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 번의 우승을 노리는 T1과 드라마를 써내려가는 중인 DRX의 2022 롤드컵 결승 매치업에 전세계 LoL 팬들의 관심이 뜨겁다. 이번 결승은 '페이커' 이상혁과 '데프트' 김혁규의 마포고등학교 동창 간 대결이자 역대 최고령 우승 선수 기록 등 다양한 것이 걸린 대결이기도 하다.

두 팀 모두 이번 롤드컵에서 대단한 행보를 이어왔다. T1은 일정을 소화할수록 지난 LCK 스프링 전승우승 때의 위엄을 되찾았고 DRX는 바닥부터 시작해 정상을 코앞에 두는 기적을 보였다. 누가 우승해도 이상하지 않을 분위기다.

이쯤에서 잠시 감성은 넣어두고, 양 팀이 이번 롤드컵 중에 보였던 다양한 기록을 중심으로 경기 향뱡을 예상해보자.

먼저, 팀 간 기록을 비교하면 T1이 웃는다. 킬과 데스 비중을 비교한 수치인 K:D에서 T1이 살짝 앞선다. 또한, 분당 골드 차이에서도 T1은 DRX보다 더 좋은 수치를 기록했다. 그래서인지 T1의 평균 경기 시간 역시 DRX보다 더 빠르다.

DRX가 더 좋은 기록을 보인 곳에 있다. 선취점 획득 비율은 DRX가 T1을 앞섰다. 포탑을 먼저 파괴한 비율도 마찬가지였다. 미세하긴 했지만, 드래곤 역시 팀명 때문인지 DRX가 조금 더 많이 사냥했다.

※ T1 vs DRX 팀 기록 비교
- K:D : T1 1.66 / DRX 1.43
- GDM : T1 308 / DRX 171
- 평균 경기 시간 : T1 30분 19초 / DRX 33분 57초
- 선취점 획득 비율 : T1 30.8% / DRX 62.5%
- 포탑 선파괴 피율 : T1 53.8% / DRX 75%
- 평균 드래곤 사냥 횟수 : T1 2.31 / DRX 2.56

이 정도로 보면, T1은 DRX보다 초반 주도권을 잡고 이를 굴리는 플레이를 잘하며, 주도권을 잡게 되면 경기를 빠르게 마무리짓는다는 걸 알 수 있다. DRX는 상대적으로 T1보다 초반 주도권 싸움은 밀리지만, 라인전이 강력하다고 하겠다.

창과 방패의 싸움으로 불리는 탑 라이너 간 구도에 관심이 모인다. '제우스' 최우제는 현재 누가 뭐래도 T1이 자랑하는 창이다. 반면, '킹겐' 황성훈은 오른 숙련도나 챔피언 폭만 봐도 알 수 있듯이 DRX의 듬직한 방패 역할을 수행 중이다.

그래서인지 두 선수의 지표에도 큰 차이가 나타났다. 먼저, '제우스'는 그라가스 1회를 제외하면 한 번도 탱커를 꺼내지 않았다. 분당 대미지 평균값은 665.4이며, 팀내 대미지 비중은 무려 25.9%나 된다. 15분까지 CS를 앞설 확률은 53.8%인데, 상대의 선취점에 희생양이 될 확률도 23.1%로 꽤 높다. 팀의 에이스로 평가받는 만큼, 상대의 초반 견제에 많이 괴롭힘 당한다는 뜻이 된다.

탱커 위주로 플레이했던 '킹겐'은 '제우스'보다 당연하게도 지표에서 밀린다. 대미지와 라인전 지표에서 단 하나도 '제우스'를 이기는 것이 없다. 그럼에도 '킹겐'에게 기대를 걸게 되는 건 그가 보여주는 한타에서의 존재감 때문이다. 확실히 탱커를 잡았을 때 '킹겐'의 안정감과 존재감이 빼어났다. DRX 역시 '킹겐'의 든든함 덕분에 딜러진에 안정감이 생긴다.

※ 제우스 vs 킹겐 기록 비교
- 평균 분당 대미지 : 제우스 665.4 / 킹겐 444.7
- 팀내 대미지 비중 : 제우스 25.9 / 킹겐 21
- 15분까지 CS 앞설 확률 : 제우스 53.8 / 킹겐 43.8
- 선취점 희생 확률 : 제우스 23.1 / 킹겐 12.5

베테랑이지 리그 오브 레전드 e스포츠 역사상 최고의 스타 '페이커' 이상혁과 DRX의 실질적 에이스 '제카' 김건우의 미드 라인 대결도 키 포인트다. '제카'의 무력과 '페이커'의 유연함이 어떤 격돌 구도를 낼 지 주목된다.

'페이커'는 신기한 선수다. 과거 전성기엔 본인의 기량 하나로 상대를 모조리 두들겨주고 다녔다면, 이젠 베테랑다운 유연함으로 상대를 현혹한다. 4강 JDG전에서 선보였던 라이즈 플레이는 여러 전문가와 팬들의 극찬을 받았다. 이는 아무나 할 수 있는 플레이가 아니었고 '페이커'의 가치를 다시 한 번 알린 장면이었다.

이를 개인 지표로 표현하기엔 무리가 따르기에, '페이커'의 이번 롤드컵 지표 역시 그리 좋은 편은 아니다. 라인전 지표에서 '제카'만 못하다. 재미있는 건 '페이커'가 '제카'보다 무력에서 하나 앞서는 부분이 있는데, 바로 대미지 지표다. '페이커'가 팀내에서 골드를 적게 챙긴다는 건 이번 대회 기록에서도 잘 드러났기에 더욱 재밌는 수치가 아닐 수 없다.

'제카'는 무력형 미드 라이너의 상징으로 성장했다. 라인전에서 상대를 강하게 밀어붙여 격차를 벌리고 이를 토대로 중반 한타부터 활약하는 장면을 자주 보였다. 전형적인 강한 힘을 지닌 미드 라이너의 플레이스타일이다. 신기하게도 앞서 말했던 것처럼, '페이커'와 비교했을 때 라인전은 앞서지만 대미지 쪽에서 밀렸는데, 이게 실제 경기에선 어떻게 발현될지 궁금하다.

※ 페이커 vs 제카 기록 비교
- 평균 분당 대미지 : 페이커 592.6 / 제카 467.1
- 팀내 대미지 비중 : 페이커 23 / 제카 22.2
- 15분까지 CS 앞설 확률 : 페이커 46.2 / 제카 56.3
- 15분까지 골드 차이 : 페이커 -131 / 제카 +151
- 팀내 골드 비중 : 페이커 20% / 제카 23.7

마지막으로 모든 바텀 라이너의 로망 '데프트' 김혁규와 T1의 신형 엔진 '구마유시' 이민형 간 비교다. '데프트'는 지독하게 자신을 괴롭혔던 롤드컵 무대에서 오랜만에 꿈을 이루고자 한다. '구마유시'는 롤드컵 바텀 라이너 나이 징크스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불태우며 결승에 나선다. 최근 기량을 봐도 딱히 밀리는 선수가 없기에 더욱 기대된다.

특히, LCK 서머 스플릿에 기대 이하에 모습을 보였던 '구마유시'가 완전히 살아났다. 새 친구 루시안과 함께 전장을 지배 중이다. 그는 바텀 라이너의 기량을 가장 직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지표 대부분에서 1위에 올랐다. '케리아' 류민석도 함께 기량이 만개해 T1의 바텀 듀오는 현재까지 무적 포스를 풍겼다.

베테랑 '데프트'가 여기에 크게 밀리지 않는다는 것이 고무적이다. 킬과 대미지, 라인전 지표에선 크게 밀리지만, 이는 '구마유시'가 이에 적합한 루시안을 주력 카드로 자주 꺼냈다는 점을 생각하면, 어느 정도 감안할 만한 격차다. 오히려 '데프트'가 '구마유시'보다 골드를 적게 배분받음에도 팀내 대미지 비중을 비슷하게 가져간다는 것이 눈에 들어온다. '구마유시'가 폭발력 있는 바텀 라이너라면, '데프트'는 경험과 노련함으로 이를 상대하는 바텀 라이너라고 할 수 있겠다.

※ 구마유시 vs 데프트 기록 비교
- 평균 킬 : 구마유시 6.6 / 데프트 2.9
- 분당 대미지 : 구마유시 698 / 573
- 팀내 대미지 비중 : 구마유시 27.6 / 데프트 27.3
- 15분까지 골드 차이 : 구마유시 684 / 데프트 397
- 팀내 골드 비중 : 구마유시 25.8 / 데프트 23.8

이처럼 양 팀의 핵심 라이너들은 각기 다른 스타일을 보여준다. 탑과 미드, 바텀 모두 어찌 보면 창과 방패 간 격돌이다. '제우스'와 '구마유시'라는 창을 주무기로 휘두르며 '페이커'라는 책사를 둔 T1. '제카'라는 대검과 '킹겐'이라는 방패를 손에 들고 '데프트'라는 베테랑과 함께 하는 DRX. 양 팀이 결승 준비 과정에서 이러한 이미지를 깨고 새로운 걸 시도할지, 아니면 예상대로의 구도 속에서 난전을 벌일지가 재밌는 관전 포인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