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이건 MMO 잖아!”

독일 쾰른에서 열리는 2010 GamesCom (이하 GC) 에서 길드워2를 플레이했던 기자의 첫 느낌이었습니다. 그리고 좋았습니다.

길드워2는 그간 영상이나 스샷 등이 공개된 적은 있지만, 실제 플레이가 가능했던 것은 이번 GC 가 첫번째입니다. 길드워2의 관계자 인터뷰 때도 ‘비즈니스를 위한 E3 보다는 실제 게이머들이 많이 찾는 GC 가 시연 버전을 선보이기에 더 적합하다’ 라는 언급이 있었지만, 여기에는 또 하나의 이유가 있습니다.


전작인 길드워1의 성과 때문입니다. 한국에서는 커다란 시련을 겪은 길드워1이지만, 북미와 유럽에서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길드워1의 패키지 누적 판매량은 650 만장이나 되며, 이중 3분의 2 가량이 유럽에서 판매되었습니다. 그리고 유럽에서 가장 많이 팔린 국가가 바로 독일이며, 유럽 판매량의 3분의 1 가량을 차지할 정도입니다.

유럽 전체를 아우르는 게임쇼이자 게이머들이 많이 찾는 곳, 더군다나 길드워1의 유럽 최대 판매국가인 독일이다 보니 길드워2의 최초 시연 버전을 독일 GC 에서 공개하는 것은 당연한 선택이었을 것입니다.









GC 의 첫날, 미디어데이였던 만큼 아직 사람이 많지 않아, 비록 30분 가량의 제한 시간이 있었지만 일찍부터 길드워2 를 플레이해볼 수 있었습니다.

길드워2는 초반 도입부 자체가 다릅니다. 보통 게임을 막 시작하게 되면 초보자 안내를 위한 튜토리얼 과정을 거치기도 하고, 혹은 튜토리얼 기능을 하는 퀘스트를 거치면서 게임의 기본적인 조작법 및 진행 방식을 익혀나가게 됩니다.

그런데, 길드워2는 그런 과정을 생략한 채, 1레벨의 휴먼 캐릭터를 생성하자마자 켄타우로스가 침략하고 있는 마을을 구하라는 퀘스트를 받고 바로 약탈당하고 있는 마을로 뛰어가게 됩니다. 한마디로 신병교육대 입소하자마자 훈련은 커녕 총 쥐어주고 바로 전장에 투입시키는 꼴입니다.







하지만 그 과정이 매우 자연스러웠습니다. 뭘 해야 하고 뭘 눌러야 하는지 망설일 필요도 없이 그냥 가서 하면 됩니다. 일단 조작법 자체가 어렵지 않았습니다. 자동공격이 되지 않기 때문에 일일이 공격버튼을 눌러줘야 한다는 것 하나만 빼고는, WASD 이동방식의 MMORPG 를 한번이라도 해본 사람이라면 손쉽게 적응이 가능한 수준입니다. 액션성이 강조되었지만, MORPG 처럼 조작의 난이도가 있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길드워2의 조작은 타겟팅 방식과 논타겟팅 방식의 절묘한 조합이기도 합니다. 액션을 강조하는 게임들에서 종종 볼 수 있는 것처럼 휙휙하고 이루어지는 빠른 화면전환이라든가 여러 개의 키를 이용한 복잡한 조작 같은 것도 없습니다. 예컨대, 두마리의 몬스터로부터 공격을 받을 때에도 화면을 180도 돌릴 필요가 없습니다. 공격키를 연타하고 있으면 잡고 있던 몬스터가 죽었을 때, 바로 다음 타겟으로 전환되면서 그 화면에서 공격이 그대로 유지됩니다.

논타겟팅 방식의 공격과 이동이지만, 플레이어가 체험하기에는 MMORPG 의 전투와 거의 흡사합니다. 그러면서도 논타겟팅 방식의 액션감은 그대로 느낄 수 있으며, 타격감도 좋은 편이었습니다.








마을로 뛰어가자마자 NPC 들은 켄타우로스들과 싸우고 있고, 같이 플레이를 하고 있는 사람들도 속속 도착합니다. 굳이 파티를 맺을 필요도 없이 그냥 보이는 켄타우로스를, 자기가 원하는 장소에서 잡으면 될 뿐입니다. 혼자 잡든 같이 잡든 들어오는 경험치와 보상은 같으니까요.

퀘스트의 목적은 그 장소에 있는 사람들이 각자 마을의 방어에 참여하는 것, 마을을 구하는 것 그 자체입니다. 끊임없이 켄타우로스들이 쳐들어오는 마을의 상황속에 플레이어는 잠시 동참할 뿐입니다.


퀘스트가 싫다면 ? 안하면 됩니다. 플레이어가 동참하지 않고 그냥 스쳐 지나가더라도, 다른 플레이어나 NPC 들이 마을을 방어할 테니까요. 한마디로 길드워2의 퀘스트는 다른 게임의 퀘스트들처럼 강제성이 높지는 않습니다.

치안대장과 함께 초짜 보스 몬스터를 공략하는 퀘스트를 거친 후 이제 본격적인 플레이에 돌입합니다. 그러나 주어진 상황속으로 빠져드는 흐름 자체는 동일합니다.






NPC 로부터 퀘스트를 받기도 하지만, 보통의 게임들처럼 NPC 에게 가서 지문을 읽고 수락을 한뒤 일정 숫자의 몬스터를 잡고 다시 NPC 에게 돌아가 보상을 받는 과정이 훨씬 단축, 생략되어 있습니다. 상황에 따라 현장에서 퀘스트가 출현하기도 하고, 또 현장에서 바로 보상을 받기도 합니다. 퀘스트 뺑뺑이를 상당히 절감한 셈입니다. 30분 플레이 시간 동안 퀘스트 NPC 를 만난 횟수가 몇번에 불과합니다.

길드워2에서 일정 수치 이상의 몬스터를 처치해야 하는 퀘스트도 있지만, 그 방식은 사뭇 다릅니다. 그 지역 (예컨대 특정 농장이나 광산 등) 에서 각자 플레이하는 사람들의 플레이 결과가 합산됩니다. 내가 하피를 잡고 다른 사람도 하피를 잡고 있다면, 이 둘의 결과가 두 사람 모두에게 반영이 됩니다.

파티를 맺지 않아도 그 지역에서 동일한 내용을 수행하고 있으면 서로 같이 공유가 되는 것입니다. 이론적으로도 이것이 합리적입니다. 마을을 침략한 몬스터를 다 잡아 마을을 방어하면 성공하는 것이니까요. 그래서 몬스터 스틸 같은 것에 대해 신경쓸 이유가 없습니다. 같이 잡아도 좋고 혼자 잡아도 좋습니다. 결과는 둘 다 똑같으니까요.





그리고 어떤 퀘스트는 조건이 만족하면 그냥 퀘스트창에 등록되면서 진행되기도 합니다. 초보 마을 근처에 일정 주기로 출현하는 네임드 도마뱀 관련 퀘스트가 한 예입니다.

마을의 안녕과 발전에 노력하던 도중, 가시거리 이내에 네임드 도마뱀이 출몰하면 자연적으로 그 퀘스트가 퀘스트 창에 등록됩니다. 리젠 당시 그 근처에 플레이어가 없어도, 그 도마뱀이 이동하다가 플레이어와 가시거리 내에 들어서면 퀘스트가 출현합니다.

이때 플레이어의 선택은, '잡을 수도 있고 잡지 않아도 무방하다' 입니다. 남들이 잡고 있는데 같이 끼어서 한 손 거들면 되는 거고, 아니면 그냥 무시하고 하던 일에 열중해도 됩니다. 안해도 페널티는 없습니다. 누군가 잡으면 그 퀘스트가 사라지고, 또 가시거리 밖으로 벗어나면 퀘스트가 사라집니다.

한마디로 길드워2의 퀘스트는 이처럼 상황에 따른 퀘스트입니다. 특정한 상황에 처한 장소에 플레이어가 들어가서, 자기가 하고 싶거나 할 수 있는 역할을 하며 그 장소에 같이 있던 다른 플레이어들과 그 과정이 자연스레 공유되는 구조입니다.


그렇다고 인던이나 룸 방식은 아닙니다. 이것들이 모두 필드에서 벌어지는 일입니다. 물론 인던도 있고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기 위해서는 존 로딩 과정이 필요하기도 하지만, 맵 구조 자체도 다른 여느 게임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그리고 3D 도 가능합니다. 3D를 위한 클라이언트가 별도로 있는 것이 아니라 3D 영상이 지원되는 하드웨어에서는 길드워2를 3D 로 플레이할 수 있는 거죠. 아쉽게도 저는 3D 로는 시연을 해보지 못했습니다.

30분 정도의 길드워 시연을 마치고 난 뒤의 느낌을 몇 마디의 단어로 정리하자면, MMORPG 이지만 액션감은 굿, 논타겟팅과 타겟팅이 잘 어우러진 조작법, 기존 게임들보다 한 단계 발전한 퀘스트 시스템 정도가 될 것입니다.







시연을 마친 뒤 기자들끼리의 대화에서도 대다수가 호평을 내렸습니다. 여러 게임을 하다 보니 게임 불감증도 좀 있고, 게임에 대한 평가도 사석에서는 좀 박하게 내리는 경향이 기자들끼리는 짙은 편인데, 길드워2에 대한 평가는 모두 괜찮은 편이었습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테라, 블레이드앤소울, 아키에이지의 3인방으로 대표되는 아이온 이후의 대박을 노리는 3개의 게임이, 이제는 길드워2를 더해 4개가 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한국에서도 길드워2를 서비스하는 것은 확실합니다. 다만 그 시기가 북미나 유럽과 동시 (2011년중) 인가, 아니면 좀 더 이후인가는 추후 결정한다고 합니다. 길드워2를 기다리는 한국 게이머들에게 아쉬운 소식 한가지는, 이번 지스타 2010에서는 길드워2의 시연버전이 공개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것입니다. 아마 다른 게임의 시연 버전이 첫 공개되지 않을까요?



독일 쾰른, GC2010 현장에서.. Lup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