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리온의 경기력에 대한 말이 많다. 현재 브리온의 성적은 4승 10패로 7위다. 6위 리브 샌드박스과 무려 4승 차이다.

단순히 성적 때문만은 아니다. 브리온의 경기를 보고 있자면, 아쉬운 느낌을 자주 받았다. 초반에 유리한 적이 생각보다 많았는데 그걸 승리로 연결짓지 못하고 상대에게 역전당하는 그림이 자주 나왔다.

브리온에서 현재 유일하게 빛나는 선수가 있으니, 바로 정글러 '엄티' 엄성현이다. 그의 인게임 지표를 살펴보면, 그가 몸담고 있는 팀이 중하위권으로 밀린 게 맞는지 두 눈을 부릅뜨고 다시 쳐다보게 만든다.

먼저 브리온의 팀 지표는 그리 좋지 않다. 순위가 낮으니 당연한 결과다. 킬과 데스의 비율이 0.77, 평균 포탑 파괴 횟수는 4.7, 초반 골드 차이는 평균 -1천, 평균 포탑 방패 파괴 횟수는 2.57 등. 전반적으로 하위권을 기록 중이다.

반면, '엄티'의 개인 지표는 굉장히 준수하다. 지난 젠지전을 앞두고 방송을 통해 공개됐던 '엄티'의 개인 지표는 많은 팬을 놀라게 했다. 7위 팀의 정글러가 개인 지표에서 대부분 최상위권에 올라있었기 때문이다.

단순히 인게임 지표만 좋은 건 아니었다. 그가 라인전 단계에서 보여줬던 독특한 정글 동선과 창의적인 갱킹 경로는 팀에 많은 것을 벌어줬다. 브리온이 초반에 유리한 경우가 많았던 건 대부분 '엄티'의 초반 활약 덕분이었다.

하지만 브리온은 그와 별개로 연패에 힘겨워했다. 그 이유를 최우범 감독의 패자 인터뷰에서 유추할 수 있었다. 최 감독은 브리온 내에서 '엄티'의 어깨가 너무 무겁다는 사실을 꾸준히 강조했다. 그는 "우리 팀에 메이킹 하는 선수가 '엄티' 뿐"라고 밝힌 바 있다.

LoL은 다섯 명이서 하는 게임이다. 포지션으로 선수들을 구분하는 모든 종목 스포츠가 그런 것처럼, 모두 맡은 바 임무를 확실히 해내야 승리로 한 걸음 내딛을 수 있다. 에이스 혹은 그에 준하는 한 명에게 다른 사람들이 해야하는 것까지 모조리 맡긴다면, 그 선수는 과부하로 무너질 가능성이 높다.

현재 브리온이 그렇다. '엄티' 혼자 너무 많은 걸 혼자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인게임 오더와 콜은 물론, 플레이메이킹이나 이니시에이팅 모두 브리온 네 명의 팀원이 '엄티'에게 의존하는 듯한 모습을 자주 보인다.

그런 와중에 '엄티'가 했던 패자 인터뷰가 화제를 모았다. T1전 패배 직후, '엄티'는 "난 경력이 오래 되어 T1의 성장을 지켜본 선수다. T1을 상대해보니 성장한 최종 형태를 보는 것 같아 나 스스로에 안타까움을 느꼈다"고 했다. 답변 중엔 눈물을 보이며 울먹이기도 했다. 현재 T1 소속 선수들은 '페이커'를 제외하면 모두 '엄티'보다 경력이 짧다. 그런 의미에서 '엄티'는 자신은 멈춰있는 동안 훌쩍 성장한 후배들을 보며 다양한 감정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오랜 경력 속에서 항상 빛나는 선수들을 응원한다. '엄티'에겐 조금 다른 느낌의 응원을 보내고 싶다. 팀이 힘겨운 와중에도 '엄티'가 인게임에서 보여주는 수많은 플레이와 그에 따른 훌륭한 지표는 과장된 것이 아닐 것이다. 그는 사전적 의미의 Hype Jungler(과장된 정글러)가 아닌, 우리가 익히 쓰는 표현을 활용한 Hype Jungler(멋진 정글러)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