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내 효과를 위해 개발팀이 단체로 영화 관람을 할 때가 있습니다. 가장 성공적인 케이스는 영화 300과 트랜스포머 였습니다.'


5월 30일 있었던 NDC2011에서 마비노기 영웅전의 이은석 디렉터는 강의 중 이렇게 말했다. 소수로 이루어졌던 마비노기 영웅전의 개발팀에는 AD(Art Director)가 없었고 자신이 디렉터 업무를 하며 아트 디렉터의 업무까지 겸했던 당시의 에피소드였다.





얼마 전 마비노기 영웅전의 업데이트 계획으로 인터뷰를 진행했었던 이은석 디렉터는 그 때의 기억을 떠올리며 자신이 직접 경험한 내용을 바탕으로 아트 디렉터가 갖춰야 할 덕목을 이야기하며 강의를 시작하였다.


강의 주제는 '풀타임 AD 없이 차세대 비주얼 구축하기'.





이은석 디렉터가 생각하는 AD의 유형은 총 4가지. 작업물 관리, 스케쥴링, 예산, 계약 등의 업무를 중심으로 하지만 본인은 아티스트가 아닌 철저한 매니저의 역할을 수행하는 매니저 형. 비쥬얼에 대한 안목은 높으나 아티스트는 아닌 비쥬얼 매니저 형. 자신도 아티스트의 역할을 수행하며 팀원들을 적극적으로 리딩하는 아티스트 형. 그리고 위의 3가지 유형을 종합한 종합형 AD가 바로 그것이다.


이은석 디렉터는 본인은 이 중 비쥬얼 매니저 형이었다고 이야기하며 디렉터 업무와 AD 업무를 병행하였을 때의 장,단점에 대해 이야기했다.


장점으로는 디렉터와 AD가 서로를 원망하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문제에 대한 종합적인 접근이 가능하고 그로 인해 시너지 효과도 거둘 수 있다는 말이었다. 하지만 두 가지 업무를 진행하다보니 물리적인 에너지의 부족이 올 수 밖에 없었고 미술 스태프들이 상대적으로 관심을 덜 받게 되었다는 단점도 있었다고 밝혔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이은석 디렉터는 AD가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6가지 덕목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 첫번째는 바로 '눈'으로 이는 높은 안목과 심미안을 뜻한다고 말했다. AD는 아티스트들이 만든 작품을 보고 그 중 뛰어난 것을 알아볼 수 있어야 하며 무엇이 그 차이를 만드는 지 역시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손'으로 이를 통하여 대안 제시와 표현력, 비쥬얼 스타일링 등의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정확한 지적과 용어 사용에 필요한 의사소통 능력을 세번째로 꼽았다. 의사소통 능력을 갖추지 못할 경우 애메한 표현을 하게 되어 따르는 사람들이 힘들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이 외에도 일이 돌아가게 만들 수 있는 '머리'와 인간관계를 조율할 수 있는 '마음', 그리고 비전과 커리어를 제시해줄 수 있는 '비전'까지 6가지 사항을 AD가 갖추어야 할 덕목으로 꼽았다.





그렇다면 이렇게 중요한 AD 없이 어떻게 게임을 개발할 수 있었을까? 이은석 디렉터는 자신의 업무에 추가로 AD 업무까지 겸하면서도 개발을 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선 인재가 무엇보다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이은석 디렉터는 인재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꼭 필요하지 않은 이상은 소수 정예가 낫다는 말을 덧붙였다. 이와 같은 맥락으로 도구에 의지하기 보다는 그것을 다루는 사람이 중요하다며 자신은 인재를 뽑을 때도 도구보다는 손을 잘 쓰는 사람을 중시한다고 이야기했다.


이에 대한 에피소드로 마비노기 영웅전의 원화를 담당한 실력있는 아티스트 '김범 씨' 역시 포토샵을 잘 다루지 못해 작업 시간이 길어질 때가 있었다며 결국 사람은 '자신의 손으로 그릴 수 있는 것 이상을 툴로 그릴 수 없다.'라고 말했다. 아티스트에게 필요한 능력은 눈 > 손 > 도구 순이라는 것이다.





이와 함께 AD 없이 개발을 완료할 수 있는 요인으로는 팀원들의 자발성도 있었다고 이야기했다. 풀타임으로 작업을 할 수 없어 모든 작품의 품질관리를 AD가 못하기 때문에 결국 팀원들이 자발성을 가지고 작업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AD가 추구하는 바를 미술 스태프들이 잘 파악하여 작업을 하는 문화가 정착되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여기에 추가로 1일 1회 이상의 업무보고와 구성원 전체가 공유하는 내부 쇼케이스, 아티스트도 게임 개발자 임을 계속 상기시키는 것 등도 개발을 무난히 완수할 수 있었던 요인으로 꼽았다.


이은석 디렉터는 강연을 마치며 스크린 샷 한장을 찍음에 있어서도 그 안에 스토리를 담아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그런 작은 노력이 모여 멋진 작품을 만들어낸다고 말했다. 단순히 한 장의 스크린 샷을 찍는 것에도 그 이미지가 어디에 쓰이고 무엇을 말해주려고 하는지를 생각하며 작업해야 한다는 것이다.





작은 것을 소홀히 하지 않는 노력, 도구보다 인재를 중시여기는 마인드, 그리고 이를 뒷받침해 줄 프로세스. 이 것이 AD가 없었음에도 마비노기 영웅전을 무사히 개발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다고 말하며 이은석 디렉터는 강의를 마쳤다.


'참고로 결혼하실 분은 일찍 미리 준비하셔야 합니다.' 얼마 후 자신의 신상에 큰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말한 이은석 디렉터의 뼈 있는 마지막 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