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 속에 나 홀로(Alone in the Dark)'는 현재 게임업계에 존재하는 모든 3D 호러의 뿌리라고 불리는 타이틀이다. 바이오하자드, 사일런트 힐 시리즈의 모티브가 된 기념비적인 타이틀인 것으로도 잘 알려졌다. 지금으로부터 30년 전인 1993년에 출시된 고전 명작임에도 정식 한국어화가 이뤄졌기에 국내에서의 인지도도 적지 않은 편이다.

그야말로 '3D 서바이벌 호러의 교과서'라고 불렸던 이 작품이 다시 리메이크됐다. 원작 시리즈 1편의 이야기를 재해석했으며, 시리즈의 간판이라고 할 수 있는 주인공 '에드워드 칸비'와 '에밀리 하트우드'가 다시 등장한다. 이들의 캐릭터 모델링과 연기는 할리우드 인기 배우인 데이비드 하버와 조디 코머가 맡았다. 30년 전 명작의 클래식 호러 감성의 귀환, 여기에 명배우들의 호연이 더해질 것이라는 기대감에 2022년 첫 공개 당시부터 많은 호러 팬들의 관심이 쏠렸다.

게임이 정식 출시되고, 이야기가 마무리되는 그 순간까지 한숨도 쉬지 않고 플레이했다. 1회차 엔딩을 보기까지 약 6시간이 걸렸다. 답답하게 막히는 구간 없이 빠르고 쾌적하게 플레이할 수 있었으나, 과연 이게 공포 게임을 즐긴 후의 감상이 맞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 과거의 더세토 저택을 충실하게 재현했지만, 공포의 강도 역시 30년 전 그 자리에 머물러있다.

게임명: 어둠 속에 나 홀로(Alone in the Dark)
장르명: 액션 어드벤처
출시일: 2024.3.20
리뷰판: 출시 빌드
개발사: Pieces Interactive
서비스: THQ Nordic
플랫폼: PC, PS, XBOX
플레이: PC


리메이크로 돌아온 3D 호러 게임의 선구작, '어둠 속에 나 홀로'

▲ 게임 속 하운티드 맨션의 원류, '더세토 저택'에 어서오세요

게임의 배경은 미국 남부 지역에 위치한 '더세토 저택'이다. 원작 '어둠 속에 나 홀로' 1편의 배경이 되었던 그곳이 맞다. 탐정인 '에드워드 칸비'와 더세토 저택의 영애인 '에밀리 하트우드'가 에밀리의 숙부인 제레미 하트우드를 찾기 위해 더세토 저택에 방문하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야기의 기본 골조는 원작에 대한 사전 지식이 없는 이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단순하다. 하트우드 가문의 사람들은 대대로 내려오는 비정형 우울증 증상을 앓고 있는데, 이 증상을 겪게 되면 대부분 나이가 들기 전에 정신을 잃고 미쳐버리게 된다. 정신 이상 증상을 보이기 시작한 숙부를 찾아 요양시키기 위해 더세토 저택에 찾아간다는 것이 이야기의 큰 줄기라고 볼 수 있다. 가문의 운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악한 무언가에 씌어버린 숙부를 치료하기 위해 움직인다는 배경이 마치 최근 화제가 된 한국 공포 영화 '파묘'의 초반 내러티브를 연상케 해 더 몰입할 수 있었다.

플레이어는 원작에서 그랬던 것처럼 탐정 칸비, 또는 에밀리를 선택하여 게임을 플레이하게 된다. 이야기의 구조나 대사가 달라지고, 무기의 탄창 크기 등 몇 가지 시스템적인 차이도 발생하나 결국 같은 더세토 저택을 탐험하는 것이니 마음에 드는 쪽을 먼저 선택하면 된다. 리뷰에서는 에밀리를 먼저 선택해서 플레이했다.

▲ 후반부 스테이지 구성이 살짝 달라질 뿐, 사실 어느 쪽을 골라도 대부분 같은 게임 플레이다

플레이어는 대부분의 문이 잠겨있거나 막혀있는 큰 저택에서 하나씩 단서를 찾고, 잠긴 문을 열어가며 조금씩 진실에 다가가게 된다. 이 과정에서 기본적인 그림 맞추기부터 레버 조작, 원판 돌리기 등 다양한 종류의 퍼즐과 마주하게 된다. 비디오 게임으로 즐기는 방 탈출이라고 할 수 있는데, 최근 여러 차례 리메이크된 바이오하자드 시리즈를 즐겨 플레이한 게이머라면 상당히 익숙하게 느낄만한 구성이다.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는 맵도 더세토 저택에서의 탐험을 더 쾌적하게 만들어주고있다. 방문한 장소와 수집할 아이템이 남아있는 장소, 해결하지 못한 퍼즐의 위치, 단서를 모두 찾아서 바로 해결할 수 있는 퍼즐이 상세하게 구분되어 표시되기 때문에 스토리를 진행하는 동안 단 한번의 막힘 없이 쾌적하게 진행할 수 있었다. 퍼즐 풀이와 단서 획득 시의 힌트를 제한하는 등 퍼즐 난이도도 조절할 수 있으므로, 자신의 페이스에 맞춰 더세토 저택을 탐방할 수 있는 것은 분명한 강점이 됐다.

▲ 몰입할 수 있는 여러 퍼즐이 등장한다. 하나의 퍼즐이 다른 퍼즐로 연계되는 힌트가 되기도 한다

▲ 지도가 상당히 깔끔하게 갖추어져 더세토 저택 탐방이 한층 더 쾌적하게 느껴졌다

더세토 저택은 상당히 넓은 편이나, 게임 전체 분량을 모두 이곳에서만 진행했다면 꽤 답답하게 느껴졌을지도 모른다. 리메이크작에서는 주인공에게만 보이는 환상이라는 설정으로 여러 장소를 번갈아 방문하도록 하여 모험의 규모를 키웠다.

늪지로 이루어진 낡은 시골 농장, 짙은 안개가 깔린 부둣가, 전장의 한복판에 설치된 참호, 공동묘지, 검은 달이 떠 있는 이세계의 사막과 고대 유적지,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폭설이 몰아치는 설원 등 다양한 배경이 번갈아 가며 등장한다. 저택에서 원판의 단서를 모아 다른 장소로 이동하고, 이곳에서 또다른 단서를 찾아 더세토 저택으로 돌아오는 구조의 반복이다.

서로 다른 특성과 퍼즐이 존재하는 지역을 왕래하다 보면 같은 저택이라도 귀환할 때마다 새로운 구역이 해금되는 재미가 있고, 다른 지역으로 이동할 땐 '다음에는 어떤 풍경이 펼쳐질까' 기대하게 되는 재미가 있다. 한시도 질릴 틈이 없는 구성이다.

▲ 원판 퍼즐을 풀면 더세토 저택이 아닌, 다른 어떤 곳으로 이동하게 된다

▲ 매번 다른 매력이 있는 여러 지역들을 탐험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 후반부로 갈수록 더 아름답고 신비로운 공간을 탐험하게 된다. 이런게 리메이크의 감동이 아닐까?

전반적으로 게임의 탐색 파트와 퍼즐 구성은 딱히 흠잡을 것이 없으나, 전체적인 이야기의 맥락을 따라가는 것이 쉽지 않은 편이다. 여러 지역을 오가는 액자식 구조 탓에 이야기가 단편적으로 쪼개졌고, 다소 몰입하기 어려운 산만한 구성을 취하게 됐다.

실제로 1회차 엔딩 후 '더세토 저택에서 숙부를 무사히 구출했다'라는 엔딩 외엔 마치 정신질환자의 뇌 속을 들여다본 것 같은 혼란스러운 기억밖에 남지 않았는데, 원작을 모르는 상태로 접했을 때 1회차에 모든 스토리를 이해할 수 있는 이가 몇이나 될는지 의구심이 들었다. 크툴루 신화를 차용한 만큼 그 뜻을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혼란스러운 것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겠으나, 이는 이야기에 몰입해서 즐기고 싶은 이들에겐 다소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부분이다.

이런 점에서 '어둠 속에 나 홀로'는 원작을 기억하는 이들에게 더욱 의미가 있는 작품이다. 원작에서부터 이어져 온 게임의 배경 '더세토 저택'과 주인공을 포함한 여러 등장인물들, 여기에 원작과는 다른 형태로 전개되는 리메이크작만의 새로운 스토리를 다양한 퍼즐과 함께 맛본다는 생각으로 접하면 다소 혼란스러운 와중에도 게임에 몰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더세토 저택에서는 뭔가, 뭔가가 벌어지고 있다.


"원조집이라고 해서 기대했는데…" 보람 없는 전투와 퇴색된 공포


앞에서 한 번도 언급하지 않은 것이 있으니, 바로 전투와 '공포' 요소다. 서바이벌 호러 장르의 게임을 이야기하는데 공포를 극대화시키는 부분을 한 번도 언급하지 않은 이유는, 그만큼 작품에 필수적으로 함유되어있어야 할 공포감이 크게 결여되어 있기 때문이다.

먼저 전투를 보자. 어둠 속에 나 홀로의 전투는 상당히 단순하고, 단조롭다. 주인공이 사용하는 무기는 권총과 샷건, 기관총, 그리고 근접 무기가 있다. 총기는 한번에 뿌리는 탄수와 DPS가 다를 뿐 모두 같은 효과를 보여주고, 근접 무기는 어떤 것을 쓰더라도 타격 연출이나 효과가 별반 다르지 않은 편이다. 근접 무기는 작품의 긴장감을 더하기 위해 한 마리에서 두 마리 정도의 적을 쓰러트리면 파괴되는데, 이때 전반적으로 허공에 허우적거리는 느낌이라 공격이 제대로 들어간건지, 피해를 입지 않고 쓰러트리는 기준이 어떤 식인지 파악하기가 상당히 애매하다.

적으로는 고깃덩어리가 뒤틀린 것 같은 생김새의 덩어리들이 다양한 폼으로 등장하는데, 대충 머리 부위를 몇 번 때려주면 쓰러트릴 수 있는 단순한 방법으로 공략법이 통일화되어 있다. 이야기 후반부까지 위협적인 비주얼의 적은 등장하지 않으며, 쓰러져도 몇 번이나 일어난다거나, 끝까지 기어서 쫓아오는 등 충격을 선사하는 기믹은 존재하지 않는다. 특별한 매력도 없는데 쓰러트려도 아무런 보상을 주지 않으니, 나중엔 꼭 필요한 상황이 아니라면 대부분 회피로 스쳐지나가면서 무시하게 됐다.

▲ 첫 조우때는 꽤 긴장했지만, 이후에도 계속 다를 것 없는 전투가 이어진다

▲ 이후엔 그냥 파밍만 하고 무시하게 된다. 회피의 성능이 꽤 좋은 편

이렇다 할 중간보스가 등장하지 않는 것도 아쉬운 포인트다. 크툴루 신화의 요소들이 포함되어 코즈믹 호러를 느낄 수 있는 독특한 연출이나 적들이 많이 등장하지 않을까 기대했으나, 어둠 속에 나 홀로 속 제대로 된 전투 요소는 최종전인 '숲의 검은 산양' 슈브 니구라스와의 최종전 하나밖에 없다.

에밀리로 플레이할 때 후반부 참호 챕터에서 쓰러트릴 수 없는 적인 '나이트건트'를 만날 수 있고, 이외에도 '어둠의 존재'처럼 피하는 것 외에 방법이 없는 강력한 적들이 등장하기는 한다. 하지만 모든 등장 파트에 전투가 없으며 실수가 곧 죽음으로 이어지는 쫄깃한 긴장감을 제대로 맛보기도 전에 마무리되는 단순한 구조로 구성되었고, 이후 컷신을 제외하면 다시 등장하지도 않아 아쉬움만 더한다.

크툴루 신화 속 아우터 갓인 '숲의 검은 산양'과 싸우는 최종전은 몇 개 페이즈와 별도의 기믹도 있고, 상대적으로 공략의 재미가 있는 전투다. '왜 이제서야'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어쩌면 이걸 보여주려고 지금까지 빌드업을 쌓았구나 싶은 생각도 든다.

▲ 쓰러트릴 수 없는 적이 등장할 때도 '이걸 못본다고?' 싶은 수준의 간단한 은신 플레이가 전부였다

▲ 마지막의 마지막에 와서야 '아, 이거 공포 게임이었지' 싶은 연출들이 쏟아져 나온다

정리하자면, '어둠 속에 나 홀로'가 전투와 액션을 통해 공포를 전달하는 방식은 여타 최신 공포 게임들에 비해 한층 빛바랜 느낌이다. 전투는 단순하고 단조로우며, 영향을 주었다는 다른 공포 게임들이 이미 선보인 것들을 반복한 것에 지나지 않았다. 3D 호러 게임 역사에 한획을 그엇다는 과거의 영광을 부분적으로 재현했을 뿐, 이렇다할 혁신은 찾아볼 수 없었다.

물론, 마냥 아쉽기만 한 것은 아니다. 공포 요소가 적다는 것은, 그만큼 공포 내성이 없는 이들도 편하게 즐길 수 있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만약 전투가 번거롭게 느껴진다면 언제든 전투 난이도를 낮출 수 있고, 덕분에 온전히 스토리만 즐기고자 하는 이들도 엔딩까지 플레이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였다. 점프스케어로 떡칠한 억지 공포도 없으므로, 기분 좋은 수준의 공포를 가볍게 즐기고 싶은 이들에겐 오히려 추천할 수 있는 작품이 될지도 모르겠다.




얼론 인 더 다크는 1993년에 출시된 고전 서바이벌 호러 게임 '어둠 속에 나 홀로'의 리메이크로, 원작을 기억하는 이들에게 추억을 선사하는 타이틀이다. 원작을 통해 처음 구축된 여러 시스템이 현시대에 맞게 개선되어 등장하고, 플레이어의 시야를 특정 카메라 위치에 고정시키는 원작 특유의 연출이 후반부에 삽입되어 고전 게이머들의 감성을 자극하고 있다.

러브크래프트의 크툴루 신화와 조지 로메로의 공포 영화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진 기괴한 이야기는 별다른 점프스케어 없이도 플레이어에게 잔잔한 공포감을 선사한다. 엄격하게 '공포 게임'으로만 바라보았을 땐 썩 좋은 점수를 주기 어려우나, 가벼운 공포와 퍼즐, 어드벤처 요소를 함께 만끽하고 싶은 이들에겐 좋은 경험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작품 속 두 주인공을 연기한 데이비드 하버, 조디 코머 배우의 팬들에게는 배우들의 색다른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도 충분히 가치 있는 타이틀이 되지 않을까.

인포그램즈로부터 '어둠 속에 나 홀로'의 IP를 인수한 THQ 노르딕이 향후 이 IP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정확히 알려진 바는 없다. 만약 후속작들 계획한다면 이번 작품에서 부족한 점으로 꼽힌 전투와 액션을 더 다듬고 크툴루 신화 요소를 강화하여 다른 3D 호러 액션 프랜차이즈와 차별화되는 독특한 매력이 있는 시리즈로 키울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