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테리 리 이수안 호요버스 리드 레벨 디자이너

호요버스가 2020년 출시한 ‘원신’은 방대한 모험과 자유도, 원소 상호작용을 활용한 독특한 전투 메카니즘을 선보인 오픈월드 게임이다. 초반부터 준수한 퀄리티는 물론, 6주 단위로 대형 업데이트를 전개하고, 매년 각각 특색이 뚜렷한 방대한 신규 지역을 선보이면서 크로스플랫폼 오픈월드 어드벤처 RPG의 대표주자로 자리잡았다.

신규 지역을 약속한 시기에 맞춰서 선보이는 건 물론, 지난 2021년에는 여름 한정 이벤트 지역 ‘금사과 제도’를 선보였다. 금사과 제도는 드래곤스파인 못지 않은 규모에 이나즈마에 사용하게 될 파도배 시스템이나 새로운 적은 물론, 새로운 기믹을 활용한 퍼즐 등 밀도 높은 오픈월드로 유저들의 호평을 받았다. 이후에 2022년에도 금사과 제도를 배경으로 한 '한여름! 환상의 밤? 기상곡!'은 물론, 2023년 이벤트인 '여름! 낙원? 대비경!'에서는 또다른 기간 한정 지역 '유리빛 신기루'를 선보였다.

왜 기간 한정 오픈월드에 호요버스는 공을 들였으며, 그 이벤트에서 어떤 효과를 얻고자 한 것이었을까? 호요버스의 테리 리 이수안 리드 레벨 디자이너는 그간의 여름 이벤트 변천사를 짚어나갔다.


1.6버전에 처음 선보인 '금사과 제도'는 기간 한정으로 공개된 독립 지역의 시작을 알린 곳이었다. 굳이 금사과 제도라는 신규 지역을 이벤트 한정으로 공개한 이유는 간단했다. 여름 시즌에 DAU, AUT를 높이기 위해 유저들의 기대치를 넘는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자는 취지에서였다.

이는 호요버스에서도 큰 도전이기도 했다. 정해진 기간 내에 그 지역에서만 즐길 수 있는 유니크한 경험을 제공해야 했다. 우선 호요버스에서 가장 신경 쓴 것은 여름 이벤트의 스토리를 어떻게 끝맺느냐는 점이었다. 모험의 이야기를 마쳤을 때, 엔딩의 여운이 전체적인 인상을 좌우한다고 보았기 때문이었다. 또한 이벤트 지역은 기간이 지나면 다시 들어갈 수 없기 때문에 그 자체로 완결성도 갖춰야만 했다.

▲ 엔딩이 주는 여운이 특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업데이트 주기인 6주라는 기간에 맞춰서 페이즈를 조절하는 것도 필요했다. 그래서 이벤트 지역과 이야기를 분할해서 풀고, 그 사이사이에 유저에게 인상을 남기거나 혹은 새로운 메커니즘을 시험해볼 수 있는 미니 게임들을 배치했다.

이렇게 기반을 잡고 여름 이벤트를 했지만 시행착오도 있었다. 1.6버전 업데이트 동안 유저들이 '금사과 제도'에 머무른 액티브 시간은 전체 플레이 시간의 17%에 불과했다. 그래서 개발진은 금사과 제도에 좀 더 콘텐츠의 양을 늘리는 방안으로 2.8버전 업데이트를 적용했다. 1.6 버전에서는 스토리가 4일 분량이었으나, 2.8에서는 6일차까지 분량을 늘렸으며, 이벤트에서 선보인 4종의 대비경도 신규 메커니즘과 퍼즐을 선보이고 주요 캐릭터의 과거까지 풀어냈다.

▲ 6주라는 기간에 맞춰 기간 한정 맵과 이벤트를 처음 선보였던 1.6 업데이트 이후


▲ 2.8 버전에서는 좀 더 콘텐츠를 많이 넣었지만

▲ 오히려 이벤트 맵과 관련된 지표가 떨어지는 불상사가 벌어졌다

그 결과 2.8버전의 이벤트 스토리와 월드 퀘스트 완료율은 1.6버전 대비 30%가 감소했다. 이수안 프로그래머는 "유저들이 이벤트 맵에서 액티브하게 플레이하는 시간의 천장이 존재한다는 걸 체감했다"며 3.8버전은 이를 바탕으로 개선에 나섰다. 맵 크기, 퀘스트 양을 좀 더 조절하고 무엇보다도 여름 이벤트가 캐릭터에 대해 알아가는 과정에 모험과 휴가를 즐긴다는 '테마'가 있다는 것을 다시 부각한 것이다.

물론 여름 이벤트는 각각 인상에 남을 만한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 사전에 정해둔 테마와 엔딩의 방향성들이 있었다. 1.6에서는 엄마에게서 받은 깜짝 선물이라는 주제였으며, 2.8에서는 각 캐릭터의 꿈과 환상을 통해 그간 보여주지 못했던 원신의 환상적인 세계를 좀 더 깊이 있게 보여주자는 취지가 있었다. 그리고 3.8에서는 앞으로 가게 될 지역의 이야기와 연결고리에 휴가와 모험이라는 테마로 다시 돌아왔다.


▲1.6에서 '여름 휴가'의 기억을 살린 소재들을 배치했던 것을 보완

▲ 놀이와 휴가의 즐거운 추억을 떠올리게 할 소재들을 이벤트 내에 녹여내면서 유저들에게 인상을 남기고자 했다

그렇다면 '휴가'의 느낌을 과연 어떻게 짧은 시간 안에 유저들에게 전달할 수 있느냐 문제가 남는다. 이 부분은 사람들의 '추억'을 자극하는 요소들을 곳곳에 배치하면서 보완했다. 비치발리볼을 연상케하는 '바람의 가호 하르파스툼'이나 롤러코스터를 연상케하는 '슝슝열차' 등이 대표적인 사례였다. 이수안 리드 레벨 디자이너는 통상적으로 생각하는 즐거운 여름 휴가의 모습을 떠올리게 하는 소품들과 신나는 모험, 그리고 여운을 남기는 엔딩이 '원신'이 여름 시즌마다 유저들에게 선사하고자 하는 것이고, 시즌에 맞춰 DAU와 AUT까지 다시 끌어올리기 위한 전략이라고 덧붙였다.
[ 내용 수정 : 2024.03.23. 21:12 ] 제목 오기 수정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