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트맨의 죽음과 게임에의 상실


락스테디가 배트맨을 중심으로 게임만을 위한 새 세계관을 구축했던 아캄 유니버스(아캄버스). 락스테디가 쌓아온 3편의 트릴로지 외에도 WB 몬트리올은 이 아캄버스의 프리퀄을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구축한 적이 있는 곳이다. 비록 아캄버스가 가진 개성에서 벗어나는 무언가를 보여주지는 못했지만, 탄탄한 스토리 전개에 훗날 아캄 나이트에서는 단점으로 지목되는 보스전이 WB의 게임에는 다양하게 구현, 당대 호평을 받으며 외부 개발사임에도 아캄버스 확대에 한 축을 담당했다.

고담 나이트는 아캄버스와 곧장 이어지는 세계는 아니다. 하지만 DC 최고 인기 캐릭터인 배트맨의 죽음이라는 치트키에 가까운 도입부와 게임 등장을 오매불망 기다려온 올빼미 법정의 합류는 이 게임에 대한 기대감을 심어놓기 충분했다.

하지만 정작 실제 게임은 협동 게임(코옵) 구현을 중심으로 설계된 구조 탓에 아쉬움만을 남기는 작품이 됐다.


게임명: 고담 나이트
장르명: 액션 어드벤처 / 멀티플레이 게임
출시일: 2022. 10. 21.
리뷰판: 10.26. 빌드
개발사: WB 게임즈 몬트리올
서비스: WB 인터랙티브 엔터테인먼트
플랫폼: PC / PS5 / XSX
플레이: PC
● 기사에 스포일러가 일부 포함되어 있습니다


아캄버스의 그림자 아래 선 고담 나이트

여느 미국 코믹스가 그렇듯 슈퍼 히어로나 빌런의 죽음은 완전한 끝이라기보다는 주목받은 하나의 이슈로 소비되곤 한다. 특정한 상황, 절대자의 개입, 그것도 안 된다면 이야기 전체를 리부트하는 이벤트 등을 통해 이미 죽었던 인물을 똑같이, 혹은 새롭게 살려내는 것이 가능한 세계니 말이다.

하지만 분명한 건 꾸준히 이어져 온 스토리 아크들 속에서 핵심 인물의 죽음은 당연하게도 그려지지 않았던 변화를 다룬다. 물론 팬들도 인기 있는 슈퍼 히어로의 죽음일수록 그의 부활을 전제로 작품을 감상한다. 어떤 식으로 슈퍼 히어로가 돌아오고, 그 과정에서 전에는 보지 못한 어떤 흥미로운 상황을 전개시킬까에 주목한다. 그러한 전개에 몰입하고 끝내는 팬들 앞에 돌아온 영웅의 모습에 환호한다.

그냥 죽이기 아쉬운 캐릭터의 경우 그런 관점에서 작품을 바라보는 경향은 더욱 뚜렸해진다. 옆동네의 스파이더맨 죽음이 그랬고, DC 역시 슈퍼맨의 죽음과 부활은 꽤 비중있는 이슈에서 다뤄졌다. DC 코믹스의 인기와 흥행, 둘을 양 어깨에 하나씩 올려둔 배트맨의 죽음 역시 다를리 만무하다.


그래서 이러한 팬들의 당연한 기대에 약간의 조미료를 더하도록 게임 개발진은 배트맨의 죽음이 단순히 실종되거나, 기억을 잃는 식의 아침 드라마식 전개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배트맨은 죽었고, 실제 게임에서도 그러하다.

그렇다면 그의 부활이 실제로 이루어지든, 이루어지지 않든, 팬들은 그걸 기대할 것이다. 그리고 그 결말로 가는 중간 과정을 담당하는 이들이 이번 작의 주인공인 네 명의 배트 패밀리다.

딕 그레이슨, 제이슨 토드, 바바라 고든, 팀 드레이크은 모두 배트맨의 사이드킥 출신이자 각자 하나의 슈퍼 히어로로 불릴만큼 성장한 인물들이다. 그들의 아이덴티티인 나이트윙, 레드 후드, 배트걸, 로빈 모두 기원을 따지만 최소 수십년은 된 인물들이고 그에 맞는 서사와 캐릭터 성을 갖춘 인물들이다. 배트맨보다 대중적 인기가 덜할 뿐이지이들 역시 이야기와 설정, 매력점들이 자리를 잡은 상태다.

즉, 단순히 게임 하나를 통해 탄생부터 트리비아를 줄줄이 읊을 필요가 없는 인물들이라는 뜻이다. 여기에 배트맨의 죽음이라는 도입부 때문에 게임에서도 바닥에서 성장해 배트맨의 역할을 할 새로운 아니라, 그의 죽음과 진상을 파악할 인물. 배트맨과 가까우면서도 그를 대신할 자경단원으로서의 자격을 갖춘 인물이 필요했다.


물론 게임 안에서도, 게임을 즐기는 플레이어에게도 배트맨을 대신한다는 데에 불신이 남아있긴 하지만, 그게 온전히 캐릭터를 탄생 단계에서 직조한다는 수준은 아니다. 당연히 이들의 등장은 자연스럽게 이루어졌고 이야기의 주역이 되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이 게임이 아캄버스에서 벗어난 새로운 IP의 출발이자, 아캄버스의 그림자에서 벗어날 수 없는 작품이라는 게 발목을 잡았다.



알 사람들을 위한, 기대와 다른 이야기

배트맨과 네 명의 주역들의 관계는 꽤나 명확하면서도 다르게 다뤄져왔다.

1대 로빈인 딕 그레이슨은 배트맨과의 복잡한 관계에 나이트윙이라는 새로운 모습으로 활동하며 2대 로빈인 제이슨 토드는 조커에게 죽음을 당했다 레드 후드로 다시 태어난다. 바바라는 배트맨의 눈가 귀가 되어주었던 오라클에서 배트걸로 다시 현장에서 뛰며 로빈 역시 오랜 틴 타이탄, 영 저스티스 등에서도 활약한다.

그들 하나하나만으로도 할 이야기들이 많다. 당연히 이야기의 중간 쯤 되는 배트맨 죽음에서 그들의 이야기를 모두 짚어주긴 어렵다.

반면 아캄버스는 만화는 물론 영화, 애니메이션 등을 통해 이들보다는 그 기원과 설정이 훨씬 대중적인 배트맨. 그리고 그 만큼이나 잘 알려진 조커를 아치 에너미로 등장시켜 이야기를 하나하나 쌓아올렸다. 아캄 어사일럼을 시작으로 아캄 시티, 아캄 나이트까지 이어지는 트릴로지는 큰 틀에서 배트맨과 조커의 관계를 핵심 플롯으로 잡았고 그 사이사이에 코믹스에 등장하는 여러 인물들을 끼워넣었다.

▲ 그 어떤 관계보다도 복잡하고 기이한, 그래서 더 유명한 배트맨과 조커

배트맨과 조커가 큰 기둥으로 이야기의 중심을 잡고 여타 이야기는 해도 그만, 알면 더 재미있는 이야기로 만들었다. 여기에 그들의 이야기를 더 깊이 알고자 한다면 게임 안에서 쉽게 파악할 수 있는 코덱스로 이를 설명하고 있다.

고담 나이트에는 이 과정이 빠졌다. 팀 버튼의 손에서 시작된 배트맨 테트랄로지. 배트맨 비긴즈로 시작된 놀런의 배트맨 트릴로지. 저스티스 리그로 이어진 오늘날의 DC 확장 유니버스까지 수많은 영화가 나왔다. 하지만 이것들만으로는 배트맨이 아닌 네 명의 고담 나이트 주인공들의 서사를 모두 이해할 수 없다.

게임에서도 플레이어가 이들의 서사와 설정을 충분히 알고 있다는 전제 하에 진행되는 이야기들이 수도 없이 등장한다.

할리 퀸의 등장에 그녀가 애인의 죽음 이후 고담을 떠났다는 과거를 언급한 팀. 그리고 이내 그것이 제이슨 앞에서는 해서는 안될 말이라는 걸 깨닫는가 하면 바바라와 딕의 과거 관계 역시 꽤 직접적으로 이야기한다.


할리 퀸의 애인인 조커와 레드후드. 그러니까 과거의 로빈 제이슨 토드와의 악연은 배트맨 이야기에 어느 정도 관심있는 이들이라면 모를 수 없는 커다란 사건이다. 이렇게 줄지어 등장하는 설정과 트리비아는 별다른 설명 없이 등장한다. 그것마저도 '팬들을 위해 이런 것도 넣어줬어'라는 식의 뻔뻔한 방식으로 계속된다.

은은하게, 때로는 방심한 순간 터져나와 기쁨을 전하는 이스터 에그 대신 숨김 없이 반복되는 이런 요소들은 팬들에겐 그것들이 진짜 게임에 나오리라는 기대감을 가지게 한다. 하지만 정작 게임에는 언급한 그것들이 없음을 깨닫고 실망할 뿐이다.

반대로 게임만으로는 게임 속 인물들과 사건의 관계를 정황상으로 추측하는 수밖에 없다. 새로운 인물, 요소의 등장에 게임을 하며 팬덤과 같은 위키페이지를 하나하나 찾아보는 수고로움을 감수할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정도 열정을 가졌다면 이미 배트맨의 이야기에 관심을 가진 이라는 게 더 타당한 추론이다.

그리고 게임의 핵심 이야기인 탈리아 알굴의 리그 오브 어쌔신 존재 역시 배트맨과의 관계가 진전된 상태에서 이루어진다. 탈리아는 그저 리그의 수장, 배트맨과의 관계에 대한 직접적인 묘사에서 그 관계를 유추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는 개발진 스스로도 이게 아니다 싶었는지 어느 순간부터는 모든 상황을 인물들의 대사로 줄줄 읊어 이야기를 전개한다.

고담 나이트의 이야기 구성 자체는 예상 가능한 범위 안에서 꽤 깔끔하게 떨어진다. 하지만 결국 이야기는 배트맨을 잘 아는 팬, 혹은 그것을 모르고 게임만으로 접한 이들 모두에게 좋지 않은 이야기 작법에 그친다.




누굴 위한 올빼미 법정인가

여기서 이어지는 이번 작의 핵심 빌런인 올빼미 법정 역시 기대와는 다른 형태로 소모된다.

디씨의 리부트 이벤트인 뉴52를 기점으로 작가 스콧 스나이더의 이름을 한단계 높인 코믹스 배트맨은 올빼미 법정과 배트맨. 더 정확히는 브루스 웨인과 웨인 가와 얽힌 이야기, 암살자 탈론들의 존재 등으로 호평을 받았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잠시나마 DC가 다시금 마블 코믹스를 넘어서는 계기를 마련하기도 했다.

인기 빌런 단체이자 단순히 한 명의 수장 중심에서 벗어난 구조. 그리고 그 시작이 비교적 최근인 올빼미 법정은 코옵 중심의 새로운 배트맨 프랜차이즈 시작을 장식하기에 적합한 단체로 꼽혔음은 일견 합리적으로 보인다.


하지만 앞서 올빼미 법정은 웨인 가문을 포함한 고담의 재력가. 부르스 웨인(=배트맨)과 더 깊은 관계를 지닌 곳이다. 결국 배트맨이 핵심 플레이어블 캐릭터에서 빠진 게임에서 그간 중점적으로 다뤄지지 않은 인기 빌런 단체는 그저 주목을 끌 정도로 소비될 운명이었다.

오히려 아캄버스에서 지긋지긋하게 나왔음에도 그 역할이 많은 조커나 각각의 캐릭터에 맞는 빌런을 다수 배치하는 게 이야기 구조상 더 다채로운 그림이 나올 수 있었다.

바바라 고든은 킬링 조크에서 고든 청장을 미치게 할 목적에 조커로부터 바바라의 나신을 사진으로 찍히고 총격까지 당한다. 조커는 그녀가 배트걸인지는 몰랐다. 하지만 이때 당한 공격으로 바바라는 하반신 마비를 겪고 현장에서 은퇴하게 된다. 리부트 전이든 후든, 제이슨 토드는 조커에게 처참히 살해당하는 인물이다. 또한, 자신을 지키지 못한 배트맨에 대한 분노와 증오로 비뚫어지기도 했다.

여기에 원전의 관계를 보다 중시한다면 근래 메인 빌런으로는 잘 다뤄지지 않은 블록버스터나 아나키. 팬들에겐 친숙한 블랙 마스크, 데스 스트록 역시 이들의 숙적으로 꼽힐 만한 인물이다.

충분히 새로운 인물들로 이야기를 채울 수 있는 동시에 캐릭터 간의 관계의 근거한 이야기 구성. 그러면서도 배트맨의 부활이라는 큰 그림이 달성됐을 때의 이야기 역시 다채롭게 그릴 수 있는 셈이다. 하지만 정작 고담 나이트는 고담에 남아있는 수많은 빌런들을 무시하고 할리퀸, 클레이페이스 정도의 빌런을 메인 스토리 안에서 그려내는 데 그쳤다.

이러한 출현 캐릭터의 부족은 수많은 빌런들의 이야기를 폭넓고, 켜켜이 쌓아올린 아캄버스와 극명하게 대비된다. 이러한 결정은 게임이 강조하는 협동 형태에 이쪽이 더 적합하다고 오판되며 강행됐다.

▲ 중간 다리 정도로 쓰이는 몇 안 되는 빌런들



코옵을 목적으로 한 안이함과 월드 구현

고담 나이트의 구조는 웨인 저택 지하에 위치한 배트 케이브를 대신하는 벨프리로 대체된다. 그저 이벤트 상에 잠시만 들를 수 있는 배트 케이브와 달리 벨프리는 일종의 비밀 거처이자 배트 패밀리가 뭉치는, 원전 속 배트 케이브를 그려내고 있다.

하지만 장비 제작이나 훈련, 캐릭터 변경 등 기본적인 거점 역할 외에 이 장소가 가지는 의미는 크지 않다. 게임의 구조가 벨프리와 고담 시를 구분해 이루어지는 반쪽짜리 월드에 그치기 때문이다.


물론 게임이 이루어지는 고담시 AAA급으로 표현되는 하이 프로덕션 밸류 게임에 어울리는 규모를 가진다. 하지만 게임의 서사는 벨프리에서의 이벤트, 고담시에서의 어줍짢은 범죄자들 제압하며 심문을 통해 증거를 모으기, 얻은 증거를 통해 다음 힌트와 이벤트를 오픈하는 방식이다.

월드 안에서 자연스럽게 다음 이벤트, 다음 상황을 이어가는 식의 오픈 월드 게임과 달리 하룻밤을 기준으로 범죄자를 소탕하고 벨프리에 돌아오면 그날은 끝이 난다.

게임 동선의 구조는 여러 플레이어가 협동하고, 함께 플레이하는 게임에서 더 쉽게 만들 수 있는 구조다. 결국 몰입을 해치고, 연결성마저 떨어지게 하는 구조가 이번 작품의 핵심 구성인 협동 구현에 목적을 두고 조직됐다는 생각을 떨치기 어렵다. 그리고 이렇게 단절된 이야기 안에서 메인 이벤트와 엮이는 서브 빌런들의 등장을 쉬이 늘리기란 쉽지 않다. 보다 쉬운 길을 택한 셈이다.

이야기와 월드 구성이 아쉬운 만큼 게임의 한 축을 담당하는 전투가 그 아쉬움을 채워줘야하지만 실제로는 그마저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다.

▲ 눈에 보이는 타격감은 준수하지만, 단순화, 입력 지연, 진동 부재에 실제 플레이가 이걸 따라오지 못한다

배트맨은 현재 과학기술의 정수가 담긴, 혹은 오버 테크놀로지로 불릴 정도의 기술력을 담은 수많은 가젯을 활용한다. 또 세계 최고의 암살자, 격투가, 탐정, 어둠 속 자경단이라는 명칭처럼 은신으로 아무도 모르게 적을 제압하기도 하고, 특수 기술을 활용한 화력전, 순수하게 몸 하나로 달려드는 적들을 제압하는 맨손 격투 모두 능수능란하다. 그리고 그걸 온전하게 다뤄낸 게 아캄버스 액션의 핵심이기도 했다.

하지만 고담 나이트는 이러한 배트맨의 능력을 제한해 나머지 넷의 배트맨 패밀리에게 나눴다. 권총을 활용하는 레드 후드나 주변 전자기기를 해킹해 적을 교란시키는 배트걸처럼 각각의 능력이 비교적 분명히 구분되고 이걸 게임에 그려내긴 했다. 또, 그걸 위해 개발진 역시 각 캐릭터의 능력, 코믹스나 애니메이션, 드라마 등을 통해 보여준 다양한 기술을 살펴보아야만 했다.

하지만 게임의 핵심 디자인 상 혼자서도 모든 일을 해내는 배트맨보다는 서로의 도움이 필요한, 약간은 부족함이 필요한 영웅이 필요했다. 그래서 이미 다양한 능력에 통달한 배트맨에서 그보다는 수준이 떨어지는 액션을 유저가 받아들이도록 했다.


많은 적을 혼자서 순식간에 제압하지 못하도록 버튼 하나만으로 물처럼 자유롭게 적을 제압해나가는 프리플로우 전투는 비교적 느리고, 투박하게 바뀌었다. 적의 공격을 완벽하게 반격해내는 요소 역시 모습을 감췄다.

배트맨의 죽음은 플레이어의 주목을 끄는, 충격적인 시나리오 도입부인 동시에 코옵에서 지나치게 훌륭한 성능을 가질 수 밖에 없는 '배트맨의 소거'라는 의미 역시 동시에 가지는 셈이다. 코옵이라는 큰 목표를 세워두고 거기에 맞춰 편의적 사고에서 나온 게 배트맨의 부제다. 그리고 배트맨의 인기를 생각하면 능력까지 좋은 배트맨이 많은 이들의 선택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는 추측도 가능했을 법하다.

하지만 배트맨을 없애고 다른 영웅에게 그 능력을 분할해주는 것만이 유일한 답은 아니다. 오히려 배트맨과는 다른 특색있는 능력을 추가로 부여하고, 그에 맞춰 더 도전적인 레벨 디자인을 구성하는 것 역시 가능하다.

개발진은 그러한 의욕적인 목표와 확장보다는 가지고 있는 틀 안에서 게임을 용이하게 구축하는 데 그쳤다. 분명 다른 게임에서는 구현이 쉽지 않은 캠페인에서의 협동 상황 임무는 매끄럽게 진행된다. 그리고 그게 게임의 성장을 막았다.



▲ 조명 각도까지 잡아내는 포토 모드를 보면 모든 부분에서 의욕 부족이 있었던 건 아니다

여러 단점 속에서도 그나마 훌륭한 환경 그래픽을 통해 근사하게 구현된 고담시의 모습은 매력적이라 할 수도 있다. 특히 너무나도 세밀한 옵션을 제공해 아름다운 한 컷을 담아내는 능력 만큼은 빼어나다.

하지만 거대한 고담시가 텅 비다시피할 정도로 지나치게 적막한 세상과 이벤트는 어두운 고담시의 뒷모습 만큼이나 게임을 어둡게 만든다. 또, 요구 사양이 너무 높아 아직은 현역이라고 생각했던 RTX 3080이 너무나도 초라하게 느껴질 옵션 타협이 필수였다.

출시 전 불거진 콘솔 버전의 30프레임 제한에 일부 외부 개발자는 사양이 낮은 XSS 플레이어와의 형평성을 위해 콘솔 30프레임 강제했다고 주장했고 이가 공식 의견인 듯 퍼지기도 했다. 다만 XSX PC의 퍼포먼스를 감안하면 XSS와의 타협을 차치하더라도 현세대 콘솔에서 30프레임 초월은 쉽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비판을 두고 꾸준히 패치가 이루어지고 있는 부분만이 위안으로 삼을 만하다.

큰 성공을 거두며 슈퍼 히어로 게임의 표본이자 오픈 월드 게임 추천 목록에 이견 없이 이름을 올릴 아캄버스. 고담 나이트는 안이한 목표와 노력, 그리고 코옵에 대한 이해로 과거 코믹스 기반 게임이 실수했듯 거대한 배트맨 프랜차이즈 안에서 IP에 힘을 빌려보려는 작품에 그치고 말았다.

그나마 스토리와 구분된 엔드 콘텐츠로 갈수록 활용 가능한 기술이 많아져 답답한 조작을 무시하고 펼치는 액션은 볼 맛이 난다. 슈트 개조를 통한 숫자 놀이 자체와 빌드 구성 정도의 재미는 남았다. 본격적인 협동 콘텐츠 히어로 어설트 업데이트가 본작의 아쉬움을 뒤집어낼 힘은 있는 셈이다. 물론 업데이트전까지 여력이 있을 플레이어가 남아있다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