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최고의 기대작 중 하나로 손꼽히는 '파이널 판타지7 리버스(이하 파판7 리버스)'가 오는 2월 29일 정식 출시됩니다. '파판7 리버스'는 원작 파판7의 팬들은 물론이고 파판7 리메이크 프로젝트를 통해 처음으로 게임을 접한 팬들에게 있어서도 여러모로 큰 의미를 지닌 타이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원작과는 사뭇 다른 스토리 전개와 충격적인 엔딩을 선보인 파판7 리메이크의 뒤를 잇는 타이틀이자 3부작으로 구성된 파판7 리메이크 프로젝트의 교두보가 될 타이틀이기 때문입니다.

마황 도시 미드가르를 떠난 클라우드 일행은 세피로스를 쫓아 별의 운명을 결정짓는 여정을 떠나게 됩니다. 미드가르를 무대로 했던 전작과 달리 거대한 세계를 무대로 한 만큼, '파판7 리버스'는 많은 부분이 바뀌었습니다. 월드의 경우 전작의 일자식 구성에서 오픈월드에 가까운 형태로 바뀌었으며, 전투 시스템 역시 손맛을 살리는 기믹이 강화됐을 뿐 아니라 연계 액션, 연계 어빌리티가 추가되어 한층 깊어졌죠.

충격적인 전개 역시 여전합니다. 리뷰를 하면서도 '이걸 도대체 어떻게 수습하려고 이렇게 만들었지?' 싶은 부분이 한둘이 아니었으니까요. 다만, 그렇기 때문에라도 이번 리뷰에서는 스토리에 대한 부분은 최대한 다루지 않으려고 합니다. 팬들에게 있어서는 무려 4년이나 기다려온 타이틀인 만큼, 오롯이 즐기고자 하는 유저들을 위해 스포일러가 될 수 있는 부분은 최대한 배제할 예정입니다.

다만, 그럼에도 이것 하나만큼은 분명히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스토리부터 전투 시스템, 그리고 월드, 각종 미니 게임을 비롯한 콘텐츠 전반에 이르기까지, 어느 것 하나 부족한 게 없는 타이틀이라는 점을 말이죠.

※ 본 리뷰는 스퀘어 에닉스로부터 사전에 코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또한, NDA상 스포일러가 될 수 있는 스토리에 대한 언급은 최대한 배제하였습니다.

게임명: 파이널 판타지7 리버스
장르명: ARPG
출시일: 2024.2.29
개발사: 스퀘어 에닉스
서비스: 스퀘어 에닉스
플랫폼: PS5


강화된 기믹, 연계 시스템의 추가로 한층 물오른 전투 시스템

스토리가 이어지는 후속작에게는 숙명이 있습니다. 전작을 계승하는 한편, 새로운 요소를 더함으로써 전작을 뛰어넘어야 한다는 거죠. 이른바 형보다 나은 아우가 되어야 한다는 겁니다. '파판7 리버스' 역시 이러한 숙명에서 자유롭지 않습니다. 다른 게임보다 더하면 더했지 결코 덜하지 않죠. 이유는 단순합니다. 파판7 리메이크 프로젝트라는 거대한 하나의 프로젝트 타이틀을 공유하기 때문입니다. 3부작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별개의 넘버링 후속작이 아닌 연작이기에 하나의 타이틀로 봐도 무방한 거죠.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얼핏 '파판7 리버스'는 전작과 큰 차이가 없어 보입니다. 물론 이는 부정적인 의미에서 한 말이 아닙니다. 연작이자 후속작으로서 전작의 시스템을 완벽하게 계승했다는 의미로도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전작의 확장판이나 완전판이라고 할 수 있는 인터그레이드 출시 이후 약 3년 만에 했음에도 이렇다 할 적응 기간이 필요 없었을 정도였죠.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그저 전작의 것을 잘 가져오는 것에서 머무른다면 계승이 아닌, 답습으로 볼 수도 있기 때문이죠. 결국 '파판7 리버스'는 어떤 식으로든 변화를 모색해야 했습니다. 그리고 그 문제에 대한 해답으로 '파판7 리버스'는 연계 시스템을 추가함으로써 변주를 가했습니다.

연계 시스템은 인터그레이드 인터미션에서 선보인 바 있는 유피와 소논의 연계 모드를 '파판7 리버스'에 맞게 개량한 버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연계 모드의 경우 좀 단순한 면이 있었습니다. 발동하면 유피와 소논 2명이 한 몸처럼 움직이면서 적을 집중 공격하는 형태로 버스트 게이지를 빠르게 채우거나 서로의 ATB 게이지를 소비해 일부 어빌리티를 연계 어빌리티라는 명칭으로 강화하는 정도에 불과했죠. 전투 시스템에 작은 변주를 준 것에 불과했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그랬던 연계 모드가 '파판7 리버스'에서는 여러모로 개량됐습니다. 연계 액션과 연계 어빌리티 2개로 나누어졌으며, 쓰임새나 사용법에 이르기까지 사뭇 달라졌죠.

▲ 에어리스와의 연계 액션. 잘만 쓰면 잡몹 정도는 순식간에 정리할 수 있다

일상적으로 쓰게 되는 건 연계 액션입니다. ATB 게이지를 소모하지 않는다는 게 장점이지만, 처음에는 손에 익지 않아서 잘 쓰지 않았던 것도 사실입니다. 배틀 멤버 조합에 따라 연계 액션이 달라질뿐더러 숏컷과 마찬가지로 실시간으로 발동하는 방식이기에 어떤 연계 액션이 어떤 타입인지, 어떤 상황에서 효과적인지 알 필요가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 조금의 불편함을 넘어서는 순간, '파판7 리버스' 전투의 진면목을 느낄 수 있게 됩니다. 전투를 하다보면 평타로 ATB를 채우기 어려울 때가 생기곤 합니다. 평타가 잘 먹히지 않는 적이라거나 배틀 멤버가 원거리 공격에 취약하다든가 하는 식이죠. 이런 식으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게 바로 연계 액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클라우드와 에어리스의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클라우드의 경우 연계 액션으로 차지 후 강력한 일격을 날리거나 혹은 부족한 원거리 공격 능력을 강화할 수 있으며, 에어리스는 근접전에 취약한 부분을 체인지 가드라고 해서 아군이 대신 적의 공격을 막아주는 연계 액션을 통해 메우는 것도 가능합니다. 연계 액션을 얼마나 잘 쓰느냐에 따라 장점을 극대화할 수도 있고 반대로 단점을 최소화할 수도 있는 셈입니다.


이뿐만이 아니라 아군의 ATB 게이지를 빠르게 채우는 데 쓸 수도 있습니다. 연계 액션 중에는 함께하는 아군의 ATB 게이지도 함께 차는 만큼, 일일이 조작 캐릭터를 바꾸지 않고도 한층 손쉽게 ATB 게이지를 채울 수 있죠.

이러한 연계 액션도 일장일단이 있습니다. ATB 게이지를 소모하지 않기에 얼핏 만능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냥 막 쓸 경우 안 쓰느니만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죠. 즉시 발동하거나 차지 후 공격하는 연계 액션은 그나마 쉽게 쓸 수 있지만, 카운터 계열의 경우 타이밍을 맞춰야 하기에 손에 익지 않으면 오히려 딜로스가 발생하거나 괜히 연계 액션을 한다고 모였다가 큰 피해를 볼 수도 있습니다. 상황에 따라 전략적으로 쓸 필요가 있다는 의미입니다.


▲ 화려한 연출에 전략성까지 가미된 연계 어빌리티

연계 액션이 전투의 가짓수를 늘림으로써 액션의 폭을 확장했다면 연계 어빌리티는 ATB 게이지를 소모하는 ATB 커맨드, 어빌리티의 상위 호환에 해당하는 요소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용법은 연계 액션과 비교하면 자못 단순합니다. 캐릭터들이 저마다 ATB 게이지를 소모하면 연계 게이지가 쌓이는데 이걸 소모해서 발동할 수 있습니다.

얼핏 인터미션의 연계 어빌리티와 큰 차이가 없는 모습이지만, '파판7 리버스'는 여기에 다양한 부가 효과를 추가함으로써 전략성을 강화했습니다. MP 소비 없음 버프를 걸어주는 것부터 리미트기 레벨 상승, 버스트 시 위력이 증가하는 것까지 다양합니다. 리미트기가 준비된 상태라면 리미트기 레벨 상승 효과를 지닌 연계 어빌리티를, 그렇지 않다면 버스트 시 위력이 증가하는 연계 어빌리티를 쓰는 식으로 상황에 따라 전략적으로 쓰는 식으로 해서 짧은 시간 폭딜을 넣을 수도 있습니다. 눈이 즐거운 연출에 더해 전략성 역시 강화된 거죠.


손맛을 더해주는 요소는 또 있습니다. 한층 다양해진 적들의 기믹 역시 전투의 재미를 더해주죠. 간단히 말하자면 약점 속성, 부위를 공격하던 기존의 요소에 더해 적을 히트(HEAT) 상태로 만드는 다양한 요소들이 추가된 정도라고 할 수 있죠. 복잡할 것도 없습니다.

적의 특정 공격을 완벽한 타이밍에 회피한다든가 공격을 정확한 타이밍에 가드하는 저스트 가드를 발동할 경우 히트 상태로 만드는 기믹이 적들에게 추가된 정도입니다. 연계 시스템에 비하면 눈에 띄는 변화라고 할 순 없지만, 이러한 기믹의 추가는 실시간 액션 게임으로서 '파판7 리버스'에 손맛을 더해줍니다. 실시간 전투와 ATB 커맨드의 비율이 반반이던 느낌에서 좀 더 액션 쪽으로 무게감이 더해진 느낌이죠.

▲ 저스트 가드로 적을 히트 상태로 만들 때의 쾌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어디까지나 기믹의 추가이므로 컨트롤에 자신이 없더라도 걱정할 것 없습니다. 약점 속성 마법을 써서 히트 상태로 만드는 기존의 방식에 더해서 추가된 요소인 만큼, 컨트롤에 자신이 없다면 지금껏 하던 대로 약점을 공략하는 식으로 편하게 플레이해도 무방합니다.

한편, 전투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치는 건 아니지만, 전투 연출과 관련해서 소소한 변화가 생기기도 했습니다. 전작에서는 전투에 참여하는 배틀 멤버 3명만 화면에 표시됐었는데 '파판7 리버스'에서는 이 부분을 개선한 겁니다. 배틀 멤버에 포함되어 있지 않은 동료들도 전투에 참여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는 건데요. 실제로 적에게 유의미한 대미지를 입히거나 하는 건 아니지만, 나름 동료들에게 애착을 갖게 만든다는 점에서 작지만, 큰 개선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정리하자면 '파판7 리버스'에서 새롭게 추가된, 개선된 전투 시스템들은 다소 적응이 필요하지만, 그 약간의 불편함을 넘어서는 순간 불편함을 상쇄하고도 남을 손맛과 재미를 안겨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알차게 채운 오픈월드, 탐험의 재미 제대로 살렸다


전투 시스템이 전작을 계승하고 발전시킨 형태에 가깝다면 월드는 아예 새롭게 만들었다고 해도 될 정도로 많은 부분이 바뀌었습니다. 가장 큰 변화로는 일자식 구성이었던 기존의 형태에서 오픈월드에 가까운 형태로 바뀐 점을 들 수 있죠. 이는 단순히 게임의 무대가 넓어진 것, 그 이상을 의미합니다.

오픈월드에 어울리는 콘텐츠가 필요하다는 거죠. 공허한 오픈월드만큼, 최악인 것도 없습니다. 게임의 무대를 확장했다면 그 안을 채울 다채로운 콘텐츠가 따라와야 합니다. '파판7 리버스'는 초코보를 비롯한 다양한 탈것에 더해 한층 다채로워진 미니 게임들, 그리고 월드 리포트라는 이름의 서브 콘텐츠를 마련해 드넓은 '파판7 리버스'의 무대를 그야말로 알차게 채웠습니다.

물론 오픈월드를 채워주는 콘텐츠가 많다고 무조건 좋은 건 아닐 겁니다. 쓸데없이 많아봤자 괜히 신경만 쓰이게 할 뿐이죠. 실제로 요 몇 년 사이 출시한 오픈월드 게임들을 보면 강박적이라고 할 정도로 이것저것 채워 넣었으나 되려 혹평만 들은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중요한 건 균형이기 때문이죠. 적지도 과하지도 않은 적당한 수준의 콘텐츠로 오픈월드를 채울 필요가 있다는 의미입니다.

▲ '파판7 리버스'는 월드 리포트로 에어리어를 다채롭게 채웠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파판7 리버스'의 월드 리포트는 딱 적당한 수준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터무니없을 정도로 많은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어딘가에 꼭꼭 숨겨져 있어서 악착같이 찾을 필요도 없습니다. 서브 콘텐츠답게 딱 적당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죠.

종류는 제법 알찼습니다. 통신탑, 토벌 거점, 소환수 크리스털, 라이프 스폿, 에인션트 매터를 비롯해 모그리 상점, 시크릿 에너미 토벌 등 숨겨진 요소들이 더해진 형태로 다른 오픈월드 게임들의 콘텐츠와 크게 다르지 않은 구성이었죠. 각 콘텐츠의 플레이 감각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지역 해금 요소인 통신탑을 켜면 통신탑을 중심으로 일정 반경 내에 있는 토벌 거점이나 라이프 스폿 등의 위치가 해금되는 것부터 일종의 강적을 처치하는 토벌 거점까지 대체로 비슷합니다. 소환수 크리스털과 라이프 스폿 분석 역시 마찬가지죠. 일종의 수집 콘텐츠로 그 형태만 조금 다를 뿐이었습니다.

이러한 월드 리포트는 단순하지만 '파판7 리버스'의 오픈월드를 가장 직관적으로 즐길 수 있도록 해주는 요소이기도 합니다. 통신탑을 시작으로 점진적으로 해금되기에 에어리어를 가득 메운 마커의 압박에서 한결 자유로울 뿐더러 자연스럽게 에어리어를 돌아다니도록 유도함으로써 탐험의 재미를 선사하죠.

▲ 넓다고 해서 걱정할 것 없다. 에어리어 여기저기에 빠른 이동 거점이 있을 뿐 아니라

▲ 다양한 초코보, 탈것이 등장해 쾌적한 이동을 보장한다

그렇다고 모든 월드 리포트가 쉽기만 한 건 아니었습니다. 그랬다간 너무 단조롭다는 인상을 줄 수 있으니까요. 이런 부분을 '파판7 리버스'는 시크릿 적너미 토벌과 에인션트 매터라는 2개의 핵심 콘텐츠로 완급을 조절했습니다.

라이프 스폿을 어느 정도 분석해야 해금되는 시크릿 에너미 토벌로는 잡몹들을 상대하느라 느슨해진 전투에 긴장감을, 에인션트 매터를 통해서는 연속된 서브 스토리를 보여줌으로써 월드 리포트를 해야 할 일종의 당위성을 부여한 셈이죠. 한편, 메인 스토리와는 별개인 만큼, 신경 쓰지 않겠다면 무시해도 상관없긴 합니다. 다만, 다양한 미니 게임으로 중무장했을 뿐 아니라 다른 서브 퀘스트들과 달리 나름의 내러티브를 지녀 다음에는 어떤 식으로 흘러갈지 자연스럽게 기대감을 품게 했습니다.

▲ 느슨해진 전투에 긴장감을 주는 시크릿 에너미 토벌

▲ 다양한 미니 게임으로 중무장한 에인션트 매터는 본편과는 사뭇 다른 유쾌한 분위기다

오픈월드로의 변화와 함께 추가된 아이템 크래프트 역시 눈여겨볼 만합니다. 다양한 콘텐츠로 에어리어를 채웠다고 했지만,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전투를 하다 보면 HP나 MP가 바닥날 때가 있습니다. 포션이라도 넉넉하다면 괜찮지만, 이마저도 바닥났다면 어쩔 수 없이 휴식 포인트로 돌아가 회복할 수밖에 없죠.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플레이의 맥을 끊는다는 의미에서 유쾌한 경험은 아닐 겁니다. 일자식 구성이었던 전작에서도 그랬는데 오픈월드인 '파판7 리버스'에서는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을 테죠.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아이템 크래프트 덕분입니다. HP나 MP가 바닥났는데 당장 포션이 없다면 평소 에어리어를 돌아다니면서 모은 재료로 포션을 만들어서 해결하면 됩니다. 심지어는 방어구나 액세서리도 만들 수 있죠.

물론 포션 등의 소모성 아이템과 비교하면 다소 손이 가는 것도 사실입니다. 몬스터를 처치하고 얻은 재료가 필요하기 때문이죠. 다만, 이 역시 어디까지나 소모성 아이템과 비교했을 때의 얘기입니다. 대부분은 월드 리포트를 한다든가 서브 퀘스트를 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얻을 수 있었습니다.

▲ 아이템 크래프트로 상점에서 파는 것보다 높은 등급의 장비를 먼저 만들 수도 있다

자급자족을 가능케 하는 아이템 크래프트는 메인 스토리를 진행하면서 장비에 의한 성장을 보조하는 한편, 연속적인 플레이를 보장함으로써 끊김이 없는 탐험의 재미를 선사합니다. 실제로 게임을 하면서 휴식 포인트로 돌아간 경우는 손에 꼽을 정도였죠. 그마저도 쉬려고 간 게 아니라 스킬 코어를 해금하려고 간 게 대부분이었습니다. 왔다 갔다 하는 시간을 줄임으로써 게임에 더욱 몰입하도록 한 셈입니다.


탄탄하게 쌓아 올린 교두보, 가치 있던 4년의 기다림

스토리에 대해 자세하게 얘기할 순 없지만, 그럼에도 간단히 말하자면 그야말로 4년의 기다림이 아깝지 않은 시간이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전작과 비교했을 때 시스템적으로 진일보를 이뤘을 뿐 아니라 여러모로 혼란스러웠던 스토리 역시 하나둘 정리해 나가고 있기 때문이죠. 한편, 원작과는 다른 식으로 흘러갈지 모른다는 걱정에 대해서는 스포일러가 되지 않는 선에서 얘기하자면 지난 인터뷰에서 키타세 요시노리 PD가 얘기한 것처럼 '원작 존중'을 바탕으로 흘러가게 되니 그 부분은 걱정하지 않아도 될 듯합니다.

▲ 원작에서는 히든 캐릭터였던 유피 역시 자연스럽게 합류하는 식으로 바뀌었다

그렇다고 원작의 전개를 그대로 따라가는 건 아닙니다. 전작에서 이미 다른 식으로 전개될 거라는 걸 보여준 만큼, '파판7 리버스' 역시 이 부분에 있어서는 전작과 마찬가지로 원작과는 다른 식으로 흘러갑니다. 굳이 말하자면 결론이 정해진 상태에서 그 결론까지 가는 과정, 전개에 변화가 생겼다고 봐야 하죠. 오픈월드로의 변화, 월드 리포트 역시 여기에 해당합니다. 그렇기에 파판7 리메이크를 통해 처음 게임을 접한 유저는 물론이고 원작을 즐겨서 대략적인 스토리를 알고 있는 유저 모두 만족하리라 생각합니다.

한편,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파판7 리메이크 프로젝트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그 이상을 기대케 하기도 하는데요. 바로 컴필레이션 오브 파이널 판타지7(이하 컴필레이션)에 대한 얘기입니다. 소설과 영상물, 그리고 외전 등을 통해 파판7 세계관을 하나로 묶고자 하는 시도, 설정 등을 뜻하는 용어인데 원작은 다소 어설픈 면이 있었습니다. 파판7이라는 매력적인 IP를 확장하고자 하는 시도였으나 대부분은 결과가 좋지 않았습니다. 그렇기에 파판7 리메이크 프로젝트의 흥행에도 불구하고 외전의 부활 등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느낌이었죠.

하지만 그랬던 분위기가 인터그레이드 인터미션을 기점으로 변했습니다. 원작에는 등장하지 않았던 외전인 더지 오브 케르베로스에 등장한 딥그라운드와 츠비에트가 등장함으로써 컴필레이션 재시동의 가능성을 내비쳤죠. 이러한 시도는 '파판7 리버스'에서도 이어졌습니다. 바로 시즈네의 존재입니다. 크라이시스 코어에 등장하는 캐릭터로 딥그라운드, 츠비에트와 마찬가지로 원래대로라면 원작에는 등장하지 않는 캐릭터죠. 그런 시즈네가 등장했다는 건 여러모로 컴필레이션 재정립을 위한 빌드업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 원작에는 등장하지 않았던 시즈네의 등장은 과연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을까?

정리하자면 '파판7 리버스'는 전작의 계승하고 발전한 후속작으로 흠잡을 데 없는 게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파판7 리메이크 프로젝트가 아닌 컴필레이션 관점에서 봐도 마찬가지죠. 서두에 3부작의 교두보 역할이라고 했었는데 실제로는 그 이상의, 컴필레이션 확장의 교두보 역할을 할지도 모를 타이틀이라고 저도 모르게 기대할 정도였습니다.





물론 '파판7 리버스'가 100점 만점짜리 게임이라는 건 아닙니다. 팬들이라면 아마 거의 대부분이 만족할 게임이며, 굳이 파판7의 팬이 아니더라도 액션 게임을 좋아한다면 대부분은 만족할 게임이라고 생각하지만, 아쉬운 부분 역시 더러 존재하기 때문이죠.

호불호의 영역일 수도 있지만, 수많은 미니 게임이 대표적입니다. 다양한 미니 게임은 게임을 알차게 채우는 요소이기도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너무 많은 것 아닌가 하는 느낌도 들었습니다. ARPG로서 '파판7 리버스'의 스토리와 전투를 즐기고자 하는 면이 더 컸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서브 퀘스트에서 강제되는 다양한 미니 게임에 간혹 질려하는 자신을 볼 수 있었죠. 드넓은 '파판7 리버스'의 오픈월드를 다채롭게 채우고자 한 스퀘어 에닉스의 고육지책이지 않았나 싶을 정도였습니다.

한편, 이와는 별개로 또 다른 아쉬움도 있었습니다. 전작으로부터 이어지는 저퀄리티의 텍스처에 대한 부분입니다. 분명 '파판7 리버스'의 그래픽은 전체적으로 전작보다 더욱 발전한 게 사실입니다. 메인 캐릭터들의 모델링이 더욱 세밀해진 건 말할 것도 없고 여러모로 아쉬움을 자아냈던 NPC들의 모델링 역시 눈에 띄게 발전했죠. 오픈월드라는 변화에 더해 필드를 더욱 밀도 있게 채운 점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PS4에서 PS5로, 콘솔의 성능 발전에 힘입어 개선된 걸 볼 수 있죠.

▲ 전작보다 나아진 건 사실이다. 사실이지만...

하지만 그래서였을까요. 오히려 저퀄리티의 텍스처가 더욱 두드러지는 부분이 있습니다. 캐릭터들은 최신 게임에 어울리는 모습인데 배경의 일부 텍스처가 너무나도 저퀄리티이기에 오히려 붕 뜨는 면이 있는 거죠. 물론 캐릭터나 컷신 등 중요한 부분에서는 제대로 고퀄리티의 텍스처를 썼기에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지만, 전작에서도 계속 거론됐던 문제인 만큼, 여러모로 아쉬움을 자아냈습니다.

다만, 이런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파판7 리버스'는 분명 올해 가장 주목받을 타이틀 중 하나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후속작으로서 확실하게 형보다 나은 아우임을 증명했을 뿐 아니라 파판7 리메이크 프로젝트 그 이상의 가능성까지 보여줬으니 말이죠. 그럼에도 아직도 고민 중인 분들이 계신다면 이것 하나만큼은 단언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전작을 해봤다면 절대 후회하지 않을 타이틀이라고 말이죠. 플레이 타임부터 스토리 전개, 액션의 깊이에 이르기까지 무엇 하나 실망하게 하지 않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