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본능 중 하나는 나만의 공간을 갈망한다는 점이다. 내 입맛대로 꾸며진 방 혹은 자동차, 내 집을 넘어서 개인 사무실을 취향대로 꾸미는 것은 상상만으로도 자극적이다. 달콤했던 마이 플레이스에 대한 환상은 문득 아까 점심 참았던, 할인하는 사이드 메뉴만큼이나 종종 눈에 밟혀 마음 한곳에서 쿡쿡 쑤셔댄다.

집을 뒤집어엎자니 비용도 비용이지만 DIY할 자신도, 내 상상과 업계 전문가의 작품은 항상 달랐기 때문일까. 그래서 게이머들이 데스크테리어에 열광하나 보다. 내 집에서 그나마 입맛대로 꾸며댈 수 있는 공간이라면 PC 환경만큼 적합한 장소도 없다. 마침 투잡과 언택트가 공존하며 일과 생활의 경계가 사라지고 있기에 PC 환경과 사양을 업그레이드해야 한다는 적당한 핑곗거리도 있고.

다만 데스크테리어, 생각보다 쉽지 않다. 높아진 눈에 비해 하찮은 디자인 감각 때문일까. 분명 다른 사람의 데스크테리어를 보며 "야 ㅋㅋㅋ 내가 그것보단 잘하겠다"라던가 "아니, 차라리 저걸 쓰지?" 등의 소리 없는 훈수를 통해 섀도복싱으로만 치면 타이틀전은 진출할 만큼 시뮬레이션한 것 같은데 막상 내 PC 공간의 사이즈를 재놓고 보면 머릿속이 백지가 된다.

데스크테리어가 궁금하다면? 국내 데스크테리어 장인, '오늘의 데스크' 인터뷰 기사 바로가기

공간 디자인에 영 소질이 없는 내게도 이 책상이 있다면 뭔가 답이 나올 것 같아 소개한다. '시크릿랩 매그너스 프로 스탠딩 메탈 데스크(Secretlab MAGNUS Pro, 이하 시크릿랩 매그너스 프로)'. 책상 규격도 150cm/70cm(길이/높이)의 일반 모델과 177cm/80cm의 XL 모델을 지원하며 게이머라면 눈 돌아갈만한 액세서리도 별개로 취급하고 있다. 물론 경쟁 업체 제품 중 찾아볼 수 없는 기술, 특히 안정적인 모션 데스크 기능을 지원하지만 가격 또한 동종 제품에서 찾아볼 수 없는, 100만 원이 넘는 데스크이기에 눈이 한 번 더 뒤집힐 수도 있겠다.

▲ 크기는 150cm의 일반 모델과 177cm의 XL 모델 두 가지를 지원한다





왜 모션 데스크인가?

▲ 어깨 건강과 바꿔 먹은 샹들리에. 내 선택이었지만 주기적인 통증이 올 때면 억울하다

요식업 그 언저리에 종사한 적이 있는데, 가게를 차려본 사람들은 다 알겠지만 보여주기 위한 공간을 위해 모든 것을 투자했다. 그러다 보니 보이지 않는 공간, 특히 주방 같은 곳에서 한 푼이라도 아끼기 위해 작업대와 냉장고, 싱크대 등은 모두 표준 제품으로 구입했다. 그렇게 신장에 비해 월등히 낮은 제품을 매일 사용하다 보니 어깨가 굽어 망가졌고, 그 후유증은 여전히 남아있을 정도다.

표준 제품은 맞지 않다고 생각하여 내 컴퓨터 책상을 살 때 무려 10cm를 올리는, 커스터마이징을 해서 구입했다. 구입처에서 1cm 아니고 10cm 맞냐고 3번이나 전화가 올 정도로. 높이가 낮은 제품에 대해 신물이 나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그러한 선택을 했고 여전히 후회하고 있다. 의자를 끝까지 올리면 다리가 닿질 않고 발 닿을 정도로 내리면 어깨가 올라가는 애매한 규격의 책상을 쓰고 있다. 아, 내 책상 높이가 움직여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러한 게이머의 불편함에서 출발한 것이 '모션 데스크'다. 말 그대로 높이가 조절되는 책상. 비록 제품의 가격은 일반 책상에 비해 몇 배가 되기도 하지만 모션 데스크를 한번 써보면 사람이 어떤 게임, 혹은 작업을 할 때마다 편한 자세가 각기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당장에 키보드와 마우스를 사용하는 게임과 컨트롤러를 사용하는 게임을 할 때 편한 자세가 다른 것처럼 말이다.

다만 소비자 입장에서 조심스레 얘기하자면 모션 데스크라는 걸 선뜻 구입하기 쉽지 않다. 가격도 가격이지만 책상이 흔들린다는 얘기도 들리고, 점점 기울고 있다는 후기도, 높이 조절 기능이 작동하지 않는다는 얘기도 들려온다. A/S가 잘 된다 한들, 그럼 그동안 나 컴퓨터 못하는 거 아니야?

이러한 시장에 싱가포르의 하이엔드 게이밍 의자 기업, '시크릿랩(Secretlab)'에서 국내에 도전장을 낸 것이다. 사실 이러한 시도가 처음은 아니다. 기존에 취급하던 제품이 있었지만 아쉽게도 국내에서 취급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그 간 시도들을 통해 국내에 진출할 근거가 생겼겠고, 그렇게 이번 시크릿랩 매그너스 프로는 국내에서 만나볼 수 있게 된 것이다.

▲ 현재 집에서 사용하고 있는 PC 데스크. 표준 책상 높이가 70cm인 것을 생각하면..





주요 기능

▲ 금칠이라도 했을까, 어떻게 100만 원 이상이지? 한번 알아보자

제아무리 좋다 한들 100만 원이 넘어가는 책상이라니, 지갑을 쉽게 열 수 없는 금액이긴 하다. 모션 데스크를 사용해 본 적 없는 유저 입장에서 시크릿랩 매그너스 프로의 주요 기능들을 간단히 소개하고자 한다.



65cm~125cm! 일어서서도 사용 가능!

시크릿랩 매그너스 프로의 높이 조절은 65cm에서 125cm까지 지원한다. 125cm의 경우, 신장 181cm 기준으로 서서 일한다고 가정하여 시뮬레이션 했을 때 어깨가 올라갈 정도로의 높이다. 물론 지정된 높이 없이 지원하는 범위 내에서 밀리미터(mm) 단위로 정밀하게 조절할 수 있으며 사전 설정을 통해 3가지의 표준 높이도 지원한다.

시크릿랩의 모션 데스크 기능은 국제적으로 인정을 받는 기관의 엄격한 테스트 및 시뮬레이션을 거쳤다고 한다. 소개된 대표적인 3가지 테스트로는 힌지 수명 주기 테스트, 4X 모터 수명 테스트 그리고 분산 기능 부하 테스트다. 각각 10,000번의 개폐 주기를 통해 후면 힌지 커버 배치, 위아래 20,000회의 사이클을 견디는 이중 전기 모터, 다중 모니터 환경도 견디는 118kg의 분산 하중 등으로 안내되어 있다.

통합 백라이트 제어판(높이 조절 컨트롤러)이 터치로 작동하기 때문에 락을 걸 수 있는 온오프 스위치도 탑재했다. 또한 책상이 장애물과 충돌했을 때 움직임을 멈추는 충돌 방지 감지 기능을 지원한다. 아울러 통합 백라이트 제어판이 동종 제품과 다르게 돌출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의자 움직임으로부터 자유롭다는 소소한 강점도 있다.

너무 신기해서 이것저것 눌러보는 중, 옆 팀의 선배가 지나가면서 "출근할 때 제일 높게 해두면 우리 집 아기가 뭐 못 만지겠다. 편하겠네"라며 해당 기능의 새로운 활용 방안도 언급하고 갔으니 참고할 유저께서는 체크하시길.

▲ 사용자 기준 우측에 부착된 터치식 컨트롤러를 통해 정밀하게 책상 높이 조절이 가능하다

▲ 일반적인 모션 데스크는 높이 조절 컨트롤러가 돌출형으로 되어 있어 의자의 움직임을 제한시킨다





통합 전원 공급 장치를 통한 깔끔한 선 정리


제품의 왼쪽 다리에 콘센트가 위치하고 있는데 해당 위치에 플러그를 연결할 경우, 앞서 언급한 모션 데스크 기능을 비롯하여 모든 기기들과 연결할 수 있는 전력을 지원한다. 말을 좀 편하게 하자면 책상에 멀티탭을 꽂을 수 있다. 그냥 전원 공급 장치에만 의의가 있는 것이 아니라 안전 표준 및 규제 요구 사항을 철저히 준수하여 설계했다. 파우더 코팅 마감을 비롯하여 열 회로 차단기, 절연 장치, 분할 및 접지 모두 지원한다.

"All desk, no cable mess"라는 시크릿랩 매그너스 프로의 슬로건답게 멀티탭은 별다른 도구 없이 케이블 매니지먼트 트레이에 수납할 수 있다. 책상 안쪽 면에 열리고 닿히는, 선들을 매립하기 딱 좋은 공간을 지원한다. 해당 공간을 통해 PC를 비롯한 모니터, 주변기기 등의 모든 선들을 숨길 수 있다.

▲ All desk, no cable mess. 책상 위에 전선은 모두 숨길 수 있다?

▲ 주섬주섬..




자석으로 달라붙는 전용 액세서리

▲ 마그네틱 장인(?) 브랜드, 시크릿랩

자석을 잘 활용하는(?) 브랜드의 제품인 만큼 전용 액세서리 대부분도 자석으로 깔끔하게 부착이 가능하다. 전용 액세서리는 마그네틱 케이블 앵커, 싱글 및 더블 모니터 암, PC 마운트, 헤드폰 행어, 마그네틱 케이블 커버, MAGPAD 데스크 매트 그리고 MAGRGB LED 스트립이다.

'MAGPAD 데스크 매트(Secretlab MAGPAD Desk Mat)'의 경우, 시크릿랩 매그너스 프로 데스크 위에 자석으로 결합되는 가죽 매트다. 출시된 지 오래된 제품이 아니다 보니 아직은 선택이 제한적이지만 추후 시크릿랩 의자와 같이 다양한 시그니처 및 스페셜 에디션 매트를 공개할 예정이라 밝혔다.

'MAGRGB LED 스트립(Secretlab MAGRGB 스마트 조명 에디션)'도 마찬가지로 자석으로 결합되는 게이밍 조명으로, 데스크테리어에 관심이 있는 유저라면 친숙할, '나노리프(Nanoleaf)'와 소프트웨어에 호환 및 원터치 통합이 가능한 제품이다.

나머지 각각의 제품 또한 자석으로 연결된다. 마그네틱 케이블 앵커는 책상 위로 올라오는 각각의 선 정리를 깔끔하게 할 수 있도록 자유롭게 위치를 잡아주며 마그네틱 케이블 커버는 책상 아래에 어쩔 수 없이 위치한 선들을 시각적으로 깔끔하게 가려주는 역할을 한다. PC 마운트와 헤드폰 행어는 각각 컴퓨터 본체와 헤드폰을 손쉽게 거치할 수 있게 한다. 마지막으로 '시크릿랩 매그너스 싱글/듀얼 모니터 암'은 모니터의 기울기, 회전 및 각도를 자유롭게 지원하는 모니터 암으로 조립이 간단하여 초보자도 손쉽게 탈부착할 수 있다.

▲ 시크릿랩 매그너스 프로와 자석으로 결합되는 다양한 액세서리를 별매품으로 취급하고 있다


▲ 나노리프의 앱과 연결하여 단독으로, 혹은 나노리프 LED 조명과 통합으로 관리가 가능하다





제품 사진

▲ 표준 높이에서 봤을 때의 모습

▲ 데스크테리어 초보자도 별다른 세팅 없이도 어떤 느낌으로 세팅해야할 지 느낌이 온다

▲ 참고로 시크릿랩 측에서는 2명에서 조립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 시크릿랩 제품들은 포장 상태만 봐도 신뢰도가 급격히 상승한다


▲ 이 콘센트를 통해

▲ 선이 보이지 않는 PC 환경이 구축되다니..

▲ 책상을 견고하게 지탱하는 장치

▲ 본격 멀티탭 숨기기

▲ 왜 손을 가만두지 못하니

▲ 깔끔해 보이는 공간 뒤에는

▲ 선들이 숨어있다


▲ 자석으로 부착되는 시크릿랩 매그너스 MAGPAD 데스크 매트

▲ 별도로 패드를 하나 더 깔아도 되겠지만, 그냥 이대로 사용해도 괜찮았다

▲ 스티커, 파괴한다 큭큭..

▲ 헤드폰 행어는 이렇게 생겼다


▲ 책상과 자석으로 결합되어 원하는 위치에 부착할 수 있다

▲ 마그네틱 케이블 앵커의 자성이 굉장히 강력하다. 원하는 위치로 케이블을 유도할 수 있을 정도

▲ 보기 싫은 굵직굵직한 케이블들을 숨길 수 있는 마그네틱 케이블 커버

▲ 잘 포장된 모니터 암

▲ 나사 하나만 고정하면 된다. 나머지는 끼우는 형태라 결합이 간편했다


▲ 원하는 각도와 높이로 조절할 수 있다


▲ 움직임은 자유로운데 굉장히 견고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 내려가유

▲ 일반 모델(150cm)도 생각 이상으로 쾌적한 공간을 제공한다





마치며

▲ 모션 데스크를 통해 내가 가장 편하게 느낀 높이는 75.6cm라는 것을 알았다

모션 데스크를 적극 찬양하는 동료 기자들에게 이것저것 물어본 결과를 일일이 풀긴 어렵겠다. 저마다의 취향과 사정, 그리고 돈 쓴 값을 해야 한다는 기대 심리도 작용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두가 입을 모아 하는 말은 "모션 데스크에 돈 절약하고 싶으면 차라리 그 기능 없는 일반 데스크를 사라"였다.

내구성에 대해서는 길게 얘기하기 어렵겠다. 출시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제품이기 때문이다. 꾸준히 여러 방법으로 사용하다가 나중에 사용 후기에서야 얘기할 수 있겠지. 다만 시크릿랩이 여태까지 보여줬던 제품의 견고함을 생각한다면 그리 걱정이 될 일도 없다. 다만 역시 가격이 문제. "좋아 보인다, 한 번 사볼까?"라고 하기엔 입문용 게이밍 PC를 웃도는 가격이며, 눈을 사로잡는 시크릿랩 매그너스 프로의 전용 액세서리까지 추가하면 중급형 사양도 거뜬한 컴퓨터를 만날 수 있을지 모른다.

100만 원이 넘는 평범한 책상이라는 제품 하나가 아닌, 정돈된 게이밍 환경을 생각했을 때 필요한 높이 조절 기능을 비롯하여 완벽히 호환되는 모니터 암, 선 정리 도구, 각종 주변기기 거치대 등을 별도로 구입할 수 있는 완제품의 개념으로 바라본다면 생각보다 괜찮을 수 있겠다. 제아무리 높은 가격이라도 해당 분야에서 갈증을 해소해 주던 제품은 없었던 것은 사실이니. 어느 정도의 경제력이 받혀주는데 나만의 PC 환경 조성에 감이 잡히지 않는 게이머에게는 시크릿랩 매그너스 프로 모션 데스크를 대체할 수 있는 제품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시크릿랩 매그너스 프로 모션 데스크는 내 책상 구조에 이 모니터 암이 호환될까, 케이블 연장선을 샀는데 안 어울리면 어떡하지, 선은 어떻게 배치하고 어떻게 숨길 수 있을까 등. 서론에 언급한 달콤했던 상상을 가로막던 그 장애물들이 현질 한방에 픽픽 나가떨어지는 선택이 될 수 있겠다.

▲ 오늘부터 돈 모은다.. 진짜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