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가 28일 정기주주총회를 개최했다. 이날 김택진(TJ) 대표는 미국 구글 관련 사업 이유로 주총에 불참했고 규정에 따라 박병무(BM) 기타사외이사가 의장 역할을 대리했다. 두 공동대표 내정자가 각각 사업 미팅, 주총 진행을 맡은 모습이다.

박병무 공동대표 내정자 겸 의장대행은 "김택진 대표가 구글과 긴급한 미팅들이 잡혀 부득이하게 내가 의장대행을 수행하게 됐다"라며 "다 말씀을 드리지 못하지만, 우리 회사 실적과 관련된 중요한 미팅들이 여러 개 잡혀있다"라고 양해를 구했다.

박병무 의장대행은 인사말 때에 "2023년 글로벌 게임 시장 전반이 굉장히 불안하고, 엔씨소프트도 대내외적으로 어려움을 겪었다"라며 "주가가 많이 하락해 주주 여러분에게 매우 죄송하다"라고 사과했다. 이어 2023년 성과는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이었던 2022년 대비 아쉬운 결과로 평가했다.

박 대행은 엔씨가 지난 20년간 숱한 역경을 이겨내며 쌓은 자산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엔씨 역사를 돌아보면,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자체 개발한 다수의 흥행 IP가 있고, 김택진 대표를 비롯한 우수한 인재가 있으며, 성공과 실패의 노하우를 쌓은 훌륭한 경험들이 있다"며 "이 자산들로 꽃을 피우면, 충분히 엔씨가 다시 지속가능한 발전 역량을 키울 수 있을 거라 믿는다"라고 자신했다.

이어 "변화를 위한 혁신은 이미 시작했다"라며 "모든 임직원이 서로 상호보완하는 '원팀'(one team)으로, 공통된 목표를 향해 집중하겠다"며 "한편으론 올해가 엔씨소프트의 글로벌 게임사로 도약의 원년이라고 감히 말씀드린다"라고 덧붙였다. 기존에 하지 않았던 장르를 대거 출시하고, 모든 것을 국내 위주가 아닌 글로벌 위주로 선보인다는 설명이다.

박 대행은 "이를 위해 김택진 대표가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글로벌 협업을 이어가고 있다"며 "향후 나는 공동대표로서 네 가지 키워드로 엔씨소프트의 기반을 마련하겠다"라고 약속했다. 박 대행이 밝힌 네 가지 키워드는 △글로벌라이제이션 기반 구축 △경영 내실화를 위한 효율화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시스템 구축 △새로운 IP를 늘려나갈 수 있는 M&A와 지속적인 투자다.

박병무 대행은 "따라서 2024년은 여러 관점에서 엔씨와 주주에게 매우 중요한 전환점이 될 해"라며 "엔씨 임직원은 최선의 노력을 하고 있고, 주주 여러분이 인내하고 봐주시면 신뢰를 회복하고, 신뢰 기반의 실적을 보여드리는 엔씨소프트가 되겠다"라고 강조했다.

이날 김택진 사내이사 재선임, 박병무 사내이사 선임 등 모든 안건이 통과됐다. 박병무 사내이사는 주총이 끝난 직후 이사회 결의를 통해 공동대표에 오르게 된다.

이하 엔씨소프트 주주총회 질의응답 주요 내용

▲ 엔씨소프트 박병무 공동대표 내정자

Q. 엔씨소프트가 제시하는 정보가 지나치게 부족해졌다. 이번 실적발표부터 게임별 매출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다. 불투명한 정보 제공은 디스카운트 요소다. 또한, 판관비가 크게 늘었다. 과거 엔씨는 스트리머 뒷광고 논란이 있었는데, 이를 통해 매출을 유지하느라 비용이 늘어난 것 아닌가?

홍원준 CFO
= 직전 실적발표부터 게임별 매출을 공개하지 않아 여러 억측을 낳았다. 게임별 성과가 좋지 않아서 그런 거냐는 말들이 있는데, 어떻게 보면 '오비이락'이라고 할 수 있다. 그저 다른 상장사 공시나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춘다는 취지일 뿐이다. 게임별 매출은 IR실을 통해 정보를 드리고 있다. 다만, 다음 실적발표 때 어떻게 하는 것이 주주에게 좋을지 심사숙고하겠다.

우리가 스트리머를 통해 매출을 올리거나, 유도한다는 이야기는 내가 엔씨에 들어올 때쯤(2021년 10월)에 얘기다. 내가 들어온 이후에 공식적으로 그런 사실이 없다. 단언하고 명확하게 말씀드린다.

아울러 비용 줄이기를 위해 박병무 내정자 지휘 아래 마른 수건까지 짜는 작업을 하고 있다. 김택진 대표의 해외 출장도 그런 차원의 큰 틀에서 협의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Q. 엔씨웨스트가 8년 적자를 내고 있는데, 책임자를 그대로 두는 걸 이해할 수 없다.

박병무 의장대행
= 엔씨웨스트 적자 이슈는 숫자만 갖고 볼 게 아니다. 개인적으로 17년 동안 엔씨소프트 이사를 해오면서, 엔씨웨스트도 여러 정리 작업을 한 것을 봤다. 원래 엔씨는 미국에 스튜디오 6개가 있었는데, 6개를 정리하면서 지금 아레나넷 하나로 통합하는 작업이 있었다. 그 과정에서 비용이 추가적으로 발생했지만, 결국 경쟁력 있는 아레나넷이 됐다. 적자를 숫자로 볼 게 아니라, 엔씨가 미국에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기여한 것이다.

아레나넷은 '길드워'라는 의미 있는 IP가 있고, 길드워2를 거쳐 지금 '길드워3'을 만들고 있다. 이런 과정을 보면 상당한 경쟁력을 갖춘 것이다. 완벽하게 이익을 낼 정도는 아니나, 경쟁력을 키워왔다고 나는 평가한다.

가족경영이라는 말이 있지만, 필요한 사람이 적재적소에 있다. 그들 모두 상당 부분 상황에 맞춰 제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이번에 글로벌 도약 원년으로 가져가기에, 전체적으로 지금까지 본사 위주로 조직을 개편했지만, 앞으로 글로벌 조직도 개편할 것이다. 정상적인 상황과 절차에 따라 심사숙고해서 조직개편이 이뤄질 예정이다. 지켜봐 달라.

아울러 엔씨웨스트와 일부 스튜디오만 보고서 윤송이 박사를 평가하면 안 된다. 내가 아는 한, 윤 박사는 지금까지 여러 기관과 협업을 하고 새로운 IP를 확장하는 데 CSO로서 굉장한 역할을 했다. 가족이냐 아니냐를 떠나서, 우리 이사회도 그가 단순히 가족이어서 자리에 있었다면 나는 단연코 반대했을 것이다. 그의 능력이 그렇게 있었다.

지난해 성장과 변화를 꾀하는 과정에서 윤송이 박사가 스스로 용퇴하는 용기를 보였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가족이기 때문에 편견이 생기는 거 같다. 윤 박사가 공헌했던 것도 봤으면 좋겠다. 가족이고 아니고를 떠나서, 윤 박사가 가진 AI 관련 지식, 글로벌 네트워크가 회사에 보이지 않게 굉장한 기여를 했다는 것을 이해해달라.


Q. 주가가 하락했는데, 주요 경영진이 큰 보수를 받는 게 정당한가?

구현범 COO
= 김택진 대표 보수가 과도하다는 주장이 있는데, 엔씨는 성과가 있는 곳에 보상이 있다는 철학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있다. 개인적으론 엔씨에 합류한 지 20년이 지났는데 김택진 대표가 보상에 직접 관여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엔씨 경영진은 성과 연동형 보상 시스템이다. 최근 공시에 나온 김택진 대표 보수는 전년 대비 41.4% 감축됐다. 특히 실적에 반영된 주요 보상 대부분은 인센티브가 과거부터 이어진 것인데, 엔씨는 보상을 한 번에 지급하면 리텐션이 떨어진다고 판단해 3년에서 5년 나눠서 지급한다.

엔씨는 독립적인 보상위원회가 합리적으로 보상을 결정한다. 미리 말씀드릴 부분은, 2024년 8월이 되면 상반기 보수가 공시될 것이다. 그때 확인할 수 있겠지만, 김택진 대표의 성과 일부가 제로(0)로 이미 책정됐다. 이에 김택진 대표는 가타부타 말 없이 수용했다. 아울러 보상위원회는 객관적인 시스템을 정하는 곳이지, 위원의 의견으로 운영되지 않는다.

박병무 의장대행 = 기본적으로 중요 임원, C레벨 보상은 기본급여와 장기 인센티브, 성과와 연동되는 보상 세 가지로 구성되어 있다. 또한 보상은 몇 년에 걸친 실적이 반영되도록 설계됐다. 우리 회사가 특이한 것은 단기 인센티브는 모든 임직원이 다 들어가 있다. 그리고 개발회사여서 개발자에 대한 보상은 단기가 아닌 개발보상 형태로 주어진다. 김택진 대표는 개발총괄책임자로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고, 비판이 있겠지만 여러 게임을 개발해 내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 지난 리니지W 성과도 몇 년에 걸쳐 보상을 받도록 설계되어 있다.

결과적으로 금액이 과도하다는 지적은 겸허히 듣는다. 그러나 보상위원회가 '얼마를 주자' 식으로 결정된 것은 아니라고 말씀드린다. 다른 임원도 같은 기준으로 지급된다.

김택헌 부사장 역시 외부 평가는 어떨지 모르나, 그의 역할이 굉장히 컸다. 개발사업총괄로서 공식에 따라 받았다. 액수가 과도한지 여부는 다시 평가해야 하나, 제도와 공식으로 정했음을 말씀드린다. 아울러 지적이 있는 만큼, 충분히 재검토하겠다.


Q. 외부 공격으로 엔씨소프트 기업 이미지 훼손과 브랜드 가치 하락이 심하다. 엔씨가 제대로 대응하지 않는데, 어떤 이유로 적극적인 대응을 하지 않는 건가?

박병무 의장대행
= 엔씨가 게임업계에서 스트리머 사이에 부정적인 이미지가 있다는 것은 나도 인정한다. 그래서 '대내외적인 도전'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직접적인 대응을 하면 좋겠지만, 우리는 게임사로서 새로운 장르와 새로운 세대에 맞는 게임을 성공적으로 내는 게 가장 좋은 대응 방안이라고 생각한다.

올해를 기점으로 나오는 것들은 부정적인 BM(비즈니스 모델)이나 부정적인 여론에서 탈피한 게임들이 쭉 나올 것이다. 한 번 지켜봐 달라.

개인적인 생각인데, 우리나라의 몇몇 분들이 좀 극단적이지 않나 싶다. 지난 지스타를 보더라도, 엔씨가 아무리 노력해도 노력에 부정적인 얘기를 하신다. 그래서 결과를 보여드리는 게 나을 거라 생각한다.

너무 극단적이기도 한데, 하나만 말씀드리면 '리니지 라이크'가 굉장히 욕을 먹는다. 그래서 회사가 망한다고 얘기가 나온다. 통계 자료를 보면 '리니지'라는 이름의 게임을 하루에 150만 명이 한다. 극단적인 상황이 되도록 우리가 잘못도 했겠지만, 리니지 때문에 회사가 망할 것이란 얘기는 동의하기 어렵다.

앞으로 출시하는 배틀크러쉬, BSS, 프로젝트 G, LLL 등 모두 리니지와 상관없는 게임이다. 성공여부는 감히 말하지 못하지만, 엔씨가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알아달라.


Q. 2021년, 2022년 개발자 이탈이 보이는데, 이로 인한 업데이트 부재나 매출 하락 우려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박병무 의장대행
= 과거에 세상이 굉장히 좋았고, 돈이 많아 채용을 했다. 지난해부터는 이탈율이 줄어들고 있다. 핵심개발인력을 붙잡기 위한 프로그램을 시행 중이다. 지켜봐 주시면 좋겠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판교 IT 업계에선 개발자 이합집산이 굉장히 많았다. 우리도 노력해서 발전하고 있다.


Q. 엔씨의 지속가능한 성장 가능성에 대해 의문이 제기된다.

박병무 의장대행
= 크게 두 가지 방향성으로, 먼저 기존 IP를 공고히 하고, 새로운 IP를 발굴하겠다. 방법은 앞서 말한 네 가지 키워드로 진행될 것이다. 당연히 새로운 게임을 내 새로운 유저를 확보하고, 기존 유저 서비스를 공고히 할 것이다. 올해 하반기 관련 확장 계획이 있다.

홍원준 CFO = 지속가능한 성장이 되기 위해서는 영업이익이 유지되어야 하고, 매출이 지속적으로 성장해야 한다. 두 가지가 아니면 공염불이다. 그리고 박병무 의장 말처럼 새로운 장르와 지역 확장이 가장 중요하다. 여기에 집중하고 있다. 그냥 하면 되는 게 아니고, 일정에 맞춰 성공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

그리고 라이브 게임 매출이 방어되어야 한다. 라이브 게임 매출이 무너지면 무엇을 해도 근본이 무너지게 된다. 그래서 라이브 게임 매출 방어에 대한 새로운 것들을 시도하고 있다.

비용효율화는 필수다. 매출이 유지되고 올라가도, 지금 비용구조는 지속가능성에 의문 제기가 가능하다. 이처럼 세 가지 측면에서 체계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Q. 기존 '리니지' 고래 유저 반감이 크고 이탈이 심하다.

박병무 의장대행
= 몇몇 게임은 라이프 사이클 때문에 빠진 게 사실이나, 지난해 4/4분기 이후 여러 IP 유저 층이 공고하게 유지되고 있다. 몇몇 유튜버 반응이 너무 지나치게 과도하다는 것을 말씀드린다. 그럼에도 우리는 조롱을 받으면서도 유저 소통을 강화할 거다. 그게 주주와 게이머한테 믿음과 신뢰를 얻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지속가능한 회사의 기반이라고 여긴다.


Q. 적극적인 주주환원정책이 있기를 바란다.

홍원준 CFO
= 배당성향은 유지할 것이고, 솔직히 자사주를 소각해 유통주식수를 줄이는 방안은 항상 고민하고 있다. 하지만, 타이밍이 중요하다. 시장 상황에 맞춰야 한다. 아니면 파도에 휩쓸려서 돈만 쓰고 휩쓸린다. 회사 가치를 올리는 방법은 비용을 줄일 수도 있고, 재무적인 조치를 취하는 것도 있지만, 의장대행 말처럼 브랜드 가치를 올리는 게 가장 좋다. 가장 좋은 방법은 우리가 좋은 게임을 만들어 브랜드 가치를 올리면 주식은 턴어라운드할 것이다.

자사주를 소각해 방어적으로 갈 수도 있지만, 공격적인 M&A에 활용할 수도 있다. M&A에 사용하면 현금 균형을 맞추는 효율적인 재무정책이 될 수 있다.

작년부터 M&A를 한다고 했는데 언제 하냐고 질문이 나올 수 있다. 최근 크래프톤이 350개 회사를 봤다고 하는데, 나도 그 고충을 충분히 공감한다. 우리도 크래프톤처럼 국내외 게임사를 많이 보고 있다. 얼마면 팔겠다는 제안도 있었다. 우리는 그게 회사에 도움이 될지 안 될지를 본다. 주주가치가 훼손되지 않는 거래 조건으로 딜을 성사하는 게 올해 업무라고 생각한다.


Q. 확률형 아이템 제도 대응을 어떻게 하고 있나?

박병무 의장대행
= 새로 출시되는 게임들은 아마 확률형 아이템이 거의 없다. 경우에 따라 있다고 해도, 크지는 않을 거다. 기본에 있는 것은 여러 게임 밸런스를 위해 없앨 수는 없다.

제도는 지난해 12월부터 TF를 구성했고, 이 조직이 전권을 가지고 게임개발사업조직을 이끌었다. 제도 시행일이었던 3월 22일에 가이드라인에 맞춰 정보공개를 하고 있다. 사람의 일이라 실수가 없을 수 없지만, 우선 회사의 최우선 과제로 했다. 감히 100%라 말하기는 어렵고, 99.9%라고 말씀드린다. 나아가 법이 요구하지는 않지만, 게임 밖에서 확률을 확인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들어 7월에 공개할 계획이다.


Q. 김택진 대표 능력에 대해 의문이 든다.

박병무 의장대행
= 비판 요소도 있겠지만, 김택진 대표는 개인적으론 회사의 굉장히 중요한 자산이라고 생각한다. 그의 능력이 회사를 위해 다 쓰이지 않았다고 본다. 김택진 대표가 잘할 수 있는 걸 잘하도록 뒷받침하는 게 내 일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