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섀도우 갬빗: 저주받은 크루'는 미미미게임즈가 개발한 실시간 전술 잠입 전략 게임 게임으로, 개발사에서는 '스텔스 전략'이라는 이름의 장르명을 사용하고 있다. 이미 미미미게임즈의 게임들, 특히 '섀도우 택틱스: 블레이드 오브 더 쇼군'을 해본 사람들이라면 익숙한 게임이며, 과거 코만도스를 기억하는 이들에게도 익숙할 느낌의 게임이다. 게임 자체가 섀도우 택틱스와는 완전히 다르지 않지만, 미미미 게임즈는 자체 퍼블리싱을 결심할 만큼 섀도우 갬빗에서 많은 진보를 이뤘다. 한 우물만 꾸준히 판 결과가 성공적이랄까? 미미미게임즈 스스로 스텔스 전략이라는 장르를 어필할 수 있을 정도로, 섀도우 갬빗: 저주받은 크루는 매력적인 전략 게임이었다.

게임명: 섀도우 갬빗: 저주받은 크루
장르명: 스텔스 전략
출시일: 2023. 8. 18.
리뷰판: v.1.0.204.r36934.f
개발사: 미미미게임즈
서비스: 미미미게임즈
플랫폼: PC(Steam), XBOX, PS
플레이: PC


판타지를 가미해 더 풍부해진 전략 게임


플레이어는 저주받은 해적 '아피아 마니카토'로서, 죽은이들의 영혼이 사라지지 못하는 로스트 캐리비안에서 모험을 펼친다. 아피아는 자아가 있고 말을 할 수 있는 유령선 '레드 말리'(붉은 말리호)와 함께 이전 레드 말리호 선장인 모르데카이의 신비한 보물을 찾기 위해 종교 재판소 이단심문관들과의 대립하고 대결을 펼치게 된다.

당연히 캐릭터들은 전부 저주받은 해적, 선원들이며 각각의 선원들의 역할에 맞는 모습과 능력을 갖추고 있다. 이를 활용하여 전투를 펼치게 되는데 전작들과 비교하면 컨셉 자체가 다른지라 자유도가 더 높아진 느낌이 든다. 게임의 메인 스토리 자체는 선형적으로 흘러가지만, 플레이어의 선택과 전략은 비선형적으로 흘러간다. 핵심적인 큰 목표는 주어지지만 그에 도달하는 방법은 플레이어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해 두었다. 이는 전작에서도 비슷했던 방향성인데, 기조 자체는 유지했지만 컨셉의 변화로 한층 더 자유도가 높아졌다고 느껴지는 게 아닐까.

▲ 철저한 준비로 마련된 작전의 성취감은 짜릿하다.

본 게임의 핵심은 바로 판타지와 마법적인 요소로 맞춰진 전략성이다. 순간이동이나 은신, 군중제어, 원거리 저격 등 각각의 개성이 있는 선원들 전략을 짜고 이러한 합이 맞아 완벽한 수행이 이뤄질 때의 경험과 성취감이 매우 훌륭하다. 선원들을 활용해 지형을 무시하거나 적을 유도하고 흐름을 깨고 제거(혹은 기절시켜 묶고)하고 은닉하는 경험까지 매우 좋다. 사실 이 경험 자체는 섀도우 택틱스 시리즈와 크게 차이가 없으나, 전작에서도 훌륭했던 경험이 판타지 세계관과 마법과 어우러져 더 진보했다는 느낌이다.

시작할 때는 아피아 혼자지만, 아피아의 능력 자체도 아주 무난하고 출중하므로 활용도가 매우 높다. 그리고 이후부터 토야, 술레이디, 핑쿠스, 쿠엔틴, 테레사, 가엘, 존 머큐리 등의 동료를 차근차근 부활시켜서 임무에 데려갈 수 있다. 이들은 앞서 언급한 대로 역할에 따라서 적을 유인하거나, 시체조차 남기지 않는 암살이 가능하기도 하며 적을 조종하거나 장거리 저격도 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플레이어의 선택지가 하나하나 늘어간다. 수풀에 숨고 은밀하게 이동하는 건 기본. 벽과 지붕에서 습격을 하면서도 때로는 경비병을 교란해야 하고, 전혀 생각지도 못한 곳에 선원을 올려보내 활로를 찾아야 한다. 그렇기에 같은 미션이더라도 구성한 멤버에 따라서 전략이 크게 변화하고 이를 생각하는 것이 이게 이 게임의 묘미다.

가엘의 대포를 이용해 쿠엔틴을 평소엔 갈 수 없을 고지대로 올려보내는 간단한 전략만 해도 큰 효과가 있다. 쿠엔틴을 올려보내면 낚시 기술로 이동 제약이 심한 테레사의 활용도가 크게 올라가고, 존 머큐리의 다이빙 기술로 고지대를 활보하여 예상치 못한 곳에서 적을 습격하는 전법도 가능하다. 이러한 전술과 전략은 플레이어의 선택이며, 선원 구성에 따라서 난이도가 달라지기는 하지만 특정 선원이 없다 해서 깰 수 없는 맵 자체는 없다.

▲ 이정도만 대충 알아도 게임하는데 지장이 없다

다만 적들의 가짓수가 많지는 않다. 특수 NPC를 제외한 적들은 총 5명뿐이지만, 이들 하나하나가 어느 곳에 배치되느냐에 따라서 플레이가 함부로 돌입하기가 어려워진다. 특히나 한 번에 쓰러지지 않고 시야에 들어오면 선원을 제압하는 프로그노스티카(예언가)나, 서로 연결되어 있어서 둘 모두를 처리해야 하는 킨드레드(동포)가 배치될 경우 매우 성가시다. 또한, 약간 높은 층높이에서 넓은 시야 범위를 가진 유덱스(심판자)까지 배치되면 침입할 '허점'을 찾아야 하는 플레이어의 고민이 깊어진다.

이러한 적들은 시야에 선원, 이상 현상에 관해 관심을 보이고 조사하며 가끔은 순찰중인 어콜라이트가 사라지면 주변을 탐색하여 경계 태세를 갖춘다. 특히나 등에 커다란 경보를 지니고 있는 적들을 잠깐이라도 내버려 두면 경계가 말도 안 되게 강화되어 '암살'은 거의 물 건너간 셈. 여기서 플레이어의 기지가 발휘되어야 한다.

때로는 과감하게 시야에 들어가더라도 빠르게 은폐할 수 있는 곳을 찾아 이동하면 되고, 경보가 울려도 별 탈이 없는 적이라면 총알 몇 발정도 맞아주고 지역 자체를 몰살시키는 전법도 가능하다. 소음 걱정이 없다면 과감하게 적에게 총알을 먹여줘도 된다. 어쨌든, '목격자'만 없다면 암살이라는 사실을 기억하면 생각보다 단순하다는 점도 잊지 말아야 한다.

이런 점이 바로 섀도우 갬빗, 그리고 미미미게임즈가 만든 '스텔스 전략' 게임의 묘미가 아닐까 싶다. 고민하면서 조심조심 가다가도, 어느 정도 전력이 우위에 있다 판단되면 바로 과감하게 도륙을 내는 현장도 만들어내면 된다. 아무튼, 목격자만 없으면 암살맞다. 그리고 실수를 했다 하면 세이브/로드 개념인 레드 말리로 시간을 되돌려서 여러 가지 전략을 실험해보면 된다. 장고 끝에 내린 전략이 딱 들어맞아 완벽한 현장 은폐가 이뤄질 때의 쾌감과 성취감이 플레이에 가장 큰 보상이자 원동력이 아닐까.

▲ 경보 터지고 난리가 나도 목격자만 없으면 암살이다.

▲ 난이도 조절도 가능한데 솔직히 이러면 NO Save는 깰 자신이 없다...


해적 컨셉을 확실하게 살린 스토리, 세계관, 사운드까지

▲ 선원을 부활시키면 그래도 바로 쓰는 법을 알려주는 튜토리얼도 친절하다.

이렇게 전략을 구사하면서 자연스럽게 선원들을 영입하고, 레드 말리와 함께 모르데카이의 보물을 찾아 나가는 과정에 이단심문관 진영인 이그니시아와 강력한 대립구도를 경험하게 된다. 레드 말리의 전 선장인 모르데카이를 궁지로 몰아넣고 희생하게 만들 정도로 만만한 적은 아니다. 게다가 아군에게는 최악으로 작용한 묘수들을 꺼내 들어 플레이어를 집요하게 막아선다.

이러한 이야기들이 자연스럽게 미션 진행 중에 소개되고, 연출이 화려하지는 않지만 확실하게 '해적 감성'으로 잘 구성되어 있다고 느껴진다. 물론 후반부로 가면 이러한 스토리때문에 짜증이 날 정도로 반복 플레이가 요구되기도 한다. 이야기의 흐름 상 무리하게 넣은 구조는 없게 느껴지지만, 강제로 미션이 길어지다 보니 좀 늘어진다는 느낌이 없지 않아 있는 편.

▲ 스토리 연출은 부족하지는 않은 느낌이다.

▲ 일러스트+3D캐릭터 연출로 심심하지는 않고, 성우 연기가 정말 좋았다.

특히나 종장에 다다르는 과정에는 매력이 좀 덜한 이야기들로 미션들이 강제적으로 늘어나 플레이타임을 늘린 느낌이 조금은 든다. 물론 이는 개인적인 취향차이가 크게 갈릴 부분이라고 본다. 개인적으로는 선원들의 이야기와 사연들을 깊게 알려주는 이야기는 좋았지만 이쯤에 와서는 미션 하나하나가 적잖은 피로도가 있기에 더 그렇게 느껴지는 게 아닐까 싶었다.

그래도 섀도우 갬빗에서 보여주는 이야기 자체가 억지라거나 무의미하다는 뜻이 아니다. 짜임새는 좋고 구성과 흐름도 무난하다. 연출은 다소 밋밋하지만 스탠딩 일러스트와 인게임 화면의 연출이 어우러져서 심심하다는 느낌은 없다. 무엇보다도 성우들의 연기가 훌륭한 편.

뛰어난 성우들의 연기와 함께 OST 및 BGM, 그리고 인게임 효과음 자체가 정말 잘 어울리고 어색함이 없을 정도로 훌륭하다. 적들도 근처에 접근하면 주저리주저리 대화하는 걸 볼 수 있고 상황에 따라 대사가 변화하는 모습도 적지 않다. 이렇게 훌륭히 어우러진 사운드는, 섀도우 갬빗이 마련한 로스트 캐리비안이라는 세계를 한층 더 매력적으로 만든다.

▲ 정교한 맵 역시 볼거리. 밤낮으로 보는 풍경도 달라서 좋았다.




섀도우 갬빗은 플레이하는 동안 전략을 구상하다 보면 시간이 훌쩍 지나있을 정도로, 몰입도도 좋고 집중력도 좋은 전략 게임이었다. 판타지 컨셉으로 마련된 선원들의 개성은 확실히 '해적'이라는 이번 이야기와 아주 잘 어울리며, 이를 통해 고민하고 또 고민하는 자신의 모습을 쉽게 알게 된다.

판타지와 마법이 어우러지는 로스트 캐리비안의 세계관은 나름대로 탄탄하게 짜여 있고, 모르데카이의 유산을 찾아 나서는 스토리 텔링은 개인 취향차가 있을지언정 허술하게 꾸며진 건 않았다. 연출이 화려한 건 아니지만 이야기를 전달하는 데에는 부족함이 없으며, 성우들의 열연과 BGM, 뛰어난 효과음들이 플레이어를 즐겁게 만든다.

▲ 적들을 쏴버릴때도 으아아아~~ 하는 소리가 들려서 재밌다.

다만 약간 아쉬웠던 점은 후반부로 갈수록 지형지물로 인한 전략이 한계에 도달한다. 이러한 전략성은 대부분 선원에게 몰려있기 때문에 개인의 호불호가 있을 수 있다고 본다. 가끔은 UI, UX 적으로도 가시성에서 아쉬운 부분이나 선원 조작에 실수를 유발할 수 있는 구간들이 있는 편이라 조금은 아쉽다.

그래도 더 높은 난도에 도전하고 도전 과제들을 해금하다 보니 시간가는 줄 모르는 마력이 있는 게임이랄까. 진행도 달성에 따른 추가 해금 요소들이 적은 건 조금 아쉽지만, 엔딩을 본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도전할 수 있도록 여러 요소를 만들어 둔 점은 반갑다. 전략 게임이니만큼, 여러가지 선원 조합들을 실험해보고 한계에 도전하는 재미가 쏠쏠하니까.

미미미게임즈는 이번 '섀도우 갬빗: 저주받은 크루'로 첫 홀로서기를 시작한다. 그동안 쌓아온 노하우로 마침내 '스텔스 전략'이라고 자신있게 부를 수 있는 완성도를 마련했기에 이런 결정이 가능한 게 아닐까? 코만도스 스타일의 전략 게임을 좋아하는 유저들에게, 섀도우 갬빗은 충분히 그 가치를 보여줄 수 있는 게임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