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음질(하이파이, Hi-Fi)의 반대를 뜻하는 정도인줄밖에 몰랐던, 로파이(Lo-Fi)가 유행하게 된지는 벌써 시간이 꽤 흘렀습니다. 이 바닥에서 가장 유명하다고 할 수 있는 유튜브 음악 채널 로파이 걸(Lofi Girl)은 구독자 수가 무려 1,140만 명에 육박할 정도로 높은 인기를 가지고 있는 정도죠.

보통 이러한 로파이 음악들은 무언가 다른 일을 할 때, 아니면 책을 읽으며 가만히 쉴 때 뒤에 배경음악으로 틀어두는 편이 많습니다. 오래 들어도 질리지 않는, 빠르지 않은 비트 덕분에 저 또한 노동요가 필요할 때 많이 이용하는 편이기도 하고요. 그래서인지, BIC 전시장에서 Lo-Fi룸이라는 이름을 봤을 때 왠지 모르게 반가운 기분이 들기도 했습니다.

홀린듯 부스에 찾아가 시연을 해도 되는지 물어보려는 찰나, 당연하게도 영어로 이야기할것만 같았던 개발자가 유창한 한국말로 "한 번 해보시겠어요?" 라고 먼저 권합니다. 알고 보니, 이미 한국에 7년 째 거주중인 회사원이었던 것입니다.

서울에서 회사를 다니는 틈틈이 취미생활로 게임을 만들고 있다는 바렌드 해리스, 그가 로파이 음악을 게임으로 만들게 된 계기는 무엇인지 그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 바렌드 해리스(Barend Harris) 베어마스크 스튜디오 대표


■ "Lo-Fi 음악, 너도 만들 수 있어!" - 작곡도 가능한 리듬게임 'Lo-Fi 룸'

Q. 한국어가 정말 유창해 깜짝 놀랐습니다!

= 하하. 2015년부터 약 7년째 한국에 살고 있습니다. 지금은 서울에서 회사생활을 하고 있고, 여가 시간에 Lo-Fi 룸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Q. 이번 BIC 2022 페스티벌에 출품한 'Lo-Fi 룸'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 주세요.

= 처음 아이디어를 내고, 게임을 만들기 시작했던 건 2018년에 실시한 게임잼을 통해서였어요. 음악을 주제로 하는 게임을 만드는 자리였는데, 그 당시 만들었던 버전의 피드백을 좋게 받아 이후 계속 작업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플래시 기반의 포인트 앤 클릭이나, 방탈출 게임들을 좋아하는데, 또 음악을 작곡하는 것도 좋아해요. 그저 '내가 좋아하는 두 가지를 합쳐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서 출발하게 된 거죠.


Q. 사실 저도 요새 유튜브에서 Lo-Fi 음악을 안 틀면 일을 못해요. 개인적으로 Lo-Fi가 음악 취향에 맞는 편인가요?

= 사실, Lo-Fi 음악을 주제로 잡은 것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습니다. 첫째로는, 시중에 나와 있는 리듬게임 대부분이 에너지 넘치는 음악을 추구하고, 또 노트를 빠르고 정확하게 입력하는 데 집중되어 있잖아요. 저는 그보다는 '음악을 만드는 리듬게임'을 추구하고 싶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루프를 짜기 쉽고, 게임에 보다 쉽게 적용할 수 있는 Lo-Fi 음악을 선택한 면도 없지 않습니다.

또 요즘 Lo-Fi는 최근 유튜브 채널을 보면 아시겠지만, 음악 뿐 아니라 시각적으로도 어떠한 분위기가 정립되어 있는 편입니다. 차분하면서도, 감각적인 아트 요소들과 잘 어울리죠. 제가 만들고자 했던 게임의 분위기와 잘 맞기 때문에 정한 장르라고 생각했습니다.

아, 그리고 저는 개인적으로는 메탈같이 헤비한 음악, 또 일반적이지 않은 음악들이라면 뭐든지 좋아하는 편입니다.


Q. 실제로 플레이해보니 숨은그림찾기와 리듬게임이 접목되어 있는 게 신선했습니다.

= 게임잼 당시에 어떻게 해서 이런 아이디어가 나왔는지 잘은 기억나지 않지만, 당시에 제가 컴퓨터로 비트를 만드는 것을 배우는 중이었습니다. 아마도 작곡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던 습관에서 반짝 하고 (아이디어)가 나왔던 것이 아닐까 싶네요.

아무래도 게임잼 당시였다보니, 게임 자체에 이렇게 반짝 하는 아이디어에서 발전한 것이 많습니다. 'Lo-Fi 룸'이라는 이름도 제목을 빨리 정해야 했기 때문에 그냥 제가 방탈출을 좋아해서 붙인 이름이었고요(웃음).


Q. 게임의 스테이지는 총 몇 개 정도로 구상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 지금까지 레벨은 18개를 만들었고, 최종적으로는 30개 정도까지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있습니다.

게임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itch.io에서 플레이테스트를 신청하실 수 있는데, 신청하시면 게임의 코드와 간단히 작성하실 수 있는 피드백 양식을 보내드리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추가적으로 레벨을 만들어낼 때마다 코드를 발송해 테스트를 진행할 계획입니다.

▲ 친구가 만들어 줬다는 Lo-Fi 룸 전용(?) 컨트롤러!

Q. 현장에서 시연할 때는 네 가지 버튼만 사용했는데, 30레벨까지 올라가다 보면 사용하는 버튼의 수도 늘어날 가능성이 있을까요?

= 앞으로도 버튼은 4가지에서 더 늘릴 계획은 없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 노트를 빠르게, 많이 치는 것보다는 음악을 만드는 데 더욱 집중하고 싶었어요. 버튼 네개로 하는 작곡은 실제와 비교하면 더욱 까다로운 면도 있겠지만, 반대로 옵션이 적어서 좀 더 쉽게 곡을 만드는 것이 가능합니다.


Q. 직접 만든 비트를 불러오거나, MP3로 다운로드 받는 시스템도 있는 것 같았습니다. 그 외에 게임에 포함된 기능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 일단, 주요 기능 중 하나는 직접 게임 속 악기를 통해 음악을 만들 수 있다는 것입니다. 악기별로 버튼을 연주한 뒤 이를 녹음해 루프를 직접 만들 수 있죠.

이렇게 만들어낸 음악을 포럼이나, itch.io의 쓰레드에 공유할 수 있도록 텍스트 스트링을 생성하는 기능도 추가했습니다. 생성된 스트링을 복사해 붙여넣기 하면, 이를 다른 사람들이 게임에 붙여넣는 것으로 음악을 주고받을 수 있는 거죠. 또, 게임 음악을 MP3 파일로 변환해주는 기능이 있어 음악을 직접 녹음할 수도 있습니다.

최근에는, 알고리즘을 이용해 음악을 무작위로 생성하는 비트 제너레이터를 추가했어요. 어떤 사람이 알고리즘을 이용해 음악을 만드는 모습을 보고 한 번 게임에 넣어봤는데, 아직까지는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지는 않는 것 같더라고요. 주요 기능은 아니지만, 점차 개발 과정에 따라 발전시켜 나갈 계획입니다.


Q. 이번 BIC에서 전시를 진행하는 동안 인상깊었던 에피소드가 있을지 궁금하네요.

= 지난 2018년, 2019년 BIC 행사에는 구경을 하러 왔었는데, 실제로 게임을 출품하는 것은 사실 제 목표 중 하나였습니다. 개인적으로 이루게 되어 정말 기쁩니다.

그 전에 지스타에서는 한 번 'Lo-Fi 룸'을 전시했던 적이 있는데, 메인 행사장 옆 건물 으슥한 공간에 부스가 배치되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지 못했던 기억이 있어요. 이번 BIC는 인디 게임을 위한 페스티벌이기도 하고, 공간도 커서 인상깊습니다.


Q. 실제로 게임을 즐긴 사람들이 남긴 피드백은 어떤 것들이 있었나요?

= 피드백도 물론 받았지만, 사람들이 플레이하는 모습을 보면서 스스로 배운 점이 정말 많았습니다. 온라인 상으로는 많은 분들이 플레이하는 것을 보아왔지만, 직접 보는 것과는 다르더라고요.

메인 화면에서 게임을 시작하는 방법을 잘 모르는 분들이 많다는 걸 보고 그 부분을 개선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온라인 상에서는 이미 게임을 알고 찾아주신 분들이기 때문에 이런 문제는 발견할 수 없었죠. 게임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의 진정성 있는 반응을 봤으니, 행사 이후에 차차 배운 점들을 게임에 적용해 나갈 생각입니다.


Q. 마지막으로, 앞으로 Lo-Fi 룸 개발과 관련한 계획은 어떤지 말씀해 주세요.

= UI와 UX에 관련된 부분은 물론, 앞으로 남은 레벨들도 계속 제작해 나갈 예정입니다. 시스템은 대부분 완성된 단계라, 레벨이 어느정도 갖춰지고 나면 출시까지 빠르게 도달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