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별다른 기대를 하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꽤 오래 즐겼던 '그랑블루판타지 버서스'의 새로운 타이틀이 아니라 대형 업데이트를 기대했었으니까. 그렇지만 당시 업데이트도 그렇게 공격적이지 않아 이렇게 조용히 새로운 IP의 격투 게임도 역사속으로 사라지나 싶었다. 오히려 사이게임즈는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던 것이고, 그렇게 '그랑블루판타지 버서스: 라이징'(이하 GBVSR)이 새로운 타이틀로 발표됐다. 그래픽 업그레이드와 함께 신규 요소 및 캐릭터를 추가하는 업그레이드 된 신작. 그렇게 새 게임이 나와서 정말 놀라웠다.

물론 GBVSR은 시작부터 좋지는 않았다. 첫 번째 테스트에서는 사양 변경에 대한 부분과 신규 시스템, 자원 배분에 대해 많은 유저들이 부정적인 피드백을 보내면서 시작부터 흔들렸다. 그렇지만 2차 CBT를 앞두고 대대적인 변화를 예고했고, 그러한 변화들을 반영한 2차 CBT와 마지막 테스트에서는 많은 유저들이 좋은 반응을 보였다. 그렇게 테스트를 마치고, 시간적으로 허용할 수 있는 마지막 피드백까지 적용된 GBVSR이 12월 14일 출시됐다. 그리고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개발진의 노력과 의지는 충분히 엿볼 수 있는 긍정적인 변화를 느껴볼 수 있었다.

게임명: 그랑블루판타지 버서스: 라이징
(Granbluefantasy Versus: Rising)
장르명: 대전 액션
출시일: 2023.12.14
리뷰판: 프리뷰/얼리액세스 빌드
개발사: 사이게임즈&아크시스템웍스
서비스: 사이게임즈
플랫폼: PS, PC
플레이: PC, PS5


일신한 시스템, 생각을 더 많이 해야하는 대전

▲ 새로운 얼티메이트 어빌리티가 생겼다. 쿨타임 중에도 오의 게이지로 쓸 수 있다.

GBVSR에 들어서 대전은 시스템 적으로 큰 변화가 생겼다. 기본기의 판정의 변화가 있었고, 강화 어빌리티도 낙법을 할 수 있도록 변화된 점 등 엮여있는 부분이 많다. 여기에 추가적으로 대시 공격과 연속 공격 개틀링의 추가 요소 등까지 합쳐져 있는 상태. 어빌리티의 커맨드 이득도 '단독 사용'에서의 대미지 증가만 있기에, 사실상 단독 커맨드 잡기를 사용하거나 단독 기술로 히트시킬 수 있는 캐릭터들이 아닌 이상 무의미해진 면이 강하다.

하단 공격의 선택지는 늘어났지만 이득 프레임은 없어졌고, 하단 공격부터의 연결지는 더 줄어서 하단 공방은 약해졌다. 잡기는 공격자 입장에서는 상대방의 잡기 풀기 패턴을 더 파악하기 쉬워져 할 게 많아지면서도, 방어자 입장에서도 잡기를 어떻게 푸는 지에 대한 나름대로의 선택지와 혼선을 줄 수 있게 되어 양상이 크게 변했다.

여기에 브레이브 포인트를 통한 시스템이 추가되면서 화력이 이전보다 매우 강해진 느낌이 강하다. 특정 캐릭터들의 경우 가드를 무시하고 들어오는 대미지의 어빌리티도 존재할 정도니, 이전보다는 확실히 게임이 공격적으로 변화했다. 이 과정에서 오의 게이지의 사용처도 늘었고 테스트를 거쳐 이에 대한 조정도 있어서 밸런스가 잡혔다.

▲ 레이징 스트라이크는 상대방의 가드를 깰 수 있는 강력한 수단이라, 꼭 알아야 한다.

느낌으로는 구석에서의 불합리한 문제 내기/정답 찾기를 줄이면서, 압박의 연속성도 이득 프레임의 변화로 크게 줄었다. 구석에서의 탈출 역시 BP시스템 등을 이용하면 확연히 이전보다는 나아진 느낌이 있다. 피지컬인 동체시력을 요구하는 플레이도(레이징 스트라이크 회피 등) 필요하지만, 전체적으로 대치 상태의 수 싸움을 좀 더 신경쓰고 이를 토대로 대전을 풀어나가기를 유도한 느낌이 든다. 추가된 대시 공격은 초심자들에게는 편리한 공격 시작 수단이 되고 있었고, 이를 기반으로한 중근거리에 대한 수싸움이 많이 강해졌다.

이러한 변화는 사실 전작을 어느 정도 플레이한 유저들에게는 새롭다기보다는 이질적으로 느껴질 수 있는 큰 변화다. GBVS 역시 몇 가지 시스템을 추가해 새로운 변화를 시도했고, 나름대로의 효과를 얻었지만 극적이다라고 말하긴 어려웠다. 그래서 이러한 과감한 변화를 시도한 것이지 않을까 싶다. 여기에 캐릭터별 기술의 사양 조정, 밸런스 조정까지 겹쳐지고 신규 캐릭터들이 들어오면서 환경 자체가 '다시 시작한다'는 느낌이 강하다.

그래서 이러한 변화는 전작 GBVS와 무늬만 비슷하지 결이 완전히 다른 게임으로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전작을 정말 재미있게 즐긴 유저들 중에는 이질감이 들어 재미없다고 느낄 수도 있겠고,반대로 신선함을 받아들이고 적응하는 유저들도 있을 것이다. 그나마 랭크 매치의 룰이 정말 너그럽기에 신규 유저들도 꽤 부담없이 즐길 수 있지 않을까? 물론 신규 유저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다라는 관점은 복합적인 요소들이 있어서 정말 추천하는 타이틀이다라고 하기엔 아직 조심스럽다.


더 발전한 그래픽과 튜토리얼, 여전히 아쉬운 스토리

▲ 연출은 확실히 걱정없을 정도로 잘 나왔다.

어쨌든 런칭 시점 기준으로 신규 캐릭터를 포함해 28종의 캐릭터, 그리고 새로운 대전 맵들과 스토리 등 다양한 신규 요소들도 생겼다. 무엇보다 유저들이 이 외에 크게 느낄 변화점은 비주얼적인 측면이 아닐까. 새로운 후 처리가 적용되면더 한층 더 애니메이션 효과가 강렬해졌고, 기술의 이펙트나 강조도 전작보다 많이 강렬해졌다. 특히나 강 카운터에 대한 연출은 약간 지나치게 느껴질 수 있을 정도로 강조되어 큰 위기라는 점을 알려준다. 대전의 가시성을 크게 해치지는 않으면서 강조하고자 한 냐름의 적정선을 찾은 느낌.

여기에 BP 시스템 발동 역시 화면의 암전 비슷한 효과가 발생하기도 하기에 상당히 화면 변화가 전작에 비해 다채로워졌다. 그만큼 '보는 느낌'도 많이 달라졌고, 이는 전작의 분위기를 그대로 계승하고, 한층 더 업그레이드 시킨 발전이라고 할 수 있겠다. 여기에 한 가지 더 칭찬해주고 싶은 요소는 바로 '스킨'이다. 이전에도 단순한 색 변경 외에도 직접 다른 분위기를 낼 수 있는 스킨의 출시를 많은 유저들이 바래왔고, 마침내 GBVSR에 와서는 스킨도 적용되는 모습이 나왔다. 무기 스킨에 이어 발전된 모습이라, 비주얼적으로는 아마 대부분의 유저들이 불만족없이 높은 만족도를 보여줄 것으로 본다.

▲ 스토리 모드의 경험은 그랑블루 판타지의 팬이 아니라면 큰 기대를 하지 않는 게 좋다.
물론 스토리의 전개와 소재, 마무리까지 다 좋아졌다.

스토리 모드는 여전히 아쉽다. 그랑블루라는 사이게임즈의 거대한 세계관을 좋아하는 유저들이라면 그래도 색다른 재미와 전개를 생각하면서 볼 수 있을 것 같다. 게임내 튜토리얼이 더 강화되었기에 스토리는 이제 게임에 입문하게 하는 일종의 장치라기보다는, 색다른 재미를 추구하는 쪽으로 느껴진다. 그나마 PC, PS5로 플랫폼을 확장하면서 성능이 향상되어 초창기 PS4 때보다는 잔로딩이 크게 줄었다는 점이 좀 더 쾌적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아무래도 근본이 격투 게임이라서 그런지, 스토리 모드는 감성 혹은 아주 약간의 보상을 노리는 것 외에는 전투에서 큰 즐거움을 제공하는 건 아니라 호불호가 크게 갈릴 것 같다. 전작보다는 그래도 나아진 모습을 보여주긴 하지만 사실상 전작과 큰 변화가 없는 느낌이다.

오히려 성우들의 연기나 BGM, 스토리 전개 등에서 흥미로운 요소들은 충분히 있다. 거기에 추가적인 컷신, 그리고 연출로 스토리 요소를 좋아하는 유저들에게는 또 다른 어필이 될 수는 있을 것 같다. 만약 필자와 같은 모종의 이유로 세이브 연동이 안된다면 답답한 GBVS 스토리를 다시 처음부터 볼 각오가 필요하다는 건 좀 힘겨울 수 있겠다.


초보 유입 환경은 좋지만, 접근 과정은 아쉽다.

▲ 새롭게 마련된 로비는 넓어졌고, 귀여운 아바타들도 액션이 크게 늘었다.

GBVSR의 초보 유입을 위한 발판 자체는 아주 좋다. 기본적으로 마련된 튜토리얼도 게임의 시스템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고, 부족한 부분은 직접 연습할 수 있다. 이전에는 없던 프레임 데이터도 최소한 필요한 부분은 보여주기 때문에, 자신의 의지만 있다면 기술의 유불리나 후상황, 대응에 대해서 열심히 공부하고 배워가게 된다. 거기다가 조작도 이제 테크니컬(커맨드) 입력을 고수할 필요가 없어졌기에, 조작이 훨씬 쉬워졌다.

그런데 이게 좀 미묘하다. 앞서 초보들에게 적극 권장할 수 있을만한 입문용 격투 게임인가 하는 질문에는 의문과 걱정은 조금 든다. 조작은 100% 초보 지향적인 부분이 맞다. 기존 시스템에서 신규 요소와 대규모 조정으로 변화된 시스템의 깊이가 달라졌다. 더 깊은 시스템으로 알아야 할 것이 훨씬 많아졌다. 그래서 "모르면 맞아야지?"를 당해야 하는 시점이 길어진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는 '입문은 쉽지만 마스터하기는 어려운' 과거 격투 게임들이 추구해오던 가치에 정확히 일치하고, GBVSR은 이를 더욱 강화 느낌이 됐다. 격투 게임으로서는 발전했다고 볼 수 있지만 무조건 초보 지향적인 게임이다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이제는 이 '배워야 할 것들'로 자연스럽게 유도해서 익히게 만들어주는 과정이 필요했다.

▲ 특히나 니아와의 대전은 모르면 하루종일 맞기만 해서 결국 트레이닝을 갔다.
격투게임 해본 사람들이나 트레이닝을 가지, 일반적으로"어떻게 하라는거야?"할 수 밖에 없다.

신규 유저를 유치하기 위한 격투 게임들의 노력은 최근 눈부시게 발전했다. 넘버링, 혹은 신규 타이틀로 세대가 교체되면서 계속 흐름이 바뀌었고 그 과정에서 여러가지 시도들이 있었다. 그렇게 여러가지 방향성이 제시됐고, 몇 가지 사례는 실패로 끝났다. GBVSR이 몇 년 전에 나왔던, GBVS 시절이라면 이 게임 역시 '초보 지향적인 게임'이라고 불렀을 수도 있겠다. 그렇지만 지금은 좀 더 보여줘야 하는 시점이다.

조작에 따른 이득을 과감하게 조정하여 단순화 시킨 건 매우 좋은 시도다. 그리고 이러한 결과는 이미 GBVS 뿐 아니라 이미 캡콤의 스트리트파이터가 '모던' 조작을 통해서 새로운 양상을 만들었다는 점으로 나름대로 증명된 사실이기도 하다. 그래서 최근 조작의 단순화는 거의 필수 요소로 받아들여지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그렇지만 PvE를 통해서 PvP로 접근하게 하는 과정이 아직 GBVSR에서는 조금 부족했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튜토리얼, 대전에 대한 시스템이 잘 만들어져 있다고 한들, 결국 '공부'는 스스로 해야 한다는 점이 다르다. 이러한 시스템까지의 연결이 "튜토리얼 해보세요"로 끝나면 안되고 다른 흥미요소로 이를 인식시켜 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직까지 여기까지 온 게임은 매우 드물고, GBVSR역시 이부분은 부족하다고 본다.

▲ 새롭게 생긴 파트너. 대전, 스토리, 플레이 여러 방면에서 여러가지 이야기를 해준다.


플레이하는 보람이 있는 격투 게임

▲ 드디어 생긴 스킨. 지타/나루메아는 여전히 인기캐가 될 것 같은 느낌이다.

그래도 GBVSR은, 전작을 했던 입장에서 환영할만한 변화를 담은 게임이라고 생각한다. 처음부터 다시 배우고 익혀야 할 것이 많아 헤메곤 있지만 하나하나 배워가는 과정과 대전은 즐겁다. 네트워크 환경에 대해서 롤백넷코드를 도입하면서 나름대로 온라인 대전 환경도 많이 쾌적해졌고, 크로스 플레이를 지원하기에 대전자의 풀도 늘어났다. 격투 게임에 있어서 가장 큰 난제인 대전 풀의 분산을 최소화 시킨 점이 큰 플러스 요소라고 본다. 얼리액세스의 경험에서 돌아보자면 PS5, KT(중요) 회선에서도 약 200ms의 근처 유저와의 매칭에서도 어느 정도 게임 플레이가 할만했다.

아쉽게도 테스트 기간 동안, 그리고 얼리 액세스 기간 동안 새롭게 만들어진 멀티플레이 미니게임 '그라부톳!'은 매칭이 되지 않아 제대로 체험해볼 수 없었다. 물론 대전을 하다 지치면 몰려가서 놀 수 있는 공간으로 마련된 점이기에 게임의 전체적으로 영향을 주는 큰 평가에 큰 요소는 아닐 것 같다. 그래도 이전 테스트에서는 약간의 밸런스 적인 불만은 있었어도, 상당히 호평이었던 콘텐츠고 인기를 끈다면 또 다른 매력으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가장 큰 의미라고 볼 수 있는 건, 개발진의 변화다. 전작에서는 유저들이 '고집불통'이라고 할 정도로 확고한 방향으로 밀어붙였다. 그 결과 방어적인 측면이 매우 유리하다고 게임이 수동적이라는 비판을 받았고, 많은 유저들이 떠나갔다. GBVSR에서는 유저들의 피드백을 듣고, 이를 적극적으로 반영해 게임에서 '공격이 더 재밌다'라고 강조하는 시스템들이 추가됐으며 분위기와 템포가 많이 바뀌었다. 첫 번째 테스트에서 썩 좋지 않은 반응을 2차 CBT 이후로 과감하게 뜯어 고쳐서 새로운 분위기로 만들었고, 이제는 '플레이하는 보람이 있는 게임'이 됐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앞으로도 개인적으로 기대가 있는 게임이다. 최종적으로 게임의 정체성이 연구되는 시점은 출시 당일이 아닌 그 이후가 될 것이다. 언제나 격투게임은 그래왔고, 최소 몇 주 혹은 몇 달 이상의 시간이 흐르면서 대전 메타가 자리잡히는 시점이 중요하다. 그 시점까지는 최소한 GBVSR은 꽤 상쾌하면서 고민거리가 많은 생각할 부분이 적지 않은 대전 환경을 제공한다. 아쉬운 부분은 없지 않지만, 그래도 개발진이 큰 마음을 먹고 유저 피드백을 적극 반영한 게임인 만큼 앞으로도 더 좋은 방향으로 발전해서 오래 지속되는 격투 게임이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