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명: 개구리 섬에서의 시간(Time on Frog Island)
장르명: 어드벤처
출시일: 2022. 7. 13.
리뷰판: 1.01
개발사: Half Past Yellow
서비스: Merge Games
플랫폼: PC/PS/XBOX/NSW
플레이: PC

관련 링크: 메타크리틱 페이지 / 오픈크리틱 페이지

좋게 말하면 참 한가롭고 쉬운 게임, 나쁘게 말하면 참 할 게 없는 게임. 개구리 섬에서의 시간은 정말 딱 그런 게임입니다.

폭풍으로 난파당한 주인공이 깨어난 곳은 개굴개굴, 개구리가 가득한 개구리 섬입니다. 가장 우선적인 목표는 부서진 배를 고쳐 이 섬에서 떠나는 것이죠. 필요한 재료는 모두 개구리들과의 물물교환으로 얻으면 됩니다.

섬은 참 아름답고, 바다색은 마치 파스텔을 풀어놓은 것 같으며, 개구리들은 하나같이 개성이 넘칩니다. 그뿐 아닙니다. 섬에는 설산도 있고, 핑크뮬리가 가득한 절벽도 있으며, 독특한 유적지로 가득한 언덕도 있어요. 이쪽 끝에서 저쪽 끝까지 걸어가다 보면 금세 반나절이 지날 정도로 큼지막하기도 하죠.

그런데, 이렇게 멋진 곳에서 할 수 있는 건 오직 하나뿐입니다. 오브젝트를 주워와서, 개구리와 물물 교환을 하는 것이죠. 크래프팅도 없고, 그 흔한 낚시도 없고, 농사는 당연히 없습니다. 이 커다란 섬에서 플레이어는 내내 섬을 돌아다니고, 뭔가를 주워오는 것 외엔 할 게 없습니다.


최근 이런 류의 힐링을 앞세운 게임들이 꽤나 자주 등장하는 편입니다. 현대 사회가 그만큼 팍팍해졌다는 의미라고 생각해요. 게임에서마저 복잡함에서 오는 긴장감을 가져가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 많아졌기에 이런 느긋한 게임들도 많아진 것일 테니까요.

보통 이런 게임들은 특징이 몇 가지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건 바로 제한의 부재입니다. 커다란 맵에서 뭔가를 수집하거나, 건설하거나, NPC와 교류하는 이런 게임에서 가장 부담이 되는 건 뭘까요. 다름 아닌 턴의 제한입니다. 몇 턴 안에 A를 모아오세요, B를 찾아오세요, C를 찾고 모아서 건설하세요, 전달하세요 등등 턴의 제한이 생기는 순간 힐링을 위해 켰던 게임이 째깍째깍 타임어택으로 변하게 됩니다.

수집형, 퍼즐형 어드벤처 게임에 있어 턴의 제한이라는 건 게임의 긴장감을 높이고 흥미성을 끌어올리는 요소로 사용되곤 합니다. 이는 조금은 단순하게 느껴질 수 있는 수집 퍼즐형 게임의 단점을 가리는 요소로 활용되기도 했죠.


하지만 '힐링'이라는 명찰을 달고 나오는 최근의 게임들은 그 제한을 삭제해버렸습니다. 제한이 없는 수집 혹은 퍼즐형 게임, 그냥 들을 땐 편안하겠네 싶지만 정작 플레이를 해보면 한계가 도드라지는 편입니다. 바로 지루함이죠.

게임을 플레이하는 내내 그 어떤 긴장감도 없기 때문에 그만큼 쉽게 지루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 지루함을 최대한 밀어내거나 느껴지지 않게 하려면 콘텐츠가 아주 다채롭고, 그래픽이 아주 아름답고, 시선을 사로잡는 독특함이 있어야 해요. 즉, 많은 것들이 뛰어나야 합니다.

그 중 가장 중요한 건 지루함을 느낄 수 없을 정도로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야 합니다. 모든 걸 다 해야 하는 게 아니라, 많은 선택지를 주고 그 중 원하는 만큼만 골라서 할 수 있도록 말이죠. 선택지를 고작 한두 개 주고 원하는 대로 마음껏 플레이하라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고작 두 개뿐인데요.


힐링 어드벤쳐 게임들을 하다 보면 가끔 당황스러울 때가 있습니다. '힐링'에 초점이 갈 게 아니라, '게임'에 중심을 둬야 한다는 사실을 완전히 잊는 것 같아서요. 힐링 게임도 어쨌든 게임입니다. 재미가 있어야 힐링을 하든, 스트레스를 받든 하죠. 재미는 게임의 기본입니다. 엔딩을 볼 때까지 어쨌든 빠져들어서 두근두근하게 플레이할 정도의 매력, 그게 있어야 해요.

하지만 대부분의 잔잔한 게임들은 그저 분위기가 모든 걸 해결해 주리라 생각하곤 합니다. 개구리 섬에서의 시간도 비슷한 실수를 범하고 있죠. 게임의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분위기 있는 커다란 맵을 분위기 있는 사운드를 들으며 뛰어다니고, 오브젝트를 줍고, NPC에게 가져다 바칠 뿐입니다.

그래픽? 감성적입니다. 사운드? 마찬가지로 감성적입니다. 등장하는 개구리들? 개성이 넘치고 귀여워요. 주인공? 어딘가 슬픈 기억을 간직한 인물입니다. 그런데 이 감성적이고 아름다운 모든 요소가 그저 단순 수집 퀘스트의 배경에 그칩니다. 정말 아까울 정도죠.

단 하나의 뭔가만 더 추가해 줬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습니다. 최소한 크래프팅 요소만이라도 추가해줬다면, 아니면 똑같은 수집이더라도 낚시나 뭔가 다른 수집을 넣어줬더라면 이 정도로까지 아쉽진 않았을 겁니다.


이 게임의 가장 큰 문제이자 단점은 단 하나입니다. 콘텐츠의 부재, 단 하나에요. 게임의 처음부터 끝까지, 심지어 심화 콘텐츠라고 볼 수 있는 것까지 모두 단 하나의 콘텐츠로만 이루어져 있거든요. 그것도 심지어 너무나 단순한 '수집', 이것뿐이죠.

우리가 이 게임에서 할 수 있는 거라곤 개구리가 그림으로 열심히 설명하는 오브젝트를 맵 어딘가 구석에서 찾아서 주워 오는 것이 다입니다. 개구리에게 주워온 오브젝트를 주고 필요한 물품을 받는 물물교환, 이게 이 게임의 전체를 통틀어 있는 콘텐츠의 끝이에요. 물론 줍는 과정에서 아주 조금 고민해야 할 퍼즐 요소가 아주 살짝, 가끔 들어는 있습니다.

그 퍼즐 요소조차 뭔가 심층적인 고민을 해야 하는 건 아닙니다. 단지 이 그림이 뭘 의미하는 건가, 혹은 저 그림 속 오브젝트를 주는 개구리는 도대체 어디에 있는가, 이런 걸 고민해야 하는 퍼즐이 대다수죠. 아니 이걸 퍼즐이라고 할 수 있을까 싶네요.


정말 아쉬운 건 또 있습니다. 분명 맵 곳곳에 다양한 이동 오브젝트들이 많이 준비되어 있음에도, 그 오브젝트를 정작 활용할 수 없도록 만들어뒀다는 거에요. 손에 쥐고 돌리면 빠르게 이동할 수 있는 꽃잎 프로펠러도, 머리 위로 들고 뛰어내리면 바람을 타고 휘 날아갈 수 있는 커다란 이파리도 정작 개구리가 요구한 물품을 쥐고는 사용할 수 없습니다. 왜일까요. 우리의 주인공은 오직 하나의 오브젝트만을 들 수 있기 때문이죠.

배경 곳곳에 뭔가 재미있어 보이는 이동 오브젝트를 이렇게나 많이 만들어 두고, 정작 손에 뭔가를 쥐고 있으면 그걸 활용하지 못한다는 건 참 아쉬운 일입니다. 그리고 이 문제는 콘텐츠의 부재와 합쳐져 게임을 더욱 지루하게 만드는 데 아주 큰 역할을 해버립니다.

이 게임의 활동 구역은 생각보다 '큽니다'. 특징적인 환경이 몇 가지나 될 정도로 생각보다 규모가 크죠. 그런데 이게 콘텐츠가 많았다면 그만큼 '다양함'으로 다가왔겠으나, 할 수 있는 게 오직 섬을 돌아다니며 뭔가를 주워다 주는 것 뿐이다 보니 그저 동선의 증가에 그칩니다.

▲ 바로 옆에 이동 속도를 빠르게 해주는 꽃이 있지만 사용할 수 없다

그나마도 아직 섬에 익숙하지 않은 초반부에는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 탐험하는 즐거움이라도 있으나, 어느 구역에 무엇이 있는지 뻔히 알게 되는 순간부터 커다란 맵은 그저 지루함을 증가시키는 단점으로 작용합니다. 반쪽짜리 이동 오브젝트들은 뻔히 눈에 보이지만 활용할 수 없으니 지나가며 보이는 환경 오브젝트나 마찬가지로 변모하고요.

마지막으로 기대했던 크래프팅, 집 건설마저 물물교환한 금화를 개구리에게 주면 집을 지어주는 단순한 뭔가로 끝납니다. 최소한 재료를 모아 와서 직접 집을 짓는 것이 아닐까 싶었으나 아니더라고요.

▲ 집 건설마저 그저 물물교환으로 끝나버린다



이렇게 아쉬운 점을 늘어놓은 건 다른 게 아닙니다. 게임의 모든 요소가 참 괜찮기 때문이죠. 아름다운 색의 바다, 날씨에 따라 달라지는 수집 요소, 하나하나 개성 넘치는 독특한 개구리들, 여러 구역으로 이뤄진 커다란 맵까지 그야말로 활용하려면 충분히 심층적으로 사용할 수 있었을 그 모든 요소가 너무 아쉬워서 그렇습니다.

뭐랄까요, 무엇을 담아내도 그 색을 너무나 아름답게 잘 보여줄 수 있는 반짝반짝한 예쁜 유리 볼을 만들어 두고, 거기에 담은 게 그냥 무색무취의 생수, 그것도 컵의 1/4 정도만 채워넣은 느낌입니다.

▲ 참 아름다운 개구리 섬, 그래서 콘텐츠의 부재가 더 아쉽다

그리고 하나 더, 가격 대비 볼륨이 너무나 부실합니다. 배를 타고 떠나는 엔딩까지 플레이타임이 2시간이 채 안 됩니다. 솔직히 플레이타임이 짧더라도 꽉꽉 뭔가 눌러 담겨 있다면 절대 아깝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을 겁니다. 하지만 플레이 타임 내내 단 한 가지 콘텐츠만 경험하고, 이후 추가 콘텐츠마저 비슷하게 흘러가다 보니 자연스레 아쉬움이 생길 수밖에 없더군요.

전 이런 힐링 게임류를 참 좋아합니다. 절대 싫어하지 않아요. 긴장해서 해야 하는 턴제 시뮬레이션도 분명 좋아하지만, 반대로 제한이 없이 느긋하게 수집하고 크래프팅하는 어드벤처도 참 좋아해요. 하지만 '느긋함'을 플레이하는 사람에게 전달하는 건 절대 쉽지 않습니다. 느긋함이라는 건 한 발만 삐끗해도 지루함으로 변질되어버리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