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27일, 잔디소프트가 개발 및 서비스하는 '매드월드'가 정식 출시를 맞이했다. 흔하지 않은 HTML 기반의 MMORPG와 독창적인 아트로 입소문을 탄 매드월드는 국산 게임이라고 믿기 어려운 잔혹한 연출 그리고 세계관을 선보이며 기대를 불러일으켰다.

정식 출시 후 즐겨본 매드월드는 알파 테스트 시절과 비교해서 크게 달라지진 않았지만 개선된 전투 템포와 레벨 디자인 그리고 역경과 고난 끝에 정제된 내러티브 덕분에 확실히 다른 MMORPG와 차별화되는 모습을 보여줬다. 다만, 마냥 좋은 모습만 보여줬던 것은 아니다. 테스트에서는 느낄 수 없는 온라인 게임이기에 보이는 몇 가지 문제는 앞으로 매드월드가 넘어야 할 또 다른 과제로 다가온다.


게임명: 매드월드(Mad World)
장르명: MMORPG
출시일: 2023.4.27
리뷰판: 0.11.57.3.2
개발사: 잔디소프트
서비스: 잔디소프트
플랫폼: PC(Html)
플레이: PC(Html)



절망 속에 피어나는 희망, 감정을 건드는 내러티브

요즘 출시되는 실사 뺨치는 고퀄리티 그래픽의 게임들과 비교하면 매드월드의 비주얼은 2023년 출시된 최신 게임이라 부르기엔 살짝 민망한 모습이다. 그러나 세월을 크게 타지 않는 유니크한 디자인은 장기 서비스를 목표로 하는 MMORPG에선 큰 흠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한 번 보면 쉽게 잊을 수 없기에 매드월드의 매력을 더해주는 요소로 느껴지기도 한다.

이처럼 처음 매드월드를 본 사람들은 특색있는 아트와 이로 표현되는 잔혹함을 주로 기억에 담는다. 일반적인 게임과 괴를 달리하는 아트 덕분에 초반 진입 장벽이 높은 편이지만 이러한 아트 스타일을 좋아하는 게이머라면 쉽게 지나치기 어렵다. 그래서 대부분 게임을 직접 해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매드월드의 가장 큰 특징으로 이러한 아트, 그리고 잔인한 연출 등을 꼽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이전 테스트부터 꾸준히 참여한 입장에서 매드월드의 가장 큰 특징이자 장점을 하나 꼽으라고 한다면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내러티브라고 말할 자신이 있다. 단순히 잔혹함만을 내세운 세계가 아니라 인간의 오묘한 감정선을 톡톡 건드리는 매드월드만의 스토리 그리고 연출은 이 게임의 겉모습이 아닌 내면 속으로 빠져들게 만들기 충분하다.

▲ 잔인한 표현이 싫다면 꼭 비활성화를 추천한다

예전 인터뷰에서 잔디소프트의 윤세민 대표는 내러티브에 특히 많은 공을 들였다고 밝힌 바 있다. 프로젝트의 목표가 기존 MMO와 차별화되는 아이덴티티를 갖춘 MMO였고 그중에서 세계관의 구성과 내러티브를 풀어가는 방식 그리고 연출을 주요 강점으로 가져가고자 했다.

많은 MMORPG가 세계관 그리고 내러티브에 공을 들였다고 하지만 게임 내 세계관에 진정으로 몰입할 수 있게 만드는 곳은 드물다. 현실에서 느낄 수 없는 색다른 체험과 즐거움을 선사해주는 세계로 봤을 땐 부족함이 없으나 진정 그 세계에 몰입해서 내 캐릭터 그리고 더 나아가 내게 퀘스트를 주는 NPC의 감정까지 헤아리게 하진 않는다.

옆집 아저씨가 늑대 고기가 필요하다고 하니 '줘'라고 하거나 몬스터가 귀찮게 구니까 치워 '줘'와 같은 느낌으로 반복되는 퀘스트 라인은 내가 영웅인지 혹은 단순 심부름꾼인지 헷깔리게 만든다. 결국 플레이어는 세계를 구하기 위한 영웅으로서 주민들의 부탁을 들어주는 게 아니라 단지 퀘스트 보상만을 바라고 설명을 스킵한 채 몬스터 사냥에만 열을 올리게 된다.


반면, 매드월드는 조금 다르다. 악마가 점령한 세상에 꿈과 희망은 사치로 남았으며, 살아남은 소수의 인간들은 하루라도 더 살기 위해 남의 물건을 뺏거나 죽이는데 거리낌이 없다. 그저 살기 위해 발악하는 이들의 행동은 겉으로만 봤을 땐 잔인하고 자극적인 소재로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게임을 하다 보면 이런 단편적인 모습이 아닌 죽음 앞에 어쩔 줄 몰라 스스로에게 죄가 없다고 해명하는 늙은 이와 버려졌지만 끝끝내 딸을 생각하는 노모의 마음 등을 느낄 수 있다. 비극적인 일만 가득한 세계지만 그 속에는 단지 형태만 일그러졌을 뿐 현재와 크게 다르지 않은 희노애락이 숨겨져 있는 셈이다.

이런 복합적인 감정선은 퀘스트의 흐름 내내 이어져 가며, NPC는 단지 부탁만 하는 존재가 아니라 명확한 목적을 갖고 대화를 거는 사람으로 변모한다. 이전 로그가 남는 지문 방식과 중간 중간 고퀄리티의 성우 녹음이 가미된 퀘스트 지문 방식 또한 스킵이 아닌 정독하게 해주는 주요 장치 중 하나이다.

▲ 한 번으로 끝나는 퀘스트지만 여운은 오래 간다

개발 초기의 매드월드와 정식 출시 된 매드월드의 가장 큰 차이가 이러한 내러티브의 방식에 있다. 단순히 잔인하기만 해선 대중의 공감을 사기 어렵다. 사람을 죽이기만 하는 호러 영화보단 여러 감정이 뒤섞인 호러 영화가 여운이 남는 것처럼 매드월드 역시 잔인함 속에 여러 감정을 내포시키는데 집중했고 결과적으로 성공했다고 느껴진다.

이처럼 단발적으로 끝나는 일회성 퀘스트가 아니라 공감되고 생각하게 만드는 내러티브의 전개는 콘솔 게임처럼 앞으로의 스토리를 궁금하게 만들고 더 나아가 세계관에 관심을 갖게 만든다.

개발사 역시 이를 강점으로 삼은만큼 게임 내외적으로 세계관을 더 자세히 알 수 있도록 여러 장치를 마련해뒀다. 특히, 게임 내에서 기록되는 도감과 각종 SNS 채널에 공개된 세계관 설정은 오디오북처럼 듣을 수 있게 만들어져 접근성면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준다.



허들 높은 육성 난이도와 반복되는 전투


게임의 초입이라 할 수 있는 1장은 전체적으로 뛰어난 완성도를 보여줬다. 튜토리얼은 친절했고 스토리도 점점 세계관에 빠져들도록 강약 조절을 잘해준 덕분에 앞으로 어떤 일이 펼쳐질지 두근거리게 만들었다.

전체적인 아쉬움이 커지는 순간은 2장을 들어선 후부터 시작된다. 심심찮게 볼 수 있었던 질 좋은 장비는 언제부터인가 볼 수가 없었고 가방에 쌓이는 것은 흔한 재료 아이템 뿐이다. 엔드 콘텐츠가 만렙에 몰려 있는 MMORPG 특성상 레벨업 구간은 육성의 재미를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게 하는 게 중요하다. 레벨업에 따라 장비를 계속 교체해가면서 내가 강력해지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줘야 한다.

매드월드는 이 점에 있어서 아쉬움을 남긴다. 스쳐가는 성장 구간에도 필사적으로 장비를 구해야 하니 이 때문에 만렙까지 가는 길이 가시밭길처럼 느껴진다. 즉, 만렙까지 가기도 전에 지쳐버리는 것이다. 만렙까지 한 두 시간이면 끝나는 게 아니고 꽤 긴 플레이 타임을 요구하는 만큼 이 점이 더욱 아쉽게 느껴진다.


성장의 정체는 또 다른 문제를 낳는다. 전투가 힘들어지니 원활한 스토리 감상이 어렵다. 다음 퀘스트로 가기 위해 구간마다 준비된 전투를 진행해야 하는데 뒤쳐진 성장 탓에 이를 빠르게 넘기는 게 어렵다. 특정 구간마다 레벨이 부족해져 사냥으로만 남은 경험치를 채워야 한다는 점도 플레이의 맥을 끊어버리는 문제로 작용한다.

내러티브에 너무 큰 힘을 쏟은 탓일까. 그외에 콘텐츠는 계속 반복되는 느낌을 준다는 점도 아쉬운 부분이다. 1장에서 플레이하던 방식이 2장, 3장에서도 계속 이어지는 점은 게임 플레이가 루즈해진다는 기분을 들게 한다. 앞서 언급한 성장의 정체와 어느 정도 이어지는 말로 보일 수 있으나 그보다는 전체적인 플레이 구조가 성장 구간부터 반복된다고 느껴지는 게 크다.

근원석을 통한 스킬 강화와 POE의 노드 시스템과 유사한 잠재력 등 캐릭터를 자유롭게 육성할 수 있는 콘텐츠는 확실히 마련되어 있다. 그러나 이걸 제대로 만지고 놀 수준이 되기 전부터 지치게 만드는 플레이는 장기적인 목표를 가져야 할 MMORPG이기 때문에 개선되어야 한다고 생각된다.


전투는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데 적절한 컨트롤 요소가 들어간 덕분에 아무 생각 없이 때리기만 하는 게임보단 나름 박진감 넘치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초반에는 적들이 약해서 몰이 사냥을 해도 문제없지만 갈수록 적들도 강력해져 구르기와 치고 빠지기를 잘 해야 한다.

특히, 전투 템포는 테스트 때와 비교하면 정말 빨라졌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꽤 시원시원한 공격 속도와 부드러운 움직임은 이전 테스트를 해본 유저라면 체감되리라 생각한다.

다만, 근거리 무기와 원거리 무기 간의 밸런스 문제는 여전하다. 대부분의 적은 근접 공격을 기본으로 하기 때문에 원거리 무기 입장에선 뒷걸음질 치면서 때리기만 해도 무난한 사냥이 가능하다. 반면, 근거리 무기는 포위라도 당하면 순식간에 죽을 수 있으니 언제나 스테니마에 유의하면서 필사적으로 굴러야 한다. 레벨이 오르고 장비를 갖출수록 이러한 문제가 덜 느껴졌지만 그럼에도 아쉬움이 남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 파고들 요소는 충분하다

전체적으로 아쉬운 점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드월드만이 주는 재미가 분명하다고 생각한다.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유니크한 아트 스타일과 몰입되는 세계관은 확실히 강점이라 할 수 있다. 꾸준한 업데이트로 운영되는 온라인 게임인 만큼 아쉬움은 향후 게임사가 어떻게 대응하냐에 따라서 평가가 엇갈릴 수 있는 부분이다.

다만, 정식 출시 이후 지금까지 보여준 잔디소프트의 행보는 썩 좋다고 말하기 어렵다. 개발과 서비스의 영역은 큰 차이가 있다. 게임 개발은 단순히 더 좋게 만들기만 하면 되지만 서비스는 유저의 감정까지 체크해야 한다. 불안한 서버와 잦은 버그도 문제지만 그보다 유저와 긴밀한 소통을 통한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야 유저들도 게임사를 믿고 미래를 기다릴 수 있을 것이다.

오랜 시간을 기다리고 기대한 만큼 즐거움과 아쉬움이 남는 매드월드다. 이젠 되돌릴 수 없는 정식 서비스라는 이름의 고속도로에 진입한 만큼 긍정적으로 발전하는 게임 그리고 개발사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