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여력을 창의적인 곳에 투자해야 합니다!'


넥슨의 마비노기 영웅전의 액션 시스템을 담당한 박영준 선임 연구원은 NDC2011 강연장, 수많은 참석자들 앞에서 이렇게 말했다.


마비노기 영웅전은 국내 온라인 게임 중에서 특유의 액션성과 논타게팅 전투를 훌륭히 표현해 2010년 게임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던 넥슨의 액션 롤플레잉 게임이다. 소스 엔진을 기반으로 하여 물리 효과를 훌륭히 구현해 내었고 이를 이용한 획기적인 전투까지 선보인 터라 많은 참석자들이 이러한 마비노기 영웅전의 액션 시스템에 대해 관심을 보였다.



▲ 마비노기 영웅전의 박영준 선임 연구원



강연의 주제는 마비노기 영웅전의 액션 시스템을 개발하며 경험한 내용을 바탕으로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 개발팀원들이 좀 더 창의적인 생각을 할 수 있게 만드는 것'에 관한 내용이었다.


하지만, 창의적인 생각을 가지면 좋다는 것을 누가 모르겠는가? 단지 게임 개발 일정을 맞추다보면 그런 생각을 가질 여유가 없을 뿐이다.



▲ 이런 문제점들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여기에 대한 대처 방안으로 박영준 선임 연구원은 '멍석 깔기'라고 소개하며 크게 3가지 방법에 대해 소개했다.
그것은 '액션 스테이트'와 '자동 빌드' 그리고 '리로딩 시스템'이다.


약간은 어렵게 들릴 수도 있는 이 방안들은 결론적으로 팀원이 작업한 결과물들을 자동으로 조립해주고 즉시 테스트까지 할 수 있는 프로세스를 일컫는 말들이다. 결국은 잘 짜여진 툴로 반복 작업을 최대한 줄이고 그 시간을 좀 더 창의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한다는 말.


박영준 선임 연구원은 이러한 방안들을 연구하며 작업하던 당시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설명하며 관객들을 더욱 몰입시켰다.


2008년 12월 마비노기 영웅전이 이미 지스타에 출전하여 유저들에게 선을 보인 상황에서 게임의 액션 시스템 전체를 모두 뒤엎어야 하는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CBT까지 남은 기한은 불과 3개월. 하지만 개발팀은 1개월간 모션 복구를 하고 나머지 기간 동안 개발을 하여 결국 기한 내에 출시를 달성할 수 있었다. 이렇게 불가능해 보였던 일을 가능케 한 것이 바로 '멍석 깔기'의 힘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멍석 깔기' 를 시행하며 결과적으로 어떤 부분이 바뀌었을까? 박영준 선임 연구원은 개발팀들이 여유가 생기며 창의적인 방안을 내놓기 시작하였고 이런 방안들이 마비노기 영웅전 곳곳에서 다양한 시스템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깔아놓은 멍석 위에서 춤을 추기'라고 표현한 이 시스템들은 바로 카록의 '힘 겨루기', '배에서 물체 부수기', '마비노기 영웅전의 카메라 시스템'이었다. 이 시스템들이 바로 '멍석 깔기'로 여유가 생긴 개발팀원들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내면서 구체화 된 예시라는 것이다.



▲ 현재 개발 중인 캐릭터 상호 작용 역시 이러한 창의성에서 발전한 케이스



그는 추가로 여기서 한 단계 더 발전하여 이러한 창의적인 생각들을 유저들이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요소들로 발전시키는 것의 중요성도 강조하였다.


예를 들어 맵에 만들어놓은 여러가지 지형지물들을 잘 사용 가능하도록 이비의 '중력 역전'을 만들었고 플레이어의 움직임 역시 물리적으로 해보자는 데에서 '마나 앰버'가 탄생하게 되었다는 말이다.


이 외에도 골렘, 카록의 무기 던지기, 보스 처치 시 자동 카메라 AI 등의 시스템들 역시 이러한 프로세스 안에서 만들어졌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이러한 작업 프로세스가 정착할 경우 프로그래머는 조립의 잡무에서 해방되고, 모델러는 항상 최신 퀄리티의 게임 속에서 자신의 모델을 감상할 수 있으며, 애니메이터는 모션 확인이 바로 가능하여 독창적인 액션 구성에 시간을 더 쓸 수 있다고 말했다. 잉여력을 반복 작업에 투자하지 말고 좀 더 창의적인 곳에 투자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었다.





마지막으로 그는 '버그를 두려워 하지 말라'고 말했다. 뻔히 보이는 것도 정작 만들면 버그가 생기는 판에 버그 때문에 새로운 시도를 못한다는 것은 너무 큰 피해를 입는 것이라는 말이다. 물론 그만큼 리스크가 큰 모험일 지도 모르지만 그는 끝까지 '버그는 또 다른 창의적 플레이의 요소'라는 자신의 의견을 관철시켰다.


박영준 선임 연구원은 게임 개발은 발상과 실현을 한 곳에서 이루는 최고로 창의적인 행위이기에 창의력을 키울 수 있는 여건을 스스로 개척해야 한다고 말하며 강연을 마쳤다. '인생은 값지게 코스트는 저렴하게!' 그가 참석자들에게 명심하라며 던진 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