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동 프릭스 카트라이더팀은 그동안 우승과 인연이 없었다. 리브 샌드박스와 문호준이 이끌던 블레이즈 등 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우승 후보로 손꼽혔으나 언제나 그들의 벽을 넘지 못했던 때가 많다. 작년 이재혁 등, 내로라하는 선수들을 영입해 우승을 위해 더 박차를 가했으나 결국 작년에도 준우승이 최고였다.

그랬던 광동 프릭스에게 카트라이더 드리프트는 새로운 도전이자 출발이었다. 비록 프리시즌이긴 하지만, 그 누구보다 우승에 목말랐던 팀은 광동 프릭스다. 그리고 유창현, 배성빈을 영입해 더욱 강력해졌다. 프리시즌이 시작된 후 광동 프릭스는 풀리그부터 엄청난 포스를 자랑하며 승승장구했고, 결승에 직행한 뒤 결승에서 라이벌 리브 샌드박스를 제압하며 드리프트 초대 우승팀으로 거듭났다.

그리고 모든 스포트라이트는 에이스 이재혁이나 새롭게 합류한 유창현, 배성빈, 그리고 주장이자 이번 시즌 에이스 결정전 주자로 맹활약을 펼친 노준현에게 쏠렸으나 그동안 묵묵하게 팀을 이끈 최대섭 감독의 이야기가 궁금했다.


Q. 초창기 카트 선수 출신이지만, 잘 모르는 팬들이 많다. 간단히 소개 부탁한다.

카트라이더 초창기 1, 2차 리그에 출전했던 최대섭이라고 한다. 지금은 광동 프릭스 감독을 맡고 있으며, 최근에는 방송을 통해 가끔 팬들과 소소하게 소통을 진행하고 있다.


Q. 2020년 12월 감독으로 팀에 합류했다. 15년 만의 카트라이더 복귀였는데?

리그는 꾸준히 보고 있었다. 팀에 들어가기 전 광동 프릭스 감독 자리가 부재였는데, 내가 감독이라면 이런 팀을 만들 수 있다라는 PPT를 작성해서 먼저 제안했다. 여러 가지 리그 자료를 토대로 분석했고, 팀을 어떤 방향으로 이끌 것인지 전달했다. 그 결과, 서로 긍정적인 이야기가 오고 가서 감독직을 맡게 됐다. 당시 팀원들이 각자 뭔가 융화되지 않고 팀으로서 시너지가 발휘되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아서 그런 부분을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지를 어필했던 기억이 난다.


Q. 그래도 꽤 오래 떠났던 곳에 다시 도전한다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 같은데?

당시 가족들도 내가 하고 싶은 것에 대해 지지해 줘서 도전을 결심할 수 있었다. 그리고 앞으로 e스포츠 시장이 줄어들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던 것도 크게 작용했다.


Q. 처음 감독을 맡았을 때 생각했던 것과 가장 달랐던 점은?

가장 어려웠던 점은 공백기가 너무 커서 선수들이 나를 모르기 때문에 선수들에게 인정받고, 나와 같은 방향을 갈 수 있도록 설득하는 게 가장 어려웠다. 선수들과는 기본적인 선만 넘지 않으면 대부분 자유롭게 지내는 편이다.

선수들에게 한 가지 당부했던 게 서로 의견이 다를 때는 솔직하게 이야기해서 조율하는 걸 강조했고, 지금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다.


Q. 카트라이더에서 감독 역할은 무엇인가?

감독 스타일에 따라 다르지만, 나는 코치형 감독이다. 카트라이더는 레이싱 게임이라 수많은 사고와 변수가 있다. 그래서 선수들보다 더 많은 게임량을 소화하며 미리 알려주고 있다. 또한, 선수들은 빠른 주행, 기록에 신경 쓰는 경우가 많은데, 프로는 결국 이기는 게 목표다. 연습 과정에 있어 시행착오 과정을 줄이기 위한 방법들을 많이 연구하고 있다.

작년의 경우 내가 선수들보다 더 많은 주행을 했고, 이후 선수들에게도 다양한 의견을 제시하고 선수들과 소통을 통해 가장 좋은 방법을 효율적으로 연습하려고 정말 많이 노력했다.


Q. 게임을 하진 않고 보는 것만 즐기는 팬들 입장에서는 밴픽의 중요성이나 그 과정 속에서 어떤 심리 싸움이 오고 가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간단히 설명해 줄 수 있을까?

트랙이 많기 때문에 고르는 것에 한계가 있다. 다만, 결승까지 가기 위한 과정에서는 최대한 우리의 카드를 보여주지 않고 가는 걸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리고 결승에 간다면 그동안 가지고 있던 모든 카드를 꺼낸다. 공부로 비유를 하자면, 초반을 공부하다가 후반부에 가면 초반이 기억나지 않는다.

연습도 똑같다. 잘하는 트랙을 하다가 후반에는 그 부분에 대해 소홀해지는 경우가 있는데, 처음 잘했다고 나중에 무조건 잘하는 건 아니다. 그래서 밴팩에 있어 초반에 잘했다고 해도 후반에는 버릴 수 있기 때문에 우리의 밴픽을 의아하게 생각하는 팬들도 간혹 있다. 하지만 기본적인 전제는 승리하기 위한 가장 높은 확률을 선택하는 것이다.

기본적인 밴픽은 일차적으로 내가 제안하지만, 선수들을 납득하지 못하면 그대로 하지 않고 무조건 수정을 거쳐서 경기에 임하고 있다. 우리팀에서는 배성빈 선수가 가장 적극적으로 밴픽 의견을 제시하는 편이다. 항상 선수들에게 물어보고 대화를 통해 정하기 때문에 이번에 좋은 결과가 따른 게 아닌가 싶다.


Q. 그동안 좋은 성적을 꾸준히 내긴 했지만, 우승과는 인연이 없었다.

후회되는 경기가 정말 많다. 카트라이더는 짧은 시간에 집중을 해야 하는 게임인데, 나도 중요 순간에 판단을 실수한 경우가 있다. 그래서 우승을 놓쳤던 경험이 몇 차례 있는데 그런 것들이 아쉽다.


Q. 그만큼 이번 KDL 프리시즌1 우승이 남다를 것 같은데?

현재 우리 선수들에게 고마운 건 너무 당연한 거고, 그 외에 유영혁 선수를 위한 선물이라고 말하고 싶다. 개인적으로 도움을 많이 받았는데, 이번에 유영혁 선수가 먼저 축하한다고 연락을 줬고, 외부 그 어떤 축하보다 기분이 좋았다.


Q. 작년과 멤버의 변화가 있다. 다른 팀에서 온 선수들이 있는데, 처음 팀이 구성됐을 때 느낌은?

선수나 감독, 코치 사이에서 내가 나이가 제일 많은데, 선수들과 먼저 친해지기 위해 먼저 다가가는 편이다. 드리프트로 바뀐 뒤 선수를 새롭게 구성할 때 배성빈, 유창현 선수와 함께하고 싶었다. 유창현 선수의 경우 게임을 끝날 때까지 절대 포기하지 않는 선수다. 그런 점을 굉장히 높게 평가했고, 배성빈 선수는 팀원끼리 조율을 정말 잘해주는 선수다. 다른 팀에 있을 때도 그런 모습들이 보여서 이 선수가 우리팀에 오면 무조건 좋은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 같다.


Q. 워낙 뛰어난 선수 구성이라 특별한 걱정은 없었을 것 같다. 그럼에도 가장 염려됐던 부분이 있다면?

이번에 아이템전에서 멤버 교체 없이 4인으로 대회에 임했다. 4인으로 했을 때 팀원끼리 불화가 생기면 경기를 진행할 수 없을 정도로 티가 나기 때문에 팀워크를 더 끈끈하게 만들 수 있는 원동력이 되기도 했다.


Q. 풀리그부터 정말 엄청난 포스를 보여줬고, 결승도 깔끔한 우승이었다. 모든 선수가 잘해줬지만 가장 애써준 선수를 뽑자면?

노준현 선수다. 맏형이자 주장이라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연습도 정말 많이 했다. 형이지만 모르는 게 있으면 정말 편하게 물어보면서 배우려는 자세가 다른 선수들에게도 좋은 영향을 준 것 같다.


Q. 개인 유튜브도 있더라. 최근에는 선수단 브이로그 같은 느낌이 많이 나던데, 시작하게 된 계기는?

카트라이더가 유명한 선수들은 유명하지만 그렇지 않은 선수들은 대중들에게 노출될 기회가 생각보다 많지 않다. 그래서 최대한 많은 선수들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자 시작했다. 유튜브를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아마추어팀 선수들도 정말 많이 나온다. 그래서 우리팀 선수는 물론 다양한 선수들도 많이 응원해 주셨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다.


Q. 드리프트 아마추어 선수들 중에 눈여겨보는 선수가 있을까?

한승민 선수다. 좋은 팀원, 환경이 주어지면 훨씬 더 잘할 것 같은 선수다. 그리고 우리팀은 시드라 예선을 하지 않지만 직접 현장을 가서 다양한 선수들을 보고 올 생각이다.


Q. 끝으로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너무 당연한 말이지만, 팬이 없으면 우리도 없다. 팬들이 항상 응원해 주기 때문에 광동 프릭스 카트팀이 있는 거다. 프리시즌1 우승이라는 좋은 결과를 앞으로도 쭉 이어가서 행복한 날을 만들어 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