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개의 대나무가 묶이어 있다
서로간에 기댐이 없기에
이음과 이음 사이엔
투명한 빈 자리가 생기지,
그 빈 자리에서만
불멸의 금빛 음악이 태어난다

'만파식적 - 남편에게' 中 (김승희 作)



자신의 분야에서 최선을, 완벽을 추구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입니다. 가수들은 무대에서, 기자들은 기사에서, 하다못해 게이머들은 게임캐릭터의 완벽을 추구하지요. 이것이 원칙이거늘 요즘은 이런 원칙이 무시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여러가지 편법을 사용해서 남들보다 쉽고 편하게 해결하려는 경우가 종종 눈에 띄어 지탄을 받고 있죠.


지난 5월, 국산 파워제조업체인 파워렉스는 이런 편법을 사용하는 업체로 낙인될 위기에 봉착했습니다. 파워서플라이 벤치마크의 결론이 그들을 줄곧 과장광고를 해온 업체로 오해할 여지를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기사 : 파워렉스 사태, 벤치마크의 역할은 무엇인가


벤치마크 결과가 제품의 문제를 밝혀낼 경우 대부분의 하드웨어 제조사들은 사과발표를 하고, 후속 대처방안에 초점을 맞춥니다. 그러나 파워렉스는 달랐습니다. 벤치마크의 결과를 인정하지 않고, 더 나아가 벤치마크 방식의 부당함에 대해서 알아주기를 소비자들에게 호소했습니다. 이에 더해서 매체, 유저, 업체가 모두 참여하는 파워서플라이 오픈테스트를 실시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 파워렉스는 파워서플라이 오픈테스트를 실시하겠다고 공지했습니다.



단지 억울했다는 것으로 이해하기에는 너무나 격렬한 반응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고, 하드웨어 제조업체들과 이를 검증하는 벤치마크, 그리고 그 결과를 기초로 선택을 하는 소비자들이 느끼는 온도차이를 알아보고자 파워렉스를 직접 찾아가보기로 했습니다.



■ IT 인벤, 파워렉스를 만나다.






경기도 광명에 위치한 파워렉스와의 만남이 주는 첫 인상은 소박함이었습니다. 아무리 국내 시장이 그렇게 크지 않다고 하더라고 현재 1위 상품을 보유한 회사라면 어느정도 거만해지거나 자랑할 법도 한데, 전혀 그렇지 않은 모습이었습니다. 세월의 흔적이 묻어난 표어를 보면서 그들의 초심이 아직은 남아있다고 느껴지는 건 너무 감상적인걸까요?



▲ 사무실과 생산라인에 공통으로 걸려있는 표어. (상:사무실, 하:생산라인)



처음 건넨 말은 "좋은 일로 모셨어야 하는데, 불미스러운 일로 이렇게 모시게되서 너무 죄송합니다."

첫 인상과 처음 건네는 한 마디로 그들이 더 이상 이기고자 하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인터뷰에는 영업부의 양경훈 과장님, 연구개발부의 김광석부장님, 박동진주임님 세 분이 함께 하셨습니다.



▲ 뒷모습을 허락받았습니다. 좌로부터 양경훈과장님, 박동진주임님, 김광석부장님.




■ 파워렉스란 어떤 회사인가?




파워렉스는 1996년에 설립된 국산 파워서플라이 제조회사입니다. 국내에서 생산 및 판매를 모두 하는 유일한 국산업체로서 OEM납품을 주로 해왔습니다. 삼보, 주연, 대우컴퓨터 및 공업장비와 POS단말기등에 사용되는 파워를 모두 생산하고 있습니다.



▲ 파워렉스의 15년. 꾸준히 달려온 시간들은 각종 특허와 인증, 실용신안으로 남아있습니다.



본격적으로 리테일시장에 뛰어든 것은 불과 2~3년 정도이며, 500W급에서는 현재 다나와 인기순위 1위를 마크하고 있습니다. ( POWEREX REX III 500W Triple V2.3 - 6월 11일 기준) ATX, M-ATX, TFX 등 다양한 규격의 파워를 모두 생산하고 있으며 가격대비 좋은 품질과 유일한 국내제조파워회사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 ISO 9000 인증을 받고 우량기술을 보유한 경기도 유망 기술혁신 및 품질보증업체가 바로 파워렉스




■ 벤치마크 후 파워렉스의 분위기가 궁금하다.




IT인벤 : 벤치마크 결과와 그 대응방법으로 시끌시끌한데 요즘 분위기가 어떤 지 알고 싶습니다.

파워렉스 : 안타까워요. 조금만 우리의 말에 귀기울여주고, 조금만 생각해줘도 이렇게까지는 안됐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저희들은 결과가 어떻게 나왔다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고 생각하니까요. 서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준이 다른데 서로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상황이랄까요.


IT인벤 : "기준" 이라는 표현이 오해의 소지가 있는 것 같습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실 수 있으신가요?

파워렉스 : 저희가 직접 테스트하는 기준은 OEM으로 납품하는데 문제가 없을 정도로 빡빡합니다. 삼성테크윈, 도시바, 주연테크등에 주로 납품하는데(총 매출의 86.26% - 09년 주요거래선 현황기준), 그 기준을 통과하기 위해서 한달정도 테스트를 하거든요. 그러한 저희의 기준은 왜 인정해주지 않는가하는 점입니다. 중요한 것은 실제로 파워를 사용하는 데 있어서 문제가 있는 가 없는 가의 여부이지, 어떤 스펙을 충족하느냐 아니냐하는 것이 아니라는 거죠. 물론 명시된 스펙을 충족시키는 건 기본적인 것입니다. 다만, 실질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경우를 상정해서 해당 기능을 검증한다는 것 자체가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거죠.


IT인벤 : 테스트 기준에 따라서 결과값이 모두 달라진다면 파워서플라이의 벤치마크는 의미가 없는 것 아닌가요?

파워렉스 :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실사용에 적용할 수 있는 방식과 적절한 상황설정등이 전제가 된다면 이는 충분히 유의미한 결과가 되겠죠. 그러한 벤치마크라면 저희들도 환영합니다. 벤치마크를 통해서 저희가 놓쳤던 부분들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고 이를 통해서 더 나은 제품이 나오는 경우도 많으니까요.


IT인벤 : 파워렉스에 대한 기업이미지에 타격이 있을 것 같은데, 이번 사태가 실제 매출에 어떠한 영향을 끼치는 지 알고 싶습니다.

파워렉스 : 매출은 오히려 증가했습니다. 5월중순부터 현재까지 매출현황을 보면 꾸준히 상승하고 있습니다. 또한 현재 1위인 500W급 모델외에도 다른 모델들까지 합해서 6개 모델이 25위안에 랭크되어 있습니다. 벤치마크 결과도 중요하지만 소비자분들의 경험에서 나오는 신뢰와 입소문이 이러한 결과를 낳은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 문제의 벤치마크. 파워렉스는 이렇게 생각한다.



IT인벤 : 문제가 된 이번 벤치마크 테스트에 대해서 얘기를 안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과전류보호회로인 OCP에 대해서 조금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파워렉스 : OCP (Over Current Protection) 라는 것은 갑작스럽게 파워에 과도한 전류가 걸리게 되는 상황, 즉 예를 들자면 낙뢰에 의한 과전류와 같은 경우에 발생할 수 있는 손상을 방지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특정전압에 대해서 서서히 부하를 올려가면서 버티나 못버티나, 동작을 하나 안하나를 확인할 회로가 아니라는 것이죠. 이는 다이오드의 특성과도 연관이 있는 것입니다. 이와 같은 식으로는 어떠한 파워라도 문제를 일으킬 수 있어요. 문제가 발생하는 시기의 차이가 있을 뿐인거죠.

저희의 제품은 OPP(과전력보호회로) 를 통해서 OCP의 기능을 구현하고 있습니다. 해당 기능이 아예 없다가 아니라는 것이죠. 파워가 제공하는 3.3 / 5 / 12V 각 전압에 대한 개별적인 과전류보호회로를 구성하는 것이 절대 어려운 것은 아닙니다. 다만 그렇게 구성하면서 원가를 상승시킬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결국 소비자분들께 부담이 될 뿐이니까요.


IT인벤 : 이번 사태로 인해서 하드웨어 테스트에 대한 공통의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들이 있는데, 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파워렉스 : 업체별로 각자 장단이 있고, 파워구성방식 자체도 다르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어렵습니다. 가령 저희는 하프브릿지방식을 사용하고 있는데, 이 방식으로는 고효율을 내기 어렵습니다. 저희가 공지하는데로 75%정도의 효율을 내죠. 단순히 효율만을 절대기준으로 본다면 저희 파워는 좋은 파워가 아닐겁니다. 그러나 다른 방식들과 비교해서 저희가 갖는 장점도 분명 있습니다. 이런 부분들을 모두 반영할 수 있는 기준을 만드는 건 쉽지 않을 것 같아요.


IT인벤 : 파워서플라이 오픈테스트라는 강수를 두셨습니다. 브레인박스에서도 자문위원단을 구성해서 재테스트를 하겠다고 공시했는데, 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파워렉스 : 재테스트를 실시한다는 소식을 듣고 답답하고 억울한 마음에 오픈테스트라는 저희만의 방식을 취한 것입니다. 만약 테스트를 같이 진행하자는 제의가 온다면 저희도 긍정적으로 검토할 수 있습니다. 허나 서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다르니 가능할 지는 모르겠네요. 벤치마크 결과가 공개되고나서 저희도 바로 브레인박스측과 연락했었는데 서로 감정적인 골만 깊어진 느낌입니다.



■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의 파워렉스가 나아갈 길



IT인벤 : 1월과 5월 상반기에만 2회의 벤치마크 결과가 문제가 됐는데, 전체적인 품질관리를 점검해야할 시기인 건 아닐까요?

파워렉스 : 제품제작의 대부분 과정이 수작업이기 때문에 제품당 약간의 편차가 생길 수 있습니다. 이러한 편차를 줄이기 위해서 계속적으로 노력하고 있습니다. 조금 안타까운 것은 벤치마크는 효율과 단기적인 효과에만 치중하는데 장기적인 내구성을 더욱 강조하고 싶습니다. 매체들의 시각이 달라져야 할 문제인 것 같아요. 내구성과 관련해서 파워렉스 창립 15주년을 맞이하여 예전 OEM시절의 파워렉스 파워를 장착하고 있는 컴퓨터들을 찾아보는 이벤트를 준비중입니다. 내구성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



▲ 파워생산라인의 대부분은 수작업에 의해 진행됩니다.



IT인벤 : 파워렉스의 전체 모델들을 살펴보면 약간 종류가 적은 느낌이 있는데, 제품의 종류를 늘릴 예정이 있나요?

파워렉스 : 아무래도 저희가 하나의 라인에서 다양한 제품이 나오다보니 종류를 무작정 늘리기는 힘든 상황입니다. 하나의 제품당 기본적인 물량은 확보해야하니까요. 만약 다품종과 물량, 그리고 가격의 3박자를 모두 충족하기 위해서는 생산공장을 해외로 옮기는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고 싶진 않아요. 국산제조업체의 자긍심만은 꼭 지키고 싶습니다. 다만 시장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서 현재 판매중인 700W보다 상위제품인 모듈러타입의 800W급을 준비중에 있습니다. 현재 80+ 인증을 신청한 상태입니다. 하이엔드 시스템을 구축하려는 분들이 합리적인 가격으로 좋은 파워를 쓸 수 있도록 완성도에 만전을 기하고 있습니다.



▲ 파워렉스가 준비중인 모듈러타입의 800W 파워. 아직 테스트제품이기 때문에 외형은 달라질 것입니다.



IT인벤 : 마지막으로 한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파워렉스 : 리테일 시장에서 저희는 분명 신생기업입니다. 단 하나를 팔아도 만족을 줄 수 있는 품질개선이 우선이라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 최소한의 제품편차와 무작위 샘플링, 리플노이즈 테스트등을 보다 강화하겠습니다. 무엇보다 진실되게 만들겠습니다. 믿고 구입해주시면 그 믿음에 보답하겠습니다. 건전한 소비자의 소리에는 항상 주목하고 있습니다. 서로가 조금씩 서로를 이해해서 이번 사태가 잘 해결되기를 바랍니다.



■ 갈등을 바라보는 유저들의 마음도 불편하다는 것을 알아주길.




한시간 반동안 진행된 인터뷰에서 계속 느껴졌던 것은 그들의 반박문이 보여주었던 모습이 실제와 사뭇 다르다는 점이었습니다. 테스트 방식이 잘못된 것이라면서 그러한 주장의 근거를 조목조목 짚어주면서도 자신들이 직접 만든 제품이 나쁜 결과를 보였다는 것을 못내 속상해 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습니다. 아마도 이는 직접 만들기 때문에 느낄 수 있는 감정일 것이고, 그 과정이 어쨌든 간에 지고싶지 않은 개발자의 자존심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과거 우리나라의 장인들은 만족하지 못하는 작품들은 모두 파기시켰습니다. 그런 철저한 태도가 그들의 위치를 만들었죠. 파워렉스가 아직 그런 장인의 반열에 오른 것은 결코 아닙니다. 허나 소비자들의 의견을 하나도 빠짐없이 모두 보면서 속상해서 식사도 제대로 못한다는 그들, 자신들을 믿어주는 소비자들에게 조금이라도 누가 될까봐 걱정해하는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분명히 오늘보다 나아질 내일을 기대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저런 내용들보다 이번 사태의 발단이었던 벤치마크에 대한 명확한 규명은 유저들의 오해를 풀 수 있는 가장 핵심적인 부분입니다. 브레인박스와 파워렉스 모두 서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준에 대해 조금씩만 양보한다면 모두가 이해할 수 있는 결론에 도달할 것입니다. 무작정 밀어부치기만 해서는 그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양측 뿐 만 아니라, 그리고 이를 바라보는 이들에게도 실망과 상처만 남습니다. 양측의 갈등을 바라보는 유저들의 마음을 생각해주세요.


만파식적.


세상을 평화롭게 만들었다는 그 소리는 그냥 나는 것이 아닙니다. 이를 위해 서로간에 거리가 필요합니다. 팽팽히 맞서고 있는 두 업체가 한 발자국만 물러난다면, 그리고 그 거리만큼 서로를 이해해주려 한다면 어렵다고 생각한 문제도 쉽게 풀어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IT Inven Lend
()
IT Inven Hecto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