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라이트에 로봇+제작+전략? 이거 못 참습니다


거대 로봇과 괴수들의 전투는 보기만 해도 피를 끓게 하는 묘한 매력이 있다. 육중한 금속 거체가 증기를 내뿜으며, 돌진하는 모습에 반하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옛날부터 특촬물과 각종 로봇, 괴수 영화를 즐겨봤던 세대로서 이쪽 장르는 거의 빠지지 않고 한 번쯤 시청하거나 게임으로 플레이해봤던 것 같다.

'메크 아르마'는 그런 의미에서 절대 놓칠 수 없는 게임이었다. 갑작스럽게 등장한 괴수들에 짓밟힌 인류, 마지막 희망의 불꽃이 되어줄 거대한 로봇의 등장과 이런 로봇을 조종하게 된 플레이어. 로봇 특촬물의 전형적인 클리셰를 따라가는 스토리지만, 로그라이트와 턴제 전략, 로봇 조합 등의 꽤 멋진 키워드를 섞어 재미있는 하모니를 들려주는 게임이 탄생했다.


게임명: 메크 아르마
장르명: 로그라이트, 턴제 전략
출시일: 2022.06.17
리뷰판: 1.0.0
개발사: Lioncode Games
서비스: Lioncode Games
플랫폼: PC
플레이: PC

관련 링크: 메타크리틱 페이지


비행기에 레이저포와 미사일 터렛을 올려보자

메크 아르마는 로그라이트와 턴제 전략을 결합한 플레이를 선사한다. 로그라이트 장르가 흥행하면서 무수히 많은 로그라이트 게임이 등장했다. 그중에는 액션 플랫포머의 비중이 컸지만, 간혹 전략과 턴제 등의 장르와 결합한 게임도 존재했다. 메크 아르마가 그러한 게임과 비교해서 차별화되는 점은 전투에 투입되는 캐릭터(로봇)를 플레이어가 직접 만든다는 점과 이를 통한 다양한 전략 구상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전투에 투입되는 로봇을 직접 만든다는 설정은 로봇 덕후에게 굉장히 중요하다. 나만의 개성 넘치는 로봇이 전장에서 활약하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나름의 희열이 느껴질 테니 말이다. 아무튼, 메크 아르마는 플레이어가 직접 로봇을 제작할 수 있는 시스템을 제공한다.

로봇 제작 시스템은 뭔가 엄청나게 특별한 장치가 숨겨져 있지는 않다. 로봇은 트랜스포트, 바디, 무기 세 가지를 조합해 완성할 수 있으며, 플레이어가 원하는 부품을 제한 없이 사용할 수 있다. 여기서 제한이 없다는 것은 특정 부품에서 호환되는 부품이 없다는 소리다.


가령, 비행 타입의 하체 위에 거대한 대포를 달거나 혹은 미사일 터렛 3개를 달아도 상관없다. 하체가 버틸 수 있는 최대 하중이나 관절의 호환성 등 자잘한 부분은 싹 다 신경 쓰지 않고 그저 내가 만들고 싶은 형태 그대로 만들 수 있다.

하체는 주로 기동성과 관련된 특징이 있고 상체는 탑재할 수 있는 무기의 개수와 특정 버프를 제공해준다. 무기는 근거리 중거리부터 버프 혹은 너프를 주는 등 부품마다 디자인뿐만 아니라 성능에서 고유의 특징이 존재해 어떤 부품을 어떻게 사용했는지에 따라 전투의 양상을 바꿀 수 있었다.

제작에서 신경 써야 할 점이 있다면 부품마다 사용할 수 있는 횟수에 제한이 있고 또 완성된 로봇을 스폰할 때 들어가는 에너지 정도랄까. 에너지는 게임 내에서 로봇 스폰, 업그레이드 등에 사용되는 자원으로 전투에서 승리하거나 혹은 필드에 존재하는 에너지 타일을 점령해 조금씩 획득할 수 있다. 자원의 수급처가 명확하지만, 사용처가 많고 또 상위 부품을 사용하면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하므로 게임에서 늘 부족하게 느껴지는 편이다. 따라서 로봇을 만들 때는 에너지의 효율을 고려해 가장 최적의 부품을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로봇 제작이 복잡하지 않고 단순한 이유는 메크 아르마가 로그라이트 장르의 게임이기 때문이다. 플레이어는 착실하게 게임을 진행하면서 모든 부품을 획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에너지 외에 또 다른 자원인 크래딧을 사용해서 랜덤하게 부품을 해금하거나 혹은 전투 루트 중 특정 부품을 획득하며 차근차근 하나씩 부품을 얻을 수 있다.

전장으로 출발하기 전 로비 화면에서 플레이어가 선택할 수 있는 초반 부품을 제외한다면 전투 중에는 매번 랜덤으로 부품을 얻을 수밖에 없으니 로봇 제작 자체를 복잡하게 만들 필요가 없는 셈이다. 만약, 랜덤 획득인데 로봇 제작 자체에도 다양한 페널티를 적용했다면 턴제 전투라는 진입 장벽에 또 다른 장벽이 생기는 꼴이라 아마 게임의 난이도가 훨씬 악랄하게 다가오지 않았을까 싶다.

전체적으로 보면 한 번에 모든 부품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제한된 부품 내에서 선택 후 만들기 때문에 누구나 쉽고 빠르게 익힐 수 있다고 생각한다. 부품마다 서로 시너지를 내는 점도 있으니 나름의 깊이도 갖추고 있는 편. 다만, 수많은 부품 중 결국 성능이 뛰어난 부품은 정해져 있으며, 좋은 부품이 나오지 않는다면 고난이도에서 게임 진행이 굉장히 힘들게 느껴지기도 했다.



로그라이트식 성장 방식과 로봇 제작의 조합

앞서 언급했듯 메크 아르마는 로그라이트 방식에 턴제 전략을 결합한 게임이다. 처음 게임을 시작하면 진행 루트를 플레이어가 선택할 수 있으며, 괴수와의 전투를 적극 펼칠지 혹은 자원을 획득할지를 선택할 수 있다. 각 스테이지의 끝에는 보스 몬스터가 존재하며, 최종 스테이지에 도달해 마지막 보스 몬스터를 쓰러트리면 하나의 게임이 끝나는 구조로 진행된다.

따라서 플레이어는 최종 보스와 싸우기 전까지 최대한 보유한 로봇의 성능을 높여야 하며, 이 과정에서 전투의 손실을 최소로 낮추고 자원 획득과 고등급의 부품을 최대한 많이 얻는 전략적인 플레이를 추구해야 한다.


먼저, 게임 내에서 로봇의 성능을 높이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필드에서 부품을 획득하는 것이다. 각 스테이지마다 2~3개의 부품이 등장하며, 해당 루트를 선택하면 자동으로 습득할 수 있다. 이미 획득한 부품을 추가로 얻는다면 자동으로 업그레이드가 돼 크레딧을 아낄 수 있으니 상황에 따라 자원 대신 부품을 획득하는 것도 괜찮은 선택이다.

두 번째 방법은 엔지니어링과 업그레이드다. 해당 콘텐츠는 확정으로 부품을 획득하거나 성능을 높일 수 있으나 크레딧을 소모한다는 제한이 붙는다. 크레딧은 전투에서 승리하거나 혹은 필드에서 획득할 수 있으며, 어찌 보면 에너지보다 더 얻기 힘들어서 효율적으로 계산해서 사용해야 한다.


엔지니어링은 쉽게 말해 부품 가챠다. 트랜스포트, 바디, 무기 중 원하는 부위를 선택하면 랜덤으로 두 개의 부품이 등장하며, 이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엔지니어링을 반복할수록 소모되는 크레딧은 커지지만 그만큼 고성능의 부품이 등장할 확률이 높아지므로 초반부터 중후반까지 나쁘지 않은 효율을 보여줬다.

이렇게 획득한 부품은 추후 업그레이드를 통해 더욱 강력한 성능으로 만들 수 있다. 모든 부품은 총 3번의 업그레이드를 진행할 수 있으며, 업그레이드마다 특별한 능력이 부여되거나 체력 혹은 공격력이 높아진다. 성능이 안 좋은 무기도 업그레이드를 통해 강력한 위력을 뽐낼 수 있으므로 기회가 된다면 반드시 해줄 필요가 있다. 다만, 업그레이드는 강력해지는 성능만큼 크레딧과 에너지를 많이 필요로 하므로 이 역시 전략적으로 생각할 필요가 있다.

한편, 로봇의 성능 향상 외에도 다양한 성장 방식이 존재한다. 스테이지를 클리어할 때마다 랜덤으로 제공되는 강력한 버프 스킬과 전투 중 획득한 자원을 소모해 로비 화면에서 패시브를 찍을 수도 있다. 이렇게 획득한 패시브는 초반에는 큰 효과를 보기 어렵지만, 게임을 플레이하는 내내 계속 해당 효과를 받을 수 있으므로 점차 편리해지고 강력해진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아군 스폰과 커스텀 등 평범한 턴제 전투가 아니다


보통 턴제 전략 게임은 제한된 자원과 캐릭터를 조작해 최대의 효율을 내는 데 집중한다. 실시간 전략 전투가 아니므로 자원을 획득할 필요도 없고 죽었던 병사를 다시 되돌린다는 것 역시 특별한 스킬 혹은 아이템이 없다면 할 수 없다.

메크 아르마의 턴제 전투가 특별하게 느껴진 이유 중 하나는 기존 턴제 전략에서는 할 수 없었던 것들이 모두 가능했기 때문이다. 플레이어는 전투 맵에 존재하는 에너지 타일을 점령해 에너지를 획득할 수 있으며, 이렇게 획득한 에너지를 소모해 전투 중 언제라도 새로운 로봇을 스폰할 수 있다. 에너지만 있다면 로봇을 계속 스폰할 수 있으니 막 굴려도 상관없는 셈이다. 이는 한 턴마다 신중에 신중을 기해서 움직여야 하는 기존의 턴제 전략 게임과 비교한다면 얼핏 이상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게임을 어느 정도 해보면 쉽게 스폰할 수 없다는 점을 깨닫게 된다. 일단, 게임 내에서 획득할 수 있는 에너지는 꽤 한정적이다. 보통 중후반부 정도가 되면 쓸만한 로봇을 스폰하는데 필요한 에너지가 15~20을 훌쩍 넘긴다. 반면, 에너지 타일을 점령해서 얻을 수 있는 에너지는 턴마다 3개씩이며, 최대 12개를 얻을 수 있어 효율이 높다고 볼 수 없다. 에너지는 추후 업그레이드에도 사용되니 스폰에 과하게 투자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결국 스폰은 일종의 보험과 같다. 캐릭터를 꾸준히 육성해서 전투에 투입하는 것도 아니고 중간에 캐릭터의 부상을 치유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 스폰이라는 시스템이 없다면 병력을 보충할 수 없어 매 판마다 손해를 입는다는 것에 큰 부담을 느끼게 된다. 이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게임의 피로도를 상승시키고 진입 장벽을 높이는 요인이 되니 게이머의 부담을 줄이고자 이러한 시스템을 넣은 셈이다.

특히, 스폰 외에도 전투 중 에너지를 소모해 로봇의 파츠를 교체할 수 있는데 중후반에 가면 괴수마다 상대하기 어려운 무기가 존재하기 때문에 상황에 맞춰 전략을 수정할 수 있는 이러한 시스템이 완성도 있게 다가왔다. 결과적으로 볼 때 에너지의 수급과 사용처 등의 밸런스를 적절하게 맞춰 전투에 전략적인 요소로 쓰일 수 있게 하였다는 점에서 꽤 괜찮은 판단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턴제 전투 시스템의 구성은 살짝 아쉬웠다. 턴제 게임은 상대가 어떤 행동을 할 지 예측하고 움직이는 것이 중요하다. 전투가 실시간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이동 및 공격 반경, 스킬 등을 미리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하게 움직인다면 한 대로 맞지 않고 전투에서 이기는 것도 가능하다. 다만, 모든 상황을 플레이어가 통제할 수 있다면 전투의 재미가 쉽게 반감될 수 있으므로 변수를 창출할 수 있는 다양한 시스템을 마련하는 편이다.


메크 아르마는 이러한 변수 창출 시스템이 부족하다. 게임은 다양한 로봇 파츠와 더불어 수많은 괴수가 존재한다. 상위 괴수일수록 특별한 능력을 갖추고 있으며, 이는 전투에 변수를 더해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하지만 실제로 게임을 해보면 괴수의 AI가 단순한 편이고 공격하려는 대상을 사전에 표시해주기 때문에 플레이어의 의도대로 전투를 진행하기 쉬웠다.

또한, 특정 괴수의 능력은 변수 창출이라는 수준을 넘어서 그냥 알고도 당해야 하는 불합리한 수준인지라 당하는 처지에서 납득하기 어려웠다. 이외에도 그냥 괴수의 스펙 자체가 뛰어난 것도 많았고 위엄이 넘쳐야 하는 보스 몬스터가 허당이었던 점도 아쉽게 느껴진다.

후반으로 갈수록 다양한 전략보단 화력에 집중해야 하는 레벨 디자인도 빼놓을 수 없다. 보통 턴제는 이동 이후 공격이 이뤄지며, 사거리가 길지만, 이동 반경이 좁은 캐릭터, 사거리가 짧은 대신 몸이 튼튼하고 빠르게 이동할 수 있는 캐릭터 등으로 공수 밸런스를 맞춘다. 반면, 메크 아르마는 플레이어가 직접 로봇을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제한이 의미가 없어진다.


따라서 개발사는 애초에 병과 별로 성능을 제한하기보단 그냥 모든 부품의 성능을 평균치로 만들어버렸다. 이동은 1~2칸 고정이고 무기의 사거리도 1~2 수준이다. 특정 부품의 특별한 효과로 이를 늘릴 순 있지만, 이 역시 제한적이므로 전투에 쓰이는 전략 자체가 접근 후 화력을 쏟아 빠르게 괴수를 없애는 것밖에 답이 없다. 혹은 이러한 평군치 중에서도 남달리 긴 사거리의 무기가 존재해 해당 무기를 무조건 쓰게 되는 경우도 존재한다.

이 때문에 맵도 굉장히 작은 편이고 제한되어 있어 히트 앤 런과 같은 작전도 써먹을 수 없다. 로그라이트 장르인지라 플레이어의 스펙 업은 랜덤으로 이뤄지는데 턴제 게임에서 써먹을 수 있는 전략의 폭이 좁다는 소리는 꽤 치명적이다. 부품 가챠에 실패해 고성능의 부품을 얻지 못했다면 빠르게 게임을 다시 시작하는 게 좋을 정도다.

결과적으로 이 모든 것을 조합한다면 고난이도로 갈수록 수많은 부품 중에서도 특정 빌드의 부품만 사용할 수밖에 없다. 다양한 시도를 해보고 싶어도 전략의 중요성이 떨어지니 턴제 게임임에도 단순하게 갈 때 가장 효율이 높았다. 이는 어찌 보면 기존 턴제 전략 게임을 즐기던 유저에게는 반감될 수 있어도 초보자 입장에서는 진입 장벽이 낮아 쉽게 즐길 수 있다는 장단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메크 아르마는 어딘가 B급 감성이 느껴지는 한글 폰트, 최신 게임치고 살짝 아쉬운 그래픽과 모델링이 눈에 밟히지만, 취향만 맞는다면 이 정도쯤은 충분히 감내할 수 있을 정도로 꽤 재미있는 게임이다. 한국어를 지원하지만, 번역 상태가 그리 좋진 않은 편. 그래도 게임 플레이에 큰 문제는 없으므로 큰 문제라 생각되진 않는다.

나름의 스토리도 존재하고 전략적인 전투의 깊이가 얇다는 소리는 누구나 쉽고 빠르게 즐길 수 있다는 것과 같으니 부담 없이 즐기기에 좋은 게임이다. 본인이 메카물과 괴수물을 좋아한다면 한 번쯤은 해볼 만 하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