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월, 카카오가 진행한 카카오 나우에서 님블뉴런이 서비스 중인 이터널 리턴의 콘솔판, '이터널 리턴: 루미아 익스페리먼트'(이하 루미아 익스페리먼트)에 대한 정보를 공개했었다. 출시 목표 기간은 올해 겨울로 잡았었지만, 아쉽게도 올해의 마지막 주가 지나가는 현재, 루미아 익스페리먼트의 추가 소식을 들을 순 없었다.

대략적인 정보가 공개되었다면 내년 상반기에 발매될 것이라는 행복회로를 불태울 만하겠으나 그것도 아닌지라 추가 소식 발표라도 있었으면 하는 심정이다. 그러다 문득 이터널 리턴을 과연 콘솔을 어떻게 이식할까 궁금해졌다. PC 게임과 콘솔 게임은 근본적으로 큰 차이가 있음에도 이런 부분을 고려하지 않아 부정적인 평을 받았던 사례가 꽤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루미아 익스페리먼트는 이런 불상사를 겪지 않길 바라며, 콘솔판 출시에 앞서 고려해야 할 부분들을 몇 가지 골라보았다.


왜 특정 장르는 콘솔로 나오지 않는 걸까
키마와 패드는 다른 기기

우선 본격적인 내용에 들어가기에 앞서, 서문에 작성했던 PC와 콘솔의 근본적 차이에 설명해보려 한다. PC 게임의 경우 직관적으로 조작할 수 있는 키보드와 마우스(이하 키마)로 조작한다면, 콘솔은 조금 더 간소화된 패드로만 조작하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AOS나 RTS같이 복잡하거나 빠른 조작을 해야 하는 장르의 게임은 PC로만 발매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루미아 익스페리먼트가 발매된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과연 어떻게 이식할 것인지 의문이 들었다. 올해 3월에 있었던 인터뷰 내용에 따르면 콘솔 패드에 최적화된 플레이를 구현하겠다는 내용이 있었으나 구체적으로 어떻게 적용되는지는 알려진 게 없다. 그래서 과연 패드에 얼마나 최적화된 조작 방법일지 기대되는 한편 걱정되기도 한다.

▲ XBOX 플랫폼에는 RTS 장르인 헤일로 워즈 시리즈가

▲ 닌텐도 스위치에는 AOS 장르인 포켓몬 유나이트가 있으나 플랫폼별 독점 IP 게임이니 예외로 치자.


타게팅 스킬과 논타게팅 스킬 조준의 변화
마우스가 없으면 어떻게 캐릭터를 조준할 수 있을까

우선 스킬 사용이나 공격 시 대상 타게팅을 어떤 방식으로 적용할지부터 고민해야 한다. PC의 경우 마우스로 목표 대상이나 방향으로 커서를 옮겨 클릭하면 됬지만, 콘솔은 마우스가 없기 때문이다. 물론 이에 대한 대책은 꽤 오래전부터 나왔었다. 오른쪽 아날로그 스틱으로 방향을 입력해주고 게임 내에서 보조해주는 방식이다.

이 방식은 모바일 플랫폼으로 서비스 중인 AOS를 참고하면 된다. 실제 모바일 게임 중 특정 장르의 게임은 아날로그 스틱처럼 조작이 가능한 버튼을 화면에 띄우는 시스템을 사용해왔다. AOS 장르 게임도 이와 비슷한 조작 방식을 많이 사용 중이다. 공격은 가장 가까이 있는 대상 또는 지정한 방향 중 가장 가까운 대상을 자동으로 타게팅해 공격하는 방식이 주로 쓰인다. 이처럼 루미아 익스페리먼트도 어느 정도 타게팅을 보정하는 방식을 채택하지 않을까 예상한다.

그렇다면 논타게팅 스킬은 어떨까. 논타게팅의 경우 조금 민감한 내용이긴 하다. 사실 이와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는 게임이 하나 있는데, 바로 에이펙스 레전드다.

에이펙스 레전드는 FPS 장르 게임으로, 키마로 플레이할 때는 아무 문제 없으나, 게임 패드를 연결할 경우 자동으로 조준 보정이 활성화된다. 문제는 보정이 꽤 크게 적용되다 보니 상위권 유저 중에 키마 유저보다 패드 유저가 많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물론 이렇게까지 강력한 보정이 필요하다는 것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의 보정이 적용되거나 따로 설정할 수 있게 추가하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 사실 모바일에 괜찮은 예시가 많다. 이미지는 리그 오브 레전드: 와일드 리프트.

▲ 장르가 다르긴 하지만, 에이펙스 레전드는 패드 사용 시 자동으로 조준 보정이 적용된다.


PC판과는 다른 밸런스 적용
오버워치는 훌륭한 예시

PC 게임, 그것도 피지컬과 컨트롤이 중요한 PVP 장르 게임을 콘솔로 이식하면서 밸런스도 그대로 가져오면 좋은 소리를 듣긴 어렵다. 조작 방식 차이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라 할 수 있는데, 실제 콘솔판 오버워치의 경우 PC판과 콘솔판에서 선호하는 영웅 목록이 다르기도 했다.

PC판에 적용된 밸런스를 그대로 가져오면 게임 밸런스가 망가져 이도 저도 아닌 상태가 되거나 특정 캐릭터만 주로 사용되는 메타 고착화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진다. 블리자드는 이 문제를 예측해 PC판과는 다른 밸런스를 적용할 것이라 발표했었으며, 실제 PC판과 다른 밸런스 패치를 적용했었다. 이전 님블뉴런 콘솔 PD '타무라 코지'의 인터뷰 내용을 보면 콘솔은 콘솔끼리의 크로스 플레이를 지원하고 싶다는 것으로 보아, 루미아 익스페리먼트도 이런 노선을 선택했을 것으로 추측한다.

▲ 오버워치는 콘솔과 PC의 밸런스를 다르게 적용했다.


추가 조작 요소
세세하지만 큰 변화

추가 조작 요소라니 대체 무슨 말일까. 간단하다. 기존 PC판에는 없는 새로운 조작 시스템을 콘솔판에 추가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시로 디아블로 3가 있다. 콘솔판 디아블로 3에는 PC판에는 없는 '구르기'라는 시스템이 있다.

단순히 캐릭터가 지정한 방향으로 조금 빠른 속도로 구르는 것뿐 별다른 효과는 없다. 하지만 이 소소한 변화는 게임 초기 답답한 전투를 비교적 원활하게 풀어줬고, 덕분에 PC보다 조작이 불편함에도 쾌적하게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었다.

특히 이터널 리턴은 패드로 할 경우 손이 매우 바빠질 것이고, 전투의 흐름이 변할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위와 같은 새로운 조작 방식을 지원함으로써 패드 조작 시의 불편함 또는 지루함을 덜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 오직 콘솔판에만 추가된 디아블로 3의 '구르기' 기능.


UI 간소화
게임의 인상을 바꾸는 중요한 요소

콘솔 게임은 대게 메뉴 조작이 간소화되어있는 편이다. 아무래도 마우스처럼 직접 이동해서 조작하지 못하다 보니 패드로도 쉽게 조작할 수 있도록 메뉴를 간소화한 것이다. 물론 RPG처럼 신경 써야 할 시스템이 많은 장르의 경우엔 제공하는 편의성에 한계점이 있으나, 꾸준히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흐름을 해치지 않기 위해 빠르고 직관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편의 기능을 계속 추가하고 있다.

단순히 게임 플레이 도중 나오는 UI뿐만 아니라, 게임 로비와 같은 메인 메뉴에도 이런 편의성이 확장되고 있다. 이터널 리턴 역시 콘솔에서 접근성을 높이려면 UI의 간소화 작업이 더욱 필요할 것이다. '차라리 마우스 커서처럼 조작할 수 있는 버튼을 만들면 서로 편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썩 좋은 방법은 아니다. 실제 유명 게임 개발사 중 하나인 유비소프트는 해당 방법을 여러 게임에 적용해왔다.

커서를 움직이는 방법은 패드의 방향 버튼이나 아날로그 스틱뿐이므로 마우스로 조작할 때보다 훨씬 이질적이고 불편함만 느껴졌다. 그래서 대다수 유저가 좋아하지 않는 조작 방식이며, 이를 그대로 답습하면 첫인상은 썩 좋진 않을 것이다. 물론 이전 인터뷰에서 UI는 새로 만들고 있다고 언급되었으니 아마 콘솔 패드로 조작하기에 최적화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 세세한 게 보긴 좋지만, 콘솔의 특징을 고려한다면 조금 더 간소화가 필요하다.

▲ 위쳐 3에서 전투 도중 스킬 창을 열 수 있다. 제작 가능 아이템이 이렇게 표기되어도 좋지 않을까.

▲ 유비소프트의 어쌔신 크리드: 오디세이. 포인터를 움직여 조작하는 방식으로 유저 반응은 썩 좋지 않다.


마치며
어찌됬든 잘 나와줬으면 좋겠다.

이러쿵저러쿵 희망 사항을 얘기했지만, 결국 어떻게 나올지는 개발자 빼고 아무도 모를 일이다. 단순히 설레발을 친 것일 수도 있겠지만 이렇게까지 오랫동안 소식이 나오지 않으면 팬 입장에서는 불안할 수밖에 없기도 하다. 비슷한 장르의 게임을 콘솔에 이식한 사례가 없진 않지만, 도전적이고 어려운 작업이 될 것이라는 것도 사실이다.

이터널 리턴만의 재미와 매력을 콘솔에서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작품이 나올지는 다음에 공개될 새로운 정보를 듣고 기대해보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