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5일까지 투바이트의 '스페이스 기어즈'가 첫 글로벌 테스트에 나섰습니다. 이번 테스트는 스팀에서 신청만 하면 누구나 즐길 수 있으며, 게임의 중요 콘텐츠인 1:1 PvP를 중점으로 검증받을 예정입니다. 관련해서 투바이트의 함영철 대표는 "이번 테스트를 통해 전투에 어떤 재미가 있는지 중점적으로 지켜봐 달라"고 전한 바 있는데요.

오랜만에 등장하는 국산 RTS, 그것도 메카닉을 소재로 한 스페이스 기어즈는 과연 어떤 매력을 품고 있을까요. 쾌적한 게임 플레이는 물론이고 깊은 전략 요소까지 담고 있을지 초반 튜토리얼부터 싱글 미션 그리고 PvP까지 즐겨보면서 느낀 점을 말해보고자 합니다.

먼저, 스페이스 기어즈에서 플레이어는 화성을 테라포밍하기 위해 파견된 사령관입니다. 화성에는 난폭한 외계 생물체가 존재하며, 이들을 물리치면서 자원을 채집하고 토양 및 공기를 정화해야 하는데요. 그러기 위해 나만의 캠프를 건설해 건물을 짓고 토착 생물과 싸울 로봇, 통칭 스페이스 기어즈라 불리는 메크 군단을 운영하게 됩니다.

▲ 살기 좋은 화성 만들기 프로젝트

초반 간단한 메크 부대 운용 튜토리얼을 마치고 나면 4곳의 지역 중 한 곳을 선택해 캠프를 건설하게 됩니다. 이곳에서 플레이어는 메크를 생산 및 부대 편성할 수 있으며, 채굴, 워터 펌프, 대기 정화, 토양 개조 4개의 건물을 지어서 관련 자원을 채집할 수 있습니다.

채집을 하기 위해선 워터 큐브라 불리는 특수 자원이 필요합니다. 또한, 주요 자원을 얻을 수 있는 채굴은 생성한 메크를 배치해야만 가동할 수 있었는데요. 메크마다 채굴 효율이 달라서 같은 시간에도 더 많은 자원을 얻으려면 채굴 효율이 높은 메크를 선택해 배치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이렇게 얻은 자원은 주로 메크를 조립 및 관리할 때 쓰였는데요. 캠프에서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자원을 주기적으로 획득할 수 있는 공간인 만큼 자주 사용할 텐데 편의 기능이 전무하다는 것입니다. 직접 하나씩 눌러가면서 가동해야 하는데 건물의 개수가 많아 꽤 손이 가는 편이었죠.

▲ 자원을 채집하는 용도로 쓰이는 캠프

베타 버전에선 많은 자원을 기본으로 제공해 준 상태여서 캠프 관리에 큰 힘을 들일 필요가 없었습니다만, 추후 정식 버전에서는 가동과 강화 등을 편하게 할 수 있도록 이를 한 번에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앞서 언급했듯 캠프에서는 메크의 조립과 부대 편성까지 진행할 수 있습니다. 먼저, 메크를 조립하기 위해선 해당 메크의 설계도가 필요합니다. 설계도는 다양한 미션을 통해 획득할 수 있었으며, 전투 한 번에 최대 2종의 설계도를 얻을 수 있었죠. 한 번 획득할 때 4개 이상을 얻을 수 있었지만, 랜덤 획득이라 내가 원하는 메크의 설계도를 얻으려면 어느 정도 시간과 운을 요구했습니다.

메크는 조립에 필요한 코어 재료 외에도 능력을 높일 수 있는 성능 부스터와 원하는 색상으로 나올 확률을 높여주는 외형 부스터 등의 강화 재료를 추가할 수 있습니다. 또한, 같은 메크라고 해도 전투력과 패시브에 조금씩 차이를 보였는데요. 따라서 강력한 메크를 얻으려면 계속해서 설계도를 얻고 조립을 반복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 설계도와 재료가 없다면 메크 조립은 그림의 떡

메크는 크게 디펜더, 호넷, 스토커, 이레이저, 워보이로 구분되며, 그 안에서 무장 상태에 따라 타입이 나눠집니다. 가령 디펜더에서 방패를 들고 있다면 탱커형, 도끼를 들고 있으면 돌진형이 되는 거죠. 그리고 A, B타입에 따라 공격 방식과 스킬에도 차이가 존재했는데요. 즉, 똑같은 강습형이라고 해도 타입에 따라 부대 운영 방식을 다르게 해야 했습니다.

부대 편성은 먼저 스쿼드의 리더를 정한 뒤 리더와 같은 개체를 스쿼드 멤버로 편성하는 방식입니다. 리더는 가진 패시브를 모두 활성화할 수 있으므로 최대한 전투력이 높은 메크를 리더로 정하는 게 좋았습니다. 한 부대는 최대 5개의 스쿼드로 이뤄져 있는데 PvE 미션에선 4개 스쿼드만 활동하고 PvP에서 특별한 경우에만 긴급용으로 5번째 스쿼드를 투입하게 됩니다. 이런 모든 것을 조율해서 나만의 최적화된 부대를 편성하는 게 승리를 위한 첫 번째 관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대망의 전투는 PvE와 PvP로 나눠집니다. PvE는 레벨별로 구분되는 화성의 여러 지역 중 원하는 곳을 스캔한 뒤 발견되는 임무를 수행하게 됩니다. 주로 제한 시간 동안 몰려오는 외계 생명체와 메크를 상대로 기지를 방어하는 방식이었는데요. 저레벨 구간에선 몰려드는 적들의 수준이 낮아 별도로 조작하지 않아도 무난하게 막을 수 있을 정도로 쉬운 편이었습니다.

▲ 같은 계열이라도 타입 그리고 포메이션에 따라 달라지는 게 특징

PvE 임무에선 설계도를 포함해 다양한 자원을 획득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메크를 조립하기 위해선 거의 필수적으로 PvE에도 신경을 써야 했습니다. 추후 고레벨 지역에선 다양한 생명체와 메크가 등장해 플레이어를 괴롭히지 않을까 싶습니다.

PvP 모드는 현재 테스트에선 1:1만 가능했습니다. 상대팀 본진을 먼저 박살 내는 쪽이 승리하는 방식이었지만 전장 구성부터 유닛 조작 등에서 타 RTS와 차별화를 위해 신경을 쓴 흔적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먼저, 스페이스 기어즈는 자원을 채집해서 건물을 짓고 유닛을 생성하는 일반적인 방식이 아닌 자동 자원 채집, 전투 보조 건물 점령 방식을 채택한 게 특징입니다. 플레이어는 자원을 채집하거나 건물을 지을 필요가 없습니다. 자원은 매초 조금씩 자동으로 채워지고 유닛 생성은 본진에서 이뤄지기 때문이죠. 따라서 전투 중에 신경 써야 할 것은 전장 곳곳에 자리 잡은 점령지와 메크의 운영뿐입니다.

▲ PvP에서 핵심은 점령 그리고 공격 또 공격!

전장에는 크게 자원 생성량 증가, 미니언 생성, 포격 지원 등의 점령지가 존재합니다. 점령은 근처에 메크를 보내 건물을 클릭하거나 서 있으면 자동으로 이뤄지며, 점령에 성공했을 때 각 점령지의 혜택을 누릴 수 있습니다. 가령, 자원 생성량 증가 점령지를 차지하면 매초 획득하는 자원의 양이 늘어나 보다 빠르게 메크를 생성하고 기지 스킬을 사용할 수 있게 됩니다.

점령지 중에서는 특히 미니언 생성과 포격 지원이 중요했는데요. 이 두 점령지는 각각 12시, 6시에 배치되어 있으며, 전장의 승패를 좌우할 정도로 아주 중요한 점령지입니다.

미니언 생성은 주기적으로 적 기지에 소형 메크를 보냅니다. 기지에는 마땅한 방어 수단이 없어 이를 견제하기 위해 메크를 방어적으로 움직여야 했는데요. 소형 메크가 강력하진 않아도 쌓이면 위험해질 수 있어 전체적으로 행동이 위축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 적의 스킬은 피하고 내 스킬은 맞추는 컨트롤이 중요하다

포격 지원은 점령 후 일정 시간이 흐르면 상대 기지에 미사일을 날리는데 기지 체력의 1/3을 날려버릴 정도로 강력한 위력을 보여줍니다. 재밌는 점은 한 번 점령해서 미사일이 세팅되면 이후 상대가 점령했을 때 준비 시간이 리셋되는 게 아니라 그대로 이월된다는 것입니다.

미사일 발사에는 대략 3분 이상이 걸리므로 상대가 먼저 점령했다고 해도 급하게 뺏을 필요가 없었습니다. 오히려 발사되기 직전에 빼앗으면 발사 중에는 점령이 안 되므로 상황에 따라선 역으로 이용하는 전략이 유리하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다음은 전략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메크 운영을 살펴보겠습니다. 앞서 언급했듯 플레이어는 4개의 스쿼드를 조작해 전장을 승리로 이끌어야 합니다. 각 스쿼드는 메크의 유형에 따라 최소 4개부터 최대 6개의 유닛으로 이뤄져 있는데요. 플레이어는 이들 각각을 움직이는 게 아니라 스쿼드 단위로 조작할 수 있습니다.

▲ 12, 6시 방향에 자리 잡은 점령지는 승패에 영향을 주는 핵심 지역

쉽게 말해서 명령을 내리면 해당 유닛이 속해있는 스쿼드 전체가 동시에 명령을 수행하는 방식입니다. 수십 개의 유닛이 있지만 큰 틀에서 본다면 조작하는 건 4개로 봐도 무방합니다. 만약 RTS에 익숙하지 않다면 이러한 방식이 편리하게 다가옵니다. 신경 써야 할 게 많지 않거든요. 한 번만 명령을 내려도 스쿼드 전체가 움직이니 세세하게 컨트롤할 필요도 없고요.

반면, 어느 정도 멀티태스킹에 익숙한 RTS 숙련자라면 답답함을 느낄 수도 있을 듯합니다. 유닛은 많지만, 실제 움직여서 전략을 펼칠 수 있는 건 4개뿐이라 전장을 종횡무진하면서 다채로운 전략을 펼치기가 어렵습니다. 이는 메크의 이동 속도가 느린 것도 한몫하죠.

메크를 관리하는 방식도 스쿼드 조작 때문인지 추가 충원이 불가능합니다. 스쿼드가 완파 당해야만 새로 생성할 수 있는데요. 만약 전투 중 1개체만 남았다면 상황에 따라면 어떻게든 부숴서 완파 당한 뒤 재생성을 노리는 게 좋았습니다.

▲ 기지 스킬과 메크 스킬을 적절하게 섞으면 큰 피해 없이 소탕이 가능하다

완파 당하면 쿨타임 이후에 자원 소모 없이 생성할 수 있어서 그사이의 공백을 조심해야 합니다. 이를 역 이용해서 내가 절대적으로 우위에 선 상황이라면 1개체만 남겨두고 박살 낸 뒤에 적 본진을 공격하는 것도 괜찮았습니다.

적 메크와의 전면전에서 중요한 것은 상대방의 스킬은 피하고 내 스킬을 적중시키는 것이었습니다. 일반 공격도 충분히 위협적이지만 스킬 한 방에 역전당하는 경우가 많을 정도로 그 위력이 뛰어났습니다. 대부분의 스킬은 사용하기 전 딜레이가 있었고 이를 예측해서 피할 수 있었는데요. 따라서 상대방의 동선을 역으로 예측해서 쓰는 센스가 필요했습니다.

이외에도 포메이션을 바꿔가면서 공격 스타일에 변화를 주거나 리더 스킬을 적재적소에 사용하는 것도 중요했습니다. 유닛의 개별 조작이 아닌 스쿼드 조작이라 컨트롤이 단순하겠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스킬 적중 유무에 따라 전투의 양상이 크게 달라지니 오히려 전투에서 신경 쓸 게 많다고 느껴졌습니다.

▲ 메크의 특징을 잘 파악하는 것이 중요한 편

또한, 자원을 소모해서 사용하는 기지 스킬도 신경 써야 했는데요. 일정 시간 맵을 스캔할 수 있는 탐지 스킬부터 아군 메크 수리, 적 메크 직접 타격 등 전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성능이었습니다. 스킬 한 번에 스쿼드가 터지는 상황에서 기지 스킬까지 날아온다면 수적으로 열세인 상황에서도 충분히 역전할 수 있을 정도였죠. 이런 스킬을 자주 쓰기 위해서라도 자원 생성량을 늘려주는 점령지를 챙겨야 했습니다.

전투를 총평하면 RTS 전략의 진입 장벽은 낮추고 조작의 재미를 극대화하려는 시도가 엿보이는 설계였습니다. RTS 초보들이 어려움을 겪는 자원 채집, 건물 밋 유닛 생성 등의 빌드 과정을 과감히 쳐내고 자동 자원 채집과 건물 점령이라는 직관적인 방식을 통해 스쿼드 운용에 집중할 수 있도록 판을 깔아뒀습니다.

플레이어는 번거롭게 화면을 옮겨가면서 자원을 관리할 필요가 없고 뽑아둔 스쿼드를 운용해서 적과 싸우면 됩니다. 선택과 집중에서 전략 요소를 덜어내고 접근성을 높인 듯한 느낌이었는데요.

▲ 전투의 타격감, 가시성 등은 생각보다 괜찮았다

이 부분은 유저 성향에 따라서 호불호가 나뉠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가령, 빌드를 짜는 것보다 부대 컨트롤을 통해서 적을 압박하는 플레이를 선호했다면 스페이스 기어즈의 방식이 꽤 재밌게 다가옵니다. 컨트롤을 잘할수록 전투가 유리해진다는 게 확실하게 느껴지기 때문이죠. 개인적으론 메크의 포메이션 체인지를 통해 운용을 다르게 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습니다.

반면, RTS에서 기대할 수 있는 빌드를 쌓아 적을 무너트리는 전략을 생각했다면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게임 내에서 전략적인 싸움을 할 수 있도록 점령지와 기지 스킬을 만들어 둔 것은 괜찮았지만 일반적인 RTS에 비하면 전략 측면에서 다소 얕을 수밖에 없습니다.

스쿼드는 4개뿐이고 앞서 언급했듯 이동 속도가 느려서 전장 곳곳으로 보내기 어렵습니다. 만약, 본진에서 꽤 멀리 떨어져 있는 점령지도 스쿼드를 보냈다가 주요 점령지를 뺏기거나 본진이 털리면 극심한 손해를 볼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 더 많은 메크와 콘텐츠가 나오길 기대한다

이 때문에 역전승하기 어려운 편이었는데요. 게임의 템포가 느리다 보니 한 번 스노우볼이 굴러가기 시작하면 이를 되돌리기 힘듭니다. 상대가 나보다 더 많은 점령지를 갖고 있다면 상대하는 입장에선 뒤쫓기에 급급한 상황이 나올 수밖에 없죠. 일발 역전을 위해 어떤 전략을 세우기엔 전장과 스쿼드 운용 모든 측면에서 써먹을 수 있는 가짓수가 적은 느낌입니다.

만약 비전투 상황에서 메크의 속도가 빨라지거나 아니면 본진 근처에서 빠르게 이동할 수 있는 어떤 수단을 만들어 주면 어떨까 싶습니다. 점령지를 더 빠르게 먹을 수 있게 해 전투의 템포가 조금만 올라가도 엎치락뒤치락하는 상황이 생기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아쉬움이 있었지만, 중요한 것은 이제 막 첫걸음을 뗀 상태라는 점입니다. 게임의 핵심인 메카닉 디자인은 유니크했고 전체적인 완성도도 첫 베타라는 점을 감안해도 꽤 좋았습니다. 이번 베타 테스트를 통해 받은 수많은 피드백을 통해 한 층 더 성장한다면 충분히 차별화된 게임을 선보일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