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센트 산하의 글로벌 게임 개발사, 라이트스피드 스튜디오는 지난 주 싱가포르에서 진행된 게임스컴 아시아 2023을 통해 자사가 연구중인 인공지능 생성 콘텐츠(AIGC)의 혁신 솔루션을 공개하고, 싱가포르 기술 디자인 대학(SUTD)과의 협업을 발표했다.

라이트스피드 스튜디오는 중국은 물론 미국, 캐나다, 싱가포르, 한국 등 10여개 국가에 팀을 보유한 게임 개발사다. 크래프톤과 펍지 모바일을 공동 개발했으며, 최근 언던(Undawn)등의 모바일게임 또한 개발했다. 지금까지 약 50여 종의 게임을 통해 전 세계 40억 명 이상의 이용자를 보유하고 있는 기업이기도 하다.

이날 게임스컴 아시아 2023에서는 라이트스피드 스튜디오의 선임 AI 연구원이 강단에 올라 게임 개발을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스튜디오 최초의 자체 개발 생성형 AI 기술을 소개했다. 발표에서는 게임 개발은 물론, 플레이에 적용할 수 있는 AI 생성 콘텐츠에 대한 사례를 다양한 각도에서 조명하기도 했다.

▲ 왕신(Xin Wang) 라이트스피드 스튜디오 수석 AI 연구원

발표를 맡은 라이트스피드 스튜디오의 수석 AI 연구원, 왕신(Xin Wang)은 프랑스 파리 소르본 대학교에 다니던 시절부터 AI 분야에 집중해 온 전문가다. 학창 시절 인공지능을 게임 프로덕션은 물론 마케팅, 게임플레이 자체에 접목하는 방안에 대한 관심이 대단히 높았으며, 박사 과정 시절에는 실제 세상의 정보를 AI에게 학습시키고, 이를 통해 AI가 현실에 기반한 새롭고, 정확한 무언가를 내놓을 수 있도록 하는 데 많은 연구를 해 왔다.

그에 따르면, 현실을 인지한 결과를 토대로 새로운 무언가를 창조해낸다는 개념에 가장 적합한 것은 게임이었다. 그렇게 졸업과 함께 라이트스피드 스튜디오에 합류한 그는 지난 5년간 인공지능이 생성하는 콘텐츠에 대한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그가 강연에서 선보인 생성형 AI 솔루션의 골자는 AI를 활용해 개발에 들어가는 리소스를 덜어내는 것에 국한되지 않고, 플레이어가 끊임이 없는 경험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었다. 아직은 먼 미래를 바라보고 있는 상태이지만, 오픈월드, NPC, 커뮤니티 등 게임의 경험을 구성하는 거의 모든 부분에서 AI의 활용 가능성을 매우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강연 도중에는 일종의 시연 또한 공개됐다. AI 에이전트에게 제공하는 다양한 인풋(이미지, 영상, 목소리 등)에 따라 원하는 결과물을 빠르게, 또 손쉽게 생성해내는 것이 주된 특징이다. 중요한 것은, 현재 일부 요소에서만 사용되는 AI 생성 콘텐츠들을 서로 연결해 '끊임없는 경험'을 전달한다는 것이 목표다.


실제로 최근 시장 리포트에서는 AI의 기술의 발전으로 게임 개발사의 개발비 절감을 기대하는 분위기를 확인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왕신 연구원은 "AI가 개발비를 절감한다는 접근보다는 개발자나 아티스트의 역량을 강화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전했다.

그는 "누구나 사용할 수 있도록 열려 있는 생성형 AI는 국수를 먹을 때 사용하는 젓가락과 같다"며, "한 번 젓가락질을 배우면 더 많은 다른 음식을 편하게 먹을 수 있는 것처럼 AI 또한 마찬가지다. 누구에게나 동등한 기회가 주어진 만큼 (개발에 들어가는)시간을 절약하고, 창의적인 능력을 더 표출할 수 있게 됐다. 이런 면에서 AI의 도래는 매우 긍정적"이라고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항간에는 생성형 AI가 어딘가에서 갑자기 등장한 혁신적인 기술처럼 비춰지지만, 사실은 매우 점진적이고, 체계적인 연구개발이 토대가 되어 서서히 발전하고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챗GPT나 스테이블 디퓨전, 미드저니 등이 세상에 알려지기 이전에도 연구 분야에서는 텍스트를 기반으로 결과물을 출력하는 시스템은 존재해 왔다. 위 AI들이 소비자의 입장에서 대단한 혁신처럼 여겨지는 것 또한 기술이 점진적으로 발전한 결과라는 것이다.

▲ 게임스컴 아시아에서 강연을 진행하는 왕신 연구원

AI 전문가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생성형 AI와 게임이 마주한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그는 AIGC의 비전은 단순히 하나의 기술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모든 기술을 연결해 개발은 물론 소비자의 경험을 발전시키는 것이라고 전했다. AI 연구에 대한 라이트스피드 스튜디오의 슬로건은 "진짜 세상을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가상의 세계를 만드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미래가 오기까지는 아직 많은 시간이 필요하고, 또 넘어야 할 과제도 수두룩하다. 왕신 수석 연구원은 현 시점에 가장 도전적인 점은 '기술 자체'라고 전하며, 아직도 생성형 AI 분야는 메이저한 연구는 아니지만, 이러한 도전을 극복할 충분한 가치가 존재하는 분야라고 답했다.

한가지 사례로, 최근 얼리얼 엔진의 테크 데모인 '매트릭스 어웨이큰스'를 바탕으로, 게임 속 NPC에게 플레이어의 목소리 입력에 따라 반응하는 '스마트 NPC' 기술이 화제가 된 바 있다. 레플리카 스튜디오가 공개한 해당 기술은 자사의 AI 음성과 OpenAI를 결합해 플레이어가 NPC와 역동적인 대화를 이어갈 수 있도록 하는 데모였다.

왕신 수석 연구원 이러한 기술에 대해서도 아직 발전한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며, 일단 실제 음성을 통해 NPC로부터 정확한 반응을 이끌어내는 것부터가 아직 어려운 기술이라고 전했다. 또한, 끊임없이 몰입감 있는 경험을 위해서는 NPC의 반응에 해당하는 명확한 바디랭귀지 또한 필요한 만큼, 하나의 기술이 아니라 여러 분야의 기술이 함께 발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현재 게임 업계가 당면한 과제로 꼽았다.


한편, 라이트스피드 스튜디오가 이번에 공개한 기술은 아직 실제 게임에 적용된 사례는 없는, 개발 단계에 있는 상태다. 주요 개발 파이프라인에 어떤 형태로 접목할 것인지는 앞으로도 남은 과제가 많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게임스컴 아시아 2023를 통해 현재 개발중인 솔루션의 일부를 프리뷰 형태로 공개한 것 또한 앞으로 협력해 나갈 파트너를 모색하기 위함이다. 지난 7월, 라이트스피드 스튜디오는 싱가포르 국가 주도 사업인 AI 싱가포르와의 협업을 발표했으며, 나아가 학계와 산업 사이의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노력을 적극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끝으로 왕신 수석 연구원은 아직까지 AI를 실생활에 받아들이기 주저하거나, 미지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있는 이들에게 "이용자들에게 행복을 주기 위해서는 자신부터 행복해질 필요가 있다"는 조언을 전했다. "AI 분야에 투자를 거듭하는 것은 세상이 보다 편하게 돌아갈 수 있도록 돕기 위함이기 때문"이라며, 매일같이 진행되는 연구와 개발이 서서히 지금의 AI를 만든 것처럼, 꾸준히 도전하고, 부딪히며 시도해 보시기 바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