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트 팀, 플레이어 오브 더 스플릿, 정규 시즌 MVP 등 LCK 어워드를 싹쓸이하며 젠지 e스포츠를 든든하게 지탱한 '룰러' 박재혁, 그리고 정규 시즌 동안 다소 아쉬운 모습을 보였지만 플레이오프에 들어와 조금씩 폼을 끌어올리고 있는 '구마유시' 이민형. 현 메타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평가 받는 바텀에서 마주 선 두 선수가 우승 트로피를 두고 격돌한다.

'룰러'는 명실상부한 현 LCK 최고의 원거리딜러다. 만장일치로 올-프로 퍼스트 팀에 선정될 정도로, 압도적으로 잘했다. 라인전, 킬 캐치, 캐리력, 생존력, 챔피언 풀 등 모든 능력치에서 고점을 찍었다. 월드 챔피언십 우승컵을 들어 올렸던 전성기 시절의 경기력을 뛰어넘었다는 평가다.

이는 수치로도 잘 드러난다. 원딜의 자존심이라고도 할 수 있는 DPM 부문에서 전 라인을 통틀어 1위를 달성했다. 모든 걸 말해주지는 못한다는 KDA도 7.5로 전체 1위(단식 제외)다. 성장세를 나타내는 분당 CS 및 골드는 당연히 1위고, 15분 CS 및 골드 격차는 각각 '에이밍' 김하람과 '쵸비' 정지훈에 밀려 2위에 머물렀다. 펜타킬(6회), 듀오킬(31회)도 1위다. (모든 지표는 정규 시즌 기준)

▲ '룰러'의 우월한 지표(출처 : gol.gg)

요약하면, 대부분의 긍정적인 지표에서 '룰러'는 최상위권에 올랐다. 누군가는 '팀이 단 1패 밖에 하지 않았으니 당연한 일'이라고 이야기할 수도 있겠지만, 팀이 1위라고 해서 공짜로 지표도 싹쓸이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이 원딜 전성 시대에서 굉장한 퍼포먼스를 보여줬기에 그에 걸맞은 숫자들을 얻어낸 거다.

'룰러'의 또다른 강점은 챔피언 풀이다. 한때 비원딜 챔피언, 카이사, 포킹 바루스 등 메타 챔피언을 다루지 못한다는 평가를 듣기도 했던 '룰러'는 올해 그 오명을 싹 씻어냈다. 선호하는 챔피언은 있었지만, 중간 중간 새로운 챔피언을 한 번씩 꺼내 들면서 상대가 긴장의 끈을 늦추지 못하게 했다. 대표적으로 야스오, 아펠리오스, 카이사 등이 있다.


반면, '구마유시'는 확실히 아쉬운 정규 시즌을 보냈다. '케리아' 류민석과 함께 스프링 때보다 기량이 떨어졌다는 쓴소리를 들었고, 그 결과 팀이 정규 시즌 2위에 올랐음에도 올-프로 팀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지표를 살펴보면, 팀 내 대미지 비중이 매우 낮은 걸 볼 수 있다. 10개 팀 중 9위다. 활약도를 알 수 있는 POG 포인트도 낮은 편이다. 원딜 중심 메타에서는 확실히 아쉬운 성적표다.

'구마유시'의 큰 약점 중 하나는 의문사나 고립 데스다. 미드 라인을 정리하거나 합류하는 과정에서 잘리는 장면이 종종 나오는데, 포지션이 포지션인 만큼 치명적인 데스로 다가오는 경우가 많다. 의문사는 기복으로 이어진다. 고점을 찍었을 때는 팀을 캐리하지만, 데스가 많아지는 날엔 패배의 원인이 되어버리기도 한다.

▲ '구마유시' 닐라 전적(출처 : OP.GG)

▲ '룰러' 닐라 전적(출처 : OP.GG)


그래도 긍정적으로 생각할 부분은 최근 승리한 경기에서는 준수한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있다는 거다. 또한, '구마유시'는 밴픽 변수 창출면에서는 '룰러'를 앞선다. 드레이븐은 젠지 e스포츠의 밴 카드 하나를 소모시킬 가능성이 높고, 조커 픽이 될 수 있는 닐라도 솔로 랭크 전적만 보면 '구마유시'에게 좀 더 잘 맞는 카드다. 대회에서도 패하긴 했지만, '구마유시'만 써봤다.

결승을 앞둔 '구마유시'에게 가장 중요한 건 당장의 폼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것. 그리고, 그 다음은 티어 정리와 변수 창출이다. 냉정하게 현재 개인 기량은 '룰러'가 앞선다. 몇 수 앞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간극을 메울 수 있는 건 전략이다. 도전자의 입장으로, '룰러'에게 흠집을 낼 수 있는 무기를 반드시 갖추어 와야 할 것이다.


■ 2022 LCK 서머 결승전 일정

젠지 e스포츠 vs T1 - 28일 오후 2시 강릉 아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