로 인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던 '마리오 배틀 리그'입니다. 과연, 그 화제가 재미로도 이어졌을까요. 15년 만에 돌아온 '마리오 배틀 리그'에 대해 자세히 알아봤습니다.


게임명: 마리오 스트라이커즈 배틀 리그
장르명: 스포츠
출시일: 2022. 06. 10.
리뷰판: 1.0.0
개발사: 넥스트 레벨 게임즈
서비스: 닌텐도
플랫폼: 닌텐도 스위치
플레이: 닌텐도 스위치

관련 링크: 메타크리틱 페이지 / 오픈크리틱 페이지



쉽고 재미있게! 파면 팔수록 짙어지는 '격투X축구'의 매력


'마리오 배틀 리그'를 비롯한 스트라이커즈 시리즈를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격투X축구'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는 시리즈의 시작을 알린 '슈퍼 마리오 스트라이커즈'부터 '마리오 파워 사커'를 이어서 내려져 온 스트라이커즈 시리즈의 아이덴티티라고 할 수 있죠. '마리오 배틀 리그'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15년 만의 후속작이지만, 이러한 핵심만은 놓치지 않았습니다. 아니, 15년 만의 후속작답게 이를 더욱 정교하고 깊이 있게 발전시켰죠.

정교하고 깊이 있다는 건 얼핏 어려운 게임일 것 같다는 느낌을 주지만, 실제로는 정반대에 가깝습니다. 시리즈를 처음 한 게이머는 물론이고 축구 게임과 같은 스포츠 장르를 그다지 즐기지 않은 게이머도 금방 시스템을 익히고 즐길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죠. 전형적인 익히긴 쉽게, 마스터하긴 어렵게(Easy to Learn, Hard to Master) 만들어진 게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익히기 쉽다는 건 진입장벽이 낮다는 걸 의미합니다. 그리고 경쟁 게임에서 이는 가장 중요한 키 포인트 중 하나이기도 하죠. 실제로 오늘날 오래도록 사랑을 받아온 경쟁 게임들을 보면 대부분 진입장벽이 낮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특정 장르만 그런 게 아닙니다. FPS나 TPS와 같은 슈터 장르는 물론이고 RTS, MOBA, 심지어는 스포츠 장르에 이르기까지. 직관적인 조작법과 간단한 규칙을 내세우며, 사랑받았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 로브 패스 티키타카에 이은 그림 같은 슛

이는 '마리오 배틀 리그'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마리오 배틀 리그'의 조작법은 단순합니다. 방향키를 제외하면 대시, 슛, 땅볼 패스, 머리 위로 넘기는 로브 패스, 페인트, 그리고 격투를 접목한 태클 여섯 개뿐입니다. 직관적일뿐더러 이것만 잘 익혀도 게임을 즐기는 데에는 어떠한 어려움이 없습니다. 여기에 더해 각각의 액션이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된다는 점 역시 높게 평가할만합니다. 공을 가진 상태에서 페인트로 상태의 태클을 넘긴다든가 연달아 패스해 상대를 정신 못 차리게 만들 수도 있으며, 그러다가 돌연 슛을 연결하는 등 다양한 액션이 가능합니다. 그리고 이를 통해 축구 게임을 잘 못하는 게이머들에게 고수가 된 기분을 안겨주죠.

물론, 그렇다고 '마리오 배틀 리그'가 마냥 캐주얼하고 가볍기만 한 게임이란 건 아닙니다. 경쟁 게임이 롱런하려면 캐주얼한 건 물론이고 그런 가운데 파고들수록 남들과는 다른 격차를 보여줄 수 있어야 하죠. 그저 쉽기만 해선 안 된다는 의미입니다. 그런 점에서 '마리오 배틀 리그'는 앞서 익히긴 쉽게, 마스터하긴 어렵게 만들어진 게임이라고 한 점에서 알 수 있듯이 파고들수록 그 깊이와 매력이 더욱 커지는 게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처음에는 그냥 아무렇게나 날리는 슛이지만, 어디로 찰지 점점 생각해야 할 것들이 많아진다

슛의 경우 처음에는 그저 마구잡이로 차는 것만으로도 충분하지만, 실력이 뛰어난 게이머와 맞붙는다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에임 슛이라고 해서 AI인 골키퍼의 위치, 그리고 주변의 다른 선수들의 위치를 고려해 어느 쪽으로 찰지를 정해야 하죠. 차지 슛을 하면서 방향키를 조작해 상하좌우 중 가장 득점하기 유리한 방향으로 차는 겁니다. 당연히 상대라고 기다려줄 리가 만무한 만큼, 순간적인 판단을 요구하죠.

물론, 어지간히 좋은 기회가 아니라면 골키퍼에게 막힐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렇기에 이때에는 두 가지의 판단이 요구됩니다. 수비수가 없다면 차지 게이지가 최대치에 이르는 순간 공을 차는 퍼펙트 슛으로 빈틈을 노리던가 아니면 골키퍼에서 큰 대미지를 줄 수 있는 차지 슛을 날리는 거죠. 골키퍼가 대미지를 입으면 넘어지고 다시 일어서는데 시간이 걸릴뿐더러 공이 튕겨 나오기에 득점 찬스를 만들기가 쉬워집니다.

▲ 퍼펙트 슛과 에임 슛이 전부는 아니다. 때로는 차지 슛으로 기회를 만들어 보자

태클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기본적으로 태클만으로도 상대의 공을 뺏어올 수 있지만, 모든 상대에게 통하는 건 아닙니다. 쿠파처럼 피지컬이 높은 캐릭터는 태클을 당하더라도 그냥 튕겨내는 경우가 있죠. 공을 빼앗기 위해선 마찬가지로 피지컬이 높은 캐릭터로 태클을 해야 하는데 문제는 모든 캐릭터가 피지컬이 높은 건 아니라는 점입니다. 더욱이 멀리 떨어진 상황이 생길 수도 있기에 이럴 때에는 어쩔 수 없이 근처에 있는 다른 캐릭터를 써야 하죠. 그때 바로 빛을 발하는 게 퍼펙트 태클입니다.

퍼펙트 슛과 마찬가지로 차지 게이지가 최대치에 이르는 순간, 타이밍을 맞춰서 태클을 하게 되면 퍼펙트 태클이 발동하게 되고 상대의 피지컬을 무시하고 넘어뜨릴 수 있으며, 동시에 공을 바로 빼앗습니다. 적의 공격을 막고 바로 역습을 가한다는 부분에서 알 수 있듯이 반드시 익혀야 할 기술이라고 할 수 있죠. 태클은 비단 방어나 공격에만 쓰이는 게 아닙니다. 서포트하는 측면에서도 쓸 수 있습니다. 팀 태클이라고 해서 앞에 있는 우리 편에게 태클을 하면 그대로 앞으로 나가서 상대의 공을 뺏을 수도 있고 혹은 더 빨리 이동하게 해서 공격에 도움을 줄 수도 있죠. 태클 하나만으로도 다양한 기술을 쓸 수 있는 셈입니다.

▲ 퍼펙트 태클과 차지 슛, 그리고 그냥 슛의 조합만으로도 멋진 플레이를 연출할 수 있다


최고가 되기 위해서 알아야 할 건 이것만이 아닙니다. 가장 중요한 다이렉트 플레이가 남았기 때문입니다. 패스를 기반으로 한 다이렉트 플레이는 패스가 이루어지는 그 짧은 순간에 발동됩니다. 패스한 공에 닿기 전 다시 패스 버튼을 누르면 인터셉트할 수 없는 퍼펙트 패스를 해서 상대를 혼란스럽게 할 수 있으며, 슛을 하면 패스를 받자마자 슛을 날리는 다이렉트 슛으로 이어집니다. 다이렉트 플레이에 익숙해졌다면 퍼펙트 다이렉트 플레이도 해봄 직합니다. 다이렉트 플레이에 앞서 설명한 퍼펙트 플레이가 더해진 것으로 사실상 '마리오 배틀 리그' 테크닉의 끝이라고 할 수 있죠.


개성적인 캐릭터들의 조합과 능력을 강화하는 기어를 통해 최적화된 팀을 꾸릴 수 있는 점 역시 주목할만합니다. '마리오 배틀 리그'에 등장하는 8명의 캐릭터들은 저마다 다른 파라미터를 지니고 있습니다. 당연히 팀을 구성하는데 있어서도 이를 고려해야 하죠. 안정적인 플레이를 원한다면 밸런스형으로, 볼키핑에 능한 파워플레이가 취향이라면 피지컬이 강한 캐릭터와 기어로 이를 강화하는 식으로 팀을 구성하면 됩니다. 캐릭터는 적지만, 기어 덕분에 무궁무진한 조합을 자랑하며, 그로 인해 매번 색다른 재미를 선사하는 셈입니다.



적은 캐릭터 수와 부족한 콘텐츠는 아쉬워

이처럼 경쟁 게임으로서 '마리오 배틀 리그'는 준수한 완성도를 보여주고 있지만, 그렇다고 아쉬움이 없는 완벽에 가까운 게임이란 건 아닙니다. 앞서 '마리오 배틀 리그'의 장점 중 하나로는 낮은 진입장벽을 든 바 있습니다. 기본적인 조작법 역시 단순하고 캐릭터 역시 몇 없기에 그들의 특징 또한 금방 외울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라고 했었죠.

▲ 경기장이 작다지만, 10명 밖에 안되는 캐릭터는 너무 적은 게 아닌가 싶기도...

다만, 이는 어디까지나 초반의 이야기입니다. 게임에 익숙해지고 멀티 등을 통해 여러 게이머들과 대전을 하다 보면 적은 캐릭터의 숫자는 이내 아쉬움으로 다가오기 때문입니다. 기어를 통해 강점을 극대화하거나 약점을 보강하는 식으로 커스텀을 하거나 다양한 조합으로 팀을 짜는 등의 전략을 펼치는 것도 가능하지만, 소수의 캐릭터에 기어로 인한 강화에는 여러모로 한계가 있습니다. 결국, 시간이 지나면 뻔한 조합과 기어를 장착할 수밖에 없고 이는 자연스럽게 조합에 따른 전략이 아닌 게이머의 실력에 좌지우지되는 식으로 변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나마 실력에 좌지우지되는 건 그나마 나을 수도 있습니다. 어쩌다 운이 없으면 3대1로 매칭이 될 때가 있는데 이 정도쯤 되면 어지간한 격차가 벌어지지 않는 한 이기기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상대에게 아이템 박스를 주는 리스크를 감내하면서 태클을 연달아 해대니 제대로 된 플레이가 거의 불가능할 정도죠.

▲ 3대1쯤 되면 사실상 어지간한 실력으로는 격차를 좁힐 수 없을 정도다

전작에 있다가 사라진 시스템에 대한 아쉬움도 있습니다. 경기장에 따른 기믹이 대표적입니다. '마리오 파워 사커'에서는 경기장마다 다양한 기믹이 있었습니다. 허리케인 아일랜드는 그 명칭에서 알 수 있듯이 간혹 돌풍이 불면서 트랙터가 날아와 팀원을 날려버리는 경우가 있었으며, 샌드 피라미드는 펜스 주변이 모래로 되어 있어서 이동 속도가 떨어진다든가 쿵쿵이 공중에서 떨어져 팀원을 깔아뭉개는 등 경기장에 따른 변수 역시 신경써야 했습니다. 다소 정신없는 느낌을 주기도 했지만, 예상치 못한 변수가 되었기에 색다른 재미를 안겨주기도 했었죠.

하지만 그랬던 경기장 기믹이 '마리오 배틀 리그'에서는 빠진 모습입니다. 경기를 시작하기에 앞서 각각 자신이 원하는 스테이지를 선택하게 되고 그렇게 고른 2개의 스테이지가 합쳐져 하나의 경기장이 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외형적인 면에 그칩니다. 어떤 경기장을 선택하든 큰 의미가 없는 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단순히 테마만 다를 뿐이라면 굳이 선택할 필요가...?

단조로운 모드 역시 아쉬움을 남깁니다. 다른 장르지만, 경쟁 게임이라는 측면에서 마리오 카트 시리즈를 한번 살펴보도록 하죠. 최신작인 '마리오 카드8 디럭스'는 단순히 다른 유저와 레이싱을 하는 것만이 아닌 다양한 모드를 통해 다양한 재미를 선사했습니다.

샤인을 뺏는 '샤인을 빼앗아라' 모드, 제한 시간 동안 코인을 가장 많이 모은 팀이 승리하는 '코인을 모아라', 아이템으로 상대방을 최대한 많이 공격하는 '풍선 배틀' 등 레이싱 장르를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 게이머도 즐길 수 있는 다양한 모드를 제공했었죠. 하지만 '마리오 배틀 리그'는 다릅니다. AI나 다른 유저와 경쟁하는 게 전부입니다. 마리오 IP를 기반으로 한 다른 스포츠 장르가 다양한 모드를 제공했던 것과 비교하면 여러모로 아쉬운 모습이죠.

▲ 프리 배틀, 컵 배틀, 스트라이커즈 클럽으로 나누어져 있지만, 랭킹전이냐 아니냐 정도의 차이에 불과하다





결론을 내리자면 '마리오 배틀 리그'는 탄탄한 기본기가 돋보이는 게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얕은 콘텐츠에도 불구하고 적어도 게임 플레이 그 자체는 흠잡을 데가 없어 보입니다.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재미있고 여럿이서 한다면 배는 재미있게 즐길 수 있다는 게 이를 방증하죠.

하지만 냉정하게 본다면 탄탄한 기본기가 돋보이는 게임이라는 데에서 그치는 것도 사실입니다. 향후 몇 차례의 무료 업데이트를 통해 콘텐츠를 보강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었으나, 이는 어디까지나 앞으로의 이야기에 불과하죠. 당장 즐길 거리가 하나밖에 없다는 건 여러모로 치명적인 단점으로 다가옵니다. 더욱이 풀프라이스 게임이라는 점 역시 이러한 아쉬움을 더욱 부채질하죠. 플레이 타임과 재미가 무조건 가격에 비례하는 건 아니지만, 다른 풀프라이스 게임과 비교해서 그만한 가치가 있느냐고 묻는다면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마리오 배틀 리그'가 가진 재미만큼은 확실합니다. 사실 그래서 더 아쉬운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탄탄한 기본기만큼이나 다양한 재미로 무장한 콘텐츠를 준비했더라면 더 나은 게임이 될 수도 있었을 테니까요. 바라건대, 서둘러 준비 중인 콘텐츠들을 업데이트함으로써 시리즈의 끝을 고하는 타이틀이 아닌, 시리즈의 새로운 시작을 알릴 타이틀이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