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 엔드림게임즈 권혁민 '드래곤 엠파이어' 총괄PD, 김태곤 대표

전쟁게임 장인 김태곤 대표가 엔드림게임즈의 신작 '드래곤 엠파이어'를 17일에 선보인다. 김태곤 대표는 전쟁게임의 매력으로 '커뮤니티'와 '사람 사는 냄새'를 꼽았다. 전쟁게임은 처음부터 다른 유저와 단결해야 하고, 갈등이 일어나는 과정에서 커뮤니티가 공고해진다. 게임의 본질적인 재미가 처음부터 일어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러한 전쟁게임은 '4X'라고도 불린다. 탐험(explore), 확장(expand), 개발(exploit), 말살(exterminate)이 핵심 재미 요소다. 김태곤 대표는 초기 4X 게임이 병사들을 소모하는 개념에서 시작했다면, 이제는 유저가 애착을 가질 수 있는 캐릭터와 이야기가 등장한다고 봤다. 이 관점에서 기존 RPG 특징과 4X 게임 특징이 점점 융화되어 가고 있다.

최근 게임시장에서 주류로 떠오른 작품들은 유저와 캐릭터의 애착관계를 형성하는 걸 중요시 한다. 김태곤 대표는 신작 '드래곤 엠파이어'에 애착 요소를 잘 넣으려 고민했다. 게임 이름에서 나타나듯이 '드래곤 엠파이어'는 드래곤이 중요한 콘텐츠로 등장한다. 유저는 드래곤을 알에서 부화시켜 먹이를 주고 키우며 나중에 전투의 동반자로 함께 한다.

김태곤 대표는 게임의 경험에서 오는 애착에 주목했다. 단순히 캐릭터가 예뻐서가 아닌, 유저가 게임 자체를 주도한다는 느낌을 받을 때 오는 경험이다. 그는 "유저가 어떤 플레이를 명확하게 이해하면서, 스스로 설계하며 목표를 달성했을 때 느끼는 재미가 있다"라며 "드래곤 엠파이어는 유저가 목표를 이룰 여러 방법을 다양하게 도전케 하고, 실제로 달성했을 때 만족감을 크게 느끼도록 했다"라고 소개했다.

▲ 김태곤 대표 "유저는 게임을 주도한다는 느낌을 받을 때 재밌다고 느낀다"

'드래곤 엠파이어'는 유저가 게임을 지배할 수 있도록 했다. 단순히 게임사가 의도한 대로 흘러가는 게 아닌, 유저 주관에 따라 진행할 수 있다. 김태곤 대표는 "유저가 어떤 게임을 못 만들었다고 평가할 때는, 자신이 게임에 끌려가고 있다고 여길 때가 많다"라며 "게임이 시키는 대로 따라가다 보면 이걸 왜 하는지 의문을 품는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유저가 게임을 완전히 이해해서 스스로 응용력을 발휘할 수 있을 때 '좋은 게임'이라는 평가를 내린다"라고 덧붙였다.

글로벌 게임 시장에서 4X 게임은 중국이 강세를 보인다. 중국은 우리나라보다 오랜 기간 4X 게임에 집중했고, 어느 정도 성공의 문법을 정립했다. 중국이 4X 게임에 강세를 보이는 배경에는 삼국지, 초한지 등의 고전이 배경으로 자리 잡은 것으로 보인다.

김태곤 대표는 우리나라가 글로벌 4X 게임 시장에서 후발주자라고 짚었다. 그는 "사실, 과거에는 우리가 중국산 게임을 볼 때 약간은 좋지 않은 시각으로 봤지만, 이제는 우리가 따라잡아야 하는 대상이라고 생각한다"라며 "아직도 MMORPG에만 집중했다면 중국 시장과의 격차를 느끼지 못했을 수 있지만, 우리가 4X 게임 장르에 들어가면서 우리가 후발주자라는 점을 명확하게 느꼈다"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중국의 4X 게임 선도 업체를 보니 그들만의 경쟁력과 독창성, 스타일을 구축해 나가는 방법에 있어서는 우리나라보다 잘한다는 생각이 든다"라며 "그렇지만, 우리가 그냥 뒤처지고 인정만 할 수는 없고, 우리도 뺐을 건 뺐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동안 김태곤 대표는 여러 4X 게임을 선보였다. 유명 IP를 활용해 가면서 사업적 다각화를 모색했고, 치열한 투쟁의 과정을 거쳤다. 그리고, 그동안 배운 경험을 이번 '드래곤 엠파이어'에 녹여냈다. 김태곤 대표는 "중국 시장에서 만들어 낸 4X 게임의 정형을 따르지 않고, 우리 감성에 맞게 다시 설계해 만들었다는 게 '드래곤 엠파이어'의 의미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 권혁민 총괄PD "드래곤 엠파이어, 부담을 많이 줄인 전쟁게임"

'드래곤 엠파이어' 권혁민 총괄PD는 "경제와 육성, 부담을 많이 줄인 '땅따먹기'가 있는 전쟁게임"이라고 소개했다. 경제는 유저가 처음 시작하면 접하는 영지에서 여러 농작물과 동물로 운용할 수 있다. 영지에서 얻은 재화는 제조를 통해 영웅 육성 등에 쓰인다. 또한, 유저들이 게임 내 거래소를 통해 서로 주고받을 수 있으며, 거래소는 완전한 자유경제 시스템이다.

유저는 제조 과정에서 고유의 레시피를 발견할 수 있다. 레시피는 재료와 서버 상황에 따라 무작위로 정해진다. 레시피는 발견한 유저 소유가 되어서 다른 유저가 활용하면 발견한 유저가 수수료를 받을 수 있다. 전쟁게임은 때때로 잉여자원이 발생하는 문제가 있다. 김태곤 대표는 그동안 전쟁게임 개발 경험을 살려 잉여자원을 효과적으로 소모할 수 있도록 레시피 시스템을 '드래곤 엠파이어'에 접목했다.

육성의 대표적인 요소는 역시 드래곤 키우기다. 권혁민 PD는 게임 내에서 드래곤이 여타 판타지 소설 속 전설적인 존재는 아니라고 전했다. 마치 닭처럼, 일상적으로 드래곤을 만날 수 있는 세계다. 그는 게임 내 드래곤의 특징이 '사나움', '먹성', '피부염'으로 나뉜다고 소개했다. 피부염은 드래곤이 게임 내 세계관에서 중요한 재료인 비늘을 만들어 낸다. 드래곤이 피부염으로 가려워 긁으면 비늘이 떨어진다는 식이다. 유저는 게임 스타일에 따라 자신에게 적합한 드래곤을 키울 수 있다.

▲ '드래곤 엠파이어' 내 영지

▲ 핵심 콘텐츠인 드래곤 키우기

▲ 용을 키워 점령전에 활용할 수 있다

기사는 일반 전쟁게임에서 지휘관 역할을 수행한다. 일반 RPG에서 영웅 개념이다. 유저는 기사가 지닌 특징을 고려해 전투에 활용할 수 있다. '드래곤 엠파이어' 내에 있는 미궁 던전을 공략할 때에도 적절한 기사 활용이 필요하다.

다른 4X 게임과 비교해 '드래곤 엠파이어'에서 두드러지는 부분은 유저가 땅따먹기에 받는 스트레스를 크게 줄였다는 점이다. 권혁민 PD는 하드코어함을 줄이고 대중적으로 가기 위해 전장을 제 3의 장소로 옮겼다고 소개했다. 개인끼리 전투하는 게 아닌, 각 맵에 놓여진 성을 공략하는 식이다. 각 지역에서 패권을 가진 왕국이 점차 중앙 지역을 놓고 전투를 벌인다.

일반적인 4X 게임에서 서버 내 1등이 정해지면, 이하 유저들은 게임을 즐기기 어려워진다. 권혁민 PD는 '드래곤 엠파이어'에 안전 지역과 시즌 제도를 도입해 난이도를 완화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시즌 제도는 왕국을 재배치하여 새로운 전쟁 구도를 만든다. 권혁민 PD는 시즌 제도를 통해 상위권 유저들에게는 새로운 재미가, 하위권 유저들에게는 도전 의식이 생기길 바랐다.

시즌 제도에 대해 김태곤 대표는 "대부분의 전쟁게임은 누가 강하고 약한지 초반에 정해지고, 이후에 좋게 말하면 평화이자 나쁘게 표현하면 지루한 기간이 이어진다"라며 "하위 유저나 후발 주자가 무엇을 해볼 수도 없는 패배주의적인 느낌이 싫었다"라고 운을 뗏다. 이어 "막상 해보면 도전할 수 있는데, 게임에서라도 마음껏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고 봤다"라며 "새로운 상대와 질서를 재편하는데 한 달의 시간을 두는 게 가장 재미있는 시간이라고 판단했다"라고 설명했다.

김태곤 PD는 '드래곤 엠파이어' 시즌이 바뀔 때 단순히 유저를 섞는 것을 넘어 새로운 메타를 제시한다고 소개했다. 시즌 자체가 콘텐츠인 셈이다. 새로운 드래곤, 새로운 영웅 추가와 함께 몬스터, 아이템, 병종 등으로 유저의 새로운 플레이를 이끈다.

'드래곤 엠파이어'는 한국 출시 전 다른 지역에서 소프트 런칭을 1년 넘게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엔드림게임즈는 기존 4X 게임보다 대중성을 확보하기 위해 다양한 요소를 시험했다. 결과적으로 초반 잔존율과 장기적인 지표가 나아졌다. 권혁민 PD는 "전쟁게임에 익숙하지 않거나, 더 캐주얼한 게임을 즐기던 유저들도 이제는 재밌게 즐길 수 있을 거라 판단해 한국 정식 출시를 결정하게 됐다"라고 전했다.

17일 런칭 버전의 '드래곤 엠파이어'는 기존 전쟁게임 문법과 다른 부분을 유저가 쉽게 즐길 수 있도록 하고, 유저가 성장과 전투에서 충분한 만족감을 느낄 수 있게 했다.

권혁민 PD는 '드래곤 엠파이어'에 AI 기술을 적극 활용했다고 밝혔다. 그는 "아마도 게임에 가장 적극적으로 AI를 활용했을 거라 생각한다"라며 "AI 게임 내 지배세력이 있는 이민족 왕국으로 등장한다"라고 소개했다. 이어 "시즌별로 유저의 경험이 달라지는데, 이민족 왕국이 크게 활용된다"라며 "1시즌에는 소수세력이었던 이민족 왕국이 2시즌에는 점차 커지고, 3시즌에는 이민족이 지배한 상태에서 유저가 시작하는 식으로 다양하게 쓰인다"라고 설명했다.


김태곤 대표는 게임 내에서 AI는 단순 봇이 아닌, 진짜 유저처럼 활동한다고 강조했다. 이민족 왕국 내에서 AI는 자기들끼리 경쟁하거나 때때로 힘을 합친다. 이어 보스 몬스터 공략과 채집도 유저처럼 한다. 또한, 24시간 돌아가는 기계가 아닌 유저와 비슷한 시간대에 활동한다. 일부러 사람과 같이 활동시간을 정해뒀다. 김태곤 대표는 "AI 기술이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다"라며 "다음 단계로 인격을 부여해 정말 유저처럼 자유롭게 게임하는 걸 목표로 한다"라고 말했다.

AI 기술 도입 목적에 대해 김태곤 대표는 "모든 유저가 게임 내에서 자신이 주인공이라는 경험을 주는 게 중요하다"라고 의견을 냈다. 누구나 게임 내에서 주인공이 되고 싶지, '지나가는 사람3'이 되고 싶지는 않다. 그는 "기존 4X 게임에선 이러한 어려움이 있었지만, AI 기술을 통해 모두가 주인공이 될 수 있는 전쟁게임을 만들고 싶었다"라며 "게임업계에서 어떤 트렌드화의 가능성은 보이지만, 아직 완벽히 적용된 사례는 보이지 않아 우리가 선도적인 역할을 하고 싶다"라고 밝혔다.

끝으로 권혁민 PD는 "기존 4X 게임을 좋아하는 유저들 외에도, 캐주얼하고 라이트한 게임 유저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도록 개발에 집중했다"라며 "경제와 육성, 부담 없는 전쟁까지 누구나 즐길 수 있도록 기틀을 마련해 놓았다"라고 말했다. 이어 "새로운 게임성 요소와 AI와 경쟁하는 부분들까지 재밌게 즐겨주시길 바란다"라고 덧붙였다.

김태곤 PD는 "과거 정형화된 형태의 요소들은 이전 게임 개발에 많이 활용해 봤지만, '이게 맞는 것인가'하는 의문이 항상 있었다"라며 "우리 식으로 만들어보자고 해서 개발한 게 '드래곤 엠파이어'이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글로벌에서 중국이 만든 4X 게임이 더 좋은 성과를 내고 있고, 우리가 이들을 따라잡아야 하는 입장이다"라며 "우리만의 정체성이 담겨 있는 첫 4X 게임이 바로 '드래곤 엠파이어'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중국 게임을 따라잡고, 넘어서야 한다는 일종의 사명감이 있다"라며 "기존 게임들은 정형화된 부분들을 많이 따라갔지만, 이번에는 확실히 독특한 방식이라는 것에 이견이 나오지 않을 것이다"라고 자신했다. 김태곤 PD는 "어떤 시도를 했는지 구체적인 부분은 17일 출시 이후에 직접 경험해주시길 바란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