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어떠한 예고 없이 출시된 신작 '하이파이 러쉬(Hi-Fi Rush)'는 평론가를 비롯, 전 세계 게이머에게 놀라움을 선사했다. 경쾌한 카툰 스타일의 비주얼, 강렬한 음악에 딱 맞아 떨어지는 액션은 개발사인 탱고 게임웍스의 전작들과는 전혀 다른 색채를 띄고 있기 때문이다.

'디 이블 위딘' 시리즈, '고스트와이어: 도쿄' 등 호러가 가미된 액션 게임으로 유명했던 탱고 게임웍스는 어떻게 '하이파이 러쉬'를 개발하게 되었을까. 개발사 설립 초기부터 합류해 이블 위딘 시리즈를 만들어 온 존 요하나스 디렉터는 '하이파이 러쉬'의 시작은 기본적으로 이블 위딘2 출시 이후, '호러 게임이 아닌' 작품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에서 출발했다고 전했다.

▲ 존 요하나스(John Johanas) 탱고 게임웍스 게임 디렉터

호러가 아닌 게임을 개발하고자 했던 그의 첫 아이디어는 게임의 액션이 배경음악과 조화를 이뤄, 마치 뮤직비디오와 같은 형식의 게임을 만들어 보는 것이었다. 이러한 콘셉트를 처음 피칭했을 때 주위의 반응은 긍정적이었지만, 넘어야 할 산 또한 가득했다. 첫째로, 탱고 게임웍스가 이러한 종류의 게임을 개발해 본 적이 없었던 것도 큰 걸림돌이었다.

존 요하나스 디렉터는 데브컴 2023 강연을 통해 '하이파이 러쉬'를 성공적으로 개발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기존의 게임 개발과는 '반대'의 프로세스를 갖는 것이 굉장히 중요했다며 발표를 이어나갔다. 모든 게임의 개발 과정에 이러한 접근법을 적용하는 것은 불가능하겠지만, 생각해볼만한 가치는 있다는 이야기와 함께.

▲ 리듬 액션을 재정의한다는 목표로 시작된 '하이-파이 러쉬'

완전한 하나의 게임을 개발할 수 있는 최종적인 승인을 받기 위해서, 존 요하나스 디렉터는 자신의 아이디어를 입증할 수 있는 프로토타입을 만드는 것이 중요했다고 설명했다. '리듬 액션의 재정의'를 목표로 한 프로토타입은 처음 그와 프로그래머 한 명이 함께 개발을 이어나갔고, 총 9개월간의 작업 끝에 10에서 15분 남짓 플레이 가능한 모델을 완성할 수 있었다.

그는 해당 프로토타입에 "'하이파이 러쉬'의 최종적인 모습이 이렇다"는 것을 모두에게 설득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전반적인 음악의 톤은 물론, 비주얼, 뉘앙스 등을 모두가 공감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중요한 단계였다. 그리고 그에 따르면 이 프로토타입 과정에서부터 '반대로 하는' 개발이 일어나게 되었다.

'반대로 하는 개발'의 시작은 존 요하나스의 첫 아이디어인 '게임의 모든 액션을 음악에 연결하기'에서 연장된 것이었다. 음악의 박자는 특정 부분에서 임팩트를 강화하는 역할을 하고, 대부분의 뮤직 비디오나 트레일러는 이를 시각적으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게임의 경우는 이야기가 다른데, 이용자의 입력에 따른 딜레이 또한 박자를 맞추는 데 필수적으로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 플레이어의 인풋이 개입되는 만큼, 음악을 구조적으로 분해하는 것을 필두로 한 '거꾸로 개발'이 주효했다

이러한 과정에서 존 요하나스 디렉터와 프로그래머는 먼저 음악의 구조를 디테일하게 나누고, 이를 게임플레이 전반에 삽입하는 형태로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일명 RSS(Rhythm Syncro System) 시스템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해당 시스템의 핵심은 플레이어가 언제 어떤 박자에 액션을 입력하더라도, 게임 내에서 보여주는 결과물이 음악의 박자에 맞춰 움직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플레이어가 특정 박자보다 조금 늦게 버튼을 입력할 경우 애니메이션이 조금 더 빨리 진행되어 음악의 박자를 맞추고, 반대로 플레이어의 입력이 너무 빠를 경우에는 캐릭터의 애니메이션이 조금 더 연장되며 박자에 맞는 동작을 표현하는 형태다.

존 요하나스 디렉터는 비단 전투 측면에서 뿐 아니라, 게임플레이를 포함하는 거의 모든 부분이 박자에 맞아떨어지도록 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반대로 개발' 방식이 큰 효과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플레이어의 접근에 따라 자동으로 열리는 문이나, 정적인 상태에서 보스전으로 입장하는 경우에도 이는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문으로 접근하는 플레이어 동작과 박자의 차이에 따라 문은 빠르게, 또 느리게 열리게 되는 형태다.

이어 그는 나인 인치 네일스 등 유명 밴드의 라이선스 곡을 활용한 보스전을 제작하는 단계에서도 '음악에 초점'을 둔 개발이 핵심적이었다고 전했다. 일반적인 게임 개발에서는 게임플레이가 완성된 뒤에 비주얼이나 음향이 추가되는 것과 달리, '하이파이 러쉬'의 경우 음악을 구조적으로 분해하는 것이 첫 번째 단계가 된 셈이다. 한 가지 사례로, 특정 보스의 기술은 음악의 핵심 부분과 매우 밀접한 과계를 가지고 있으며, 배경 음악에서 해당 파트가 재생되지 않을 경우 보스 또한 해당 기술을 활용하지 않는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 미세한 차이지만, 박자에 따라 문 여닫는 속도까지 고려한 디테일이 핵심

물론, 이러한 거꾸로 개발법은 일반적인 상황의 게임 개발에 손쉽게 대입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지금까지 많은 개발자들에게 익숙해져 있는 워크플로우를 갑자기 뒤집게 될 경우, 얻을 수 있는 긍정적인 기대보다는 혼란을 더욱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존 요하나스 디렉터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의 개발의 반대로 해본 경험에서 얻은 배운점도 존재한다"며 몇 가지 긍정적인 요소를 소개하며 강연을 마무리했다. 먼저, 시작 단계에서부터 결과물에 대한 윤곽이 명확한 프로토타입을 만들고, 이를 팀에 공유한다면 보다 명확한 비전과 확실한 목표를 향해 서로의 의견을 일치시킬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또한, 그는 게임플레이를 디자인하는 과정에서 핵심이 되는 요소를 깊이있게, 반복적으로 강조할 수 있다면 이후 개발 과정에서 팀원들이 이를 놓치는 경우가 줄어든다고 전했다. 중요한 것은 핵심이 되는 비전을 초기 단계부터 빠르게 적용하고, 이후 탄탄한 피드백을 통해 더욱 명확한 결과물을 도출해내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그는 "알고 있는 과정을 다시 배우는 것에 대해 두려워하지 말자"며, 언제나 새로운 방식을 표용하는 것을 통해 생각지도 못한 좋은 방법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라 조언하며 강연을 마무리했다.

▲ 익숙함에서 벗어난 새로운 시도는 때때로 놀라운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