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밍 핸드헬드(Handheld), UMPC 등으로 일컫는 스팀 덱 같은 것이 이젠 국내 일반 게이머들에게도 꽤 친숙해졌다. 작년 말, 시장의 포문을 연 스팀 덱 상륙 당시에도 "난 스팀 게임 잘 안 하니까"로 일관하며 해당 분야에 대해 큰 관심을 갖지 않았다.

다만 현재 분야에서 반응이 좋은 에이수스(ASUS)의 UMPC, 'ASUS ROG ALLY(에이수스 로그 엘라이, 이하 엘라이)'를 우연히 손에 쥐어본 이후로 이상하게 이 시장에 큰 관심을 갖게 되었다. 여전히 스팀 게임과는 거리를 두고 있으나, 내 돈으로 UMPC를 구입하면 아마 한동안 다크서클을 질질 끌고 다니며 갓겜으로 통하는 스팀 게임들을 정복하고 다니겠지.

엘라이로 게임을 해보며 자극받은 포인트는 딱 하나, 옛날 생각이 많이 난다는 부분이다. 세상이 발전하고 주어진 환경이 넓어지며 발길을 끊은 국전(국제전자센터) 그 어딘가에 두고 왔던 게이머의 동심 같은 거.

▲ 국전을 마지막으로 간 게 언제더라.. (사진 출처: 국제전자센터 공식 사이트)


라떼의 휴대용 게임기란
유년 시절, 그러니까 '바람의나라'를 통해서 본격적으로 온라인 게임에 입문했던 그때보다 더 과거에 내가 처음 접한 휴대용 게임기는 노란색의 흑백 액정 게임보이였다. 라떼 썰을 풀 때 익숙하게 언급되는 두툼한 회색 게임보이보단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얇은 제품이었는데, 그때까지만 해도 내게 게임은 던전을 깨고 성취감을 느끼는 행위보단 그냥 이미지가 움직이고 음악과 소리가 재미있는 색다른 장난감과 같은 개념이었던 것 같다. 내 최초의 게임은 '슈퍼 마리오 랜드 3: 와리오 랜드'라고, 여전히 마리오 IP에 큰 관심이 없는 이유가 여기 있는 걸지도 모르겠다.

놀이가 게임이 되고 승부욕이 생기며 샷건을 쳐서 게임기를 해먹는 데에 까지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놀이터에서 어릴 때 유행했던 탈출이라는 놀이를 하다가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바람에 학교도 못 가고 3주를 누워있었는데, 그때의 시간을 와리오와 함께 보냈다. 그렇게 스테이지 클리어에 대한 개념이 생기며 게임에 빠져들게 되었다.

시간이 좀 흐르고, 내가 앞서 얘기한 바람의나라에 푹 빠져 있을 때 부모님은 햇볕정책을 썼다. 지금은 이해가 되기도 하지만, 유독 컴퓨터로 하는 온라인 게임을 싫어하셨던 어머니는 "컴퓨터 게임은 하루에 1시간"이라는 무섭고도 빈틈이 많은 조건을 붙이셨다. 컴퓨터 게임만 1시간이라고? 나는 그렇게 하루의 PC 게임 할당량을 채우고 난 후엔 플스와 닌텐도를 즐겼었다.

내가 운이 좋았던 것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학창 시절을 보낸 지역에는 지금으로 치면 콘솔 게임방 같은 가게들이 있었다. 말은 거창한데, 자리가 한 6자리 정도 있고 콘솔 게임 타이틀을 파는 그런 15평 남짓한 공간이었다.

▲ 찾아보니 명칭은 '닌텐도 게임보이 포켓'. 내 첫 게임기와 (사진 출처: Science Museum Group)

▲ 내게 있어 최초의 게임, '슈퍼 마리오 랜드 3: 와리오 랜드' (사진 출처: World of Longplays 유튜브)

2000년, PC방이라는 문화를 접하고 나서는 콘솔 기기들을 멀리하기 시작했다. 온라인 게임의 재미는 친구와 함께, 불특정 누군가와 게임을 즐긴다는 데에도 있지만, 그 시기에 가장 큰 문제는 역시 언어였던 것 같다. 내가 좋아하는 게임들은 죄다 일본어였기 때문.

나와 같은 시기에 언어 장벽을 느껴 콘솔을 멀리한 사람들, 상당히 많지 않을까? 물론 덕분에 제3언어에 통달한 게이머도 있을 테지만 난 그만큼 진심은 아니었나 보다. 전 세계적으로 25.1%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콘솔 게임은 국내 시장에서만큼은 열세인 입장이다. 이 주제로만 기사 1~2편은 뚝딱 만들 수 있을 정도로 다양한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으나, 국내 시장에서만큼 유독 온라인 게임이 강세일 수밖에 없는 이유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이 방면에 있어 수직적으로 계승한 것이 모바일 게임 시장이고.


UMPC, 일반 휴대용 게임기와 다른 점은?
▲ 최신 UMPC 시장의 포문을 연 스팀 덱과

▲ 닌텐도 스위치. 모양은 비슷한데 구매 동기와 용도는 엄연히 다르다.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휴대용 게임기로는 닌텐도만 한 것이 없을 테니 당사의 최신 기기, 닌텐도 스위치를 비교 대상으로 삼아봤다.

일단 닌텐도 스위치를 사는 이유, 명확하다. "난 휴대용으로 게임을 즐기고 싶어~"라며 구입한 사람은 10%, 아니 그 이하일 수도 있다. 닌텐도 스위치를 사는 이유는 해당 플랫폼에서 지원하는 고유 독점 타이틀을 즐기기 위해서다. 마리오와 포켓몬, 젤다와 몇 년 전 품귀 대란을 일으킨 동물의 숲 시리즈가 대표적이다.

UMPC(Ultra-Mobile Personal Computer), 말 그대로 휴대가 가능한 개인용 컴퓨터다. 말인즉슨, 컴퓨터에서 할 수 있는 게임을 즐기는 게임기라는 것. 그럼 독점작의 메리트가 전혀 없는데 어떤 사람들이 사는 걸까? 왜 5차 판매까지 이어지는 데도 제품이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인기가 좋은 걸까.

UMPC만의 매력에 대해서 명확하게 단정 지을 순 없겠다. 직접 구입하여 충분히 즐기고, 그 문화를 함께 하는 사람들과 많은 얘기를 해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 다만 장난 반 진심 반으로 언급하고 싶은 부분이 있다. 두 손에 쏙 들어오며 평균 700g밖에 되지 않는, 노트북보다 더 작은 게이밍 노트북이라는 관점은 어떠한가?

▲ UMPC를 더 가벼운 노트북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UMPC 최고의 장점은 역시 휴대하며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손에 들고 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노트북보다는 스마트폰과 좀 더 결이 비슷한 수준. 회사나 학교, 혹은 외출 시에 컴퓨터나 노트북을 들고 게임을 할 순 없으니 매번 이런 아쉬움을 느끼는 게이머라면 최신 UMPC들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특정 게임을 타깃으로 구입한다면 다소 거부감이 느껴질 금액이지만, 스팀 플랫폼이라는 매개체로 내 자투리 시간을 게임에 활용할 수 있게 한다는 측면에서 보면 생각보다 효율적이다.

UMPC로 스팀 게임을 즐길 경우 느낄 수 있는 또 다른 장점으로는 스팀에서 클라우드 서비스를 지원한다는 부분이다. 일 년에 두 번 있는 명절, 서울에 두고 올 수밖에 없는 컴퓨터를 그리워하지 말고 노트북을 살 바엔 UMPC를 구입하는 것을 고려하는 것도 괜찮겠다.

시장의 포문을 연 스팀 덱의 국내 상륙 당시, 스팀 덱을 살지 말지부터 시작하여 구입 후 간단한 입문 요령 등에 대해 다룬 기사가 있으니, UMPC에 관심이 있다면 아래 링크를 확인해 보는 것도 좋겠다.

▶ 살까 말까 '스팀 덱'? Real 사용기 + 초심자 필수 팁 바로가기


사양이 좀 섭섭하지 않을까? NO! 충분하다!
▲ 다 좋다 이거야, 근데 원하는 게임을 다 할 정도의 사양이 될까?

PC를 비롯한 전자기기를 구성하는 부품들의 상향 평준화와 시대가 흐를수록 이러한 기기들과 더욱 가까워지는 일상 덕택에 사용자들은 생활 패턴과 습관에 맞춰 기기를 선택할 수 있게 되었다. 누군가는 컴퓨터가 아니면 인정하지 않기도 하고, 또 어떤 사람은 사무용 기기와 게임용 기기를 따로 두고 있으며 또 어떤 사람은 게이밍 노트북 한 대로 밖에서는 업무를, 집에서는 USB 허브를 통해 모니터만 사서 PC처럼 활용하기도 한다.

기종마다 다르겠지만, 요즘 출시되는 UMPC 또한 이러한 확장성 측면에서도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출근길이나 밖에서는 게임기로, 집에서는 전용 독(Dock)을 통해 모니터와 연결하여 하나의 엔터테인먼트 지원 기기로서 활용하는 방면으로 말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봤을 때, UMPC의 인기 비결 중 하나는 게이머라면 익숙할 수밖에 없는 윈도우 OS를 지원한다는 점도 한몫을 하고 있지 않을까라는 추측이다.

사양 또한 준수하다. 그래픽 옵션을 타협할 경우, 대부분의 고사양 게임을 충분히 즐길 수 있을 정도로 말이다. 개인적으로 사무용 노트북과 게이밍 노트북의 경계는 '오버워치 2'가 명확히 구분해 준다고 생각하는데, UMPC 중 현재 반응이 가장 좋은 엘라이 기준으로 오버워치 2는 아득히 뛰어넘어 '엘든링' 등의 AAA 게임도 충분히 즐길 정도의 사양을 지원한다. 나중에 반응이 괜찮을 경우, 행사 취재 기사를 UMPC로 작성해 보는 콘텐츠도 내부에서 기획 중일 정도로 시스템적으로는 부족하거나 문제 될 부분이 없다.

▶ 메이플부터 디아4까지! 에이수스 로그 엘라이로 체험해 본 게임 42선 기사 바로가기

▲ 타임스파이 3,084점! 사무용 노트북보다 좋은 그래픽 옵션을 지원한다.

▲ 옵션 타협을 한다면 '사이버펑크 2077'도 쾌적하게 즐길 수 있다!


UMPC로 스팀 플랫폼은 또 한 번 도약하지 않을까?
▲ 모르고 배운 불법이지만, 내 돈을 쓸 무렵부터 정식 타이틀을 고집하게 된 것도 그 덕분이다.

UMPC 분야가 지금처럼 많은 인기를 누리게 된다면, 또 한 번 스팀 이용자 수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무슨 관계가 있냐고?

게이머라면 모름지기 스팀이 불러온 게임 생태계의 변화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다. 다만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과 내가 즐기는 것은 다르다. 의외로 주변을 둘러보면 스팀으로 게임을 하지 않는 사람들도 상당히 많다. 그들의 의견은 스팀으로만 유통되는 게임을 제외하고서는 굳이 해당 플랫폼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들에게 조금 더 자세하게 물어보니 공통분모가 하나 있더라. 온라인 게임에 익숙한 그들 입장에서는 제아무리 '갓겜'이라고 불리는 명작이라 한들 컴퓨터에 앉아 스토리나 작품성 등으로 무장한 솔로 플레이 위주의 게임을 즐기기엔 시간이 아깝다는 관점이었다. 뭔가 쌓이는 것 없이 휘발되는 느낌이라나. 절대 나 혼자만의 의견이 아니다.

닌텐도로 좀 놀았던 게이머라면 조심스럽지만 '합팩'이라고 들어 보셨을 건데, 딱 그 느낌이다. 너무 재밌다고 정평이 났기 때문에 기대하며 즐기는 게 아니라 "포켓몬 하려고 게임기를 샀는데 합팩에 들어있어서 한번 해본다"의 느낌.

이 감각은 누군가 "스팀에 게임이 얼마나 많은데 할 게임이 없다 함?"을 외친다고 설득되는 부분이 아니라, 게이머 본인이 '재밌는 게임 없나..'하며 둘러볼, 그리고 그런 게임들을 즐겨볼 환경이 되어야 장벽이 해소된다고 생각한다. MMORPG를 즐기는데 UMPC를 구입한 게이머들도 처음엔 해당 장르 게임을 플레이하기 위해 샀겠지만, 가볍게 기분전환하고 싶을 때나 동선이 비교적 짧은 출퇴근길 혹은 누군가를 기다릴 때만큼은 던전이나 파밍에서 해방되어 언제 어디서나 켜고 끄는 것이 자유로운 게임에 대해 관심이 생길 수 있을 테니 말이다.



PC, 노트북, 태블릿, 모바일 그리고 UMPC?
결국은 목적이 하나로 이어지는 장치들이지만 저마다 역할과 용처가 명확하다. 노트북이 그랬고, 스마트폰도 마찬가지로 분야를 넓힐 때마다 "그걸로 되겠냐?"가 항상 뒤따라왔지만 그걸로 되고 있는 세상이다.

게이머로 하여금 UMPC와 친밀해지기 위한 콘텐츠 시리즈를 내부에서 기획했고 그 첫 단추가 이번 기사다. 근데 이 내용을 오래된 RPG를 주장르로 삼고 있는 선배에게 공유하는 것이 아이러니한 부분. 선배도 스팀과 친했다면, UMPC를 내 돈 주고 사서 사용하고 있다면 '데이브 더 다이버'를 해봤을 텐데 분명 안 해봤을 것을 안다. 마치 고향을 거슬러가는 연어처럼. 하는 게임은 다르지만 했던 게임에 돌고 도는 결 자체가 비슷한 나 또한 안 해봤으니까.

현재 반응이 가장 좋은 UMPC, 엘라이를 몇 달간 옆에 끼고 콘텐츠를 준비해 볼 예정이다. 다음 주제는 UMPC를 즐기는 올바른 자세에 대한 내용이니 많은 관심 부탁드리겠다.

스팀 덱 비슷한 거.

국내에는 UMPC 혹은 게이밍 핸드헬드 좀 더 풀어서 휴대용 게임기라고도 불리는 하드웨어에 많은 게이머 분들이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UMPC와 인벤 가족 여러분이 친해졌으면 하는 마음에 해당 콘텐츠를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 ① [기획] 하드웨어 기자가 바라본 '스팀 덱 비슷한 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