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6월 초 네오플의 신작 액션 AOS 사이퍼즈가 오픈 베타 테스트를 시작했습니다.

사이퍼즈는 던전 앤 파이터로 큰 성공을 거둔 네오플의 신작인 만큼 던전 앤 파이터 못지 않은 액션과, 많은 게이머들에게 인기 있는 AOS(Aeon of Strife)를 합성하여 출시 전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습니다. 사이퍼즈가 오픈하자마자 신나게 달린 인벤팀 4명의 기자의 일주일간의 플레이 소감을 하나로 모은 4인 4색 리뷰를 보내드립니다.







Roman - 최근에는 웹게임조차 HD 수준의 그래픽을 도입한다는 판에, CBT 시절에야 그래픽효과 덜 먹인거라고 생각했지만 OBT에도 여전히 그래픽이 거칠다. 원화가 멋져 그런지 캐릭터는 도트가 좀 튀어도 그럭저럭 볼만한데 몹이나 배경은 그야말로 만들다 만 듯 투박한 느낌이다. 물론 외형보다는 게임성이 중요하지만, 이건 좀 심하지 않은가.


게다가 조작감은 또 왜 이런가. 가벼운 이동과 움직임은 속도감을 살리기 위한 것이라고 이해하더라도 대부분의 동작마다 딱딱 끊기는 듯한 느낌이라니. 던전앤파이터 형태의 타격감에 익숙하다면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겠지만, MMORPG에 익숙한 게이머라면 부드럽게 이어지지 않는 전투때문에 어색한 느낌을 받을 수 밖에 없다.




그러나 누구도 성공을 장담할 수 없었던, 오히려 출시전에는 대부분의 평가가 비관적이었던 던전앤파이터를 끝내 성공으로 이끌었던 네오플의 노하우는 사이퍼즈에서도 여전히 빛을 발하고 있다.

AoS는 일진일퇴의 공방과 영웅의 조합, 상성과 아이템의 선택 등 파고들 수 있는 여지가 많아 재미있지만, 그만큼 배울 것도 많은 게임이다. 진입 장벽을 넘어선 게이머들은 '왜 이렇게 재미있는 게임을 안해?'라고 강변하지만, 초보자들에게는 '뭐 이리 복잡해? 조작은 단순한데 어렵고 재미없어.'가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사이퍼즈는 AoS 장르의 진입 장벽으로 작용하던 대부분의 콘텐츠들을 강화 하나로 통합하고 캐릭터의 조작 역시 3D 액션 게임 형태로 배치하는 단순화 과정을 거쳐 AoS의 진입 장벽을 캐쥬얼 게임 수준으로 낮춰놓았다. 처음에는 어색하게 느껴지는 액션 역시 익숙해지면 투박함 속에서 스타일리쉬한 개성을 느낄 수 있게 된다.


캐릭터의 스킬은 위력만 강해질 뿐 처음부터 모두 사용할 수 있기에 어떤 것을 먼저 선택해야하나 고민하지 않아도 되고, 궁극의 아이템을 얻기 위해 수십개의 조합 아이템을 외워야 할 필요도 없다. 그냥 돈이 모이면 1번부터 8번까지 보이는 것들 중에 체력, 방어력, 치명타, 공격력 등 직관적인 수치로 표현된 것들 중에서 마음에 드는 번호를 눌러주면 된다.



5급을 넘어서고 캐릭터에 대한 세팅과 아이템 구매가 가능해지면 좀 더 고민할 꺼리가 많아지지만 이렇게 고민하는 대부분의 과정은 치열한 전투의 중간이 아니라 로비에서 먼저 해결되고, 3급과 5급을 달성하기까지 초보자는 그냥 액션 게임을 플레이하듯 사이퍼즈를 즐기면서 게임에 익숙해지게 된다.


이외에도 로비에서 방을 선택하거나 고민할 필요없이 F5만 누르면 바로 게임을 시작할 수 있게 만든 매치 시스템이나 다양한 옵션의 아이템을 미리 세팅하는 캐릭터 설정 등도 복잡해질 수 있는 AoS의 성장 구조를 좀 더 단순화하거나 재배치한 결과. AoS를 전혀 모르는 게이머라고해도 액션 게임이나 MMORPG를 즐겨본 적이 있다면 쉽게 적응할 수 있다.


AoS의 복잡한 전략과 치열한 공방을 즐기는 게이머들에게는 단순하게 느껴질 것이고, 화려한 3D 액션 게임에 익숙한 게이머들에게는 사이퍼즈의 액션과 그래픽이 아쉬워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짧은 시간 가볍게 한판 즐길 수 있는 게임을 찾는다면 사이퍼즈가 그 대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Niimo - 네오플은 사이퍼즈를 소개하는 간담회에서 ‘타워들을 거쳐 본진의 건물을 파괴하기까지 벌어지는 전투와 성장이 AOS의 핵심’이라며 사이퍼즈를 액션 AOS라 소개한 바 있다. 하지만 카오스나 도타를 서로 싸우다 레벨업하고 본진 건물 깨는 것으로만 설명한다면 아쉬움이 남는다. 이들 게임에서 느낄 수 있는 수많은 재미들은 '룰'에만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다양하고 개성넘치고 독특한 스킬들을 가진 캐릭터와 진영 대립 구도. 몬스터 사냥으로 돈을 모으고 레벨업하며 스킬트리를 타는 캐릭터 성장. 아이템을 구입하고 조합하고 인챈트하고 어떤 아이템을 언제 구입할 것인가하는 템세팅. 라인을 탈 것인지 정글을 탈 것인지 미들에 설 것인지, 언제 상대방을 암살할 것인지 또는 PVP보다 건물테러를 할 것인지와 같은 다양한 플레이 방식. 안티와 디스펠을 적절하게 사용하고 채워넣는 귀신같은 컨트롤. 그리고 팀워크 등등. 이런 것들이 함께 설명되어야 카오스나 도타를 온전히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사이퍼즈는 영리했다. 기존에 많은 개발사들이 '카오스가 너무 재미있으니, 이걸 잘 (따라)만들면 성공하겠지'하는 생각에 몰두하다 잊혀져갔다면, 사이퍼즈는 취할 것은 취하고 버릴 것은 과감하게 버렸다. 사이퍼즈의 미덕은 바로 여기에 있다. '카오스가 어떻다는 건가. 우리는 우리가 만들고 싶은 걸 만들겠다' 이런 자세가 느껴진다.


카오스를 처음 해보는 친구에게 카오스를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해보자. 초반에 어떤 물약을 먼저 사서 어느 라인으로 가서 어떻게 상대방과 라인전을 하면서 막타를 치고 스킬트리는 어떻게 타야하고 아이템은 이걸 먼저 사고... 이걸 어디부터 어디까지 이야기 해야하나 한숨부터 나온다. 사이퍼즈는 다르다. 간단한 튜토리얼만 거치면 게임을 하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다. 액션 외에는 모든 것을 단순화 시켰기 때문이다.


특히 상점과 캐릭터 성장과 스킬트리와 아이템 세팅을 모두 합쳐 하단에 배치해버린 것은 과감한 시도다. '경험치 - 돈 - 레벨 - 아이템구입 - 스킬강화'의 성장요소를 모두 '돈 - 아이템'으로 일원화시킨 것이다. 적을 한 때 때릴 때마다, 건물에 대미지를 줄 때마다 돈이 들어오고 이 돈으로 아이템을 구입하면 자동으로 레벨도 올라가고 아이템의 옵션도 적용받는다. 스킬강화도 장신구를 구입하는 것으로 처리했다. 미리 정해진 아이템을 '착용'하는 개념이기 때문에 상점도 따로 필요없고 인벤토리도 없다. 그냥 숫자키만 누르면 된다.



HUD UI와 주변에 포진된 액션 키들, 캐릭터별로 비슷한 궁극스킬, 다운스킬, 잡기 등의 공통 배치, 마나나 기력이 없이 쿨타임 기반으로 설계된 스킬들 또한 사이퍼즈를 처음 하는 사람도 쉽게 적응할 수 있게 만드는 요소다. 작게 디자인된 맵은 PVP 액션 전투를 만나기 까지의 시간을 줄여주고, 전체적인 플레이 타임도 줄여 부담이 적다. 어떻게 보면 약간은 빈티지한 느낌의 그래픽도 저사양 유저들이 문제없이 즐길 수 있게 한 착한 선택이 아니었나 싶을 정도다. 사실 배경에 나무랑 풀이랑 잔뜩 있는 것보다 시인성에 집중한 사이퍼즈의 그래픽이 훨씬 마음에 든다.


아쉬운 점도 있다. 특정 캐릭터의 공략이 논문수준으로 나오고 다양한 육성방식에 대한 토론이 이루어지는 것과 같은 '연구'의 요소 또한 AOS 게임들이 가진 재미 중 하나다. 사이퍼즈에는 이런 부분이 전투와 조작에 집중된다. 다른 AOS에서는 한 판의 게임에서 상대방의 조합이나 전략에 따라 내가 어떻게 캐릭터를 육성해 나갈 것인가의 선택도 재미 중 하나다. 물방을 우선시 할 수도 있고, 아예 마공을 극도로 높이는 것도 가능하다. 초반에 돈을 모아 나중에 비싼 아이템을 살 것인지, 처음부터 아이템을 구입해 초반의 유리를 이어갈 것인지 하는 선택 같은 것 말이다. 사이퍼즈에서는 이런 게 잘 와닿지 않는다.


하지만 AOS를 도입하며 함께 획득한 캐릭터 기획의 자유는 사이퍼즈에 또다른 가능성을 예고하고 있다. TPS 대전액션만으로도 충분히 완성도가 있기 때문에 얼마든지 AOS 룰을 벗어버려도 좋은 것이다. 실제로 개발팀은 AOS 맵 외에 PVE 모드라던가 하는 다양한 확장을 고려하고 있다고. AOS를 따라하는 것이 아니라, AOS의 어떤 요소를 도입할 것인지가 중요하다는 점. 이것이 사이퍼즈가 주는 가르침이리라.










Vito - 고백건대, 사이퍼즈를 시작함에 가장 큰 진입 장벽은 그래픽이었다.


평소에도 가끔 출시된 지 10년이 훌쩍 넘은 고전게임들을 즐기는 편이지만, 사이퍼즈의 ‘저 사양 PC에 특화된’ 그래픽은 좀처럼 적응이 안 됐다. 홍보를 위해 공개했던 컨셉원화와 실제 그래픽과의 간극은 지구와 안드로메다 사이의 거리만큼이나 멀게 느껴졌는데, 아이러니하게도 바로 여기서부터 마법은 시작된다.


F5 키를 눌러 본격적인 게임플레이에 돌입한 지 10분경과. 상대 진영과 정신없이 치열한 전투를 펼치고 있노라면 처음 느꼈던 그래픽의 이질감은 온데간데없어지고, 마치 최신 블록버스터 게임을 즐기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마음속에서 앤티 얼라이싱과 HDR과 같은 그래픽 효과들이 마구 더해지는데 더 몰입하다가는 크라이시스2에 근접할 기세다.



만약에 순간적이나마 신봉선이 김태희처럼 보이고, 옥동자가 원빈으로 보인다면 그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아마도 그건 마음을 움직이는 인간적인 매력. 나는 지금 똑같은 비유를 사이퍼즈에 그대로 적용하고 있는 중이다.


사실, 사이퍼즈의 골격은 단순하다. 전통적인 AOS에 TPS를 접목한 것. 하지만 이전에 출시된 게임들이 둘 사이의 적절한 균형점을 찾지 못하고 절름발이 마냥 비틀거리며 게이머들의 외면을 받은 것에 비해 사이퍼즈는 의연히 중심을 잡았다.


3인칭 플레이에 적합하도록 전체적인 맵의 구성과 몬스터의 배치, 인터페이스, 레벨업 방식에 변화를 꾀함과 동시에 밸런스 보정을 위한 수호자 같은 별도의 장치를 따로 두면서도 AOS의 본연의 밀고 당기기에서 오는 재미는 그대로 유지했다.



캐릭터의 체력의 거의 없을 때 주변 소리가 에코 처리되어 잘 들리지 않는다든지, 키보드를 오래 입력해야 시전되는 기술에서는 “꾸욱”이라는 직관적인 문구를 적절히 배치해 혼란이 없도록 한다든지, 게이머의 매우 사소한 플레이까지 챙기는 부분은 얼마나 사이퍼즈 개발팀이 AOS라는 장르에 파고들며 연구해왔는지 느낄 수 있는 또 다른 증거.


이러한 ‘어?’ 하면 ‘아’ 하게 만드는 개발팀의 배려 속에서 플레이어는 게임 속에 몰입하게 되고, AOS 장르에 생소한 게이머만 아니라면 3인칭 시점이라는 큰 변화 속에서도 별다른 사전 학습 없이 사이퍼즈가 제공하는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나도 안다. 사이퍼즈를 둘러싼 의문과 불만들. “그냥 AOS를 만들지. 그냥 TPS를 만들지. 굳이 왜 이걸 이렇게 만들었을까? 도대체 타겟 유저층이 누굽니까? 그래픽은 왜 이렇게 후진가? 차라리 카오스를 하겠네요. 차라리 LoL을 하겠네요. 밸런스는 왜 이 모양? 맨날 지네, 등등”. 너무 잘 안다.


그래도, 그래도 이렇게 사이퍼즈를 편에 서서 손가락을 치켜들고 싶어지는 이유가 뭔지 나름 유심히 고민해 봤다. 역시나 근 몇 년간 플레이해본 국산 온라인 게임 중에서 눈에 띄는 몰입감과 재미를 선사해줬기 때문이 아닐까. 사이퍼즈는 정말 의외의 발견이 아닐 수 없다.









Fact - 기자는 AOS 장르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아니, 좋아하지 않는다고 하기보다는 말 안듣는 아군이 보기 싫다고 안하는 편이 맞을지도 모른다.


기자가 신의 컨트롤을 자랑하는 것도 아니고 작전 지령 한 번에 전국을 뒤엎는 천재 전략가도 아니지만, AOS에서는 팀원의 손발이 맞아야 하는데 지금까지의 경험상 손발이 맞는 팀을 만나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여간 이런저런 핑계로 AOS를 하기는 하되 즐기지는 않는다.


AOS 액션 게임인 사이퍼즈가 나왔다고 들었을 때 반응 역시 시큰둥했다. 그러나 기자라는 직업상 일단 나온 게임은 건드려봐야 속이 시원하기 때문에 플레이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캐릭터만 보고 하는 게임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그냥 깨작거려보았지만 피곤해서 그만하려고 보니 하늘에 걸린 태양이 90도 돌아가 있는 것이 아닌가.



오픈베타 초기인 만큼 말 안듣고 서로 욕하고 싸우는 아군을 한두 번 본 것도 아닌데도 꾸준히 마우스를 잡게 하는 매력이 사이퍼즈에 들어 있었다.


가장 먼저 캐릭터의 분류 과정이다. 기본 틀은 비슷하지만 사용 용도가 하늘땅 수준으로 차이를 두어 캐릭터의 활용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해 준다. AOS에서 기자는 돌격이나 화력전 보다는 후방 지원과 방어 및 상대를 귀찮게 괴롭히는 것을 즐긴다. 전투에서 이기는 것이 목적이므로 적군 킬수는 숫자에 불과할 뿐이라는 생각을 지녔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사이퍼즈의 캐릭터에는 기자의 취향에 맞는 캐릭터가 많은 것이 마음에 든다. 게임 초반에는 대부분의 게이머들 특성 상 돌격이나 화력전을 좋아해서 보조형 캐릭터를 고른 기자는 빈축만 사곤 했지만, 며칠 지난 후 캐릭터의 연구가 진행되면서 전략성이 강화되어 보조 캐릭터의 비중이 커지고 새로운 재미를 맛볼 수 있었다.



상점 의존도가 약한 것도 장점이다. 사이퍼즈에서는 필드 위에 상점이 없고 코인이 모이면 바로바로 단축키로 쓸 수 있기 때문에 필요할 때마다 상점을 찾아가지 않아도 된다. 그 대신 전투에 좀 더 집중할 수 있기 때문에 전투 진행이 빠르다. 액션성도 높은 편이어서 조작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그러나 아직 게임이 초반인 만큼 아쉬운 점도 없지 않다. 우선 마을에서 할 것이 없다. 그저 거리에 캐릭터들이 즐비하게 서 있기 때문에 대기실이라는 느낌 외에는 할 만한 것이 없다. 클랜 전용 건물이라던가 상점이라던가 좀 더 MMO적인 요소를 즐길 만한 대기실이 아닌 것이 아쉽다.



전투시 캐릭터 선택권도 단순히 먼저 접속해서 클릭만 빨리 하면 원하는 캐릭터로 할 수 있기 때문에 주력 캐릭터의 숫자가 적은 사람은 불만을 갖기 쉽다. 또한 전투 중 불리하거나 마음에 들지 않으면 종료해버리는 참가자에 대한 페널티 강화도 필요하다고 본다. 같은 팀원 입장에서 갑자기 나가버렸을 때 갑갑해진다. NPC가 대신 참가하긴 하지만 말을 안 들으니 답이 없다.(사실 웬만한 게이머보다 실력은 더 좋다)


이게 갓 오픈베타 테스트를 시작한 액션 AOS 사이퍼즈. 오랜만에 기자는 사이퍼즈 덕분에 AOS를 즐길 수 있었고, 마음에 드는 캐릭터도 여럿 등장했기 때문에 재미있게 플레이하고 있다. 아직은 부족한 점이 있긴 하지만 AOS 중에서는 미래가 기대되는 게임이다.